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르트의 바닷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1
줄리앙 그라크 지음, 송진석 옮김 / 민음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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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중. 우리의 처지다. 남발공약으로 징병제 폐지를 들먹인다거나 정치/경제/외교적으로 얽힌 독도에 깜짝쇼식으로 한 번 갔다온다거나 해서는 곤란하다.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지지 철회로 압박하는 일본도 웃기지만 그보다 웃긴 건 내부분열하는 우리다. 그래서인지 <시르트의 바닷가>가 색다르게 보이지 않았다. 독도에서는 벌써부터 군경 통틀어 풀가동 수비를 서고 있고, 윗 대가리들 싸움에 괜한 말단들만 고생하는 게 이 세계 룰이긴 하지만 휴전이 장난인가? 심심하다고? 권태? 위험과 불안을 도발해보시겠다고? 시르트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한반도에서는 무슨 일이 날 수도 있을 것 같다. 갑자기 일본과 북한과 한국의 관계가 삼각으로 섞인 게 한탄스러워져 나온 문장들.. 안보리 상임 이사국은 되고 싶고, 고귀한 역사를 지닌 타국의 영토인 독도는 자기네 땅 하고 싶은 게 지금 일본이다. 안보리의 기본적 역할에 대해 모르는 건가. 상임 이사국이 돼서 이 나라 저 나라 운명을 손에 쥐고 아무렇게나 표결만 갈기면 그게 국익인가.  

 


이 소설은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데, 오히려 문학적 도발에 10페이지 읽어내리기가 벅찬데, 문학과는 달리 세상은 참 시끄럽기만 하다. 


쥘리앙 그라크는 1951년 이 작품으로 받게 된 콩쿠르 상을 거부하면서 처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왜 거부했는지에 대해서는 책날개에 씌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은둔하는 이미지를 획득하면서 주류 문단과는 영영 결별하는 셈이 되어 자국에서조차 그라크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베일에 쌓여있다고 한다. 사연이 궁금하지만 그런 건 찾지 않는 게 옳다. 알려지기 싫다잖아. 작품으로 승부하고 싶다잖아. 잊혀지고 싶은 사람은 잊혀지게 두고, 나오고 싶어할 때 반기고 그럼 안되는 걸까.

 

<시르트의 바닷가>를 읽으면서 내 안의 이중성을 발견했다. 그림에 있어 늘 초현실주의보다는 인상주의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줄거리보다는 문체에 감탄하는 취향이라 이게 문학으로 오니까 인상주의보다는 초현실주의로 탈바꿈한다. 다중이로 좀 살아보지 뭐. 라고 일단 둘러친 다음.

 

몽환적이면서 아득한 문장이다. 지루하지 않다고는 안했다. 이 지루함은 취향으로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사람이 다 거기서 거기지 재미없는 걸 있다고 할 수는 없는 법. 여전히 잘 읽히지는 않지만 집중하면 다음 문장을 읽지 않을 수 없게 문체의 매력이 상당하다. 그래서 호불호 또한 심하게 갈릴 것이다. 이건 문체에 대한 것일 뿐이지만 내용도 상당히 없다. 한방이 없고 여기저기 서걱거리며 겉돌기만 한다. 앞 문장이 뒷 문장을, 뒷 문장이 앞 문장을 부연하며 소설이 한 편의 시처럼 씌어졌다. 적막한 시르트 기지에서의 공허한 낮과 밤을 인상적 풍경화로 스케치하고, 탁월한 시적감각과 감수성으로 승화시킨다. 환상적이고 마술적이다. 처음에는 스페인의 극작가 로르카를 연상했지만 로르카가 아름다운 문장으로 사유한다면, 그라크는 서술을 하고있다. 상당히 다르다. 비슷하지 않다. 연상이 틀렸다. 안고 안긴 문장을 단번에 캐치하기도 어렵지만 단 한 문장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할 휘발성 마력을 지닌 글이라 탐냈다. 

 

사건이 아니라 사건이 일어나기까지를 스케치한다. 아무 일도 없는 상태를 모든 일이 있는 것처럼 그리려니 얼마나 세세한 터치가 필요했을까. 실제로도 가장 넓은 곳에서 가장 구석진 곳까지 세세히 묘사한다. 알갱이가 보라빛, 핑크빛, 회색빛으로 각각 반짝거린다. 그곳에 있는 해군과 관리들은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상인데 읽는 나는 망원경으로 그들이 겪는 삶의 풍경을 관찰하는 것처럼 재밌다. 날카로운 시어가 관통하는 권태로운 일상은 마치 평화를 넘어선 평화를 연상시킨다. 바다 가운데 나홀로 남은 낙후한 요새의 풍경과 일상을 한 편의 시로 쓸 줄 아는 작가라면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의 문장들은 또 얼마나 황홀할까.

 

그라크라는 작가가 세상에서 숨어버린 게 수긍이 간다. 작가는 오로지 작품으로 말하는 것이 옳다.


은밀하면서도 경이로운 꿈이 가상 국가 오르세나의 버려진 땅 시르트로 전근간 젊은 귀족 알도의 눈을 통해 펼쳐진다. 낡게 버려진 땅, 문을 열고 나가면 끝없이 푸른 잿빛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 이곳을 지키는 해군기지 간부들은 바다 건너편 이웃 국가 파르게스탄과의 휴전 이후 할 일이 끊긴 지 오래다. 권태로운 일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야 하는 곳. 이미 전쟁이 끊긴 지 300년 지난 이 요새 같은 곳에 모인 이들은 양치기나 동물 사냥 등 이득되는 일과 한량의 취미생활에 집중한다. 안보를 위해 파견된 땅에서 돈놀이가 급급해지고 모두들 권태에 찌들었다. 아무 일이든 일어나기만 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는 기대와 어떤 일도 일어나서는 안되는 규칙적 평온 사이의 갈등은 내밀하게 그려진다. 어느 쪽이 더 나은지, 어느 쪽을 더 원하는 지에 대해서는 그들 자신도 알지 못한다. 이곳을 오래 지켜온 마리노 대위는 안정을, 감찰대장으로 파견된 젊은 알도는 불안을 원한다. 고요한 물결을 흐리는 한낱 파도처럼 시르트의 기지에 폭풍전야의 긴장이 감돈다.

 

나는 규칙 없이 살았다. 시간표는 해군기지의 모두에게 단조롭지 않았다. 날씨의 우연과 바다의 변덕에 좌우되며, 느리고 매우 모호한 활동 가운데 시간표는 거의 농부들의 것에 가까운 다양함과 불연속성을 띠었고, 나는 그 누구보다도 쉽게 그것의 미미한 제한에서 벗어났다. 처음 며칠 동안 나는 자유와 공허에서 오는 일종의 얼떨떨함으로 고생했다. 나는 동료들이 즐길뿐더러 견디기 어려운 고독의 시간을 짧게 해주는 격렬한 운동에 맹렬히 뛰어들었다. (p.34)

 

알도는 금새 이유모를 불안을 감지한다.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데서 오는 권태적 회의와 비일상적 풍경이 주는 기시감이다. 사무실 책상 위에 해도가 펼쳐져 있다. 건너편에는 우리와 같은 이들이 지키는 요새가 있을 것이다. 미지의 공간을 공상처럼 펼치며 이 세계의 균열과 앞으로의 삶과 생활과 수없이 보내야 할 낮과 밤에 대해 생각한다. 간혹 전에 있던 도시의 화려함이 떠오르지 않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이곳에서의 예외성이 마음이 든다. 예외적 존재이자 감시관 알도를 좋아하면서도 불안해하는 마리노 대위와의 긴장감은 작품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불안을 감지하는 이, 불안에 다가가는 이, 불안을 회피하는 이, 불안에 맞서는 이들의 욕망이 한곳에서 만난다. 건너편에 존재하는 국가의 변화에 대한 미온적 감지는 이곳 사람들에게 희망인 동시에 절망이다. 희망과 절망이 서로의 반대말이 맞다면, 이 예외성은 평온한 상태를 거부함으로서 권태와 환멸을 제거한 채 올바른 위기로 기능할 것이다. 알도가 희망하면서 희망하지 않는 것, 마리노 대위가 평생을 바쳐 지키고자 한 평화 속 균열, 알도가 느끼는 이곳과 저곳의 차이, 선택의 기로, 당신은 어느 쪽을 원할 거냐는 물음까지, 소설은 완벽하게 나아간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때로 더 두려운 법이다. 제거할 대상이 뚜렷하지 않을 때 제거해야 할 것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시르트는 300년간 평온 속의 불안을 견뎌왔고, 그것이 일상이 된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선다면 결말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바깥 세상과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한편 독자를 기가 질리게 만든다. 번역이 이 정도라면 원문은 어느 정도일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어딘가 갇혀 사흘쯤 아무 할 일이 없을 때, 가진 책이 달랑 이것 뿐일 때 최고속도로 읽힐 것 같다. 생각이 없으면 진도는 나아가기 마련이다. 급하지 않으면 반드시 끝을 봐야 한다는 강박도 사라진다. 한여름 전국일주를 하면서 포항과 영덕 사이 작은 해수욕장 근처 작은 민박에 묵은 적이 있다. 문을 열고 나오면 바다냄새가 훅 끼쳐오는 바닷가 마을이었는데 <시르트의 바닷가> 표지그림이 잊었던 시간을 떠오르게 한다. 문을 열면 바다로 뛰쳐나갈 수 있는 바닷가 마을을 한 군데 알고 있다. 내내 로망이었던, 하지만 살기에는 겁이 났던, 어떤 곳.

 

이 아름다운 소설이 언젠가 시르트의 바닷가 추억을 나만의 바닷가 추억으로 전환시킬 지도. 하루에 한 권, 일주일째 소설이 참 잘 읽히는 시절을 살고 있다. 시르트 바닷가에 머무른 날은 단 하루였기에, 빛나는 햇살 아래 잔잔한 물결이 넘실거리는 바다처럼 푸르고 평화로웠기에 절대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숨이 막힌다. 세상에서 버려진 땅으로 숨어버리고 싶은 또 하나의 여름을 과거로 보내는 중이다. 몸이 약한 엄마가 이 무더운 여름을 꼬박 다 보내고 여름의 막바지에 가서야 날 낳았다는 걸 믿을 수가 없다. 물론 가을 중순에 태어나야 할 내가 한 달이나 일찍 태어나 막바지 여름과 초가을 한 달을 어느 바다 동네 언덕 위에 있는 아동병원 인큐베이터에서 하루 3만원짜리 잠을 자긴 했지만. 내 처음 한 달은 고귀하고 벅차고 걱정스런 삶이었다. 거의 다 들은 말에 의한 거지만. 죽을까봐 안지도 못했다고 엄마와 아빠는 말했다. 나는 죽지 않고 살았다. 철마다 지독하게 앓는 감기몸살과 비염 외에는 아픈 적도 거의 없었고(그것들이 진짜 독했다) 내가 느끼기에도 충분할 만큼 아들인 동생보다 더 사랑받았다. 내 동생은 짧은 인생 자체가 다소 롤러코스터 같은 아이였다. 뭐 거의 본인이 저지른 일이니 훈장처럼 달고 살아도 좋겠지만. 욕심도 많고 고집도 세고 성깔도 있어서 그애가 늘 불안한 반면 또 애착이 컸기 때문에 부모님의 관심은 늘 그애에게 쏠려있었지만 내가 받은 믿음은 더 컸다. 지금은 내가 좀 더 내다버리고 싶은 자식인 것 같지만. 어쨌거나 시작부터 끝까지 내 인생은 바다를 빼면 남는 게 없다. 바다는 설렘과 고독과 시끌벅적함과 외로움과 시림과 차가움과 시원함을 동시에 가졌다. 모든 시작과 마지막을 바다에서 할 것이다. 사랑의 순간들까지도. 그 중에서도 곧 다가올, 여름이 지난 후 쓸쓸히 버려진 쌀쌀하고 달콤한 늦가을과 초겨울의 밤바다를 나는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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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1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21 17: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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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1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21 19: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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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1 22: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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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1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이런 책은 읽기가 버거워요. 진짜 한적한 바닷가 민박집에 이 책 한 권만 가지고 가면 읽을 수 있으려나? "내용 이전, 문체의 매력" 얘길 하니까, <작은 것들의 신> 생각이 나네요. 완전 예찬하면서 읽다가 갑자기 뚝 끊긴 이후로 5년 이상 중단된 책. 이 책도 문장이 너무 매력적이었지요. 근데 <시트르의 바닷가>는 이 책보다 왠지 '난독'으로 치면 한 수 위일 것 같은 느낌!! ^^ 이런 책도 읽다니 아이리시스님 대단!

