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잠자리의 탄생 비밀

- 김현태 -

잠자리 하나가
뒤켠에 있는 고추장 그릇에
꼬리를 살짝 담근다
아, 탄생이다
붉은 고추잠자리 하나 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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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회사 앞에 앉아 있으려니 어디선가 잠자리 한마리가 날아듭니다. 한곳에 앉지 않고 끊임없이 날개를 퍼덕이더니 지친듯 잠시 날개짓을 멈추고 가만히 가을을 바라봅니다. 시린듯이 푸르른 가을 하늘을 어지러이 날던 잠자리가 그리워집니다. 잠자리채를 들고 온 들판을 누비던 그때의 꼬마들도 눈앞에 떠오릅니다. 어릴적 잠자리 잡던 솜씨를 발휘하여 잠자리 눈앞에 어지러이 동그라미를 그리다 냉큼 잡아올리니 아~ 꼬리에 묻은 것은 새빨간 고추장이더군요. 옆에 있는 동료들에게 보여주니 다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가끔은 말이죠. 세상을 동요처럼, 동시처럼 바라보는 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올 가을 고추잠자리의 꼬리는 고추장 묻은 꼬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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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4-10-12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추장 묻은 꼬리라서 빨간거였군요..^^회사앞 가을햇살 밝은 곳에 자리잡으시고 담배 한대 피워 무시는 잉크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래서 가을은 우리에게 또하나의 투명함이겠죠?^^

icaru 2004-10-12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__^

stella.K 2004-10-12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출하고 들어왔는데, 오후부터 날씨가 추워졌어요. 바람도 세게 불고, 잉크님 보셨다던 그 잠자리 어디엔가 잘 있을지 걱정이군요.^^

잉크냄새 2004-10-13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에 보니 차유리에 성에가 끼었더군요. 아마도 잠자리는 어느 풀잎위에서 화석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가분아저씨 2004-10-14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잉크님의 촌철감상평(?)도 담담한 가운데 절절함이 엿보이는군요.

미네르바 2004-10-14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 가을 고추잠자리의 꼬리는 고추장 묻은 꼬리랍니다.>잉크냄새님만이 하실 수 있는 표현같아요. 음~ 저도 고추잠자리 잡으러 떠나야겠어요. 고추 잠자리 꼬리에 고추장이 묻었나 확인해 보아야겠어요.^^

잉크냄새 2004-10-21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 가을에는 잠자리채를 든 알라딘 주인장들을 만날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