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 - 우리가 알고 있던 만들어진 아프리카를 넘어서
윤상욱 지음 / 시공사 / 201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 읽은 지금, 아프리카의 대부분의 것에 관한 가장 쉬운 입문서라고 생각한다. 며칠 아프리카에 빠져 지내며(또다른 아프리카 역사에 대한 책을 읽는 중) 오랜시간 이어져 내려온 아프리카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고 여기고 있는데, 뉴스에서 진보당에 터진 비교적 더 가까운 일들을 보며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를 살게 해줄 이 나라 정치인들이 난리인데, 아무리 아프리카 사정을 잘 알게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어 회의마저 들었다. 국내사정은 모르겠다. 원래 '국제' 관련 일을 하고 싶었고 언어도 되도록 많이 구사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추고 싶었다. 내 영역이 그곳까지 미치지는 않았지만 이 책을 통해 아프리카의 모든 것들이 차곡차곡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아프리카는 단 한 번도 꿈꾸지 못한 대륙인 줄로만 알았다. 기후는 원래 무덥고 건조하며, 먹을 것을 재배하기는 어렵고, 운도 없게 그곳에서 태어난 아프리카인들은 어쩔 수 없이 그렇게들 살아야 하는 줄로만 알았다. 조금 더 커서 아프리카 대륙을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나는 당연히 그곳의 실상황에 대해서나 일련의 역사적 부조리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다. 원래 그런 곳인 줄 알았다. 반성한다.

 

아프리카의 기후가 저주 받은 건 틀림없다. 사하라 사막이 횡단으로 가르는 아프리카는 자연스럽게 남과 북의 지리적 상황을 감수해왔다. 지금의 아프리카는 뭉뚱그려 아프리카로 일반화하기에 사정이 좀 다르다. 남아공, 에피오피아, 소말리아,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리비아, 이집트, 튀니지 등의 북아프리카로 나뉘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프리카 상황으로 접하는 절대적 빈곤, 에이즈, 말라리아, 낙후된 여건 등 언론 속 모습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블랙 아프리카)의 일들이다. 사하라 사막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나타난 지리적 현상이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유럽 식민지배에 의해 인위적으로 쪼개져 분할된 이후로 나타나게 된 역사적 현상이기도 하다. 원래 국가라는 개념보다는 부족의 지배자 혹은 지도자를 선출하여 다스려온 아프리카의 민족 특성상, 유럽과 서구가 제멋대로 통합 혹은 분리를 실용노선으로 정한 다음부터는 내전과 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부족 개념의 여러 집단을 임의적으로 통합하거나 분리하여 아무렇게나 국경선을 그으면서 부족의 역사, 인종, 종교, 특성 등을 간과하고 국가로 만들었다. 어제까지는 옆 동네와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평화를 유지하는 길이었는데 갑자기 하나의 국가로 거듭났으니, 지배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죽고 죽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원유를 얻을 수 있는 유전이 있는 나라는 특히 심한데, 서구와 선진국들의 점유전쟁으로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는 돈을 벌 수 있다. 이 돈으로 한 번 지배자 위치에 오른 이들이 부정선거와 내전을 치를 무기를 구입하고 외국은행으로 개인재산 불리기를 시도하면서 끊없는 정쟁이 계속된다. 세계 각국과 UN이 원조하는 상당수 구호품들도 이런 식으로 독재자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 지키는 자와 뺏으려는 자는 인종/종교/혈족 등 여러가지 요인을 시발점으로 내전을 벌이는데, 이럴 경우 피해는 가난한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되풀이되는 악순환. 실제로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국가들은 날마다 당일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이 대부분인데, 그 중 가장 심각한 곳이 바로 오늘날 바다에서 공공의 적이 되는 해적의 나라 소말리아다. 소말리아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이며, 아주 어린 소년들이 먹고 살기 위해 목숨 걸고 바다를 누비는 범죄를 막을 아무런 국가적 장치를 기대할 수 없다.

 

가난, 에이즈, 말라리아, 식수 등은 사소하고도 중요한 문제다. 최소한의 것들로 사망률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구조적인 문제는 아프리카 지도자들의 부패이며, 국제사회가 아무리 모기장과 식량, 물을 보내도 소수 지도자들과 공무원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아프리카인들은 자력으로 상황을 나아지게 할 수 있다는 희망 자체를 잃어버렸다. 말라리아는 모기장만 제대로 쳐도 죽음을 막을 수 있는데 모기장 공수는 물론,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마을까지 운반할 도로,교통 인프라가 없다는 것, 모기장을 만드는 공장과 식용으로 쓸 우물을 파는 공사를 진행하더라도 공사를 진행하는 국가가 발을 뺄 경우 중단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물고기를 주는 대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려던 다른 국가들도 점점 아프리카인들의 무대책과 무대응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외국에 팔기만 하면 돈을 버는 유전과 광물자원을 팔며 돈을 벌지만 자기 배불리기와 권력유지에만 신경쓸 뿐이다. 최근 아프리카에서 불거진 재스민 혁명(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벤 알리의 독재정권에 반대하며 일어난 민중혁명으로 후에 이집트 무라바크와 리비아 카다피 축출 등으로 이어지는 아프리카와 아랍 민주화 혁명의 발단이 됨)은 조금씩 사회적 의식수준이 높아진 시민들의 민주화를 향한 갈망이 표출된 것이다. 실제로 지금도 아프리카 및 중동 곳곳에서 진행중이며, 내전으로 엄청난 인명피해를 입고 있다.

 

왜 이래야만 하는가. 앞서 얘기한 빈곤, 독재, 기후, 내전 등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어떤 정치적 제도마련이 필요한 것일까. 지금까지 서술한 것만으로도 이 모든 것들이 하루아침에 급격히 나빠진 게 아니라는 건 자명하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의 부패, 자국의 가난을 유럽 식민주의의 잘못으로 전가하는 점, 곳곳에 만연한 종교분쟁(크게는 이슬람교와 기독교지만 역사적으로 부족적 전통을 가진 만큼 셀 수 없는 숫자만큼의 전통 종교들이 부딪침), 도움의 손길을 가장한 선진국들의 유전/광물/시장 쟁탈전, 시민들의 질낮은 교육수준, 기후변화, 한없이 부족한 인프라와 기술, 무엇보다 희망을 가질 수 없는 구조 등 총체적 난국이란 걸 알 수 있다. 아프리카를 이끌어가야 할 지도자들의 권력과 재물에의 집착이 오히려 아프리카와 아프리카인들을 병들게 한다. 이들은 무조건 역사 탓, 서구 탓, 그렇지 않으면 자국의 자원을 내어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미래에 대한 한 치 고민도 없이, 자원을 더 내다 팔거나 원조를 받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타국들 입장에서 영원토록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 국제사회는 물론, 아프리카의 결단력이 필요한 때이다.

 

독재자를 축출하는 것만으로 민주화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잎만 떨어져 나갔지, 뿌리는 그대로라서 다음 지도자가 다시 독재와 부패를 답습할 수도 있고, 군부독재가 시작될 경우 권위주의는 뿌리 뽑히기 힘들다. 실제로 재스민 혁명이 성공했으나 해당국가의 다음 행보가 궁금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선거제도 역시 부정부패가 만연해 여론조사에서는 늘 당선을 예견했던 후보가 실제 선거에서 진 경우도 몇 번이나 있었다. 선거철만 되면 내전에 불이 붙고, 국내문제불간섭 원칙을 어겨서라도 UN이나 선진국이 아프리카의 선거에 관여해야 했다. 실제로도 원조 규모나 시기 등을 협상카드로 제시하며 아프리카를 압박하고 있지만 이런 궁여지책이 얼마나 통하겠는가. 아프리카에 묻힌 자원이 유한한 것만도 아니고, 100년 넘게 이어져 내려온 유럽 식민주의의 폐해를 극복하지 못한 이 대륙이 자연스럽게 민주와 풍요의 탈을 쓸 리도 없다. 아프리카의 문제는 대륙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이제 전 지구촌이 극복해야 하는 문제가 되었다. 실제로 아프리카의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대륙의 크기 또한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포기하거나 내려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저자는 서구의 아프리카 쟁탈전을 염려한다. 과거 미국과 유럽이 닦아놓은 길은 유용했으나 간섭이 심했기에 아프리카로서는 마다할 제안이었다. 현재 중국은 서구의 틈을 비집고 들어와 아프리카의 선택 가능한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 국영 기업들은 아프리카에 정착해 유전과 광물을 캐고 자원을 탐낸다. 값싼 생필품을 만들어 팔고, 아프리카인들은 일시적 유용을 누린다. 그들은 당장의 먹거리가 너무나도 급하기에 현재 낭비되고 있는 자국의 지하자원 같은 것들을 지킬 여력이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틈새시장을 아주 잘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미래를 위한 자국의 투자와 국가와 기업의 윤리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서구는 배불리기에 급급한 중국을 비난하지만 이들 또한 가능하다면 중국처럼 하지 않을 리 없다. 아프리카는 이제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가. 실타래는 하나씩 또 총체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의 국가정체성이나 국민을 지키는 마음이 아쉬운 이유다. 아프리카의 미래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한다. 지금으로선 지나친 낙관론 또한 비극으로 여겨진다. 이대로라면 아프리카의 침몰에 울어줄 국가는 없을 것이다.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는 있어도 아프리카 대륙을 위해 슬퍼할 진정한 친구는 없을 것이다. 오랜 역사와 아름다운 문화를 가진 아프리카 대륙에도 민주주의가 활짝 꽃피우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깨끗한 정치를 맡아줄 지도자가 더 많이 나타나 전통과 문화를 오롯이 지켜낼 날은 언제일까.

 

그런데 헤겔은 왜 이랬을까?

 

헤겔에 의해 아프리카는 유아기의 인류, 고차원적 사고 능력이 없는 흑인들의 땅이자 어두운 밤의 장막에 둘러쳐 있는 대륙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흑인들의 검은 피부는 어둡고 몽매한 밤의 이미지와 함께 어우러져 '흑 아프리카'라는 부정적 개념을 정형화하는 데 일조했다. 헤겔은 아프리카 흑인들의 인간성마저 부인하면서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적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보았다. 또한 그는 아프리카인에게 종교적으로도 편향된 시각을 투영했다. 고차원적인 기독교는 야만인들에게 적합지 않으며, 욓려 이슬람교가 더 잘 어울릴 것이라고 한 것이다. 이러한 흑인이 인간성에 대한 부정은 19세기 노예무역업자와 노예를 필요로 했던 이들에게 양심의 가책 내지는 죄책감의 방파제가 되어주었다. (p.42)

 

오늘부터 헤겔 안티 하겠음. 책 한 권 읽어본 적 없는데..( '')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5-07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리카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흠...얼마전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그렇더라구요.
여기나 거기나 지도자들의 문제는 참 어렵군요. <지도자>란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데요.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건지, 그런 사람만이 지도자가 되는건지. 우리에게도 그들에게도 진정한 사람 지도자가 필요해요.
다음에 읽으실 책도 기대되요!