아이리시스 2012-08-21 19:46   좋아요 0 | URL
이건 정말 누구한테 읽으라 그럴수도 없고..(돌 날아올테니까요) 참..근데 나름 매력은 또 있거든요. 그냥 저나 읽죠 뭐ㅎㅎ 그냥 여행 포기하고 도시로 올 듯ㅋㅋㅋ

<작은 것들의 신>이 문체가 좋구나, 저도 그 책 있어요. 작년에 샀어요. (진짜 저 뭐 안 산 책이 없나봐요) 그치만 그 책은 줄거리도 좋을 것 같아요. '난독'은 이 책이 대단해요. 이런 책은 차라리 속독해야 그나마 끝까지 볼 수 있어요. 아니면 철저히 문학적 모드로 접근해야 해요. 대단한 건지 미련한 건지..

다시 도시생활 화이팅이에요, 섬님^^

댈러웨이 2012-08-21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환적, 아득한'에서 이건 내 책이야 했다가, '문체, 세세한 터치'라고 해서 고개를 저었다가, 결과는, 올려 놓은 본문 인용 글 + 아이님 리뷰 = 책 산다.

하루에 한 권이라는 독서력은 대체 얼마의 내공을 쌓아야 가능한 거에요? 좀 알려줘요. (4일이 지나도록 지금 읽는 이 책은 이제 절반. 무슨 책인지 알죠? 처음엔 한 시간에 한 10페이지 읽었어요. 원서 읽는 것도 아니고, 나 어떻게??? ㅠ.ㅠ 문체, 중요할 텐데, 장식은, 이번에 아주 질리고 있어요.)


설령 갖다 버리고 싶더래도 고 쪼만했던 아이가 지금까지 잘 살아 주고 있으니 얼마나 고마워요. 고마워요.

아이리시스 2012-08-22 00:02   좋아요 0 | URL
책의 질이 다르면 돼요! (저 아직 안갔어요..) 에잇 모르겠다, 잘 읽히는 책 읽으면 돼요. 근데 거기에 [자기만의 방]이랑 [말테의 수기]가 들어가니까 좀 신기한 거지만.. 저는 너무 재밌더라고요. 묘사많은 거, 문체 좋은 거, 그런 거 좋아요. 댈러웨이님은 다 빡빡한 책들만(!) 보시니까 그런 거고, 저는 안 빡빡한 책도 많이 봤거든요. 거기로 건너가려면 다 한 문학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을 것도 같아요. 하루만에 확 읽혀봐요, 댈러웨이님 기둥 뿌리 뽑아야 할 거예요.

그래서 저도 그 책 가진 거.. 좀 읽었는데.. 예전에는 아름답다고는 생각을 안하고 그분이 왜 그 책이 좋다고 했을까..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을까.. 했거든요. 솔직히 얼마나 지겨워요, 댈러웨이님이 아름답다고 하셔서 아~ 하게됐죠. 주렁주렁해요, 문장이. 근데 재밌는데요, 제 기억력은 얕은 것도 아니고 아예 없나 봐요. 저는 그냥 읽을 당시에만 기억해요( '') 그 책은 꼭 봐야 해요, 제가 좋아하는 책이니까요. 오홋.

걱정마세요, 아직은 갖다버리고 싶다고는 안하셨어요ㅋㅋㅋ (아마도 참고 계실 듯..)

댈러웨이 2012-08-22 00:45   좋아요 0 | URL
잠깐만, 저 이 댓글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요. 아, 저 이해력 지금 엄청 떨어지고 있어요. 아이님때문에 정신 공황 상태라. 무슨 책 우리 얘기하고 있는 거에요? <마담 보바리>? 저 그 책 아름답다고 한 적 없는 것 같은데. <채털리->가 아름답다고 했는데. <마담->은 지금 읽는 중이니까 끝까지 읽어야 뭐라 말할 수 있겠어요. 아이님이 좋았다면, 일단은 참을만하겠어요. 그래요, 문장이 주렁주렁, 미치겠어요 아주. ㅠ.ㅠ 이 차이가 더 극명한 이유는 로렌스 읽다가. 로렌스 문장 아주 똑똑 끊어져요. 난 이런 글이 더 좋다는 걸 이제 알겠어요.

어쨌거나, <말테->, 저 이 책도 고생 엄청했는데. 초반부에서만 좀 휘어잡혔는데 중간에서 영 삼천포로 빠졌어요. <자기만의 방>은 참 좋아요. 읽었다니 막 고마워지네요. ㅎㅎㅎ

근데, '거기로 건너가려면'이 무슨 말이에요? 불문학? 유럽문학?

p.s. 아이님 이렇게 온라인에서 오래 놀 때는 대작 준비하고 있는 거에요. 저 지금 기대 만빵하고 있어요. ㅎㅎㅎ

아이리시스 2012-08-22 00:59   좋아요 0 | URL
왜 이러는 거예요, 자꾸 이러심 진짜 김연수 미워할 거예요!(ㅋㅋㅋ) '거기로 건너가려면'은 바다 건너가면, 이란 뜻이고(배송료 엄청 든단 뜻이고). 책은 저한테 둘 다 별 차이 없거든요. 둘 다 대학 때 읽었던 거라서.. 누가 뭐래도 다 제가 읽은대로 기억하니까.. 엉뚱한 소릴 저렇게 하는 거예요ㅋㅋ 그래도 보바리가 더 좋은데, 저는 프랑스 작가가 좋아요. 다 비슷한 시절에 읽어서, 제가 쓸 때의 뜻은 김화영 쌤의 번역이 아름답단 얘기를 하는 거였을 거예요, 아마도.

로렌스는 저기 위에 [아들과 연인] 좋대요. 한 5년 전부터 보려던건데ㅎㅎ 프랑스에서 공부하는 친구가 추천해줬어요. 근데 뭐가 좋다고는 말을 안해줬는데..(안 좋으면 어쩌지..)

아니에요, 고장난 동안 못본 드라마 엄청 다운받고 있는 거예요. 아몬드 먹으면서요ㅋㅋㅋ

2012-08-22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22 0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22 0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22 0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8-23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다 좋아하시는구나..좋아하실 수 밖에 없나? ㅎㅎㅎ
전 바다가 없는 곳에서 살아서 자주 바닷가에 놀러갔었는데 물을 무서워해서 그런지 바다는 동경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예요. 넘실대는 파도가 배 위까지 차 오르면 그때부터 숨쉬기가 곤란해져요.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는 식성도 한 몫 할지도 몰라요. 바다 내음 나는 식품은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언젠가 포항과 부산의 도심을 걸은 적이 있었는데 그렇게 화려한 도시 가운데서도 바다 냄새가 난다는게 너무 신기했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난 바닷가 도시에서는 살기 어렵겠다...는 생각도..ㅎㅎㅎ
하지만 여행은 좋아요!

벌써 1년이네요! ㅎㅎ

아이리시스 2012-08-23 16:29   좋아요 0 | URL
바다 자체보다는 바다의 상징을 좋아하는 걸 거예요. 농촌의 매력을 모르는 사람은 도시의 편리함에 길들여지면 농촌의 한적함보다는 불편함만 눈에 들어오니까 좋아할 리가 없는 것처럼, 알기 때문에 로망도 있고ㅎㅎㅎ 예를 들어, 지금 그린란드나 노르웨이나 덴마크나 스웨덴이 그냥 북유럽으로 묶여 기억되는 것처럼.. 근데 저는 여러 바다를 알고 있으니까 바다마다 다 특색이 있는 것 같고..물놀이는 해본 적이 없는데도 바다를 배경으로 한 단막극을 잘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현맘님 들통 많이 났어요. 수영도 못하고 해산물도 안 좋아하시고! (저랑 똑같아요ㅎㅎ) 저는 원래 가리는 음식, 잘 못먹는 음식이 많은 편인데(글쎄, 그렇더라고요) 부산사람이 회나 조개구이, 해산물 못 먹는 건 외계인 같다면서요. 저는 그거 다 잘 못 먹어요. 먹는 유일한 해산물 아니 음식이 미역국.. 미끌한 거 싫은데 그건 맛있더라고요ㅎㅎㅎ 심지어 조개 넣으면 한 알 맛까지 기억해요. 싫어ㅠㅠ 이건 제가 한 수 위일 걸요. 조개국물맛이 다들 시원하다고 하니까.. 이 얘기 하니까 생각난 건데요, 콩밥이 싫은데 엄마가 자꾸 콩을 넣으려고 하셔서 맨날 싸우거든요. 그래서 엄마가 하기 전에 얼른 쌀 한바가지 퍼서 현미밥 해놔요. 007작전...ㅎㅎㅎ

아~ 그런데 정말 도심에서 바다냄새가 나요? 저는 자갈치나 송도 바닷가 정도에서 그걸 느껴요. 근데 거긴 수산시장이 있는 곳이니 당연한데, 타지역 친구들이 부산역에서 내리기만 해도 그렇다고 해서 이해를 못해요. 하긴 우리집에서도 베란다너머로 바다가 훤히 보이는 곳이니, 못 맡는 거지 안 난다고 하기도 어렵겠어요.

벌써 1년은 세계지도 후 1년을 말하는 거죠? (그때 주신 스케줄러는 아직도 잘 모시고 있는 중임)

저 어릴 때 강릉하고 정동진 차례로 찍었는데 좋던데, 사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바다풍경 중 하나가 해운대예요. 시끄럽고 정신없고 부딪치고 온갖 주점에다가..글쎄, 해운대 뒷골목에는 창녀촌도 있어요!

p.s. 이거 무슨 초딩 편식일기 같아요ㅎㅎㅎㅎㅎㅎㅎ

cyrus 2012-08-23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은 좀 어렵네요. 우리 집에 있는 민음사시리즈 세트에 있긴 한데, 과연 이 책을 언제 읽을 수 있을까요??
ㅎㅎㅎ 원래 여름방학 때 민음사 세트 완독 목표였는데 공부와 다른 책들에 치이다가 읽은게 별로 없네요.
그나마 읽은 게 고작 <설국>뿐이에요 ^^;;

아이리시스 2012-08-27 01:36   좋아요 0 | URL
이 책 이제 더 읽기 싫겠죠? 모르고 도전하면 나은데, 알고나면 더 힘들잖아요.

책읽기가 원래 꼬리에 꼬리를 물기 마련이라 확 쏠릴 수밖에 없잖아요. 저 지지난달엔가 세상에서 읽고싶은 책이 [십자군 이야기] 뿐이었거든요. 책만 사놓으면 안 좋은 게 사놓고 묵히다 신간가격으로 산 게 구간에 팔리고 있으면 언제부턴가 짜증스러워서 꼭 읽고싶은 것만 사기로 했는데, 그걸 하루이틀 묵히다 구입을 한 달 딱 늦췄더니 관심이 싹-하고 날아갔어요. 저는 이 정도-ㅎㅎ

언젠가 다시 보긴 하겠지만 다시 전쟁이나 세계사에 미쳐있을 때여야겠죠. 시루스님은 책 엄청 읽으시더만..^^
 
순수 박물관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27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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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소설이 파묵의 첫 타자가 되어서는 안되었다. 처음에는 몰랐고,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파묵이라는 생소한 터키 작가를 알게 한 노벨상의 존재를 고려했다면 그가 노벨상 수상 '이후' 출간한 이 책을 시작으로 삼는 건 어쩐지 반칙 같은데 이미 읽은 거 물릴 수도 없고 그래서 일단 시작을 되짚어보면, 날 혹하게 했던 '순수박물관' 이벤트가 있었다. 핑크색 글씨 속 이벤트 당첨자 명단 열 번째에 운좋게도 내가 있다. 나는 이제 다른 책을 구입하면 된다. <하얀 성>이라든가 <눈>이라든가 시린 겨울의 찬 온기를 마구 뽐내는 그런 리스트로 말이지.

 

오르한 파묵의 '순수박물관'

 

때맞춰 찾아온 이벤트에 읽고 싶은 책을 장바구니에 넣어서 결제하고 기다리는 즐거움을 잃었다. 책을 받았다. 내게는 터키어를 전공한(정확히는 중앙아시아어다) 친구가 있고, 이스탄불이 낯설지 않다. 동양과 서양의 경계에서 두 문화의 빼어난 점만 간직한 도시라고 터키를 방문한 이들이 말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묵이 그리는 이스탄불의 1960년대 풍경이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문화적인 면에서 여자에게 기대되는 첫경험이나 순결같은 이데올로기는 우리의 그것과 다르지 않고, 이 소설의 주인공 케말이 이스탄불의 상류층 서른 살 청년이기 때문에 내가 보고 있는 이 배경이 이스탄불의 보편적 모습인지 잘 모르겠는 것만 제외하면 소설이 향하는(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완벽하다. '사랑'이다. 그것도 44일 사랑하고 평생을 찾아헤매는, 영원에 걸친 어느 남자의 어떤 여자를 향한 사랑이다. 다소 이질적인 터키식 이름이 집중도를 흩트리지만 마르케스만 할까, 제자리를 찾는 순간 곧 빠져든다. <순수 박물관>은 마법같다.

