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의 급작스런 변경으로 예정되어 있지 않은 여행인지라 이곳저곳 지인에게 전화를 하다 급기야 혼자 짐을 꾸려셔 무조건 남도로 향하는 국도로 접어들다. 국토 곳곳에 몸살을 일으키는 자동차의 행렬에 한몫을 담당하며 12시간을 달려 새벽 2시에 도착하다. 일단 그 지역의 술맛을 보아야하기에 밤 늦도록 문을 연 술집에서 한잔 기울이다.

아니나 다를까 여전히 자동차의 행렬이다. 이곳은 무작정 샛길로 빠져 자동차 하나 다니기도 버거운 산 두개를 넘어가다 접어든 어느 한적한 어촌의 갈대밭이다. 차창으로 불어오는 봄바람만큼이나 마음을 시원하게 달래준다.


보성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 대한제다>의 한 풍경이다. 곳곳에 자리한 사람들의 행렬, 그래도 인위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문득 안개가 걷히기 전 새벽에 오르라는 술집 아주머니의 말이 떠오르다.

선전에도 나왔던 스님과 수녀의 자전거 장면의 촬영지가 이곳이라고 한다. 사람이 지나지 않는 곳을 담아보려 기다렸지만 허사이다. 그냥 찍는다. 어차피 길이란 생명이 깃들어야 길인것 아닌가. 아무도 지나지 않는 길, 그것은 이미 길의 운명을 저버린 것이다.
이곳에서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대한제다>로 들어가기 전의 휴게소에서 야생화를 파는 어느 젊은 부부의 모습이다. 잠시 머문 휴게소에서 운전대에 턱을 괴고 한참을 바라보다 잘 키울 자신도 없는 야생화 두점 <매발톱꽃> <돌단풍>을 사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차피 사람이 있어야 할곳이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렇게 야생화와 더불어 사는 삶은 어떨까 한참을 생각하다 보성을 떠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