잘 지내고 계세요? 날은 더운데 계속 봄이라고 우겨대고 있어요. 아직 잎파리들이 짙은 초록색이 되지 않았으니까요.
전 더워도 아직 봄을 즐길래요. 짧아서 더 아쉽죠~

아이리시스 2012-05-07 00:22   좋아요 0 | URL
저를 지도자로 뽑으세요. 저는 잘할 수 있어요, 현맘님. 불끈!!

아프리카는 좀 바보 같아요. 남탓 하고, 잠시 행복하자고 후손 생각 안하고 자원 마구 팔아먹고.. 국민들이 불쌍해서 눈물이ㅠㅠㅠㅠㅠ 이 책이 비교적 쉬운 편이고 다른 건 좀 더 지식 수준이라서 차례대로 읽는 걸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이제 아프리카 국가들의 이름과 위치가 어색하지 않으니 그래도 다행이랄까.. 오오, 현맘님은 왜 리뷰 안쓰시는 거예요!!! 언제까지 기다리고만 있어야 하나요!!!

리뷰 올려달라!! 올려달라!! (데모중-오랜만에 하는 건데.. 더워서 여기까지요)

이진 2012-05-07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증말!! 누나 왜 이렇게 늦게 오신거에요. 매일매일 글 안올라오나 목 빠지게 기다렸잖아요 ㅎㅎㅎㅎㅎㅎ 말이 더워서 글쓰는게 잠시 귀찮아 진거죠? 남해도 저번주까진 영 춥더니 갑자기 날이 확 더워졌어요. 서울은 벌써 반팔까지 입고 다닌다며 놀라 했는데 이젠 여기도 슬슬 반팔을 꺼내야겠지용.

제게 아프리카는 기근, 기아의 나라로밖에는 기억되지 않는군요. 언젠가는 도와주고싶은 그런 나라요.
그나저나 아이님 저 벌써 <토끼드롭> 다운 받아서 시험끝나면 볼 궁리를 해대고 있었단 말입니다.
제가 빨랐죠? 흣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시다 마나가 나온 드라마는 <마루모의 규칙>이랑 <마더> 이게 젤 유명하고 다른거는 잘 모르겠어요.
극상의 어떤... 뭐도 있다던데 말이에요.
어쨌뜬 <토끼드롭> 무지무지 기대되요!
남자주인공도 무려 데스노트의 엘이라니요... ㅎㄷㄷ

이진 2012-05-07 00:52   좋아요 0 | URL
참, 신나게 공부중이었는데 아이님 댓글 달린거 보고 바로 컴퓨터 켰어요.
공부도 마침 접고 자려던 참이었는데 오랜만에 뵈니까 반갑기도 해서요ㅎㅎㅎㅎㅎ
내일 중간고산데 마음이 편하네요.
마치 모든 것을 내려놓은 후의 해탈감이랄까요, 무소유랄까요.

아이리시스 2012-05-07 16:46   좋아요 0 | URL
어맛, 지금 누나 늦게 왔다고 소이진님 화내는 거임? 좀 기다릴 줄 아는 남자가 나는 멋있든데..( '') 푸하하하ㅋㅋㅋ 글을 쓰려면 머리를 써야 하는데 아무 생각이 안나길래 아, 진짜 더워지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뭐 이런 생각만 들고..

<아, 그 버니가 토끼였음?>ㅠㅠ 일본은 드라마,영화 죄다 제목이 웃기더라고요. 근데 나도 다운 받았음. 마더하고 토끼드롭. 그 포스터의 남자가 엘이었음?ㅠㅠ

근데 공부를 신나게 하다니, 의문1. 아이님 댓글에 바로 컴퓨터 켜다니, 의문2. 내일이 중간고산데, 그럼 오늘인데, 아아아아아, 드디어 소이진님이 전국 1등 할 기회가.. 셤 잘 봤어요? 오늘은 내일 꺼 공부해야죠!!! 여기 오지 마!!! 해탈감은 뭐고 무소유는.. 절대 오면 안됨!!!

오늘은 진짜 더워요.으아아아악.

비로그인 2012-05-07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두 사람 댓글 보면서 제가 다 웃네요. 오랜만에 오신 아이리시스님! 저도 아프리카에 관심 좀 가져볼까봐요. 이 책이 좋은 입문서라고 하니 어여 읽어봐야겠어요. 저는 역사의식이 너무 없어서 (역사적문맹) 역사 책을 가뭄에 콩 나듯이라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설만 읽으니까 사람이 너무 구름 같아지는 거 같아요. 가끔 비도 내리고 눈도 콩콩 내리는데 구름만 보고 있는 그런 기분이요. 인문학 책도 읽으면 좋다고 하셨던 게 작년이었나요? ㅋㅋ 그런데 여지껏 제대로 읽지도 않고 있네요. 책에 관해서면 뭐든지 좋은데 이상하게 자꾸 미루게 되는 경향도 있어요. 빌려놓고 그냥 반납하고, 읽어야 할 책 그냥 거들떠보지 않고. 뭐 이런거요.

음, 과연 소이진님의 전국 1등 도전은? @_@ ㅎㅎ

아이리시스 2012-05-07 23:00   좋아요 0 | URL
수다쟁이님은 <뜻으로 본 한국역사>도 읽는데? 역사적문맹 아님^^

구름 같아졌어요? 하하. 내가 그런 말을 했어요? 인문학 책 읽으면 좋다고? 소설 읽으면 안 좋고?ㅋㅋㅋ 내 안에 수애가 살기 때문에 어쩔 수 없기도 한데, 말이 좀 이상한데?^^

원래 책이 너무 많으면 시간이 너무 많으면 뭘 해도 잘 안되는 것 같기도 해요. 내일 읽어가야 하는 책이면 오늘 밤 새서 다 읽어야 수업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 하게 되고, 내 책이면 아까워서 읽어야지 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수업에서는 안 읽고 들어가도 티가 안 나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내 책이 아니니까 그냥 반납하게 되고 그렇죠? 다 그래요. 저도 그래요.(웃음)

수다쟁이님은 갈 길을 잘 가는 거예요! 이제 책 말고 다른 거 좋은 관심거리 생긴 거 아니예요? 그랬으면 좋겠다..^^

소이진님 여기만 피하고 다른 서재에 왔잖아요!! 일단 내 맘대로 전국 2등으로 목표 수정했어요^^ @_@ ㅎㅎ

이진 2012-05-08 16:16   좋아요 0 | URL
아... 들켰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2012-05-07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7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요즘 '편가르기'의 끝장판을 보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드라마 <패션왕> 얘기다. 웹툰은 못봤다. 스맛폰이 없고 아이팟은 이제 충전기가 생겨서 이제부터는 볼 수 있겠다. 아, 노트북으로는 하는 게 많아서 웹툰읽기까지는 안.. 생각해보니까 나는 그림을 못 그려서 글을 쓰나 보다. 그림 그리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 음악도 글로, 소설도 글로, 그림도 글로.. 아.. 진짜 비극이다. 하루아침에 서해번쩍 동해번쩍 하며 두 남자(두 회사)를 오가는 신세경(가영)이 무의식으로는 얼마나 자신과 싸우고 있을지,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이건 아닌가;;), 사람이 사람답기 위해 '무엇' 위에 '무엇'을 둬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재밌기만 한 줄 알았는데(나는 사각관계 매니아;; <여인의 향기>도 김선아 아니었음 그래서 봤을 듯;;) 나도 모르게 심하게 감정이입해서 내 마음 속 깊은 바닥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불완전한 인격, 자존심, 자아성찰, 자아비판까지 뻗어나갈 생각은 없고 그저 나(우리)는 얼마나 쉽게 손바닥 뒤집으며 죄책감 없이 살아가나, 내 선택의 영원성은 어디까지인가 싶어서 내면에 귀를 기울여보았다. 닥치지 않고서야 눈앞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중시하는 가치관에 더 다가갈 수는 있을 듯해서.

 

 

1. 신세경(가영)은 능력이 출중한(전문가에게 타고난 천재 디자이너란 평을 받는) 아마추어 패션 디자이너

2. 천애고아, 부모 원수 부띠끄에서 핍박 속 성장, 쫓겨난 후 숙식제공하는 동대문 봉제공장(유아인)에 디자이너 겸 잡부로 취직

3. 살던 부띠끄에서 간혹 마주치던 패션 대기업 이사(이제훈)와 가느다란 친분

4. 유아인은 가진 것 없이 갓 들어온 여직원 신세경에게 4년 미국유학 비행기표를 선뜻 내밀 만큼 따뜻한 남자

5. 우연한 친분을 가장해 어려운 일이 생길 때 부탁하러 갔던 이제훈은 짜증 내면서 도와줄 건 다 도와주는 고마운 남자

6. 뜻하지 않은 동거에 情 나누기까지, 밑바닥 인생은 밑바닥 인생을 알아보며 차곡차곡 서로의 신뢰를 쌓아감(신세경과 유아인)

7. 전 애인(유리)과 다시 시작했지만 능력 출중하고 의사표현 정확하면서도 순수한 신세경에게 끌리는 대기업 이사(이제훈)

 

+ 7번까지 쓰다가 내가 뭐하고 있나 싶었음

 

사랑의 작대기를 그어보려했지만 크게 의미는 없고,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아는 신세경과 유아인에게서 사랑이 싹트는 중, 이제훈이 신세경을 좋아하는 중, 유리의 마음이 유아인에게 있어 보이고 신분상승욕구 때문에 이제훈을 포기 못하는 중 정도로 정리되는데 전형적인 청춘멜로가 맞구나. 말하다 보니까 이걸 왜 쓰나 싶어진다, 진짜. 표현도 못하고 포기도 못하는, 몸은 달았는데 마음은 못 헤아리는 사랑 앞의 아마추어들. 이들이 주인공이다. 두 남자는 한 여자를 서로 자기 곁에 두고 싶어 일을 빙자한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여자는 능력이 있으니 어딜 가더라도 성공은 보장되어 있는 셈인데, 두 남자는 여자가 자기 곁에 있어야 행복할 거라며 서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인다. 대기업 이사와 영세업 사장이라니 결과는 뻔해 보이는데도 늘 여자 때문에 번번이 한 쪽이 한 쪽을 끝장내지도 못한다. 인생은 내 것은 물론, 네 것 또한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것이어서(재물 가진 자가 재물 없는 자의 생계를 찍어누를 수도 있지만 이런 치사한 짓까지는 안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종종 한다, 여자를 얻어야 하니까, 남자에게 여자는 자존심일 뿐인가..) 네 명의 청춘의 꿈과 사랑은 시종일관 휘청거린다. 흔들흔들 언제 무너져내릴 지 모르는 건물 같아서 불안이 극에 치닫는다. 오늘 하나되면 내일 분열한다.