 

케말은 시벨과 결혼할 예정이다. 좋은 집안에서 우수한 교육을 받은 요조숙녀로, 꽉 막히지는 않은(그러니까 순결을 고집한다던가 하지 않는) 현대적 여성으로, 집안에서도 기대를 한몸에 받는 커플이다. 그가 이뤄온 것만큼이나 그녀와의 미래가 탄탄할 거란 걸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먼 친척뻘인 이모(고모)의 딸 퓌순을 만나면서부터다. 열 두 살의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순수하고 수줍으면서 강렬한 그녀의 매력에 하염없이 빠져들어간 그는 용기를 내보기도 전 이미 그녀의 입술을 훔치고 그녀를 끌어당겨 안아 침대로 간다. 사랑이 먼저가 아니라 설명할 수 없는 끌림이 먼저 서로를 지배한 것. 그는 그 여자를 가졌지만 계속 갖고 싶어하고(잠자리 몇 번 한 걸로 여자를 다 가졌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지만, 누구를 알기 위해선 늘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침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벨과의 결혼을 깨거나 엎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쁜 놈. 안정된 결혼과 끌어당기는 강렬한 욕망 사이에서 방황하지만 곧 시벨과 결혼하여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이 '사랑'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녀에게 얼마나 가혹한 일인지 모른 채 초대장을 보낸 그는 결혼식 이후 다시는 퓌순을 보지 못한다.

 

퓌순을 영원히 찾지 못하게 되고나서야 그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 깨닫는다. 그녀에 대한 사랑은 저울질해서는 안되는 감정이었다는 걸 안다. 누군들 그렇지 않을까. 사랑은 늘 끝났기 때문에, 잡을 수 없어서 더 간절해진다. 이스탄불에 있는 순수 박물관에 대해 말해보자. 파묵은 이 소설을 쓰기 전부터 실제 박물관 개관을 계획했다고 한다. 소설 속에 등장한 배경과 소품, 케말과 퓌순의 사랑을 매개하는 것들을 직접 수집해 오브제로서의 박물관을 꾸렸다. 그리고 개관했다. 소설을 읽고 방문한다면 박물관에서 그들의 사랑흔적을 찾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모든 것이 있어도 케말과 퓌순은 없단다. 아쉬운 소식이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박물관은 지금껏 천안에 있는 '독립 기념관'이었다. 커서는 못 갔지만 어릴 적 몇 번의 기억만으로 시대별, 주제별로 번호가 붙어있어 하루종일 관람해도 끝까지 가기가 벅찬 이곳은 환상적이면서도 아팠던 어린 시절 가장 큰 아이러니였다. 독립하기 위해 발버둥쳤던 세월은 누군가에게 눈물이었을텐데, 아픔을 재현한 곳에서 나는 즐거워하다니 모순도 그런 모순이 없었다. 순수 박물관을 방문하는 자국인들의 마음이 그럴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곳은 역사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보편적인 '사랑'을 담은 곳이자, 지나간 시대의 터키문화를 한눈에 전시한 곳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파묵의 <순수 박물관>의 오브제를 전열한 공간이지만 말이다.

 

예전에 전경린은 <언젠가 내가 돌아오면>이란 소설에서 이 세상 모든 연인들이 헤어지면 함께 나눈 '사랑'은 다 어디로 사라질까 궁금해했고, 나는 지금 이 순간 잃어버린 내 순수에 대해 생각한다. '사랑'은 다시 오는 게 진리지만, 한 번 잃어버린 순수는 곧 과거와도 같아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우린 그걸 알고 있다. 오늘이 내일이 되는 순간, 오늘의 순수는 내일 속에 없다는 것을. 지금도 케말이 찾아헤맨 것이 오로지 퓌순이었는지 확신할 수가 없다. 그는 결국 잃어버린 자기 사랑과 용기내지 못했던 비겁함과 돌아오지 못할 과거의 순간을 평생토록 찾아헤맨 게 아닐까. 어떤 한 존재가 오로지 다른 한 존재를 사랑이란 이름으로 30년간이나 찾아헤매는 일이 가능할까. 늘 과거를 되새김질했지만 과거가 다시 오길 바라서는 아니었다. 시간은 수평선 위에 있지만 나는 뒤로는 절대로 움직일 수 없는 선을 일평생 살아간다는 걸 가장 잘 받아들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썼다. 파묵은 이렇게 우리의 지나간 모든 시간들을 모아 박물관을 만들기도 하니까.

 

시간은 돌아온다. 기다리지 않은 건 우리다. 순수는 그대로다. 변해버린 건 우리다. 시간이 우릴 변하게 했다고 투정하지만 우린 그저 스스로 혹은 각자가 변하고 싶었기에 변한 것이다. 이 세상 모든 박물관은 시간을 멈춘다. 변한 건 너뿐만이 아니라고 위로하는 것처럼, 도시 곳곳에 우뚝 서서 우릴 위로한다. 슬프지도, 즐겁지도 않은 순수 탐험이 책을 덮으며 나는 조금 슬펐다. 눈처럼 맑고 깨끗했던 그 시간 속에서 내가 어땠었는지 기억나지 않아서. 순수는 박제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세상의 모든 박물관은 존재의미를 갖는다. 내가 어떤 시대를 여전히 그리워하거나 영광스러워하거나 아파하는 것처럼 그것들은 박제된 채 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린다. 케말에게 퓌순은, 언제나 제자리에서 자길 기다릴 그런 시간의 또다른 이름 아니었을까. 그게 아픔이든 슬픔이든 기쁨이든 영광이든 그에게는 상관없었을 것이다. 이스탄불을 생각하면 이 여름처럼 습기차고 뜨거운 태양 아래 작은 방 어느 침대 위 서로가 서로에게 집중하며 땀을 흘리는 남자와 여자가 떠오른다. 그곳에 훗날 무엇이 어떻게 될 것인가 따위의 계산법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박물관에는 전시되어야 할, 소중히 이름붙여진 그것들만 자리한다.

 

과거에도 내가 있고 미래에도 내가 있다. 늘 지금 뿐이라는 건 너무 가혹한 오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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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out 2012-08-18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수 박물관은 아직 안읽었지만.. 스토리는 대략 알고 있었어요.
마르케스를 언급하셔서 생각난 건데, 어쩌면 이 소설과 콜레라시대의 사랑.을 함께 읽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르한 파묵에 대한 관심이 아직 끊어지지 않으셨다면 검은 책. 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그건 정말.. 아주 독특한 의미에서 하나의 전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이리시스 2012-08-19 00:19   좋아요 0 | URL
오, 드림아웃님 특별추천리스트입니까? 그렇잖아도 워낙 많아서 다음은 뭐가 좋을까 생각하긴 했어요. 잘 골라야 할 것 같은 본능적 감이 왔거든요. 호불호도 갈릴 것 같고 작품 편차가 있을 것 같고 아직 터키의 매력을 잘 모르겠어요. <검은 책>을 꼭 다음 타자로 삼을게요.

근데 안그래도 [콜레라-]를 읽기 시작했거든요. 완전 신기하네요ㅎㅎ 통한 건가..( '')

cyrus 2012-08-18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오르한 파묵 읽기 첫 소설이 <순수 박물관>이었어요. 처음에는 두 권짜리를 다 읽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줄거리가 너무 좋아서 끝까지 완독한 기억이 나네요, 한 여자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남자 주인공의 순수함이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딱해보였어요. 시간 나면 또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

아이리시스 2012-08-19 00:11   좋아요 0 | URL
맞아요, 남자 주인공이 그렇게 감성주의자로는 안 보였는데, 그 사람이 찾던 건 퓌순 뿐만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당연하겠지만. '사랑'이라는 그 순수한 본연의 대상을 평생토록 찾아나선 게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한 사람만을 위한 사랑이 좀 애틋하게 느껴지긴 했어요.

시루스님은 또 다른 작품 뭐 좋았어요? (의견모집중)^^

댈러웨이 2012-08-18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수 박물관 두 권 짜리였어요? ㅠ.ㅠ
오르한 파묵은 정말이지 전작하고 싶은 작가에요. 때가 되면 날 잡아서 다 읽을 거에요, 반드시,라고 말은 하지만...

아이님, 마지막 긴 두 문장, 오래 읽었어요. 저런 생각은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는 거에요?
그리고,,, 남녀간의 케미스트리는 원래 그런거에요. 알잖아요. ( ")



아이리시스 2012-08-19 00:08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에 '순수 박물관'이 파묵의 넘버 1,2,3는 아닐 것 같아요. 뭐 쓰리쯤에 넣어줄까....요?
작품들이 각각 편차도 있을 것 같고, 상이한 매력이라 어쩌다 가끔 발이 푹 빠지기도 할 것 같아요.

다음 작품으로는 그..댈러웨이님 서재에서 본 한 권이랑 드림아웃님 추천작으로 볼 겁니다!
(저 사야될 책 천지군요!)

그래도 다시 선물받은 [롤리타] 하고 전자책에 든 [콜레라-]랑 [채털리-] 꺼내오는 참인데.. 나 책은 더 필요없어요. 후훗.( '')

2012-08-18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19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19 0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19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20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21 1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19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21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로하 2012-08-21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내이름은 빨강>을 인상깊게 봤는데 <순수박물관>은 도서관에서 빌렸다가 기간이 지나 반납한 슬픈 역사가..ㅜ
담번에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그런데 <검은책>을 먼저 읽고 싶은 건 또 뭔지!ㅋㅋ

아이리시스 2012-08-21 17:20   좋아요 0 | URL
순수박물관까지 자국에 턱 지어놓은 파묵이 부러워요. 내이름은 빨강은 썩 끌리지가 않다가 반값할 때 책사는 것도 놓치고.. <검은 책>이 한 권짜리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
 

 

 

 

 

 

 

 

 

문득 <조선 왕조 실록>이 떠올랐다. 삼국사도 좋고 고려사도 좋고 근현대사는 더할 나위 없이 분노하면서도 재미가 쏠쏠하지만 특히 조선은, 뭐랄까, 우리나라 이야기로 읽는 성서 같다. 모든 왕들에게 이야기가 있고, 모든 왕들의 특징과 개성이 살아있고, 권력과 권모술수와 탐욕과 전쟁 그리고 시대가 살아숨쉰다. 그래서 야금야금 좋아하는 왕의 업적과 일대기를 읽을 수 있는 이 책을 내가 많이 좋아한다. 펼칠 때마다 다른 이야기가 보이고, 읽을 때마다 다른 시대로 간다. 타임머신을 타고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소복히 쌓인 곳으로 여행한다. 하지만 저 책이 썩 재밌는 구성이나 스토리는 아니란 걸 나도 안다. 사전식으로 썼을 때 얘기지 저 책 한 권 들고 산에 박히면 안드로메다가 아니라 골로 갈 수도 있다.

 

지금 드라마 <닥터 진>에서는 병인양요가 한창이다. 일요일 밤 포털 네이버에서 '병인양요'가 검색순위 10위 안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새로운 일은 아닌데 신기해보였다. 이 드라마가 아니었음 언제 일시적으로나마 동시다발적으로 병인양요를 검색하겠는가. 얼마 전 <석파란>이란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당연히 이벤트 당첨의 결과물이다. 받기만 하고 입 닦은 게 아니고 읽을 엄두가 안나다가 다시 그 시대가 궁금해져서 해치우기로 한 거다. 이하응을 흥선대원군으로 치환해 고종의 섭정을 대신한 군주의 심술궂은 아버지나 명성황후의 시아버지로서 며느리의 명석함을 참지 못해 맞서 싸운 욕망의 화신으로 기억하기에 이 인물에 대해 이상하리만치 가까이 애정과 연민을 느꼈다. 드라마 속에서 송승헌 그러니까 닥터 진이 처음 조선으로 타임슬립했을 때 그는 임금의 아버지도 아니었고, 아들이나 자신이 왕좌에 오를 수 있는 지위도 아니었다. 몰락 왕족이라 왕좌에서는 한참 멀어진 바깥선에 있었다. 이하응이 그랬기에 그 아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이하응의 자기소개를 듣던 닥터 진이 '아, 그럼 흥선대원군..' 이라며 혼잣말 하자 그는 다른 사람들이 들을까봐 쉿, 그런 말은 반역이라며 닥터 진을 꾸짖는다.

 

역사를 아는 닥터 진과 역사를 사는 이하응의 삶은 그렇게 대비됐다.

