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 이 형기

 

가야 할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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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4-03-27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막 봄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는데, 벌써 낙화를 떠올리시는 님은 누구신가요...

비로그인 2004-03-28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훌륭한 결실, 순수한 영혼의 성숙을 가져다 준다지만... "가야 할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간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겠지요.... 그래서 그 과정이 더 안타깝구요.^^

잉크냄새 2004-03-28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제가 철 모르는 철부지랍니다...
냉.열.사님... 그건 아마도 끝없이 안고 가야할 삶의 숙제가 아닌가 싶네요...생의 마지막에 그걸 알고 떠날수 있을런지...

포로롱 2005-04-29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다닐 때 이 시를 배우면서 죽죽 울었다지요. 이별이란 추상적인 감정에 왜 그리도 슬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