 

갈등이 극명하다. 가진 자/못 가진 자, 능력자/능력 미달자, 사랑하는 자/사랑받는 자, <힐링캠프>에 나와서 이효리가 자기에게는 '금'이 있는데 '쌀'을 가진 남자를 만나서 행복하다던 그 마음. '쌀'도 없이 스물 한 살이 된 그녀에게는 아직 '금'은 보이지 않는 걸까. 매슬로의 '욕구단계설'도 아닌데 이건 좀 비약적 평가인가. 신세경은 재벌 2세 이사님(이제훈)이 아무리 구애해도 꿋꿋이 모르는 척 일관하면서(관심 자체가 없음) 가족 같은 사장님(유아인) 곁을 지킨다. 스카웃 제의도, 유학 제의도, 퍼스트 클래스도 모두 단박에 거절하는 용기가 가상할 만큼 사장님을 향한 의리(사랑)가 극명한데, 그럼에도 불안하고 두 남자는 괴롭다. 몸이 머무는 곳에 마음이 없고, 마음이 머무는 곳에 몸이 없으니 남자들은 내내 애닳아한다. 그녀가 떠날까봐, 데려오지 못할까봐. 흔들리지 않고 해결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는 그녀에게 화내고 밀어내고 닦달하니 그녀 또한 '쌀'보다 '금'이 탐나는 순간이 없을까. 나가겠다는 마지막 말 앞에 사장님은 폭풍같은 눈물을 그제서야 흘리며 얘기한다. 우리는 끝까지 같이 가야하는 거 아니냐고. 그렇구나, 금과 쌀. 하물며 사장님은 한 번도 따뜻한 적 없던 그녀에게 처음으로 전기장판 깔린 이부자리를 내어주었고, 화장품 세트를 사서 내밀고, 태어나서 처음 미역국 생일만찬 아침을 만들어준다(위 사진). 신세경에게 유아인은 사장님이자 오빠고 가족이고 사랑이 되어버린 남자다. 먼저 입맞춤도 했고, 이불도 덮어주고, 사장님이 나 오해하는 거 제일 슬퍼요, 나 사장님 좋아하는데 사장님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술주정도 했다. 사장님이 다른 여자를 보고 웃으면 뒤에서 운다.

 

나는 '금'과 '쌀' 중에 무엇을 택해도 신세경의 선택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들은 자기가 보고/겪고/존재해온 한에서는 최대한 여자를 사랑하고 있으니까. 주는 법이 틀렸다고 주는 마음을 탓할 수 없고(재벌남자 만날 일도 없지만 나는 그래도 너는 그러면 안된다거나 가정교육을 못 받아서 내 말에 꼬박꼬박 토다냐는 일상적 대사에 기절할 뻔;;), '쌀'을 선물한 사람(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에게 '금'을 주지 않는다고 비난할 수 없다. 사랑이 확실했기 때문에 지금껏 그녀는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 늘 그(유아인)를 지키기 위해 뛰어다녔는데 그에게 오해 당하고 비난 당한다. 속상하다. 큰 욕심도 없다. 그런 그녀가 이제 떠나겠다고 선언하니 변한 것일까. 마음에서 어떤 화학작용이 일어났을까. 나는 그녀를 비난할 수 있을까. 바닥에서 위로 올라가야겠다는 욕구는 그야말로 본능 아닌가. 점점 헷갈리고 있었다. 비난하고 싶어졌다. 사랑은 의리가 아닌데, 사랑이 왜 의리로 지켜지면 안되냐고 반문하고 싶었다. 그게 그런 게 아니라는 대답만이 귓가를 맴돌고 있다.

 

'금'을 가진 남자는 능력을 타고난 여자를 가장 높은 곳까지 올려줄지 모른다. 내밀어진 두 손 앞에서 누구의 손을 잡고 뛸 것인지는 그녀의 선택이다. 그녀가 비난 당한다면 남자의 낙하산이 된 것, 능력을 시기하는 자들에게 받는 질투, 가진 것 없는 여자가 대기업 이사님을 욕심냈다는 정도. 사장님과 끝까지 함께 간다면 비극은 길어지겠지만 사랑도, 양심도, 인간성도 모두 보장받아 희망과 청춘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권력에의 욕구가 있다는 주장은 권력에 욕심 없다고 말하는 사람을 공개적으로 묵살하는 발언이다. '쌀'이 채워지면 '금'사냥에 나서는 것은 욕구의 본능이지만 신세경(가영)이 본능을 눌렀으면, 본능을 누르고 스스로 '금'을 얻었으면 하는 것은 청춘에 기대하는 마지막 희망이자 응원이다. '쌀'과 '쌀'이 만나도 언젠가 '금'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은 갖고 살고 싶다. 앞으로도 내가 펼치는 날개 안에서만 어떤 남자를 만나 사랑할 수 있다는 점을 (최근 미혼여자들 설문조사에서 자기 연봉 두 배 이상의 남자를 배우자로 맞이하고 싶다고 답한 비율이 절반이라는 점을 비판하며) 믿어의심치 않는다. 나도 여잔데 그런 조사는 대체 누굴 대상으로 하는지.

 

 

 

김치찌개백반 대신 날마다 스테이크를 썰게 해주는 남자를 만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쌀'은 '쌀'을 만나고 '금'은 '금'을 만나지 않으면 인생이 꼬일 텐데. 적어도 '쌀'과 '쌀을 만나러 내려온 금'이어야 말이 통하지 않을까, 섞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내가 '금'(재물, 능력)이라고는 갖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신세경(가영)은 나보다 못하게 살지만 능력 하나는 출중한데 나는 뭐, 이것도 저것도 없으니까 가만 보니까 이걸 쓰고있을만 한 위치가 못 되는군,하면서 급 꼬리내림.

 

그래도 생애 처음으로 그가 아침 일찍 일어나 만들어준 생일상은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살든 절대로 못 잊지 않을까. 드문드문 희미한 기억 속에서라도 가장 곧은 '양심'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스카이라운지에서 손쉽게 랍스타 사주는 남자보다 손수 미역국, 계란말이, 고기볶음 해주는 남자를 여자는 더 본능적으로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금수저 물고 태어난 어떤 남자보다 자기 손으로 금수저를 놓을 줄 아는 남자가 더 멋지다는 걸 요즈음 <패션왕>은 자꾸 깨닫게 해준다. 나는 금수저 물고 태어난 남자가 나 좋다고 죽어라 따라다니면서 구애하지 않으니(할 리도 없고) 한 '봄' 밤의 꿈일 뿐이지만.

 

 

 


댓글(34)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4-28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유아인 캐릭터가 저렇군요. 상을 차려주는 싸장님이라니... ㅎㅎ 전 한번에 드라마 한 개씩만 보니..요새는 하지원 나오는 드라마 봐요. 이승기한테는 몰입이 안되긴 하지만요^^ 봄날의 꿈... 아련해요. 요새 성시경 노래만 들으면 심장 근처가 지긋이 시린데 봄 타나봐요~

아이리시스 2012-05-04 20:19   좋아요 0 | URL
생일상도 차려주고 사업수완도 뛰어나고 가는 여자 안 잡고 오는 여자 안 막는 나쁜남자 스타일이라서 최근 드라마에서 드물게 완소 캐릭터예요!!! 요즘 싸장님 심리를 분석하고 있다는ㅋㅋㅋ(저 할 일이 없어가지고..)

<더킹 투 하츠> 첫회 보고 안 보다가 요즘 다시 재밌던데요. 그래도 뭔가 이승기는 매번 2% 부족해요^^ 근데 공주가 호위병을 사랑하나요? 아.. 너무 로맨틱.. 이번주부터 보려구요ㅋㅋㅋ

이제 금세 조금씩 더워져서 집에서도 반팔 입으니까 봄 탄다고 하기에는 점점 여름이 오고 있어요. 여름에 안 좋은 추억이 있었잖아요. 작년에..( '') 아아악!!!

2012-04-28 0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4 2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8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재밌게 읽었어요. 추천 꾹- 하고 갑니다.^^ (고속버스 안이라 길게 못 써욤...)

아이리시스 2012-05-04 20:25   좋아요 0 | URL
섬님은 고속버스 안에서 알라딘 하는 분이시군요. 부럽게.. 어디를 재미나게 다니시는 거예요?
봄을 만끽하시길..^^ 추천 땡큐~^^

카스피 2012-04-28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아직도 국내회사에선 패션 디자이너에 대한 환상이 있네요.알던 패션 디자인너 왈 "TV에 나오는 패션회사 있은면 얼른 글록 가겠다.디자이너는 3D야...."라고 하시더군요.
몇몇 부띡 디지이너외에는 대부분 해외 카피하는 디자이너가 대부분.특히 대기업 계열 패션회사는 더하다고 하지요.
대기업 패션회사의 경우 이사는 대부분 40~50대 아자씨.. 뭐 오너 자식이 있을수 있겠지만 패션회사는 대부분 계열회사중 하위권이라 당최 그쪽으로 갈 일이 없어요.
아무튼 현실과 다른 직업중이 하나가 바로 빠숑 디자이너^^

아이리시스 2012-05-04 20:29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 아이리시스의 환상을 깨시면 안됩니다, 부디 통촉..........( '')
하하. 어릴 땐 그런 게 있었는데요.. 화장품 회사 드라마 하면 화장품 회사, 의학 드라마하면 의사 되고 싶고 막. 근데 이사든 사장이든 회장이든 로맨스나 멜로가 되려면 적어도 20-30대여야 하는데 실질은 너무 으아으아!!! 대학 때 패션 디자인과 친구랑 같이 다녔는데요. 학교다닐 때도 그렇게 막노동처럼 보이는 과가 없죠ㅎㅎㅎ 그래도 있었으면 좋겠다.. 저런 이사.. 근데 이사가 좀 불쌍해요. 아버지한테 눌려 살아요. 제 생각에는 싸장님이 완소 캐릭^^ (패션의 패..자도 모르는 게 다행이죠. 경쟁에 제일 눌려사는 분야인데 제일 빛나기 어려운 직업이 아닐까 싶어요. 거기다 디자이너들이 이름 걸고 만든 옷들 저는 이쁜 줄도 모르겠고..^^

stella.K 2012-04-28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참 만화였죠?
근데 지난회부터 좀 지지부진한 것 같아 좀 거시기 하더군요.
가영이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상태가 좀.
그래도 옥탑방 왕세자 보다는 아직 볼만 합디다.
왕세자는 벌써부터 제꼈지만.ㅋㅋ

아이리시스 2012-05-04 20:32   좋아요 0 | URL
처음에는 할 말은 똑 부러지게 하는 예쁜 여자아이더만 이사님은 왜 내치지를 못하는 걸까요?
옥탑방은 옥탑방만 이쁘고 이야기가 영 산으로 가서요.. 저도 제낀 거 동감! 근데 아직 못 제꼈어요ㅠㅠㅠㅠㅠ
<패션왕> 시작할 때부터 웹툰 보려고 했는데 웹툰이란 건 정말 시간이 남아야 보겠더라고요. 할 것도 많고 볼 것도 많아서ㅋㅋㅋ

stella.K 2012-05-06 12:00   좋아요 0 | URL
어유, 이 얼마만에 보는 아이님의 댓글입니까?
요즘 바쁘게 사시나봐요.^^

아이리시스 2012-05-06 23:45   좋아요 0 | URL
어유, 이 얼마만에 보는 스텔라님의 댓글입니까? 으하하^^
요즘 귀찮아서 쓰러져 있어요. 사는 게 귀찮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진 2012-04-28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 만화도 인기가 엄청났잖아요.
학교만 가면 애들입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것이 '패션왕'이었답니다.
저는 물론 만화도, 드라마도 보고있지는 않지만요.
저도 그림 잘그리는 사람이 너무 부러워요.
제 친구중에 그림에는 도가 틀정도로 잘그리는 친구 둘이 있는데 감탄을 합니다,볼때마다.
그에비해서 저는 글로 표현하는것도 미미하고ㅠㅠ

아이리시스 2012-05-04 20:37   좋아요 0 | URL
소이진님은 어려서 그런 것들이 화제가 되기도 하는군요! 인터넷 세상이 보급된 세상에서의 학창시절은 저의 학창시절과는 확실히 다를 것 같아요. 저는 그때도 드라마를 좋아했는데 그땐 그래도 방송사들 것 중에 하나만 보잖아요. 재방송 안해주면 다시보기 하기도 어렵고.. 어릴 때 본 게 로망처럼 오래오래 남아요. 세상은 그때와 많이 변했는데 감성이 간혹 그때에 머물러 있기도 해요.