 

<석파란>은 제1회 황금펜 영상문학상 금상 수상작으로 우리에게 고종의 아버지와 명성황후의 시아버지로만 널리 알려졌던 이하응의 다른 면목을 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가 어떻게 세도정치가 만연한 시대에 안동김씨 가문과 대적하며 자신의 위치를 지켜왔는지 같은 건 사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그에 대한 정보일 것이다.

 

온갖 서양세력들이 문호개방이란 명분으로 조선의 문을 두드릴 때, 서양문물을 받아들이기 거부해 시대착오적이란 비판을 샀고, 천주교 박해(병인박해)로 프랑스 신부를 죽이는 바람에 프랑스가 쳐들어오는 발판을 마련한다. 바로 병인양요다. 이후에는 며느리 명성황후와 사사건건 정치적 견해가 달랐다. 하다못해 흥선군은 일본을, 명성황후는 청의 세력을 이용해 서로를 견제하려 했으니 말 다했다. 임오군란은 신식군대(별기군)를 우대하는 민씨정권에 대한 반발로 구식군대와 하층민이 봉기한 것이다. 신식군대 vs 구식군대, 민씨정권 vs 흥선대원군, 일본 vs 청 그리고 진보 vs 보수의 대립이었다. 그는 왜 아들을 왕위에 앉혀놓고 자신이 조정하려 했을까. 어째서 그토록 권력에 집착을 보였을까. 그는 원래부터 탐욕스러웠을까.

 

하지만 이 소설이 얘기하고자 하는 건 정치나 군사적 얘기가 아니다. 아들과 며느리를 두고도 그 권력을 가지려 했던 왕의 아버지 얘기도 아니다. <석파란>은 그가 남긴 '묵란'을 통해 이하응이라는 인물의 예술적 삶을 조명하고, 그 속에 나타난 정치적 이상과 예술가로서의 재능을 간파한다. 흥선군이 서양문물의 개방을 반대하는 바람에 근대 발전마저 늦췄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는 이미지로는 그가 난을 그렸다는 게 의아하게만 여겨진다. 정치적 집념과 이상을 난을 치면서 다듬었다는 것도 예상 밖이다. 지금까지 그가 난을 그렸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도 없고, 소설 속에 실린 묵란을 구경하는 것도 의심스러울 만큼 의외다.

 

 

 

아주 어릴 때 <조선왕조실록>을 읽었다. 철종까지만 나온다는 것, 의외로 재미있다는 것, 하지만 세분한 지식이 없으면 한 권을 읽어내는 게 의미가 없다는 것까지 한 권의 책으로 깨달았다. 그때 <조선 왕을 말하다> 같은 책이 있었으면 더 재밌었을 거란 건 두말할 나위 없다.

 

태종, 세조, 연산군, 광해군, 선조, 인조, 성종, 영조까지 내가 생각해도 비교적 할 말이 많은 왕들로만 구성됐지만 한 권의 책이 주는 유익함이 어디까지인가를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 오랫동안 책장에 묵히다가 왕 얘기가, 지난 세기가 궁금해질 때를 기다려왔다. 알 만큼 안다고 생각하는 왕들이라 드디어 '역사적 시각' 같은 것에 신경 쓸 수도 있을 것 같고, 이런 자신감이 좀 위험하다는 것도 알겠다.

 

 

 

 

조선 왕들에 대한 얘기는 이불 뒤집어쓰고 듣는 할머니 옛날 얘기처럼 언제나 새롭고 또 흥미롭다. 

2권의 목차는 이렇다.  

 

 

♡삼종 혈맥의 시대를 연 임금들-효종, 현종, 숙종

♥독살설에 휩싸인 임금들-예종, 경종

♡성공한 임금들-세종, 정조

♥나라를 열고 닫은 임금들-태조, 고종

 

 

 

그리고 가을의 문턱에 이 영화가 기다리고 있다. 그렇잖아도 얼마 전 종편채널 중 한곳에서 하는 사극 <인수대비>를 보면서 연산군에 대한 연민을 다시금 확인한 데 이어 광해군 생각이 났더랬다. 선조와 개똥이와 광해군이 나오는 사극을 어릴 때부터 몇 편 봤지만 연산군에 비해 많이 멀어진 듯 했었는데 잊지 말라고 이병헌이 영화를 찍어줬다. 찍은 건 추창민이라는 감독님이지만. <마파도>로 장편 데뷔해 <사랑을 놓치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만들었다.

 

 

 

 

 

 

 

 

 

 

 

 

 

 

송승헌은 사극에 엄청 안 어울리던데(미안;;) 왕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왕 포스도 아닌 것 같다. 이병헌은 포스터만 봐도 어울린다. 무거운 말투도, 중후한 목소리도 왕 역할에 어울릴 것 같다. 안 어울리는 역할이 별로 없고 안 해본 역할도 거의 없을 듯한 배우이긴 하지만. 나는 조선 왕 중 딱 한 명과 사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과감히 광해군을 택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엄청 오래 전부터 그렇게 생각해와서 생각에 생각이 함몰됐는지 왜 그랬는지는 정확히는 떠오르지 않는다. 굳이 지어내자면 광해군이 부드러움과 터프함이 공존하는 순정마초 이미지일 거라고 본 것 같다. 그래서 모성애를 마구 자극할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연약함 속의 강인함이 여자의 마음을 잡아챌 거라고. 그런 남자 그것도 왕을 품으려면 혹은 사랑을 받으려면 더 강해야 하고 더 연약해야 하니까 많이 떨리겠지만 여자도 계속 노력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 그가 왕이 아니라도 그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갈 거야 그런 생각. 도포 걸친 이병헌은 이병헌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멋있다. 저 사람은 이병헌이 아니라 광해군이니까.

 

아버지(선조)의 정비(인목대비)가 낳은 이복동생을 대신해 서자로서 왕위에 오른 그는 아버지(선조) 대를 이어 양난 이후의 재정과 민심을 수습하고 중립외교를 지향하고 대동법을 시행하는 등의 업적을 이뤘지만 자기 세력을 강화하고 지키기 위해 새어머니 인목대비의 아들이자 배다른 동생 영창대군을 방에 가두고 뜨거운 불을 쬐어 죽게 했다는 오명을 씻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광해군을 추대하는 동인과 영창대군을 추대하는 서인의 당파싸움에 의해 다친 희생자들에 불과하다. 나중에 인목대비의 세력을 등에 업은 서인이 광해군을 폭군으로 몰아 왕위에서 끌어내리고 인조가 왕위에 오르는데 이를 인조반정이라 부른다. 인조는 광해군의 조카였다. 이후 광해군은 18년간 강화에서 제주로 유배를 갔고, 유배지에서 아내와 아들, 며느리를 모두 잃는다. 광해군은 불운한 왕이었다. 옳기만 한 사람 드물고, 그르기만 한 사람 드물듯, 그런 점에서 그 또한 조선시대 다른 왕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를 폭군으로 만든 요소들은 대부분 불운한 시대와 패권적 당파싸움이 부른 재앙이었다.

 

이 영화의 초점은 어디에 가 있을지 모르지만 기대된다. 광해군이 딱 이병헌처럼 생겼을 것 같네. 설레게.

 

그렇지만 나는 조선시대에 태어났어도 평범한 서민가의 딸로 태어나서 왕과는 전혀 상관 없는 여자로, 왕의 얼굴도 모른 채로, 그럭저럭 성실하고 착한 보통남자 만나가지고 예쁜 아이들 낳고 알콩달콩 살았겠지. 이왕이면 광해군의 여자로 태어나는 꿈 한 번 꿔보자. 살고싶은 세상은 사도세자가 왕인 곳인데 결혼은 광해군이랑, 하지만 임진왜란이나 정유재란 같은 전쟁은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

 

하지만 광해군이 뿜는 카리스마가 그런 아픔과 불안을 겪어야만 가질 수 있는 거라면 어쩔 수 없지. 광해군 버리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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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8-07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광해군이 아이리시스님을 선택했을 수도 있죠뭐...그래서 사도세자가 왕인 세상에서 아이리시스님 때문에 왕위를 버린 광해군과 알콩달콩...흠...^^;;
어쨌거나 이병헌이 왕도 하는군요. 전 이병헌 같은 외모를 참 안 좋아하지만, 이 배우는 나이 들면서 더 나아지는 것 같아요. 저에게는. 왠지 젊었을 때는 너무 무게가 들어가고 힘이 들어가고 끈적거렸지만, 지금은 그게 더 어울리는 나이인 듯. 아님..제가 나이가 들은 티를 내는 것일지도.

밤이 되니 조금 바람이 부네요. 정말 미치도록 덥네요. 지구가 걱정 될 정도로^^
지나가겠죠 이것도?^^

아이리시스 2012-08-09 00:0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이상하게 계속 광해군이 아니라 이병헌을 버린 것 같아가지고 꿈에도 나올 것 같고 그랬어요. 날 버리지 마~ 이럴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꿈에서 박유천이 고백했는데ㅎㅎ 저는 대체 그런 꿈을 왜 꾸는지 모르겠어요. 게다가 저 그 아이(!) 좋아하지 않아요. 배우로서 좋은 것과 고백 받는 것은 다른 거잖아요.

현맘님, 광해군이 절 선택해서 사도세자가 왕인 나라로 타임슬립해가지고 저랑 살았으면 좋겠어요. 광해군이 이병헌처럼 생겨도 좋아요. 너무 힘이 들어가고 끈적거린다는 거 알 것 같아요. 그게 좋았을 때도 있지만 제가 이병헌을 싫어하기 시작한 건 이상한 스캔들과 소문이 나고부터예요. 돈 많은 남자가 눈도 얼마나 높을까, 그러면 그 돈으로 여자를 얼마나 고를까ㅎㅎ (아 이건 아니구나)

현맘님은 차승원 좋아하시잖아요. 차승원 오빠ㅎㅎ 둘 중에 누가 더 좋아요? 한 명은 완전 유부남이고 한 명은 어쨌든 미혼인데?!

아아아아아아악, 머리를 괜히 감았어, 마르지가 않아서 잠을 못 자겠어요. 졸려요. 광해군이고 뭐고 저에게 잠을.....

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8-09 12:03   좋아요 0 | URL
당연히 차승원이죠! 완전 유부남이지만, 그게 더 좋은걸요! 유부남인데 멋진게 더 섹시한걸요!
(그리고 어짜피 남의 떡이예요..)
전 이병헌에 대해선 무관심인 편이예요.ㅎㅎ 스캔들 많은 남자. ㅎㅎ

꿈에서 누군가 나에게 고백하는거, 꿈이라서 더 아련하고 좋잖아요.
이 더운 한여름밤에 그런 꿈이라도 꿨음 좋겠네요. 오늘은 더 온도가 낮아진다고 해서 좋아했더니만
습도가 장난이 아니네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잘 이겨내요 우리!

아이리시스 2012-08-16 23:11   좋아요 0 | URL
이병헌이 아니라 광해군이라니까. 배우들은 다들 멋져요.(로 귀결됨)

아참, 저 꿈에 대한 투덜거림의 정체는요, 사실은,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꿈에서 만나도 황홀할 사람ㅎㅎ 근데 왜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 매번 나와서 고백하냐는 거죠, 제 말은. 에잇. 또 아쉬울라 하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yrus 2012-08-07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병인양요가 검색어 순위에 오르게 될 줄이야..ㅋㅋㅋ 그런데 사극이나 대중 역사책은 좀 재밌는데
공무원 국사는 왜 재미없는걸까요? ㅡ,ㅡ;; 연표를 이해하라는데 결국은 나도 모르게 암기를.. ㅠㅠ
참고로 <궁녀>라는 책을 읽어봤는데 왕의 여자 되는거 아무나 되는게 아니더군요. 줄을 잘 서야해요 ^^;;

아이리시스 2012-08-09 00:14   좋아요 0 | URL
시루스님, 원래 공부는 뭐가 됐든간에 재미가 없을 겁니다. 프르노 보는 것도 그럴 거예요!(응?) 댓가를 바라는 것들은 재미가 있을 수가 없어요. 근데 그런 신기한 사람들이 있긴 있죠.

제가 그 부류에 속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렇지가 않잖아요. 공부가 재밌었음 제가 벌써 20개국 언어쯤은 통달했게요?! 나 줄 잘 설게요, <궁녀>라는 책에 광해군의 이상형 같은 건 안 나와있었어요?(응?)

