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이전의 외출길조차 벅차 집에 돌아와 사흘이나 꼬박 컨디션 관리를 하다가 정신차려보니 제대로 뒹굴거리는 휴가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잘 놀고 있으면 된거다. 그 와중에 동생은 뚜껑 열리는 빨간색 차와 새로나온 갤럭시 노트를 갖고 귀환했다. 이 시대 화려한 청춘은 노예계약과 할부로 꾸려가는 삶을 말하는 거구나. 푸핫. 그러거나말거나 '화차'만 안되면 된다. 어쨌든 너는 황금기를 살고 있는 거구나. 며칠은 토스트와 비빔면, 쫄면 같은 밀가루 음식과 그애가 죽고 못 사는 순대국과 고기류를 달고 살아야 한다. 책은 일 년에 한 권도 안 읽는 애가 안철수의 생각 안 사냐고 꼬드기지만 안 넘어갈 거다. 이분이 아무리 좋은 얘길 해도 내 표는 다른 곳에.. 아주 예전부터 그분이 안 나오시면 좋지만 나오시면 그리로.. 그래서 혼란올까봐 못본다! 혼란 자체가 오지 않을 상황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목표는 투표 아닙니까. 투표만 잘하면 됩니다.. (근데 딱히 정치성향 똑같을 거면서 왜 굳이 책을 사라고 하는지 모르겠네..( ''))
쓸 얘기가 없지만 글 게시와 게시 사이의 간격이 길어지는 건 옳지 못하다. 올림픽 개막 이후 내내 결과에 열올리면서 정작 제대로 경기를 본 건 거의 없다. 때론 더위를 때론 잠을 때론 기다림을 나는 이기지 못했고, 수많은 선수들의 피와 땀, 영광의 순간을 놓쳤다. 다시 본 건 몇 개 있다. 그게 무슨 소용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분노유발자 올림픽 같으니라고.
이 앨범에 대한 얘길 해보자.
난 요즘 이 드라마 보면서 많이 운다. 때론 억울해서, 때론 기뻐서, 또 슬퍼서, 또 마음 아파서, 어쩔 땐 벅차서, 어쩔 땐 너무 우리들 얘기라서 이유없이 설레고 감동한다. 여기는 서른 셋의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존재한다. 쉰, 예순, 일흔에는 미래가 없겠는가. 그들도 마찬가지일테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리지 않은 청춘의 솔직한 이야기는 도움이 된다. 어떻게? 그냥.
솔직히 일과 사랑 어느 부분에서 공감해야 하는지, 공감하고 있는지 자각이 없지만 매번 울컥 아니 울먹이는 걸 보면 이 시대 사랑, 분명히 마음 속에 기생하고 있다. 쿨하고 진심이 없는 듯해도 다들 얼마나 벅차게 몸과 마음 바쳐 사랑하고 있을까. 세상의 청춘들이 꿈꾸는 혹은 현재진행의 사랑이 합쳐지면 지구는 온통 사랑으로 뒤덮일 것이다. 어제는 치즈케익을 먹었다. 티스푼으로 두 입이면 더이상 못먹을 것처럼 느끼한데 이상하게 다음 한 숟갈, 또 한 입 그러다보면 어느새 한 조각 뚝딱. 초코, 고구마, 생크림, 모카. 종류도 많은데 하필 그 흔한 데코레이션 하나 없는 치즈케익이라니 멋없이. 그러니까 로맨스는 담백할 수록 좋지 않은 거잖아. 나는 치즈케익 같은 연애는 싫다. <로맨스가 필요해 2012>에는 많은 사랑의 줄기가 등장하지만 카페 사장 남자친구를 둔 음악감독 주열매가 주인공이다. 남자는 여자의 일률적 빙수 거부에 얼음 한 그릇과 온갖 재료가 '따로' 나가는 '열매빙수'를 개발했다. 카페 메뉴에 여자친구 이름을 붙이는 남자친구라니. 사실 여기 나오는 두 남자는 둘 다 매력이 넘쳐서 진심으로 저런 상황이 안 오기만을 빌면서 본다. 도대체 무슨 복이지. 나이 서른 셋이나 돼서.
어쨌든 원하는 것만 덜어 쓱싹쓱싹 비벼먹을 수 있는 시원하고 달콤한 빙수는 카페에서 인기만점(인지는 모르겠다). 아마 이 뜨겁고 때로 차가운, 냉온탕을 번갈아 넘나드는 이들의 청춘을 대변하는 제멋대로식 메뉴가 아닐까. 연애는 아무도 뭐랄 수가 없는 것. 오로지 자기만의 세상 안에 존재하는 것. 아무도 연애가 삐걱거리거나 좋은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아바타 같다.
바깥 세상에서는 어른을 강요당하고, 내면으로는 기대만큼 크지 못해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사정없이 흔들리는 살만큼 살았는데도 여전히 모르는 청춘들의 아바타.
...
후회하니 미안 했었니
왜 그땐 내 옆에 없었던 거니 어느 날
한번쯤은 물어봐줄래
그때는 내게 무슨 일 있었냐고
그렇게 나보다 너의 기억이 많은
그 시절 그때 그 자리 또 너의 손끝에 남겨진
따뜻한 아직도 따뜻한 기억이 모두 아픈 날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