그림 잘 그리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그려지기만 해도 좋겠어요. 푸하하. 우린 그저 글쓰기 연습이나 하자고요, 소이진님. 아니다, 소이진님은 아직 어린 꿈나무니까.. 희망을 줄게요. 누나처럼 되지 말고 잘 그리게 해주세요, 하나님,부처님,예수님,성모마리아님,알라신이시여..( '')

맥거핀 2012-04-29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글을 제대로 보기전에 사진만 보고, 아 이거는 애기 입맛과 어른 입맛에 대한 비교글이구나 생각했는데, 뭐 그런 건 아니군요. (저는 애기입맛이라 밑에 같은 찌개와 나물보다는 위와 같은 햄, 계란말이, 고기가 좋음..-_-) 근데, 쌀과 금 중에서 선택하는 건 너무 행복한 고민이 아닌가..뭐 이제훈과 유아인 사이에서의 고민이라도 그렇고요.^^;

아이리시스 2012-05-04 20:40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하하하하. 애기.. 우쭈쭈쭈.. 편하겠네요. 햄 굽고 계란말이하고 고기 볶고 이런 건 밑의 것보다는 쉬운데.. 히히히히히히히. 제가 햄/소시지/맛살을 못 먹거든요. 그.. 김밥 속에 든 코딱지만한 것도 맛이 느껴져서 뺄 정도. 나머지는 저도 다 좋아요!!!

아.......... 고민하고 싶어요. 어차피 이제 유아인도 50억 벌었거든요!!! 일주일 사이에 돈을 벌더라고요. 역시 자수성가한 싸장님이 짱^^

2012-04-29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4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신지 2012-04-29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효리의 말... '금'이 (재물, 능력)이라면 '쌀'을 가진 남자는 뭐죠? 저는 아이리시스님 글은. 처음에는 읽고나서 음 내가 지금 뭘 읽었지? 생각이 안 나서, 꼭 두 세 번 읽어보게 돼요;;;;;;

신지 2012-04-30 10:44   좋아요 0 | URL
좀전에 우연히 이효리가 나온 그 방송 재방송으로 보았습니다. ^^ 몰랐는데 이효리가 요즘 공개연애를 하는 모양이더군요. 쌀은 아마도 쌀만 있어도 행복한 남자? (아직도 정확히는 잘 모르겠는데)드라마도 그렇고 배경지식이 없어서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이효리에게 남자의 외모, 경제력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은, 제가 보기에는 당연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녀는 꾸민 듯한 모습이 아니어서 참 좋아보이더군요.

아이리시스 2012-05-04 20:55   좋아요 0 | URL
제가 늦게 와서 신지님이 힐링캠프를 보시게 했군요. 첫번째 댓글의 의미 알겠고요. 방송보고 느끼신 것에도 공감합니다. 두세 번 읽어보게 되는 건 좋은 의미에서여야 하는데, 아하하. 그렇잖아도 저도 '금'과 '쌀'에 대해 길게 생각해봤는데요. 둘 다 가진 좋은 분들도 많을 테니까 양분법으로 저렇게 말한 건 실수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벌기만 하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있잖아요. 버는 만큼 쓰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주위에 '돈돈돈' 하는 사람들 보면서 한 적이 많은데, 저는 그렇게 이해했더니 확 다가왔던 것 같아요. 결국 둘 다 가지고 있어야 행복해지는 건데.. 갑자기 제가 무슨 말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ㅋㅋㅋ 그런데 이효리가 옥탑방을 예쁘게 꾸밀 줄 아는 남자라서 멋지다고 한 건 무슨 뜻인지 조금 알겠더라고요.. 물론 좋은 사람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못 갖추고 늘 불평불만으로 사니까.. 그러지 말자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알라딘에서 우리가 대가없이 책 선물하고 위로하고 하는 건 '쌀'을 가진 거 맞죠?^^

2012-05-06 2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6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7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29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4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별족 2012-04-30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웹툰 '패션왕'은 전혀 다른 이야기예욤... 그건, 학원물이고 또, 음, 패션을 소재로 한 결투물???? ㅋㅋㅋ

아이리시스 2012-05-04 21:00   좋아요 0 | URL
별족님 안녕하세요. 아, 전혀 다른 이야기예요? 근데 왜 그게 원작이래요? 으하하. 아무래도 웹툰이 이런 멜로일 순 없지 않을까 저도 생각은 했는데요. 패션을 소재로 한 결투물이라니, 흥미로운데요. 이러다가 드라마 끝나고 시간 흘러서 보게 되는 건 아닌지.. 지금은 드라마에 한창 빠져있으니까요ㅋㅋㅋ

별족 2012-05-21 10:52   좋아요 0 | URL
유심히 보시면 그 웹툰이 원작,이라고 한번도 안 해요. 그 웹툰을 원작으로 삼은 다른 영화나 드라마가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아이리시스 2012-05-24 01:31   좋아요 0 | URL
그게..그 뭐지.. <메이의 집사>랑 비슷할까요? 그거 엄청 좋아하거든요. 드라마는 처음부터 제목만 같았나 봐요.. 처음에 어디서도 그런 말을 들은 적 없긴한데 사실 웹툰에는 별로 관심도 없어서 뭘 그걸로 드라마를 만드나 그랬던 기억이 나요, 별족님. 이제 그것도 끝나서 슬퍼요ㅠㅠㅠㅠ

2012-05-02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4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4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6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1 때 자우림 노래가사 중에 '엄마, 미안해요. 아무도 내 곁에 있어주지 않았어요. 아무런 잘못도 나는 하지 않았어요.' '사실은 난 더 살고 싶었어요. 이제는 날 좀 내버려두세요.' 하는 부분을 들으면 꼭 학교나 아파트 옥상 위에 한 번쯤 올라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꼭 누가 옥상 끄트머리 어디쯤에 서있을 것만 같은 느낌에. 낮에 학교에서 이어폰을 나눠끼고 함께 듣던 음악이 밤에 독서실에 갇힌 우리의 일상을 파먹고 있었다. 왜 우리는 이래야 할까. 나는 학생이었고,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내몰린 어떤 절망에 처한 아이의 절규를 생생히 상상하며 처음으로 죽음을 배웠다. 이전의 죽음이 추상적인 어떤 것이었다면 이후의 그것은 실체적 두려움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서점에서 너덜거리는 견본을 보고는 집에 와서 얼른 주문했는데, 내가 청개구리 뺨치게 웃긴 애라서, 웃기게도 서점가면 나는 어느 책의 글자 한 자도 제대로 읽지 못한다. 그날도 서점 갔는데 엄청나게 많은 책과 인파 속에 묻혀 한참을 앉아있다가 돌아왔다. 사서 들고 돌아올 힘도 나지 않아, 대충 이런 책이 있구나,하며 실물구경을 하고 왔는데, 이 책의 장르를 전혀 몰랐었던 거다. 받고나서 알았다. 아, 안 죽는 여자에 관한 얘기가 아니고, 불멸하는 세포 이야기였다. 실망했다. 뭘 기대한 거야. 진짜 20년 전에 묻고 온 엄마가 살아있다는 걸로 생각한 거야 뭐야.

 

헨리에타 랙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저자가 말했다. 그게 누군데. 그녀의 사진도 보고 그녀의 가족사진도 보고 그녀는 꽤 오래 전에 내가 사는 지상과는 결별한 사람이란 것도 알았다. 이 책은 이 여자가 남겨놓고 간 '헬라세포'를 둘러싼 온갖 것들을 풀어놓으면서 '생명윤리'와 '불멸하는 생명'을 말한다. 이 여자가 자궁경부암 판정으로 사망한 후, 동의 없이 추출된 '헬라세포'는 끊임없이 분열하는 암세포로서 그동안 소아마비 백신, 항암치료제, 에이즈치료제 개발은 물론, 파킨슨병 연구와 시험관 아기 탄생 등 생명공학과 의학 발전에 결정적 구실을 했다. 보통 세포의 분열은 유한한데, 이 세포의 분열은 영원해서 그녀는 죽어서도 영원히 죽지 못한 것. 그녀는 죽어서도 죽지 못하고 살아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빛이 되고 희망이 된 것. 나는 과학에는 별 흥미가 없는데 작년엔가 '서프라이즈'에도 나오고 이렇게 책으로도 나오고, 누군가의 몸에서 체취된 하나의 세포가 실험동물을 대신해서 이토록 큰 성과를 올리다니 신기하다. 가족들의 삶은 망가질 수밖에 없고, 고통을 겪었을텐데, 연구가 먼저인지, 생명에 대한 예의가 먼저인지 또 한번 답 없는 의문에 휩싸여서 고민. 하지만 희생이 없다면 또 어떻게 발전이 있을까. 연구할 사람은 연구하고, 지킬 사람은 지켜내고 그래야지.

 

 

 

 

 

 

 

 

 

 

 

 

 

 

 

 

 

이 책을 살 때 나는 사실상 '공감'이 아니라 '진화'에 방점을 찍어 샀다. 그런데 당연히 '공감'에 관한 책이다. 정확히 '공감'이 시대에 따라 진화해온 과정을 설명하는 책이다. 고고학 혹은 인류학 적으로 '공감'이 발전해온 길을 살피면 '우리'와 '타자'를 구분할 수 있는데, 이건 단지 석기시대 생존논리일 따름이라는 것. 오늘날에는 '우리'와 '타자'의 거리를 좁히는 것만이 '공감'하는 길이고,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문제점도 이 거리를 좁혀야만 해결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고 한다. 바로 이것이 공감이 진화하는 방향이라는 것이 요점인데, 왜 이렇게 내용이 많지? 물론, 공감하면 살아가기 쉽다. 하지만 반드시 공감해야만 하는가,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갈등'의 순기능을 나는 매력적으로 본다. '갈등'하는 상황 자체가 좋다는 건 아니고, 내가 감정이 휙휙 변하는 변화무쌍한 성향을 가진데다가 사는 게 무지하게 심심했기 때문에 늘 무슨 일이 일어나야 한다면서 사람을 슬슬, 자극한 건 아니고;; 내가 어딘가로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나를 둘러싼 주변상황을 재미있게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갈등'의 순기능은 그런 게 아니라 긴장감을 높이고 자극해서 상대를 발전하게 한다는 점에서 조직에서 꼭 필요한 것, 없으면 무기력해지는 것(늘 1등하는 사람은 남보기에는 몰라도 스스로 따분하듯이), 그러므로 발전이 없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공감'은 '갈등'의 순기능을 의도적으로 누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전혀 다른 문제일 수도 있고, 책은 이 둘을 대립관계로 보지 않는다), 일단 이 책이 말하는 것은 두루두루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공감'이 필요하고, 이 공감할 수 없는 이유와 공감해야 하는 이유의 사례들을 들고 있다. '우리'와 '타자'의 관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지구촌 사회에서 굉장히 동시다발적으로 상반된 이해관계를 불러올 수밖에 없으므로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거리를 좁히자,까지만이다. 황당무개하지만 '지구촌 전체를 1국가/1정부로 만들자'는 우스갯소리가 아주 턱없어 보이지도 않는다. 재밌겠다. 카다피는 아프리카 대륙을 통합해서 '왕=신'이 되려고 했다는데. 왜 관계를 나눌 수밖에 없는지, 나누어지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그 또한 중요하지만, 모든 이해관계가 자발적 공감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타성적 억압에 의해 수용되도록 강요된다면 그 반발은 더 심해지고 대립각은 예상할 수조차 없다.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 '공감'인지, '타인'을 '우리'로 끌고 오는 것이 '공감'인지 불명확하다.