댈러웨이 2012-08-07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님, 저를 이제 마법에서 좀 풀어줄 때가 되지 않았어요? 어우 근데 미치겠다. 이 마법 절대 안 풀릴 것 같애. ㅎㅎ
이 페이퍼 어제 밤에 읽으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당장 아이님의 광해군이 되어주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어요. (모래는지...) 우리 절대 만나지 마요. 마르지 않는 지식의 샘 앞에서 저는 너무 부끄럽겠어요. 그러고보니 저는 학생 때 뭐 하나 제대로 잘 한게 없었나봐요. 역사도(!) 그게 어디가 됐든 하나도 모르겠어. 정말 다 알고 싶은데. ㅠ.ㅠ(막 운다.) 이 페이퍼도 정말 고마워요.

보고 싶었어요. ♥♥♥ (아 나 하트 남발하면 안되는데... 이미 프레이야님한테 하트 뿅뿅했는데... --)

아이리시스 2012-08-09 00:24   좋아요 0 | URL
광해군이 되어줘요, 댈러웨이님. 어딘가에 광해군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병헌처럼 생겨도 좋아요. 근데요, 요즘은 베컴ㅠㅠ 베컴처럼 생겨줘요ㅠㅠ 저는 런던올림픽 개막식을 가보로 볼 거예요. 어찌됐건 정말 멋진 개막식 그리고 런던이었어요. 살아있는 런던ㅎㅎ(여기서 이 시간에 왜 런던예찬론을 펼치고 있는지ㅎㅎ)

그리고 마법은 한 번 걸면 안 풀리는 거예요. 꼭 풀려나야 해요? 그럼 킹스크로스에 가서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해리포터 찾아가지고 똑똑한 헤르메온느에게 마법을 푸는 약을 만들어달라고 해볼게요.(응?) 근데요, 제가 정조대왕님도 좋아하거든요. 광해군만 좋아하는 게 아니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하트는 남발해도 참아줄게요. 나도 양다리니까(-_-) 으하하하하. 자야 돼..

그럼 이따가 심심해지면 마르지 않는 지식의 샘 좀 파봅시다! 금방 마른 땅이 보일텐데 그때 가서 저를 버리시면 안됩니다. 기다렸어요.♥♥♥♥ (제가 하트 하나만큼 더 사랑하는 거예요) I win!

이불 잘 덮고 주무세요, 댈러웨이님. 굿나잇.

2012-08-08 15: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09 0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2-08-10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병헌 연기 하나는 정말 압권으로 잘 하잖아요.
그다지 이병헌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가 기대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역시 광해군을 좋아하기란, 으으, 괜히 폭군이겠어요,
아마 매우 외롭고 어린 아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런 면을 가진 사람이겠지요, 카리스마와 매력은 있겠지만.

그런데, 제가 요즘 알라딘 추천 수치 올리기 비밀에 폭 빠져있거든요.
제 서재만 그런줄 알았는데, 아이리님도 그렇네요. 방금 17 추천이었는데, 제가 하나 누르자마자 20이 되었어요.
다른 사람이 동시에 추천해서 그런건 아닌거 같아요. 제 서재에서 몇번 테스트해봤거든요...
참 재미있는 시스템이예요, 알라딘 서재는. ^^

절 계셨죠?

맥거핀 2012-08-10 22:23   좋아요 0 | URL
근데 저도 예전부터 느끼고 있었는데, 어느 정도 수치 이상이 올라가면, 한번에 추천이 2개, 3개씩 뛰는 것 같아요. 그냥 제 서재의 추천수는 자체적으로 디스카운트해서 보고 있습니다.ㅋ

아이리시스 2012-08-16 23:16   좋아요 0 | URL
왜 갑자기 달사막여우님이 되신 겁니까! 고양이보다 여우입니까 :)
저 영화 한효주..제가 한효주를 광적으로 싫어해요. 그래서 뭐?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ㅠㅠ
그죠, 광해군을 좋아해봐요, 왕들은 다 미쳤는데 그래도 저는 정적으로 인자하신 세종이나 정조보다는 광해군이 더 나은 것 같아요. 단점을 고쳐가면서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살아갈 재미가 있잖아요.

그런데요, 저는 추천수가 3인 페이퍼를 추천하니까 순식간에 10이 되더니 한 번 더 새로고침 하니까 11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내 추천의 위력은 8이구나.............룰루랄라. 이랬던 적도 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3이 아니라 8이 아니었을까요............... 뭐 그거나 그거나.

동시에 추천은 아닌 것 같고, 누적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사람이 누를 때마다 누적되면...^^

저는 디스카운트는 안하고 좀 더 더해서 자체적으로 무한칭찬모드로 보고 있습니다, 맥거핀님ㅎㅎㅎㅎ

맥거핀 2012-08-10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닥터 진'은 의학드라마에요, 아님 역사드라마에요? 저도 가끔 채널돌리다가 봤는데, 이소연 이쁘다 이 생각만 했어요.ㅋ 예전에 어렸을 때 드라마로 하는 조선왕조실록 상당히 좋아했는데, 진짜 그 드라마보면 뭔가 역사공부하는 느낌..갑자기 뜬금없이 성우가 튀어나와 "실록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하는 것도 재밌었고..(그런 의미에서 공화국 시리즈도 좋아했는데, 제4공화국에 박정희 역으로 나오셨던 배우분이 생각이 나네요.)

그냥 드라마 얘기한김에 한 가지 더 얘기하면, 전 요즘에 유일하게 골든타임 이 드라마만 봐요. 이성민 씨 연기가 너무 쩔어서 안 볼 수가 없음...본방사수에 가끔 재방도 넋놓고 봄..

아이리시스 2012-08-16 23:21   좋아요 0 | URL
[닥터 진]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타임슬립 드라마 아닐까요. 역사드라마라기에는 왜곡이 워낙 심하니까 당연히 아니고(역사를 되돌리고 고치고 난리도 아닙니다..) 그저 시대극일 따름이죠. 초반에는 의학드라마인 척도 좀 하더니 그것도 가면서 흐지부지.. 안동김씨 가문과 이하응의 싸움이랄까........뭐 그런 거죠. 그..제4공화국..제5공화국..그런 거 우리 아부지가 좋아하시는 거예요. 저도 언젠가 현대사에 빠져가지고 미친듯이 다운을 했지만 그..그..화질이..( '')

골든타임을 자꾸만 놓쳐서 못보고 있는데 이렇게 말씀하시면 곧............^^

알로하 2012-08-16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순정마초일까요ㅋㅋ 이병헌은 연기를 잘 하니까 기대해봅니다.

아이리시스 2012-08-16 23:23   좋아요 0 | URL
알로하님, 이병헌은 모르겠고 광해군은 그랬으면 좋겠어요. 근데 저는 본능적으로 트라우마가 감지되면서 저한테 자꾸 기대오는 사람은 부담스러운데 어쩌면 그런 사람일지도 모르겠어요.

이병헌은 여기서 왜... 그래도 연기 못한다, 보기 싫다는 분은 한 분도 안계시네요ㅋㅋㅋ
 

 

 

 

오전 9시 이전의 외출길조차 벅차 집에 돌아와 사흘이나 꼬박 컨디션 관리를 하다가 정신차려보니 제대로 뒹굴거리는 휴가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잘 놀고 있으면 된거다. 그 와중에 동생은 뚜껑 열리는 빨간색 차와 새로나온 갤럭시 노트를 갖고 귀환했다. 이 시대 화려한 청춘은 노예계약과 할부로 꾸려가는 삶을 말하는 거구나. 푸핫. 그러거나말거나 '화차'만 안되면 된다. 어쨌든 너는 황금기를 살고 있는 거구나. 며칠은 토스트와 비빔면, 쫄면 같은 밀가루 음식과 그애가 죽고 못 사는 순대국과 고기류를 달고 살아야 한다. 책은 일 년에 한 권도 안 읽는 애가 안철수의 생각 안 사냐고 꼬드기지만 안 넘어갈 거다. 이분이 아무리 좋은 얘길 해도 내 표는 다른 곳에.. 아주 예전부터 그분이 안 나오시면 좋지만 나오시면 그리로.. 그래서 혼란올까봐 못본다! 혼란 자체가 오지 않을 상황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목표는 투표 아닙니까. 투표만 잘하면 됩니다.. (근데 딱히 정치성향 똑같을 거면서 왜 굳이 책을 사라고 하는지 모르겠네..( '')) 

 

쓸 얘기가 없지만 글 게시와 게시 사이의 간격이 길어지는 건 옳지 못하다. 올림픽 개막 이후 내내 결과에 열올리면서 정작 제대로 경기를 본 건 거의 없다. 때론 더위를 때론 잠을 때론 기다림을 나는 이기지 못했고, 수많은 선수들의 피와 땀, 영광의 순간을 놓쳤다. 다시 본 건 몇 개 있다. 그게 무슨 소용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분노유발자 올림픽 같으니라고.

 

이 앨범에 대한 얘길 해보자.

 

 

 

 

 

 

 

 

 

 

 

난 요즘 이 드라마 보면서 많이 운다. 때론 억울해서, 때론 기뻐서, 또 슬퍼서, 또 마음 아파서, 어쩔 땐 벅차서, 어쩔 땐 너무 우리들 얘기라서 이유없이 설레고 감동한다. 여기는 서른 셋의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존재한다. 쉰, 예순, 일흔에는 미래가 없겠는가. 그들도 마찬가지일테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리지 않은 청춘의 솔직한 이야기는 도움이 된다. 어떻게? 그냥.

 

솔직히 일과 사랑 어느 부분에서 공감해야 하는지, 공감하고 있는지 자각이 없지만 매번 울컥 아니 울먹이는 걸 보면 이 시대 사랑, 분명히 마음 속에 기생하고 있다. 쿨하고 진심이 없는 듯해도 다들 얼마나 벅차게 몸과 마음 바쳐 사랑하고 있을까. 세상의 청춘들이 꿈꾸는 혹은 현재진행의 사랑이 합쳐지면 지구는 온통 사랑으로 뒤덮일 것이다. 어제는 치즈케익을 먹었다. 티스푼으로 두 입이면 더이상 못먹을 것처럼 느끼한데 이상하게 다음 한 숟갈, 또 한 입 그러다보면 어느새 한 조각 뚝딱. 초코, 고구마, 생크림, 모카. 종류도 많은데 하필 그 흔한 데코레이션 하나 없는 치즈케익이라니 멋없이. 그러니까 로맨스는 담백할 수록 좋지 않은 거잖아. 나는 치즈케익 같은 연애는 싫다. <로맨스가 필요해 2012>에는 많은 사랑의 줄기가 등장하지만 카페 사장 남자친구를 둔 음악감독 주열매가 주인공이다. 남자는 여자의 일률적 빙수 거부에 얼음 한 그릇과 온갖 재료가 '따로' 나가는 '열매빙수'를 개발했다. 카페 메뉴에 여자친구 이름을 붙이는 남자친구라니. 사실 여기 나오는 두 남자는 둘 다 매력이 넘쳐서 진심으로 저런 상황이 안 오기만을 빌면서 본다. 도대체 무슨 복이지. 나이 서른 셋이나 돼서.

 

어쨌든 원하는 것만 덜어 쓱싹쓱싹 비벼먹을 수 있는 시원하고 달콤한 빙수는 카페에서 인기만점(인지는 모르겠다). 아마 이 뜨겁고 때로 차가운, 냉온탕을 번갈아 넘나드는 이들의 청춘을 대변하는 제멋대로식 메뉴가 아닐까. 연애는 아무도 뭐랄 수가 없는 것. 오로지 자기만의 세상 안에 존재하는 것. 아무도 연애가 삐걱거리거나 좋은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아바타 같다.

 

바깥 세상에서는 어른을 강요당하고, 내면으로는 기대만큼 크지 못해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사정없이 흔들리는 살만큼 살았는데도 여전히 모르는 청춘들의 아바타. 

 

 

 

...

후회하니 미안 했었니
왜 그땐 내 옆에 없었던 거니 어느 날
한번쯤은 물어봐줄래
그때는 내게 무슨 일 있었냐고

그렇게 나보다 너의 기억이 많은
그 시절 그때 그 자리 또 너의 손끝에 남겨진
따뜻한 아직도 따뜻한 기억이 모두 아픈 날들이
...

 

 

 

...

나의 시간 속에 지워진 듯 보인대도

멈춰버린 꿈을 위한 눈부신 우리의 추억들

아름다웠기에 끝없이 펼쳐질 이야기

 

바람을 타고 난 저 멀리

바람을 타고 난 저 멀리

우리의 태양은 가득히

...

