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그의 이름 같은 
 

                           - 김 승 동 -



저렇게
가슴이 부풀은 가지사이로
촘촘히 내리던 봄비가 있었다
젖은 온돌방 아랫목에서 이불깃을 끌어안고
속으로만 그의 이름을 쓰던...
우산을 쓴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분주함이란 찾아 볼 수 없는
단발머리 같은 봄비가

어차피 당도하지 않을 가슴앓이가
강을 이루고
증류된 생각들이 향기도 없이 빗물에 젖는
알 수 없는 그리움이 있었다
며칠 지나면 의례 새싹이 움트고
주책없이 여기저기 철쭉이 몸을 풀던
그 봄

오늘
창 밖 가로수 키가 자라
전깃줄에 매인 물방울에 입맞추며
간간이 나누는 얘기가 봄비일 성싶다
아직도 분주함이 없기는 마찬가지이겠지만
이 비 지나도
내겐 언제나 새순이 움트지 않던
말라 버린 가슴에
이제와 뿌려질 그의 이름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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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04-26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무실 창밖으로 내리는 봄비...
우산이 없어 옷 다 젖게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은...

stella.K 2004-04-26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인상적인데요.^^

겨울 2004-04-26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뿌연 유리 너머로 밖을 본 적이 언제인지 까마득합니다. 이거 배경으로 지정해 볼까요?

잉크냄새 2004-04-27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커피한잔을 놓고 창밖을 바라보시는 님들의 모습이 선합니다.
밖에는 우산없이 뛰어가는 저의 모습이 보이네요.

stella.K 2004-04-27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비 많이 맞으셨겠는데요? 머리는 잘 감으셨는지요? 요즘 같은 산성비 맞으면 머리 어떻게 되는지 잘 아시죠? 오늘은 좀 쓸쓸하네요. 따끈한 차 한 잔의 여유 잊지마시길...^^

치유 2004-05-13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비 내리는날 맨발로 걸어보셨나요??
으~~~~~~~~~!
헤즐넛 한잔에 마음 녹이고 그 감미로운 향기로 샤워하고..
맨발에 뽀시시 하얀 양말 신어줘야 할것 같은 봄비...
봄비..
그대는 왜 그리 더디 더디 오시는지....
오실적 마다 나는 활짝 활짝 피어나는것을!고로 나는 배꽃이올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