 

나는 그저 이 책에서 말하는 '연결본능'이나 '개인주의의 종말' 파트가 반가울 뿐이다. 다만, '공감'이 오로지 개인영역 안에서 개개인의 정신작용으로만 일어나는 '동조화'일 뿐인지는 모르겠다. 인종/종교/지역/학연 등으로 '우리'와 '타인'을 발견/구분하는 일련의 예와 거기에서 벌어지는 문제점과 폐해, 무리의 본능과 자/타 구분 본능과 역사, 오늘날 '우리'의 재발견까지 이야기하는 이 책은 딱딱해 보이지만 흥미롭다. 하나 되기 위해 몸부림치며 쫓아내야 할 타의/다양성/자유는 어떻게 지킬 수 있는가,하는 것은 내 근심일 뿐. 둘을 조합하여 공통으로 가능한 '공감'이라면 더없이 좋겠지만 한 두군데 손 봐서 될 일이 아닌 이 모든 분야를 통합/재배치 하여 거대한 70억 인구를 하나의 지구로 만드는 프로젝트가 가능할지 궁금하다.

 

 

나는 '에쿠스'의 실수에 분노했고, 뭘 기대한 내가 바보인지(물론 과대확장한 결론이었으니;;), 법 없는 '범죄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건의 당연한 결과인지, 경찰의 부정부패인지 모르겠다. 하긴 어제 분노하고 오늘은 그런 내가 웃겨서ㅋㅋㅋ(강아지에게 미안한 건 미안한 거고, 고의가 아니라 실수라면(경찰이 조사 후 그렇게 말했으니) 사람을 먼저 감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

 

왜냐면 '공감'의 진화를 읽고 있으니까.

 

근데 이효리는 왜 폭풍악성댓글에 시달리는 걸까. 나도 악담은 지워야 할까;; 지우지 뭐.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진 2012-04-24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나도 서점가고 싶어요. 서점가서 책구경하고 책 냄새 맡으면서 정신줄을 놓고 싶어요.
물론 서점가서 책 읽는다는 건 말이 안되는(제 사전에) 일이긴 하지만요.
언제나 서울가면 교보문고가 필수코스 였는데 언젠가부터 안가기 시작했어요.
그 언젠가가 알라딘 입성이 이후인 것 같군요. 인터넷 서점에 맛들이기 시작했더니
이젠 문제집조차 실제 서점에 가서 사는것이 찝찝하지 말이에요 ㅋㅋ

아이리시스 2012-04-24 22:59   좋아요 0 | URL
나는 소이진님을 서점에서 만나고 싶어요. 오늘 아침에 잠을 좀 설쳤더니(광고전화요;; 벨소리가 스무번 울릴 때까지 들고 있어가지고 잠이 확;;) 졸려요. 소이진님은 요즘 야자하고 와요? 안 졸려요?
거기는 큰 서점이 없어요? 하나쯤은 있죠? 하긴 여기도 교보문고.. 말고 그만큼 큰 데가 있나.. 나는 사실 서점 잘 안가서 모르겠어요ㅋㅋㅋ

실제로 가서 사면 안 좋은 건 할인율이잖아요ㅋㅋㅋ 나는 들고 집에오기가 무서워서. 우리집이 좀 산골짜기(?)라서 버스 내리고 걸어서 한참 올라와야해서요. 아, 나 진짜 산골짜기 사는 사람 같네;;

이진 2012-04-24 23:0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야자하고 오지요. 졸리진...군요. 게다가 일요일에 돌밭을 실제로 돌밭을 좀 갈았더니 뒷다리와 어깨와 몸통이 쑤셔서 이틀째 피곤에 찌들어 있어요. 감기까지 재발하니 몸이 쓰러져서 으스러져도 모를지경이랍니다 ㅠㅠㅠ
큰 서점 없어요. 분식집 크기만한 서점이 있긴 해요. 그것도 문제집위주라 신간 몇권 정도는 따로 코너를 만들어 있더군요 저기 구석에요 ㅎㅎㅎ 그런데 읽고싶은 책은 이미 다 인터넷으로 사놓은 터라 입맛은 안다셔요. 새로운 책 보는 재미로 가는 게 서점인데 저한테는, 시골에서는 그런 재미를 느낄수가 없네요 ㅠ

아이리시스 2012-04-24 23:07   좋아요 0 | URL
맞네, 부산에 와요. 누나랑 서점에서 하루종일 책 읽어요. 얼른 커서 대학가면요.호호호. 같이 다니면 누나 아니고 이모겠지만. 우리 몇 살 차이지? 아.. 내 입으로 굳이..안해도 되겠군;;

돌밭 가는 거 뭔지 알 것 같아요. 일찍 자요. 감기 또 오면 누나가 배즙/유자차/매실액기스 보내줄 수 있는데. 뭐가 먹고 싶어요? 난 저거 셋 다 죽기 직전에만 먹어요. 싫어해요-_-;;

이진 2012-04-24 23:18   좋아요 0 | URL
어, 배즙하고 유자차를 싫어해요 누나? 저도 매실액기스는 좋지 않은 뒷맛 때문에 선호하진 않지만 따뜻한 물에 푼 유자차는 너무 좋아해요. 집에 여자가 없게 된 후로는 한 번도 맛을 보지 못했지만요.

아니에요 ㅎㅎㅎㅎ 아마 삼촌과 여조카로 볼 사람들도 더러 있을거여요 ㅎㅎ

아이리시스 2012-04-24 23:33   좋아요 0 | URL
아..아무것도 안 싫어하는구나! 그러면 주문하든지 집에 있는 거 싸든지 해서 보내줄게요. 매실액기스 저거는 우리집에 병으로 몇 개나.. 매년 담그니까.. 나는요, 싫어한다기 보다는 밥 빼고 뭐 잘 안 먹어요. 막 맛있지는 않더라고요ㅋㅋㅋ 초딩입맛ㅋ 굳.이. 안 먹는거죠! 감기 걸려서 골골거리면 엄마가 들이대서 어쩔 수 없이 안 죽을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이제 <패션왕> 보러가요, 얼른 자고 내일 봐요, 소이진님^^
떽!!! 누나 놀리나!!! 여조카라니;;

맥거핀 2012-04-24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 대화가 무슨 드라마의 한 장면 같은데..요새 그런 드라마 많잖아요. 연하남과의 뭐 어떤...이제 누나라고 부르지마..뭐 그런거.ㅎ (방금 공감의 진화에 대한 글을 읽었으니, 공감해야죠..암...)

아이리시스 2012-04-27 01:18   좋아요 0 | URL
근데 있잖아요, 저는 다른 별에 살고 밍기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이진님이 한 스무살쯤 되면 갈 지도 모르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연하남자에 대한 환상이 없는데. 동생도 터울이 좀 나서 그런지 모르겠어요.
이제 누나라고 부르지마! 그런 게 해보고 싶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4-25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어제는 문을 모두 열어 놓아도 덥더니, 오늘은 조그만 문틈에서 찬 바람이 들어오네요. 이건 뭐...
서점 가고 싶다....
이런 비 오는 날은 말이예요. 아니, 도서관이 더 나을지도. 그런데 도서관은 오래 앉아 있음 춥고, 왠지 서점에선 집중해서 책이 읽혀지지 않더라구요.게다가 우리 동네 서점은 진짜....ㅎㅎㅎ

이제 나가야 하는데 왜 이렇게 귀찮은거죠? 아직 머리도 안 감았어요.ㅎㅎ
좋은 하루 보내요!!

아이리시스 2012-04-27 01:21   좋아요 0 | URL
저도저도 현맘님이랑 서점 갈래요ㅋ 서점에서는 못 읽겠고 도서관이 좋은 것 같기는 해요.
아님 한 권 사서 따뜻한 공원 벤치요~^^ 그런데 대한민국 직장인에게 그럴 여유가 없으니까요..ㅠㅠ

어디 맨날 가시는 거예요!!! 좋은 데 가시는 거예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4-27 10:16   좋아요 0 | URL
좋은데 가긴요...맨날 맨날 예쁜 옷 입고 멋진데 가면 좋겠지만...ㅎㅎㅎ
아이 운동회, 학부모 모임, 독서 스터디, 도서관, 마트...이런데예요..ㅎㅎㅎ

Shining 2012-04-2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맥거핀님 말씀처럼 두 분 대화가 재밌네요ㅋㅋ 소이진님은 좋겠다, 아이님이 배즙/유자차/매실도 보내주고+_+
그나저나 아이님은 언제 책 읽고 영화 보고 다 해요? 정말 신기해신기해+_+

아이리시스 2012-04-27 01:23   좋아요 0 | URL
아직 안 보냈으니까 좋을 것도 없는데..나 왜 저랬대요..( '') 내가 얼마나 게으른데..ㅠㅠ
그럴리가요, 영화는 토요일 오후 혼자 멜로영화 이후로 안봤고, 책은 좀 노력해도 낮에는 못 읽는 편이에요. 시간이.. 그리고 날이 좋으니까요^^ 저는 굳이 얘기하면 밤에 읽는 편이에요.
그런데 독서량은 샤이닝님이 훨씬 더 신기하고 대단해요. 안 읽은 책이 없잖아요^^

댈러웨이 2012-04-25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번째 책 소개, '이 사실을 알고 난 뒤에 가족들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까?'를 보고 급 궁금해졌어요. 유튜브로도 찾아봤는데 흥미있겠어요. 두 번째 책(저도 진화,에 방점을 찍고 싶은데...)도 그렇고 이런 책들 좀 읽어야하는데, 일단은, 눈으로만 고맙게 담아가요.