 

 

사랑법은 모두 다르다. 강요해서도 안되고 강요할 이유도 없다. 강요가 아니라 마음이었겠지만 상대방에게 마음과 진실은 너무 늦게 당도한다. 닿았을 때는 이미 함께가 아닐 수도 있는데. 열매와 석현은 지금 그런 관계가 아닌데, 뒤늦게 깨달은 일방 당사자로 인해 알콩달콩한 다른 당사자의 행복한 연애가 깨어지려는 참이다. 이제 정말로 짝을 찾았다고 믿는 열매에게 아직은 모르지만 분명 위기다. 사랑은 저울에 올려질 거고 시험당할 것이다. 누가 일처다부가 나쁘다 했나ㅜㅜ

 

그녀가 만든 노래는 모두 그와의 추억 속에서 나온 감정들로 버무려진 비빔밥이다. 과거를 용서하지 못한다는 많은 사람들 그리고 헤어짐을 부르는 결혼생활들, 그들은 지금 자신과 마주보고 있는 상대가 자기가 용서할 수 없는 그 '과거'로 인해 성장했다는 사실과 현재의 그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을 왜 잊는 걸까.

 

 

 

 

 

 

 

 

 

 

 

 

 

 

 

 

 

언제나 귀로 듣는 선율은 늘 말이나 마음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드라마 속에서 열매의 직업이 음악감독이듯, 좋아하는 영화의 LP판을 찾아다니다 어느 희귀 LP판으로 인해 지훈을 만난 것처럼 영화 <듀엣>의 어린 감성도 그렇게 부딪쳤을 거라 믿는다. 낯선 이와 친구가 되는 것이 낯선 풍경 안에서는 전혀 아무렇지 않다. 그곳에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부족함과 모자람의 미학을 이국적 풍경으로 승화시킨다.(뭔가 부족할 걸 알면서도 보는 이 자신감은 자연적 휴식이다, 풀어져도 좋다는)

 

 

책은 두 권.

 

 

 

 

 

 

 

 

 

 

 

 

 

 

<토막난 시체의 밤>은 오싹한 표지와 제목에도 별로 무서운 소설은 아니다. 이 비현실 같은 현실이 토막나서 차라리 우스워지는 그런 이중적 매력의 이야기다. 밑바닥 인생들의 사채 돌려막기, 책임전가, 섹스와 협박, 마지막은 죽음이지만 말하지 않는 게 낫겠다. 어떤 사람이 너무 외로워서 옛날에 살았던 작은 다락방으로 기어들어와 그곳에 살고있는 또다른 누군가와 섹스를 한다. 한 번이 두 번, 두 번이 세 번, 이들은 무얼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견디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간을.

 

둘은 몰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가난했고, 가난하지 않았으나 부모로 인해 가난해진 것. 갈 곳이 없었던 것. 가진 것과 갈 곳이 없을 때 세상이 주는 비릿한 슬픔으로 인해 느끼는 좌절, 견디기 위해 했던 과거의 행동이 하나둘씩 지금의 나를 화롯불로 던져넣을 것 같을 때 할 수 있는 일이란 많지 않다. 누군가를 협박하거나 포기하기. 죽거나 살기. 그러면 된다. 쉽진 않지만.

 

<굿바이 동물원>의 추천사는 엄청나다. 한겨레 수상작을 읽어본 적이 없고, 그 외의 수상작품집을 멀리한 지가 꽤 돼서 사실 이번에도 쿨하게 넘길 자신 있었지만 '동물원'과 엄청난 추천사들 덕분에 걸려들었다. 운이 좋다, 이 책은.('내'가 아니다)

 

아내가 있는 남편이 회사에서 구조조정 당한다. 집안에 틀어박히지만 여자와는 달리 할 일이 없다. 젊고, 돌도 씹을 나인데 할 일이 없다. 그러던 차, 이웃 아주머니가 소개해준 부업으로 봉투 붙이기, 인형 눈깔 붙이기, 동물원 인형탈 쓰기까지 온갖 알바로 연명한다. 인형 눈깔 붙이다가는 본드도 흡입해보고, 인형탈을 쓰고부터는 정말로 고릴라가 된다. 처음에 너무 적나라하게 멋없던 소설로 차츰 빠져들어갔다. 고릴라의 탈을 쓴 그는 점점 인간세상에 존재하는 고릴라가 된다.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아프기도 한 그런 고릴라. 능숙하다. 아니 그런 줄 알았는데 차츰 고릴라도 빈틈이 있다. 맞으면 아프고, 넘어지면 창피하고, 비웃음 당하면 부끄럽다. 잘 살고 싶고 잘 먹고 싶고 잘 자고 싶다.

 

사랑을 하고 싶고 이별은 벅차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그럴 것이다.

 

뭘 많이 한 것 같아도 정작 제일 많이 한 일은 샤워 뿐이다. 씻고 돌아서면 또 덥지만 죽을 걸 알면서도 안 살 수가 없는 것처럼 여름을 나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라고는 못하겠다.(더위와 상관이 없잖아)

 

하지만 <로맨스가 필요해 2012>가 있어서 좋다. 늘 자투리로 다운받아 듣던 음반이 발매되어 좋고, 여름날에도 여전히 뜨겁게 혹은 차갑게 살아있는 감수성이 좋다.  

 

그리고 어울리지 않는 영화 <후궁>과 <방자전>,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혈의 누>를 세트로 역감상했다. 오랜만의 사극세트랄까, 거실에 누워 듣기만 해도 알겠는 우리 영화를 섭렵하는 일은 신났다. 대충 봐서 감상을 쓸 수 없다.

 

 

 

 

 

 

 

 

 

 

아, 대신 이 엄청난.. 이들에 대한('소설'이 아니다) 이야기를 쓸 수도 있을까. 사실 그동안 각각 두 권짜리 소설 <울프 홀>과 <순수 박물관>을 읽느라 시간이 다갔다. 드라마가 줄줄이 결방이어서 밤시간을 잠 아니면 책 한 글자로 끝장냈다. 여름에는 잠이 별로 오지도 않는다. <흑산>은 겨울에 반쯤 읽었지만 여름에 읽는 것도 나름 운치 있다. 칼을 벼리듯 써내려간 날카로운 문장과 아픈 시대 그리고 냉혹하면서도 따뜻한 배경묘사가 띠지 말대로 진짜 축복처럼 벼락친다. 내가 그동안 '문장'에 메말라 있었나 보다. 이럴 땐 김훈 아니면 오정희. 또는 김승옥. 아아아, <무진기행>을 또 읽어야 할까. 이들의 소설을 읽으면 덥지가 않다. 나는 그걸 알고 있고 약발 잘 받게 참다참다 도저히 못참아서 써먹는 중이다. 시작이 노래 시리즈 첫 번째 주자 칼~

 

스물 세 살이었나, 네 살이었나 그때 노래 시리즈 한창 베스트셀러였을 때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무슨 책을 읽고 있냐고 물으면서 혹은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서 모두들 뒤에 꼭 이 말을 붙였다. 노래 시리즈 말고. 으하하. 그래서 이렇게 재밌고 숭고한 걸 지금껏 못 읽고 있었다. 우린 그때 베스트셀러는 '보통'사람 책이라 읽지 않았다. 지드나 헤세를 들고 철학수업에 몰래 들어가거나 쇼펜하우어나 비트겐슈타인을 과수업 맨 뒷자리에 앉아 책상에 머리 박고 읽을 때였다. 사실 대부분은 토론수업에 읽어가야 할 서로의 작품들을 카페에서 다운받아 출력하는데 온 시간을 다 보냈다고 봐야 맞지만. 그때 그들이 김훈 아니 노래 시리즈를 다 읽고 나서 그토록 거부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나는 안 읽고 거부한 1인. 이제는 본 걸 또 보지 않아서 너무 행복한 1인.

 

윤동주도, 정약전도, 이순신도 만나는 이런 여름이라니!

 

 

 

 

 

 

 

 

 

 

 

 

 

 

 

아무래도 음반 한 장에 데코레이션을 너무 많이 얹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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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2-08-02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더위 장난 아니네요. 제가 사는 대구도 더운 지역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매일 찾아오는 열대야의 고통을
견뎌내기가 힘들어요. 더워서 잠을 못 자요 ^^:; 시원한 맥주캔 마시면 잠은 잘 오는데 더워서 새벽에 잠깨기 마련이에요. 지금은 태풍 북상해서 그런지 바람이 불어서 시원하긴한데 그래도 대구의 무더위는 피차일반이네요. ㅠㅠ 게댜가 새벽에 올림픽 경기까지 본방사수하고나면 새벽 4시. 2박 3일 휴가 제외하면 제대로 잠도 못 자는 형편이에요. 불면으로 인해 생긴 잉여 시간은 그냥 독서로 때우고 있어요. ^^

아이리시스 2012-08-03 16:32   좋아요 0 | URL
대구는 밀양과 동급이잖아요. 우리나라 아닌 걸로 하겠어요. @.@
맥주캔은 더워서 아니고 화장실 땜에 깨는 거 아닙니까! 잠자려면 맥주가 최고죠!ㅎㅎ
그래도 저는 수박............( '')

그러면 시루스님에 비해 제가 좀 더 잘 자는 것 같아요. 저는 어제 완전 잘 잤어요. 곰 같아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8-02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어떻게 지내시나요? 내일도 36도라는 일기예보에 두렵기까지한 여름이네요ㅠㅠ 전 오늘까지 가열차게 놀았어요. 휘영청 밝은 여름날 밤 산 밑에서 바베큐 해 먹고 두런두런 여름밤 보내고 왔어요. 뭐니뭐니해도 그래도 집이 최고예요!! 남은 여름은 좀 편했음 좋겠네요. 건강 조심하세요~
게시글 간격이 너무 길어지면 안 좋다는 말씀에 좀 찔리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ㅎㅎ 너무 더워요~~

아이리시스 2012-08-03 16:29   좋아요 0 | URL
바베큐...!@#$%^&* 저도 해먹고 싶어요! 두런두런 여름밤. 귀신얘기 하고 싶어요. 아님 브루마블.. 잘 놀고 오셔서 집이 최고라니, 뻥 아닙니까! (사실 넘 더우니까 일단 가기가 귀찮아요, 그게 어디든 가면 잘 놀텐데요..)

현맘님은 바쁘시고 저는 한가해서 제 간격은 현맘님 간격과 다릅니다. 게을러서 그런 겁니다!

비로그인 2012-08-02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이라니, 선영아. 갑자기 그 책 제목이 생각나네요. 영화든 드라마든 사랑 이야기만 나오면 뭉클한 걸 보면 저도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는 건데, 몸과 마음이 나아가지는 못하고 있어요. 그냥 아직 사랑에 대해서는 어린이인 듯한 ( '')... 그런 느낌이에요. 아이님은 요새 뒹굴거리며 지내시는군요. 맞아요, 잘 놀고 있으면 된 거에요 ㅎㅎ 저도 요새는 마음에 여유가 넘친답니다. 그래도 알 수 없는 불안은 여전하지만요.

ps. 치즈케익 떠먹는 아이님의 모습, 저랑 닮아있을 거 같아요. 느끼한데? ... 그러면서 계속 떠먹기!

이진 2012-08-03 12:3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너무 귀여워요. 저는 배부른데?... 그러면서 계속 먹어요. 친구들이 그렇대요. 제가 배부르다고 하면 아직 닭 한 마리는 더 먹겠구나, 하는 싸인이라고. ㅋㅋ

비로그인 2012-08-03 15:08   좋아요 0 | URL
^^ 배부른데? 그러면서 닭 한 마리 추가로 뚝딱. < 이게 더 귀여운데요? ㅎㅎ
그나저나 소이진님의 '소설'은 어떻게 된 겁니까 대체!! ㅠㅠ

아이리시스 2012-08-03 16:26   좋아요 0 | URL
제가 그 말을 하고 싶었구나 그랬어요. 수다쟁이님 댓글 보니까 그랬나 보네요. 아무리 쿨해지려고 해도 뭉클하다면 바라거나 원하거나 뭐 그런 것 같아요. 올 거예요, 사랑은. 수다쟁이님에게는 더 특별하게요. 저 요즘 완전 놀아요. 밖에서도 집에서도 완전 놀고, 잘 놀다보면 여름이 가겠지 생각해요. 알 수 없는 불안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요. 걱정하지 마요.. 토닥토닥..

치즈케익은 만 하루만에 제가 다 해치워버렸어요! 이제 남은 건 토스트와 엄마가 한 냄비 끓여주신 김치찌개.. 담번엔 모카로 사먹어야겠어요!

소이진님 남쪽나라로 왔어요? :) 닭 한 마리 추가요.
소설은 어떻게 된 겁니까 대체!! 222

꿈꾸는섬 2012-08-04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리시스님 요새 어찌 지내시나 궁금했는데......무더위에도 끄덕없이 잘 지내고 계시는군요.^^
이 밤중에 치즈케잌이 갑자기 먹고 싶어졌어요.ㅋㅋ

아이리시스 2012-08-05 22:23   좋아요 0 | URL
꿈섬님 엄청 오랜만인 거 알아요? 한 번씩 오셔도 잠깐 오셨다 가시니까 엄청 오랜만 같아요.
끄떡없어요. 널부러져 있어요.

