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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도 너무 길다 - 하이쿠 시 모음집
류시화 옮겨엮음 / 이레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종 위에 졸고 있는 나비, 허수아비 뱃속에서 울고 있는 귀뚜라미, 바위 뚫어져라 울어제끼는 매미, 잉어 머리에 내리는 여름비. 이 책에 소개된 하이쿠의 소재이다. 하이쿠 시인들은 스스로 선택한 고독한 삶을 살았고 끝없이 방랑한 방랑자요, 나그네요, 구도자이다. 그들은 자신이 방랑하던 삶속에서 바라본 풍경과 하찮은 미물의 존재속에 감추어진 삶의 본질인 유한함과 허무와 숙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모습을 먼저 보이고 마음을 뒤로 감추라] 이싸, 부손과 함께 3대 하이쿠 시인으로 일컬어지는 바쇼는 말한다. 사물을 설명하지 말고 묘사하라. 그들이 사물의 본질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귀기울이는 모습만으로 나머지 삶의 여백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놓고 있다. 삶의 문제에 있어서는 가끔은 구구절절한 설명보다는 작은 여백이 더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그래서 삶은 한줄도 너무 긴 것인지도 모른다.
[올해의 첫 매미 울음, / 인생은 / 쓰라려, 쓰라려, 쓰라려 ] - 이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