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세상에 선과 악의 대결은 없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악을 경험한 일이 없기에 악이란 표현은 비뚤어진 선의 한 형태요 타인의 정의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과 악의 대결구도라 말하여지는 것은 나의 정의와 너의 정의가 부딪히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런 사고에 금이 간다. 악은 분명히 존재한다고...전쟁 미치광이 부시가 주연하고 이라크 무장세력이 조연한 이번 사건을 보면서 악의 형태가 어떤 식으로 다가오는지 느낄수 있었다. 누군가의 모습에서 악을 느낄수 있었던 것은 <공공의 적>에서 나온 대사였다. [내가 죽였다고 하자. 그런데 사람이 사람 죽이는데 이유가 필요하냐? ] 이 대사를 들으며 섬찟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에 그들의 모습에서 훨씬 강도높은 섬찟함을 느꼈다. 그들이 어떤 사상과 가치관과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우더라도 그 근본에 존재해야할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한 처사에는 타당성이 없다. 스스로를 정당화하기 위한 잘 포장한 겉껍데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런 미친 짓거리를 저지른 그들이 죽어서 망각의 강, 레테를 건널수 있을 것인가? 그들이 망각이 강을 건넌다면 그건 분명 신의 어리석은 축복이요 알라의 어리석은 축복이다. 인간이기를 거부한 그들에게 레테는 망각의 강이 아닌 저 밑에 깔린 추악한 기억마저도 끌어낼 고통의 강이어야 할것이다.
부디 김선일씨가 망각의 강을 건너 속세의 짐을 벗고 극락왕생하시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