치즈케잌 원츄. 막 쟁여놔야 할까봐요.ㅋㅋ
 

 

 

 

지금부터 쓰려는 얘기의 주제는 에드거 앨런 포에 대한 것이 아니지만 어쨌든 그로부터다. 이 추리소설 한 권으로 안중에도 없던 포에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마지못해 한 편씩 읽어오던 포가 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흔히 책 속에 길(답)이 있다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책 속에는 모든 것이 있(을 것 같)지만 길은 없다. 그런 게 진짜로 있다면 책을 무기삼아 타당성을 일축하고 억지쓰는 이들이 많아질 거란 건 불보듯 뻔한 일이지.

 

책을 잘못 읽는 예에 대해 안철수 원장이 힐링캠프에서 얘기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얻을 건 그것 뿐이었다. 나는 그분이 연습장에 빽빽히 분 단위 스케줄을 적어놓고 제 시간에 실천하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내의 이야기도 그렇고, 미국유학 때 세 식구가 매일 도서관에서 머리 맞대고 각자의 공부를 했다는 것도 알았다. 지난해 말인가 한창 꽂혀서 출연하신 모든 프로그램을 싸그리 봤는데 사실 같은 사람이 공식적으로 자기 인생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한 시간이면 충분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힐링캠프에서 한 얘기는 이미 알던 것과 별다를 게 없어 좀 실망했다. 나는 그분이 이룬 팩트보다 하고 계신 생각이 더 궁금했는데 예능이 그렇게 해주진 못했다. 정치얘기를 많이 할 거라고 생각한 건 내 바람일 뿐이었다.

 

길을 찾아낼 수 있는 지혜나 지도가 있을 뿐이다. 그 길은 내가 선택해서 시작하고 또 끝낸다. 독서가 지극히 개인적 행위이듯 소설도 대부분 그런데, 그 개인적인 것들이 어느 순간 모두의 것인듯 튀어오를 때가 있다. 개인보다 개인이 속한 사회, 사회를 받치고 있는 더 큰 세계, 그렇게 한 단계씩 늘려가다보면 어느 순간과 마주한다.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을 얼마 전에 읽었다. 이 페이퍼를 쓰는 중에는 [도둑맞은 편지]를 읽었다. <우울과 몽상>은 여러모로 좋은 책이다. 받침대로도 좋고 베개로도 좋고 심심풀이로 읽기에도 부담 없는데, 읽고나면 부담이 안긴다. 몇 장의 짧은 단편에도 삶의 철학이 들었다. 사건해결을 통찰로 행한다. 에드거 앨런 포는 소현세자나 사도세자만큼이나 많은 죽음에 대한 '설'이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그는 늘 미쳐있었고, 정신착란 상태에서 숨을 거뒀다는 건데 <우아한 제국>은 이 가정으로부터 시작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물론 이 사실은 배경도 아니고 해답도 아니고 그 일부도 아니며 당연히 스포일러도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정신착란이 예술가나 살인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의외로 다르지 않고, 그것이 촉발되는 양상도 비슷하다는 것.

 

 

[1]

 

 

 

 

 

 

 

 

 

 

 

 

 

 

 

스릴러는 되도록이면 줄거리 설명을 아껴야 한다. 어쩔 때는 책정보를 읽는 것만으로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단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이 책의 제목이 내용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는 것이다. 배경은 스웨덴의 한 도서관과 미국의 에드거 앨런 포 박물관이다. 대서양을 사이에 둔 두 국가에서 비슷한 모양새를 갖춘 사체가 발견된다. 누가 봐도 살인이고,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광경이다. 그리고 1500년대 베네치아의 한 수사와 이발사 그리고 사제에게로 이야기는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발사는 머리카락을 깎는 사람이 아니라 칼잡이였다. 해부학자였고 의사였다. 그의 손끝에서 칼이 지나갈 때마다 사람은 사람에 대해 배웠다. 그리고 모든 것은 기록되었다.

 

외르켄 브레케는 전통과 문화와 시대를 거스른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지만 살인범이 누구인가 보다 왜 살인을 저질렀나가 중요한 내게는 괜찮았다. '고서(古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와 살인음모는 당연하게도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연상시킨다. 그 무엇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과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에 대한 탄탄한 지식을 자기화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읽었기에 금서에는 손대지 말라는 이유가 있다는 걸 알만큼 알지만 에코의 것이 사회학적 음모(비극만 남기고 희극을 사라지게 하려는 자들의 음모)라면, <우아한 제국>은 있을 만한 역사 속 사건의 팩션에 불과하다.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속을 알기 위해 살인하거나 공동묘지의 시체를 훔치려 땅을 파는 일련의 과정들이나 양피지로 만들던 책의 겉가죽을 사람가죽으로 만들어 글을 새긴다는 설정은 있을 수도 있지만 믿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하다. 암흑의 중세가 아무리 살인과 음모의 시기였다고 해도 두눈으로 확인 불가능한 이상 그저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중세인들이 골몰했던 해부학, 당시 원형 해부극장이 만들어질 정도로 암암리에 성행했던 인간에 대한 해부를 인간 스스로 몸에 대한 자각과 궁금증을 품고 시작했던 첫 의학적 기록으로 본다면 충분히 추적해봄직한 일이 된다. 그래도 에코만큼 많은 문학적 장치와 인문학적 사고를 곳곳에 배치하지는 못했으므로 단지 추리파 소설로 분류되겠지만 말이다. 단지 정신착란, 대상에 대한 지독한 갈망과 호기심으로 살인을 저지를 수 있을까. 옛책의 가치를 역사와 돈으로나 찾는 우리에게는 그다지 해당사항이 없는 듯하지만 누군가는 살인을 해서라도 얻고 싶은 혹은 재현하고 싶은 열망이 있는 것이다. 부정할 수는 없다.

 

한 사람의 생애는 한 줄로 말해질 수 없다. 여름밤 지구 반대편의 나라 어느 방에서 흥미진진하게 읽기에 좋았다. 깊지는 않았지만 꽤 탄탄했다. 시리고 차가운 느낌의 오싹한 한기의 느낌은 없지만 이 소설은 분명히 스칸디나비아 지방으로부터 왔다. 여기는 추리소설 매니아로 읽을 때마다 제목과 작가, 범인과 범인이 등장하는 페이지를 목록으로 작성하는 어떤 여자가 나온다. 여기는 캐릭터가 많다. 도서관과 박물관 직원들 그리고 경찰들. 모두가 뚜렷한 성향을 지닌 인물로 그려지는 건 아니지만 범인을 찾기로 맘만 먹으면 압축하기가 쉽다. '왜' 살인을 했는가는 '누가' 살인을 했거나 '어떻게' 살인을 했는가 보다는 중요한데(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우아한 제국>은 전자보다 후자가 훨씬 더 강하다.

 

 

[2]

 

 

 

 

 

 

 

 

 

 

 

 

 

 

편지로 된 소설 몇 권을 알지만 읽기가 쉬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매번 화자와 청자가 달라지고, 시기도 구별해야 하며, 무엇보다 나는 받는 이가 아니기 때문에 상상력 빈곤을 고스란히 체험하곤 했다. 작가는 영국여행 중 알게된, 채널제도의 일환인 건지 섬을 아름다운 상상력으로 소생시킨다. 건지 아일랜드라면 이 소설을 만나기 전에 알던 바로는 위고가 망명하여 살았다던 곳 아닌가!(위고는 카뮈 다음으로 좋아하는 몇 안되는 작가다) 루이 나폴레옹 정권을 비판하다 반정부 인사로 찍혀 망명한 그는 이곳에서 <레 미제라블>과 <웃는 남자>를 집필했고, 이후 프랑스로 돌아가서도 녹록치 않자 다시 건지로 가서 말년작 <93년>을 집필한다. 건지 섬은 제2차 세계대전 중 5년간 독일이 점령했었고, 한 번도 자국영토를 뺏겨본 적 없던 영국으로서는 아픈 손가락일 터, 문학적으로 승격되는 이 섬의 고립과 외로움을 편지라는 매개체로 읽는 순간 그곳에 대한 애틋함이 살아난다. 건지 섬에 있는 한 남자와 런던에 사는 한 여자의 편지가 서로에게 닿게 된 건 책 때문이다. 여자는 작가고, 남자는 그곳에서 농장을 운영하며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문학회에 참여중이다. 육지 소식이 잘 가닿지 않는 섬에 있는 남자(도시)는 우연히 여자(줄리엣)의 이름과 주소가 적힌 찰스 램의 <엘리아 수필 선집>을 갖게 되어 그녀에게 편지를 띄운다. 그들을 오가는 편지 속에서 매개체가 된 책 뿐 아니라 뭍과 육지의 소식이 서로 고루 섞인다.

그래서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거예요.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인 한계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목적도 없어요.

줄리엣과 도시의 편지를 시작으로 대륙과 건지 섬 사이, 줄리엣의 친구 소피의 오빠이자 편집장 시드니, 줄리엣과 소피의 연인들, 하지만 전쟁을 겪고난 이들의 멀쩡한 삶이 주제인 만큼, 건지 섬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남아 자신들을 지켰는지, 돼지 파티가 북클럽으로 변모한 이유가 뭐였는지, 북클럽에 대한 사연을 줄리엣이 쓰는 칼럼에 싣기로 하면서 이야기 보따리가 풀린다. 나는 정적인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많은 추천사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그저 그랬다. 전쟁의 절박함을 따뜻하게 회상하고 새롭게 삶을 일궈보려 한 진정성 어린 소설이지만 보통 이상의 감동이 오지는 않았는데, 얼마 전 읽었던 <안네의 일기>나 <굿바이, 안네>도 같았다. 절박한 상황의 담담한 서술에는 나도 한 발 빼게 돼서 그런가. 다양한 인물이 자신들의 사연을 들려주는 점은 귀기울일 만하지만 역시 채널제도를 겪은 역사적 순간을 건지 섬의 누구보다 위고로 기억하겠다.

 

 

[3]

 

 

 

 

 

 

 

 

 

 

 

 

 

 

 

한창 방영중인 주말 사극 [무신]의 주인공이 무신정권에서 막강한 힘과 재산을 가진 두 부자(父子) 최충헌, 최우가 아니라 최충헌가의 노예로 아버지의 대를 이어 최우의 눈에 든 '김준'이듯, 2009년 맨부커상 수상작인 <울프 홀>의 주인공은 헨리 8세가 아니라 16세기 튜더 왕조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힘을 얻기 위해 온갖 음모에 휘말리며 목숨을 걸었던 '토머스 크롬웰'이다. 이 원칙은 견고하다. 왕보다는 왕의 주변부를 주인공으로 삼아야 더 많은 이야기를 불러올 수 있지 않겠는가. 역사소설은 대부분 이 공식을 답습하지만 헨리 8세를 소재로 한 수많은 텍스트가 존재하는 지금은 확신할 수가 없다. 대부분 앤 불린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가 태반이다. 권력을 얻기 위해 왕을 유혹하는 여인이 그녀 뿐만은 아니었건만, 유난히 잦은 영화 탄생은 튜더 왕조 전체가 아니라 한 여인의 권력에 대한 욕망과 권모술수를 얕게 구경하게 하는 데서 그친다. 유명한 영화 <천일의 앤>을 비롯 <천일의 스캔들>, <엘리자베스>, <골든 에이지>는 모두 1485년부터 1603년 3대 다섯 명에 걸친 118년의 튜더 왕조배경으로 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헨리 8세와 두 번째 부인 앤 불린, 그들의 딸 엘리자베스 1세에 초점이 가 있다. 아들을 낳지 못해 남편으로부터 간통과 근친상간죄를 뒤집어쓰고 처형당한 앤 불린은 단 3여년을 왕가에 있었다. 전 왕비에게서 아들을 얻지 못해 앤 불린과 혼인했는데 역시 아들을 얻지 못하자 헨리는 또다시 왕비를 버린다.

 

어머니가 보낸 천일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엘리자베스는 처녀여왕으로 생을 다해, 처형된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 스튜어트('피의 메리'할 때 그 메리 아님. 그 메리의 본명은 메리 튜더로 엘리자베스와는 이복자매)의 아들이자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공동 왕이 되는 제임스 1세(스코틀랜드로는 제임스 6세)가 즉위할 때까지 다사다난한 업적을 남긴다. 후사가 없었던 그녀와는 전혀 상관 없지만 엘리자베스 2세의 칭호를 받은 사람은 현재 53개국 영국연방의 수장인 엘리자베스 여왕이다. 역사를 단편적 사건으로 훑어보면, 잉글랜드 왕권을 놓고 랭커스터가(家)와 요크가(家)가 싸웠던 장미전쟁이 튜더왕조 시작의 배경이다. 장미전쟁이라 부르는 이유는 두 가문의 상징이 장미였기 때문이다. 색은 붉은 것, 흰 것으로 각각 달랐지만. 이 전쟁은 자그마치 30년이나 진행됐고, 랭커스터계의 리치먼드 백작 헨리 튜더는 헨리 7세로 즉위하며 마침내 튜더 왕조의 시대를 연다.