>>>아, 안 죽는 여자에 관한 얘기가 아니고, 불멸하는 세포 이야기였다. 실망했다. 뭘 기대한 거야.>>> 그죠, 저도 책방에서는 책 내용 눈에 안들어와요. ^^

아이리시스 2012-04-27 01:27   좋아요 0 | URL
재밌더라고요. 세포 이야기. 분열된 세포 무게만 살아있을 때 여자 몸무게 500배라고 하는데 너무 신기해서요.. 장르는 좀 조절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서요.. 노력하는데 책은 아무리 읽어도 항상 모자란 느낌이 들어요^^

정말 저는 책을 찾지도 못하고 방황하다 돌아와요.히히히. 오늘 더블린에 있는 친구한테 엽서와서요.. 댈러웨이님 더 생각났어요. 그곳도 봄이 왔나 싶어서 막 설레더라고요.히히히^^
 
Norah Jones - ...Little Broken Hearts
노라 존스 (Norah Jones) 노래 / 이엠아이(EMI)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Sunrise'와 'What am I to you'는 내게 국보급. 악보가 어딨는지 모르겠는데 피아노 치면서 흉내내려고 했다. 체르니 100번,30번 친 동생은 피아노를 전혀 못치는데 나는 40번,50번도 뗐기 때문에 까먹은 상태는 아니라서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피아노는 가능하나 노래를 못-_-해서 첫 번째 좌절. 두 곡은 몇 년 동안 자장가였고, 'Young Blood'는 여전히 벨소리인데다가, 'Sinkin' Soon'을 듣다보면 반드시 레이 찰스 앨범도 듣게 되는데, 그럼 그날 밤 잠은 완전히 설치게 된다. 이건 부활하고는 또 다른 이유로. 자꾸 찾게 되는 무의식이 취향과 관심, 애정을 반영하는 거라면, 그녀의 정규앨범들을 얼마나 닳도록 듣고 또 들었는지 모른다. 나는 완전, 엄청, 많이, 노라 존스를 좋아한다. 물론, 그녀만 좋아하는 건 아니다. 함께 줄세울 엄청난 수의 다른 뮤지션들이 있다. 좋아하거나 좋아하고 있는 건 언제나 문어발로 존재한다. 동시다발적으로 이유 없이.

 

처음부터 노라 존스는 바르게 안착했다. 첫 앨범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면서, 대중적이지만 듣는 대중 개개인에게는 특별하게 느껴지는 어떤 지점을 개척했다. 혼자 좋아하면서 분위기 잡고 싶지만 굉장히 많은 이들이 은밀하게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이 때로 절망스러울 만큼. 노라 존스가 누구에게나 친근한 뮤지션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못됐다. 취향을 나누는 성격도 아닌데다가, 그런 의지가 별로 없다. 실제로 재잘재잘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걸 얘기하는 사람은 J 뿐이다. 함부로 재단하지도, 맞장구치지도 않지만 든든한 힘이 되는 유일한 가족 아닌 가족. 다들 아는 분야, 읽은 책, 들어본 음악에 숟가락 하나 더 못 얹어서 난린데 얘는 그런 게 없다. 늘 헬스장 뛰어다니고 드라이브 하는 것 같은데 책은 언제 읽는지, 말하면 다 알아듣는다. 우리는 닮아간다. 정확히는 내가 닮고 싶다. 늘 머리 보다 가슴이 먼저 뛰어나가는 얘를. 글을 쓰려면 가장 먼저 나를 견뎌야 하는데(그럴 경우 타인은 보이지도 않는다), 생각보다 말이 먼저 튀어나가려고할 때면 동갑내기 남자친구의 진중함은 늘 나를 붙잡는다. 나를 부여잡은 적이 많았다. 나는 늘 아무 것도 아니니까.

 

시도때도 없이 떠나고 싶어하는 것, 도착해서 짐을 풀 때부터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은 <비밀과 거짓말>을 쓰고나서 은희경 작가가 애기했던 '역마살'인데 나는 그건가. 여튼 뭔가 궤도에 올리면 울궈먹는 대신 제자리로 돌리고 싶은 충동이 든다. 소설가에게는 역마살이 낯설지 않아 보인다. 없는 인물을 끄집어내어 살붙이고 숨결 불어넣고 사랑하고 애증하다 언젠가 보내야 하는데, 그걸 보통의 감정을 가진 사람이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지식이 모자라면 책을 더 읽거나 공부를 더하면 되는데, 공감력이나 감성이 모자라면 바닥을 치는 느낌이 든다. 소설을 쓰는 일은 비로소 이성과 감성과 공감력을 비롯한 모든 감정이 일반인을 넘어서야 가능하다고 느낀다. 가식이 아니라 뼈저리는 고통으로 느껴야 한다고. 그래서 오늘도 탐색한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노라 존스는 있어야 할 자리를 넘어선 어느 곳에 존재하는 것 같다.

 

사실 잡식성이고 딱히 취향이랄 것도 없어서 재즈에 대해 모른다(음악잡지 재즈피플을 몇 달 받아보면서 알았다, 도무지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차라리 클래식이 쉬웠다). 두 번째 좌절. 굳이 비교하면 나는, 재즈 < 컨트리,인데 그래서 노라 존스 < 올리비아 뉴튼 존,이다. 제이슨 므라즈는 두 장르 모두를 넘나들지만 그의 곡들은 한국사람 정서에 유난히 잘 맞아 떨어지는 듯하니, 싫어하는 것보다 좋아하기가 쉽고, 좋아하는 사람 찾기보다 싫어하는 사람 찾기가 더 쉽고, 싫어한다고 하면 모두 확 달려들어 공격해올 태세. 참고로, 나는 안 싫어한다. 좋다. 부산 콘서트. 라이센스 공연은 예전에 갔던 스위트 박스 이후로 관심이 없어져버렸다. 비싼 돈 들여 공연 갔다가 얄궂은 일로 죽어라 싸워서 헤어질 뻔;;(갑자기 이게 왜..)해서 안 좋은 기억이 있다. 어쨌든 제이슨 므라즈의 새 앨범 월드투어 첫 스타트가 부산이란 게 신기하고, Cirque Du Soleil(태양의 서커스)를 동경하던 언젠가처럼 아련해진다. 좋겠다, 가수는. 좋아하는 노래 부르며 온 세계 도시들을 누빌 수 있다니. 그래도 본분을 잊지 말아야지. 나는 지금 노라 존스 새 앨범에 리뷰를 덧붙이고 있다.

 

얼마 전 맛보기로 싱글이 발매되었다. 'Happy Pills'는 여전히 상큼하고 부드럽고 강했지만, 그동안 귀가 예전 곡들에 적응했는지 쉽게 마음으로 듣지 못하다가 얼마 전에 가능해졌다. 비슷하면서도 매번 미묘하게 달라지는 곡들의 느낌이 나를 나이먹게 한다. 이게 3월이었나, 어쨌든 그러면서 잊었는데, 무언가를 기다리고 기대하는 건 참을 수 없는 충동이다보니, 우연히 앨범을 구하게 돼서 들을 수 있을 때 얼른 들었다. 처음부터 귀에 확 꽂히지는 않았다. 가사의 뜻이 귀에 들어오지 않으니 감동이 한걸음 늦게 도착하는 건 당연하다. 여느 때처럼 오래 말리는 마음의 느낌으로 한 곡씩 마음에 넣었다. 다음 앨범이 나올 때까지는 또 이 곡들로 살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그녀가 어떤 노래를 부르든 상관 없었다.

 

노라 존스를 좋아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피아노' 때문인데, 우연찮게 [Live in Paris] 앨범을 듣다가(다이애나 크롤도 파리 라이브 앨범 있는데! 그것과 달리 노라 존스의 이건 해외앨범인 것 같다)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모든 곡들이 다가오는 걸 보고 놀랐다. 편곡의 힘에 대해 모르는 바도 아니고, 라이브의 현장성도 물론이고, 새삼 감탄하다가 역시, 좋겠다, 가수는. 으로 귀결. 사실은 가수가 아니라 싱어송'라이터'가 부러운 거지만. 전에 데이트 하던 날, 걔 성격 답게 말 꺼내자마자 114에 묻고 서면 뒤져서 '애플스토어' 가서 아이팟 충전기 사왔다. 2만원 생각하고 갔다가 4만원이래서 잠시 놀랐지만, 전화를 몇 번이나 한데다가, 어차피 없으면 안되고, 안사고 나갈 분위기도 아니고,해서 샀다. 산 건 잘 한 일이었지만 4만원 충전기+USB잭이 불안하게 덜렁거리는 걸 보면서는 좀 무서웠다. 기존고장도 그래서 났는데, 원래 쉽게 고장나도록 만들어 놨던 거군, 하면서 애플 씹다가 그냥 잊었다. 며칠 지나니까 역시 돈이 좋아,이러면서 아이팟으로 밤마다 <패션왕> 무한반복과 각종 영화들 섭렵을...( '') 자연히 노트북은 자료 옮길 때만 쓰고, 그즈음 엄청나게 인문서를 사모으고, 다 읽기 전에는 절대 인터넷을 쳐다보지도 않겠다,는 어이없는 결심으로 무장한 다음, <데인저러스 메소드>를 보고는 이제 프로이트와 융을 읽겠다며 책장을 다 뒤져서 엉망으로 만드는 만행을 저질렀다.

 

군데군데 파전과 부추전을 굽고, 돼지고기 엄청나게 넣어서 보글보글 매운 김치찌개도 끓이고, 두부랑 호박 숑숑 썰어서 구수한 된장찌개도 끓이고, 양념소고기를 엄청나게 볶아서 상추쌈을... 먹긴 했다. 먹고 살아야 해서. 노라 존스와 상추쌈은 좀 아닌 것 같지만, 노라 존스는 충분히 갖다 붙이는 대로 간다니까! 무거우면서도 가볍고, 발랄하면서도 진중하고, 격동적이면서도 나른하고, 슬프면서도 달콤하다. 이건 틀렸다. 슬픈 거랑 달콤한 건 반대말이 아니니까. 그래도 맞다. 낮을 슬퍼하면서 밤에만 피어나는 장미 같다. 노라 존스를 들으면서 생각도 안 나는 많은 악기들을 배워볼 생각을 했다. 처음 'Sunrise'를 듣게 된 건 누가 피아노 치며 그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었는데, 여성스러우면서도 그렇게 강해 보이는 거다. 연약할 때 연약하고 강할 때 강해서 사랑받는다. 강약을 잘 알아야 지루한 사람이 되지 않는다. 노라 존스는 그런 여자처럼 노래하고, 그녀의 여성성에 환상을 품게 한다. 부드럽고 강인하고 희미한 첫사랑의 느낌. 그녀를 보며 늘 피아노 치던 어떤 여자를 떠올렸다. 내가 연주하는 피아노에만 관심이 있던 내가 드디어 피아노 연주하는 타인에게로 눈을 돌린 거였다.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한 기분이었다. 노라 존스가 있는 한, 그 세계는 오래도록 끝나지 않을 것이다.

