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땅(진창)에 무수히 넘어졌지만, 그 땅(진창)을 짚고 일어서지 못했다. 일어서려 하기는커녕, 넘어졌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넘어졌다는 사실은 인정했을 때는, 나를 넘어지게 한 원인을 밖에서 찾고, 그 책임을 외부로 돌리기에 바빴다. 내가 진창에서 일어서는 동안,적지 않은 주변 사람들이 내 몸에 묻은 진창 때문에 지저분해졌다. 진창에 넘어져 있는 동안, 나는 없었다. 나는 넘어지기 이전, 또는 다시 일어선 이후에만 있었다.
이문재 <이문재 산문집> -p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