 

주드 로가 영국의 섹시가이라면, 비슷한 눈빛을 지닌 아일랜드 출신의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역시 내눈에는 주드 로만큼 섹시하다. 키는 작지만..( '') 배우에게 기대하는 키의 기준치가 어느새 180이 되어버린 이런 눈높이ㅜㅜ 그가 절대군주 헨리 8세로 분한 시리즈 [튜더스]는 앤 불린과의 로맨스 뿐 아니라 그녀를 비롯한 여섯 부인의 이야기를 그린다. 물론 왕가의 음모와 튜더 왕조의 흥망사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기본적으로 정치 스릴러가 아니라 로맨틱 역사물이기 때문에 앞서 말한 많은 영화와 비슷하다. 단숨에 끝내기에는 아쉬운 긴긴 역사 속으로 데려가는 몰입감과 시대물 로맨스로는 확실히 기대하게 만들지만. 반면, <울프 홀>은 헨리 8세에게 다가가는 '토머스 크롬웰'이 주인공이므로 좀 다를 거라는 기대를 가졌다. 주변부의 시선으로 권력을 말하는 것. 원래 시대와 역사, 사건의 소용돌이 안에 있는 사람은 제대로 현실을 직시할 수 없는 법이지만 역사소설에 있어 아무도 객관적 시선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는 것 또한 한계인 동시에 장점일 수도 있다.

 

 

 

 

 

 

 

 

 

 

 

 

 

 

 

 

우려먹어도 너무 우려 먹었다는 느낌을 숨길 수 없을 정도의 대형군단이다. 헨리 8세가 아니라 엘리자베스 1세로부터 이어지는 영국 정치사가 더 재밌을 지도 모른다. 왕조의 자리다툼은 늘 권력욕 아니면 지위욕, 치정에 얽힌 것들이 아니었던가. 그런 의미에서 남편없이 '나는 조국과 결혼했다'던 엘리자베스 1세의 결단은 얼마나 훌륭하면서도 덧없는가. 자기 시대는 곧 가버리고 늙고 병든 나를 대신할 자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권력과 지위에 목매는 이들이 간과하는 것이다. 후손 하나없이 먼 사촌조카뻘에게 왕위를 물려준 그녀의 슬픔에 비하면 평범한 행복이 얼마나 큰 그림을 그리는지 감히 상상할 수 있다.

 

 

[4]

 

 

 

 

 

 

 

 

 

 

 

 

 

 

만주사변은 1931년 9월 18일부터 이듬해 2월 18일까지 진행되었으며 이 결과로 만주 땅에는 일본이 지배하는 괴뢰정부 '만주국'이 들어선다. 중일전쟁은 1937년부터 이듬해까지 계속된다. 이유가 어쨌든 모두 일본국의 침략으로 벌어진 전쟁이다. 일본과 연합국 사이에 벌어진 태평양 전쟁은 1941년부터 5년간, 사실상 제2차 세계대전의 일부로, 역시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시작되었다. 나중에는 싹싹 빌었지만, 전쟁 중 모든 문서와 장부를 스스로 소각시킴으로서 본인들의 도발과 패배를 정당화하려 했다. 이 나라 또라이 같다.(나름 순화한 표현이다) 

 

김약연은 북간도 지역의 한인사회 지도자였고, 윤동주는 이 혼란한 틈에 북간도에서 태어난다. 구한말과 일제시대에 활발한 민족운동의 일환으로 피신 겸 개척된 북간도가 만주 땅으로 편입된 시기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곳은 지금 연변이라 불리는 조선족 자치주였다. 청산리 전투의 김좌진이 유명한 곳. 이후 북간도의 수난은 만만찮다. 근현대사는 대부분 눈물과 분노로 점철되었지만 특히 근대사(구한말-일제시대)가 심하다. 윤동주가 일본으로 유학가기로 마음 먹은 때(1941년 말)는 민족말살통치가 이뤄지던 시기로, 유학하려면 반드시 창씨개명을 해야했다. 이를 두고 오늘날 학자들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분명한 것은 죽을 때까지 정식 시인이 아니었던 그가 사후 출판된 시집으로 민족시인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이다. 유학 후(얼마나 큰 꿈을 품었겠는가) 1943년 귀국길에 오를 무렵 민족항일운동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붙잡혀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한다. 여기까지는 팩트다. 그의 삶은 짧았고, 그래서 더 정리가 쉬워진 건 아니지만 더 큰 의미를 갖는 건 확실하다. 1943년 7월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중이었으니 1945년 8월즈음 출소했다면 그는 우리나라의 독립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죽음은 2월 16일. 그는 6개월을 참지 못하고 숨을 놓았다. 형무소 의무실에서 주사한 의문의 약 때문에 생체실험의 희생자였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패망한 일본이 전쟁 후 모든 문서와 서류를 소각함으로서 말살하려 했기에 확신할 수가 없었는데, 태평양 전쟁 당시(1945년) 구주지방에 불시착한 미국 B29 전투기 조종사 8명을 구주대학에서 생체해부하고 살해한 사건이 조서로 보고되면서 세상에 알려진다. 일본이 전쟁 중 자국 병사들의 혈액을 보충하기 위해 혈장 대용 생리 식염수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미국인은 물론 윤동주를 비롯한 건강한 수감자들을 실험대상으로 삼았음이 드러났다. 더불어 이들은 조종사 8명에게 살아있는 상태에서 신장과 폐, 간 같은 장기적출을 시도한 한편, 나중에는 인육파티까지 했다고 보고서는 전하고 있다.

 

 

[5]

 

 

 

 

 

 

 

 

 

 

 

 

 

 

 

올해는 벌써 이만큼이나 되는 아프리카 관련서들을 읽었고, 내용이 살상, 학살, 전쟁, 분쟁과 동떨어지지 않아 알만큼 알고 있다고 생각할 즈음 또다시 시리아 내전이 국제뉴스를 타고 들려왔다.

 

<제노사이드>는 아프리카 어느 소수민족의 대를 끊어 멸종시키려는 백악관의 음모로부터 시작된다. 이 소설이 너무 정치적으로 보인 이유는 '진행중'의 위험성을 간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일을 미국 뿐 아닌 다양한 국제사회가 시도하고 있고, 그들의 목적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자기 배 불리기라는 점은 명백하다. 노예제도와 식민화 때문에 발전이 더뎠다는 검은 대륙 뒤에는 언제나 살상무기를 가지고 고도의 지력으로 협박에 협박을 거듭하는 선진국(미국)의 음모와 지략이 있고, 이에 맞서는 덜 문명화 된 이들은 장렬하게 싸워보지도 못한 채 전사한다. 아무 연관 없는 마을 전역이 불타 여자와 아이마저 학살 당하고, 수류탄이 터지고 가해자, 피해자랄 것도 없이 한꺼번에 죽어간다. 버튼을 누르는 사람은 어느 국가의 수장이나 결정권자다. 정작 싸우는 이들에게는 본인 목숨에 대한 결정권이 없으며, 만약 살아 돌아간다면 알량한 돈 몇 푼(윤리적으로 생명 앞에 돈은 늘 알량하다)으로 보상 받는다. 이 소설을 읽는 일은 사실상 아프리카 콩고, 백악관, 일본까지 시공간이 다른 세 곳의 주인공들이 얽힌 인프라를 따라가야 하는 고도의 전략전이다. 콩고 탈출을 시도하는 내전상황을 생생히 그리고, 용병과 초인류를 등장시켜 신과 인간이 만난 듯한 숭고한 긴장을 주고, 의자에 앉아 손만 까딱하면 지구 반대편 평화로운 누군가의 삶을 통째 파괴하고 목숨도 끊을 수 있는 백악관 테이블의 권력에 분노하게 하며, 일본의 철거 아파트 안에 갇혀 아버지 대신 현 인류를 구할 신약 개발에 몰두하는 청년을 응원하게 한다. 끊기도 잘한다. 중요한 순간에 화면전환. 영화가 따로없다. 

 

흡인력 굉장하고 흠 잡을 데 없이 잘 씌어진 근래 보긴 드문 작품인데 문제는 평소 아프리카 역사와 내전에 관심이 많았던 나머지, 지나치게 많은 내용을 보고 듣고 읽어 최대한으로 받아야 했던 충격의 임팩트가 현저히 낮아졌다는 사실이다. 온갖 지식을 짬뽕하면 쓸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순간적으로 날 감쌌다. '살기 위해' 신의 저항군에 세뇌당한 소년병의 살육에 영화 <머신 건 프리쳐>가 생각났고, ICC에 제소되어 국제악질범 1위로 인터폴에 수배되어 있다던 그 놈도 누군지 알겠고, 왜 소년병이어야 하는지, 얼마나 더 끔찍하게 여자와 아이들을 죽여나갔는지도 알았다. 그밖에 수많은 국제법 조항들.. 주로 명분에만 머무는 유엔평화유지군 활동.. 거기다 화학융합까지 화학에서 아프리카사, 네안데르탈인에서 초인류까지 건드리고 지나가는 소재의 스펙트럼에 짓눌리며 생각했다. 다 아는 것들인데 이 소설을 쓴 건 내가 아니야. orz

 

 

역사는 과거와 현재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던 건 E.H.카였다. 미래가 아니다. 우린 역사가 단면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 일과 저 일 사이에 어떤 구분이 없다. 벽도 없다. 역사는 좌표 속에 존재한다. 카뮈가 살았던 프랑스와 내가 놀러간 프랑스는 완전히 다른 프랑스다. 시간은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역사라는 이름 앞에 변하지 않는 사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역사는 씌어지고 있다는 것. 방에 앉아 글을 쓰는 나는 물론, 잠을 자는 이에게도 흔적이 남는다는 것. 역사는 일방향성을 가진 채 시간적으로 앞으로만 향한다는 것. 누구도 시간을 뛰어넘을 수는 없는 것이다. 타임슬립이 유행한다고 나도 어느 날 갑자기 조선시대로 가거나 미래로 가거나 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소 재미가 없을 수 있다. 그러면 역사의 공간을 넓히면 된다. 시간이 수평이라면 공간은 수직. 내 발걸음 닿는 이곳 뿐 아니라 저곳이나 그곳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방법은 여행 아니면 독서. 직접 발품을 팔거나 누군가 발품 팔아 내놓은 경험담을 책이나 영화로 보고 듣거나. 그러면 그곳에 없었지만 생생하게 다가오는 역사의 한 순간을 만날 것이다.

 

지금 누구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지는 인생 전체에서 역사적 사건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그게 바로 역사의 묘미.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역사에 기록될 일은 아닐 것 같다.

 

 

 


댓글(6) 먼댓글(1) 좋아요(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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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것은 그림이 아니라 역사다
    from 너의 의미 2013-06-27 07:02 
    파리에서 루브르 보다 오르세가 사실상 더 인기있는 것처럼 런던에서 대영 박물관보다 내셔널 갤러리의 작품들이 더 익숙한 것은 상대적으로 친숙한 작가의 작품들이 많고 시대적으로도 가까워서다. 내셔널 갤러리와 트라팔가 광장의 해질녘 풍경과 비에 젖은 연하늘빛 세상을 좋아했던 만큼 오래 그리웠지만 몸통을 나란히 붙이고 있는 내셔널 포트레이트 갤러리에는 들어가보지 않았다. 포트레이트만 걸려있다는 게 그다지 발길을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적 모르는 인물의 얼굴만
 
 
2012-07-26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27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28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02 1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로하 2012-08-0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렇게 알찬 글을 올려주시다니~ 전 나름 추리소설 매니아인데, <우아한 제국>, <울프홀>은 처음 보네요. 주로 고전적인 것이나 수사물에 가까운 것만 보다보니 추리소설도 요렇게 다양한 결이 있다는 걸 모르고 살았네요. 이 참에 한번 훑어봐야겠어요!

아이리시스 2012-08-02 19:42   좋아요 0 | URL
알로하님 오랜만이에요. <우아한 제국>이 평은 별론데 스웨덴에서 인기가 많았대요. 그런 소식을 저는 잘 모르지만.. 그래요! 전에 우리 <스트로베리 나이트> SP 공감하고 있었잖아요. 이제 그거 끝난지도 어언......... 시간이 총알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