 

p.s. 내가 딱 보편적 취향이다 싶은 게, 매번 '미는 곡'이 좋다. '숨겨진 곡'이나 '끼워진 곡'은 잘 모르겠다. 그래서 특이하다는 말이나 욕도 안듣고 이러고 대충 사는 거겠지,싶어서 세 번째 좌절. 이번 앨범자켓은 이전보다 더 예쁘다. 통에 든 포스터도 저 자켓사진인지는 모르겠지만 욕실 문 앞에 붙이면 욕실이 환해질 것 같아서 내 방 말고 욕실 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8) 먼댓글(1)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달라진 노라 존스, Happy Pills 들으면서
    from A Month in the Country 2012-05-13 10:48 
    일요일 아침 노라 존스 신보 'Happy Pills' 라이브 무대 녹음 동영상 보면서 들으면서 시작한다. 내가 알던 노라 존스가 확 달라졌다. 맛보기 동영상만 있어서 얼마간 곡에만 취해 있었는데, 오, 그녀, 이제보니 외모까지 달라졌다. 그러나 어쨌든 더 좋다. 신선해서 다 좋다. 바람 을씨년스럽게 불어대는 오늘은 집에만 있고 싶은데, 꽃 들고 사뿐사뿐, 외출이다.
 
 
맥거핀 2012-04-22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제이슨 므라즈가 내한하는군요. 어제 보니 가가도 왔던데..노라 존스도 몇 번 한국에 온적있지 않나요? 옛날에는 저도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오면 막 가고 이랬는데, 이젠 왠지 좀 시큰둥. 그래도 매닉스가 한국오면 가봐야지 생각은 하고 있어요. 빚내서라도 가야지.

아이리시스 2012-04-22 22:18   좋아요 0 | URL
아, 맥거핀님은 서울 사시죠? 여기 부산에서는 그런 거 오면 많이 신기해요. 가수들이 연말마다 일부러 부산 내려와 지방공연하는 것도 그렇고요. 저는 미술전시회가 더 취향..인 것 같아요. 사실 좋아하는 것과 공연가는 건 좀 다르잖아요. 노라 존스가 좋지만 굳이 공연가서 손 흔들며 듣고싶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많이 왔을 걸요. 이거 어제(그제?) 쓴 건데, 간만에 검색해봤더니 많이 왔었더라고요. 이젠 왠지 좀 시큰둥222. 저도 가고 싶은 공연은 몇 개 있는데 빚내서 가고 싶을만큼 음악팬은 아닌 것 같아요. 어릴 때도 가수들 좋아했지만 보러 뛰어다닌 적은 없고. 저는 대체로 얌전하게 좋아했어요.

갑자기 빚내서라도 간절한 무엇이 있다는 게 부럽네요. 요즘 좀 다 재미없는 것 같아서요..

이진 2012-04-22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나도 알라디너 분들의 음악가 사랑에 동참해보고 싶어요. 얼마전 다락방님이신가 누노의 팬이시라며 글을 올리셨는데 아이님은 노라 존스! ... 두 분다 처음들어보는 사람들이라 안타까움의 눈물을. 그래도 노라 존스 한번 들어보고 싶은걸요. 팝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밖에 안들었는데... 일단 재즈. 흠

아이리시스 2012-04-24 16:06   좋아요 0 | URL
응. 소이진님은 처음 들어보니까 다락방님이 소개하시는 노래도 듣고, 제가 소개하는 노래도 듣고! 그러면 얼마 지나지않아 누나 나이 되어야 아는 것을 빠르게 어린 나이에 모두 습득^^

근데 날씨 왜이렇게 더운 거예요...갑자기... 힘빠지게!!!

댈러웨이 2012-04-23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우, 아이리시스님, 저 지금 무척 흥분했어요. 새 앨범 곡들 찾아서 듣고 있는데, 너무 좋아서. 이거 노라 존스 맞아요? 1. 곡이 완전히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은 뭐죠? say good bye 같은 곡. 2. 앨범 사진, 여지껏 보아 온 노라 존스 이미지 중 가장 섹시한걸요.

3집 딜럭스 판으로 달랑 한 장 가지고 있는데, 그러니까 sinkin soon이 있는 앨범(^^), 노라 존스는 음색이 무난하다고 해야할까 격하게 애정하지는 않았었거든요. 근데, 갑자기 격해지네요. ㅎㅎ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My blueberry night에서 주드 로와 그녀는 참 이뻤어요. 그런 거 따라하고 싶어지쟎아요. ^^

아이리시스 2012-04-24 16:0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우리(?)는 앨범이 나오면 반드시 구매를..( '') 난 뭐 내 저작권주장 그런 것도 못하겠어요.(아..너무 솔직한가..) 대체 내가 나오지도 않은 판을 어떻게 구한 건가 싶은 생각까지 든다니까요. 그것도 우연히...

이 댓글 보고 다시 들어봤는데 say good bye 정말 그러네요. 섹시해요. 저는 나른한 목소리에 언뜻 섹시함이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이 곡은 정말 그러네요. 격하게 애정 다시 한 번 하는 중이에요.하하.
뭐니뭐니해도 마이 블루베리 나이트 짱!!! 그런 거요? 키스각도?ㅋㅋㅋ

비로그인 2012-04-23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리시스님, 저는 그런 공식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노라존스=돈노와이.
이 글을 보니까 공식을 조금 확장하고 싶어지네요 ㅎㅎ

아이리시스 2012-04-24 16:11   좋아요 0 | URL
나도 노라존스=돈노와이. 동감!
나는 공식 좀 확장했어요. 수다쟁이님도 해봐요. 그리고 한영애말고 또 추천해줘요!
나윤선하고 오지은은 원래 좋아하는데 한영애 좋더라고요^^
(나한테 추천하진 않았으나 내가 읽으면 나는 내가 추천 받은 거 같아가지고 막 신나서 들어봐요)
 
브루스터플레이스의 여자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7
글로리아 네일러 지음, 이소영 옮김 / 민음사 / 200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토니 모리슨, 앨리스 워커를 잇는 미국 흑인여성작가. 그녀는 자신을 소개하는 이 짧은 문장이 맘에 들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실제로도 토니 모리슨의 <가장 푸른 눈>을 읽고 영감 받아 이 소설을 썼다고 하니, 이 평가는 넘치는 것도 모자란 것도 아닐 것이다. '미국흑인'이나 '여자들', '페미니즘'에 꽂힌 건 아니고, '옴니버스 형식으로 촘촘히'에서 내가 좋아하는 미드 <멜로즈 플레이스>를 떠올렸다. 시즌1로 막내린 미스터리 형식의 멜로인데, 흑인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다만 멜로즈 플레이스라는 펜트하우스에 세들어 사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화음의 변주곡이라는 점에서만 닮았다. 세입자들은 각자 비밀을 갖고, 사랑과 우정, 배신과 질투를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삶은 평범한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다. 멜로즈 플레이스의 마당에 있는 수영장에서 주인여자가 시체로 떠오르지만 않았다면. 이 죽음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세입자들의 삶을 조명하는 미스터리 구조다. 옴니버스라기에는 뭣하지만, 같은 장소의 공동체적삶을 묘사해내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리고 이 책은 참 따뜻하면서도 무엇보다 쉽게 읽히고 재밌다.

 

토니 모리슨은 원래 몇 권 갖고 있어서 앨리스 워커와 글로리아 네일러를 함께 사들였다. 이들은 흑인이지만 미국에서 태어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태생이든 문학의 주제든 인종학적으로든 문화적으로든 비슷한 선에 존재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는 이제 내 것이라는 생각에 들떠서 저지른 주문이었다. 한동안 누구의 아픔에도 발 담그기 싫은 무료함이 계속되긴 했어도, 브루스터플레이스에 옹기종기 모여사는 여자들의 인생은 나를 실망시키지도, 들뜨게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담담하게 마지막까지 응시한 나는 마음으로만 오래도록 그녀들의 거칠 것 없는 행복을 빌었다. 누구나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는 명제를 상기하면서. 살아가는 일은 대상불문하고 누구나 신파가 아닐까 싶어서 짧은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흑인여자 일곱. 이들은 모두 과거나 현재에 내면의 상처, 한정된 상황, 흑인이라는 인종 안에 갇혀 부당한 어떤 일들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이들이다. 고정된 세상의 시선에 맞서 싸우는 여자가 있는 반면, 그저 살아가는 여자도,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체념하는 여자도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그녀들에게 잘못을 물을 수는 없다. 하나 더 공통점을 찾자면 어떠한 연유로 이곳, 브루스터에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기억을 통한 시간의 흐름은 마치 용해된 유리와도 같아서 분명하지 않다가도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구체화할 수 있다. 3년이란 세월이 한 번의 대화, 한 번의 눈길, 한 번의 고통 속으로 녹아들어 갈 수 있다. 또한 한 번의 정신적 고통이 산산이 부서져 3년이란 세월에 고루 뿌려질 수도 있다. 시간은 말이 없고 아리송하여 단번에 나락으로 떨어지지도 않고 날마다 조금씩 사라지지도 않는다. 한평생이 거품처럼 사람을 현혹시키는 투명한 파도를 타고 흘러가다가 이따금 기대하지 않았을 때 제멋대로 의식 위로 튀어 올라 물보라는 일으키는 한편으로 시간은 소용돌이치며 사람의 마음속으로 유유히 흘러간다. (p.70)

 

매티는 사탕수수 내음이 온 초원을 가득 채우는 고향에서 부모님과 살았다. 아버지는 교인에 아주 엄격한 분이어서 딸의 안전을 위해 많은 것을 금지시키며 키웠다. 집집마다 넘치는 일거리를 도와주기 위해 와있던 일꾼 부치와 걷다가 의도하지 않게 그에게 남자 냄새를 맡게된 건 울퉁불퉁한 그의 팔근육과 사탕수수를 쳐내는 화려한 칼놀림이 아니라 푸른 초원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전해준 사탕수수 내음 때문이었다. 그녀는 미혼모가 되었고, 아버지는 용서하지 않았다. 죄인처럼 고향을 떠나 아들 바질을 낳았고, 아무도 받아주는 곳 없이 떠돌다가 아무 대가 없이 자기와 아들을 받아준 미스 이바 할머니를 만나, 할머니 손녀 시엘까지 넷이 한 집에서 산다. 20대에 미혼모가 된 그녀는 장장 30년을 이 집에서 보낸다. 아들 바질을 물고 빨고 감쌌던 매티의 母情의 끝은 결코,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바질의 엇나감과 나약함을 부르기도 했던 것이다.

