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의 급작스런 변경으로 예정되어 있지 않은 여행인지라 이곳저곳 지인에게 전화를 하다 급기야 혼자 짐을 꾸려셔 무조건 남도로 향하는 국도로 접어들다. 국토 곳곳에 몸살을 일으키는 자동차의 행렬에 한몫을 담당하며 12시간을 달려 새벽 2시에 도착하다. 일단 그 지역의 술맛을 보아야하기에 밤 늦도록 문을 연 술집에서 한잔 기울이다.



아니나 다를까 여전히 자동차의 행렬이다. 이곳은 무작정 샛길로 빠져 자동차 하나 다니기도 버거운 산 두개를 넘어가다 접어든 어느 한적한 어촌의 갈대밭이다. 차창으로 불어오는 봄바람만큼이나 마음을 시원하게 달래준다.



보성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 대한제다>의 한 풍경이다. 곳곳에 자리한 사람들의 행렬, 그래도 인위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문득 안개가 걷히기 전 새벽에 오르라는 술집 아주머니의 말이 떠오르다.


 

선전에도 나왔던 스님과 수녀의 자전거 장면의 촬영지가 이곳이라고 한다. 사람이 지나지 않는 곳을 담아보려 기다렸지만 허사이다. 그냥 찍는다. 어차피 길이란 생명이 깃들어야 길인것 아닌가. 아무도 지나지 않는 길, 그것은 이미 길의 운명을 저버린 것이다.

이곳에서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대한제다>로 들어가기 전의 휴게소에서 야생화를 파는 어느 젊은 부부의 모습이다. 잠시 머문 휴게소에서 운전대에 턱을 괴고 한참을 바라보다 잘 키울 자신도 없는 야생화 두점 <매발톱꽃> <돌단풍>을 사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차피 사람이 있어야 할곳이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렇게 야생화와 더불어 사는 삶은 어떨까 한참을 생각하다 보성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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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5-06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 냄새 님! 컴퓨터 고치셨군요. 휴일과 이 깊은 밤에도 님의 글을 읽을 수 있어 좋네요.
그건 그렇고 이제서야 4월 기행 뒷이야기를 하나씩 풀어 놓으시는군요. 많이 기다렸었는데..
개인적으로 정말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한 곳이예요. 보성 녹차밭..그리고 삼나무 길~
갈대, 차밭, (행인이 없었으면 더 좋을 듯 싶은)삼나무 길까지..제 맘은 벌써 보성으로 달려 갑니다.
아, 그리고 매발톱꽃과 돌단풍, 잘 자라고 있는 지도 궁금하네요~

stella.K 2004-05-06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행은 안 올려주시나 은근히 기다렸는데 올리셨네요. 얼마나 좋았을꼬...잘 보고 갑니다.^^

갈대 2004-05-06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사진에 제가 등장했네요^^
그나저나 매발톱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

잉크냄새 2004-05-06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성 녹차밭은 5월이 가장 볼만하다고 하더군요.
매발톱꽃과 돌단풍은 기르는 사람을 잘못 만나 악전고투중입니다. 전 요즘 한국 야생화의 생명력에 놀라고 있습니다. 역시 다년생 식물이라 그런지 물 한번만 주면 언제 풀 죽어있어는냐는 듯이 파릇파릇해지더군요. 매발톱꽃 꽃 피면 찍어서 한번 올리죠.

비로그인 2004-05-06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드디어 남도 기행문~ 너무 짧아 아쉬운 감도 들지만...^^ 매발톱꽃도 기대할께요~

Laika 2004-05-06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월이 가장 볼만하다고요? 보성 ...찜....
아니군요....디카도 없고, 긴축재정이니....갈수가 없군요....
잉크냄새님 사진에 보며, 티백 녹차 마시는것에 만족하렵니다.

waho 2004-05-06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성 녹차밭 너무 좋죠? 대한 다원 다녀 오셨군요? 그 길 정말 좋죠?
저두 보성 몇 번 가봤는데 4~5월이 젤 좋아요. 날도 너무 덥지 않고 푸른 빛도 가장 곱고...

미네르바 2004-05-06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년전 친한 친구와 함께 다녀왔지만 그 친구는 지금 이 속세에는 없죠.
그 여행을 마지막으로 수녀원으로 들어갔어요.
그래서 보성하면 그 친구부터 떠오릅니다.
그 푸른 물결... 지금도 그 곳을 생각하면 눈이 시려옵니다.
오늘은 보성의 추억을 남겨준 그 친구를 생각해 보고 싶네요.

잉크냄새 2004-05-0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으로 간직하기에 멋진 곳이라 생각합니다.
긴축재정도 마른 수건 짜듯이 한번더 짜서 움직여도 좋을것 같네요.
4~5월의 안개가 걷히긴 전의 새벽이 가장 몽환적인 분위기가 난다고 합니다.
"속세에는 없다" 란 말에 가슴이 덜컹! 사실 몇일 있으면 친구 기일이라 연상이 된 모양입니다. 보잘것없는 사진과 글이 그리운 누군가를 한번 떠오르게 하다니 고마운 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