 

매끄러운 길

청명한 날

그런데 나는 무엇 때문에 홀로

이 길을 여행하고 있는가

얼마나 기인한가

사랑이라는 길이 그토록 쉽다니

저 앞에 우회 도로가 있는 걸까? (pp.132-133)

 

본격적 이야기는 느즈막히 브루스터로 오게 된 매티와 한때 매티가 고향을 떠났을 때 함께 지내다가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인해 헤어졌던 에타가 매티가 있는 곳으로 오면서 시작한다. 옴니버스 식이라 일곱 명의 흑인여자들의 삶을 조명하고는 있어도 그녀들의 이야기는 연대의 힘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자신의 매력을 잘 아는 에타는 남자에게 기대 한평생 편안하게 살아간다. 남자들을 탐색하여 사랑을 빙자하지만 개중에는 정말로 사랑한, 사랑받은 남자들도 있었다. 그 순간이 지나치게 짧고 마지막은 항상 보잘 것 없었다는 사실만 빼면. 착실한 신도인 매티를 따라나섰다가 교회에 출장예배 나온 우즈 목사와 서로, 감정의 교란을 벌인다. 에타는 그가 자기 목적을 모르는 줄로 알지만 우즈는 그녀의 생각보다 훨씬 더 영특하다. 이 능숙한 게임은 보는 나마저 아릿하게 한다. 이 여자들에게는 어째서 하나같이 편리한 삶이란 없는가 하고. 그녀의 사랑은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룻밤의 정사는 사랑으로 시작되지 못한 관계를 반영하는 벌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키스와나는 흑인계 중에서도 꽤 안정적인 삶을 일군 부모님 품을 떠나 브루스터로 왔다. 아프리카계 이름으로 바꾸고, 허름한 아파트에 살면서 어떻게 하면 브루스터 주민들과 연합하여, 흑인에게만 유독 가혹한 많은 상황들을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오랜만에 찾아온 엄마의 잔소리가 달갑지 않지만 키스와나는 그것 또한 사랑에서 나온 거란 걸 안다. 엄마는 딸이 부모님 그늘에서 편히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일궈내겠다는 '혁명'의 동기가 보잘 것 없다거나 중요치 않다고 여긴다. 한편, 말다툼은 본질을 벗어나 바깥 궤도를 공전하지만, 그녀들은 결국 서로를 이해하거나 가만 두게 될 것이다. 엄마와 딸이니까. 매티를 처음 받아줬던 미스 이바의 손녀 시엘은 집을 들락날락하는 남편 대신 홀로 딸을 키우다시피 한다. 시엘의 남편 유진은 매티 또한 달가워하지 않으며 뱃속에 든 아이를 부정하기까지 하다가, 어느 날 일자리를 얻어 다른 도시로 가겠다고 선언한다. 남편을 붙잡으려는 시엘의 간곡함과 그녀를 뿌리치는 남편의 실랑이가 반복되는 동안, 방치되어있던 어린 딸은 감전되어 죽었다. 딸의 장례식 후, 처음에는 울부짖지도 못하던 시엘은 따스함이 남아있는 브루스터의 여자들틈에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응어리진 마음을 토해낸다. 그녀의 슬픔과 아픔을 가장 가까이에서 받아내는 단 한 사람은 역시, 매티 뿐이다.

 

코라는 어릴 적부터 인형을 좋아했다. 열세살이 넘도록 크리스마스 선물로 인형만 찾아대서 부모님의 걱정은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인형이 아니라 진짜 아기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그녀에게는 아빠가 다른 아이들이 여럿 생긴다. 열여덟 즈음부터 낳은 아이들은 커갈 수록 도로 뱃속으로 넣고 싶은 충동마저 느끼게 하는데, 그녀를 찾아온 키스와나가 남자친구가 책임자인 <한 여름밤의 꿈> 공연을 보러 오라고 제안한다. 그날밤, 코라와 아이들 모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요한 세상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들의 삶은, 이전과도 이후와도 다를 것이다. 언제인지도 모르게 두 여자가 브루스터로 들어온다. 소리소문도 없이 마을 주민이 된 테레사 로레인을 사람들은 레즈비언으로 오해하고, 키스와나 주재 하에 열린 회의 차 모인 자리에서 주민 소피와 에타의 비난 섞인 다툼에 의해 크게 상처 입는다. 그녀를 위로하는 건 브루스터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중년남자 벤이다. 그는 로레인을 보며 자신의 딸을 떠올린다. 벤의 사연은 앞선 모든 슬픔을 압도할 만큼 마술적이고 환상적이다. 과거의 일과 상상 속의 일이 뒤섞여 설명되는 벤과 아내, 딸은 평범한 가정이 사소한 일로 어떻게 산산조각날 수 있는 지를 보여준다. 이어지는 로레인과 벤의 불행은 우연히 일어난 슬픈 비극이어서 마음이 아팠다.

 

2008년은 미합중국의 대전환의 해였다. 미국 정치사상 최초로, '백인'이 아닌 버락 후세인 오바마가 제44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지금까지와는 매우 다른 미래의 시작이다. 미국은 유럽의 백인들이 16세기부터 몰려와 토착 미국인(이른바 인디언)들을 멸절, 희생시키고 아프리카에서 강제로 데려온 흑인들을 노예로 부리면서 만든 나라다. '노예'로 시작된 흑인들의 위상은 '검둥이'와 '흑인'을 지나 1980년대부터 시작된 '정치적 정의'에 따라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이르렀다. 토착 인디언을 제외하면 미국 역사상 가장 착취되고 억압되고 차별됐던 미국 흑인들의 지위가 날로 새로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p.342)

 

브루스터로 몰려든 흑인들 중 특히 여자들의 삶을 조명한 '소수자 담론'이자 '타자의 서사'라고 옮긴이가 덧붙인다. 각자 사연은 다르지만 그 속에 든 아픔은 미국흑인으로서 겪어야 했던 가난, 차별, 가족해체 같은 것들이다. 흑인여성들이 겪는 고통은 인종과 성, 두 가지 차별이 복합화되어 더욱 부조리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백인이 사는 거리와 벽 하나의 차이를 두고 형성된 브루스터, 일곱 명의 여자들에 대한 사연이 끝나고 덧붙여지는 마지막 장의 '구역 파티'에서도 여전히 그들은 이 안에서조차 하나가 될 수 없다. 타자의 시선에 의해 억눌린 감정이 비슷한 위치의 이웃들에게 화살처럼 튕겨져 나가는 것이다. 이들의 협동체를 구상하고 실현하려는 중심에 일곱 명 중의 한 명인 키스와나가 있고, 오랫동안 마을에 살며 모든 이들을 오랫동안 지켜보며 실제로 大母같은 역할을 해내는 매티가 있다. 그들이 바꾸려는 평등의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백인 집주인이 터무니없이 올려달라는 월세에도 개인적으로는 저항하지 못할 만큼 주눅들어 있거나 힘이 없다. 단결이 힘이건만, 여자들은 여전히 이웃과 으르릉 거린다. 후반부, 브루스터의 벽이 무너져내리는 장면으로 끝나는 것은, 흑인과 단절되어 있던 세계와의 화합 혹은 소통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소 모호하지만, 그들의 도전이 실패한 것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

 

첫 술에 배부르랴, 의아해하면서도 한 번 힘을 모아본 이들은 다음 번에 더욱 필사적으로 힘을 모을 것이고, 다다음에는 비로소 같은 슬픔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고, 다다다음에는 서로의 불신을 완전히 깨고나와 불의에 대항할 것이고, 이후에는 완전히 그들만의 자리를 찾을 것이다. 언제나 흑인들의 요구는 누군가의 자리를 빼앗겠다는 것이 아니라, 조금만 자신들의 자리를 내어달라는 것이었다. 네일러는 그 과정을 특히 '여자들'을 주인공으로 아주 드라마틱하게 잘 그려놓았고, 이 소설은 단지 흑인 틈에서가 아니라, 백인들과 맞물려 상대적으로는 더 가혹한 차별을 받으며 살아가는 미국 흑인 여성들의 의지와 인내로 빚어진 삶에 대해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가 처절하게 묘사하면서도 절망스럽지 않다. 오히려 아주 희망적이다. 그래서인지, 막막하긴 하지만 아주 기분이 좋다. 나아가야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생겨난다. 따뜻한 힘을 주는, 바닥에서 시작하지만 아주 발랄한 시작이다. 갑오개혁으로 법제적 신분제가 폐지되고 완전한 노비해방이 되었으나 실제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못했던 것처럼, 흑인 대통령이 나오고 신자유주의 물결로 온 세계가 휩싸여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있기 마련이다. 1982년에 발표된 이 소설과 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변하고 있고, 변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소 감정적이지만 작가가 말한 것처럼 이 소설은 연애소설 같은 데가 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4-21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로 살아가는 것도 어려운데 흑인으로 사는 것까지 더해지면 그 무게는 상상이 되질 않네요...
오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잘 모르고 편견에 편견을 더 해 그들을 바라보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변하는건 더디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의미있겠죠?

요새 이곳은 벚꽃이 절정이예요. 내일 꽃놀이 가려 했더만, 주말 내내 비온다네요.ㅠ.ㅠ
그래도 따뜻해서 너무 좋아요.

아이리시스 2012-04-22 20:19   좋아요 0 | URL
벚꽃은 남쪽에서 피면서 위로 올라가는 거군요(처음 알게 된 1인). 오오, 당연한 걸 저는 뭐 이렇게 지식인양 크게(?) 깨달을까요.. 현맘님, 꽃놀이 가셨어요? 여긴 어제 비, 오늘은 맑음인데요. 쫌 있으면 또 결혼식 불려다녀야 해서 좌절-_- 귀찮-_- 그냥 저는 왜, 결혼식에 남들이 가서 박수를 쳐야하는지 모르겠어요. 옷 사러 가야해요. 히히히. 그건 좋아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4-23 20:32   좋아요 0 | URL
결혼식에 예쁜 옷 입고 가서 박수치지는 마요..ㅎㅎㅎㅎ
맛있는 밥 먹고, 친구들 중에 멋진 남자는 없나..(아..아이리시스님은 그럴 필요 없군요!)
흠흠...
예쁜 옷 사서 사진 찍어 보여줘요~ 난 젊은 아가씨들이 그런게 부러워요. 뭘 입어도 예쁘잖아요!

아이리시스 2012-04-24 16:32   좋아요 0 | URL
히히히히히히히 그럼 되겠구나. 박수 안 치기. 박수 안 치는 건 내 자존심이에요ㅋㅋㅋ
평소에는 뷔페 갈 일 없으니까 저는 초밥을..( '') 왜요, 멋진 남자는 언제나 필요하죠!!!
흠흠..
네! 예쁜 옷 입어서 예쁘게 사진 찍어서 쏠게요. 뭘 입어도 뭐 그렇게 예쁘진 않답니다..히히히.

댈러웨이 2012-04-21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학교 때인가 아프리칸을 본 적이 있어요. 그때는 '아 연탄처럼 새까맣다'라는 생각만 했죠.
세월이 이만큼 지나서는,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그들을 볼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제 마음대로 폄하를 해 버리죠.
뿌리 깊은 뭔가가 머릿속에 깊게 박혀 버린 탓이겠죠. 이거, 없애기가 쉽지 않아요.

'검둥이->흑인->아프리칸 아메리칸'으로의 발전, 인상적이에요.
그래서 저도 오늘 처음 아프리칸'이라는 표현을 써 보네요. ^^

아이리시스 2012-04-22 20:35   좋아요 0 | URL
이 소설에는 딱히 백인에게 억압받는 흑인여성이 그려지는 건 아니고, 사회적 배경을 모두 배제한 채 개인적 아픔에 주목하고 있어서 이 책으로는 그 차별이란 게 아주 확 다가오지 않지만요. 남자가 버리고 가면 여자는 대부분 아이와 버려지잖아요. 먹고 살기 힘든 거 똑같고.. 흑인이라고 별다를 게 없잖아요. 저는 동병상련(?) 느껴요.(불쌍) 저는 피부 까만 편이어서 컴플렉스는 있는데 그렇다고 흰 피부가 부러운 건 아니예요,라고 해도 엄청 부러워요ㅠㅠㅠ 우리 엄마아빠는 왜 날 이렇게 낳아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