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거워짐에 대하여
- 박 상 천-
맞는다는 것은
단순히 폭과 길이가
같다는 걸 말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오늘 아침,
내 발 사이즈에 맞는
250미리 새 구두를 신었는데
하루종일
발이 그렇게 불편할 수 없어요, 맞지 않아요.
맞는다는 것은 사이즈가 같음을 말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어제까지 신었던 신발은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어요.
맞는다는 것은 어쩌면
조금 헐거워지는 것인지 모릅니다.
서로 조금 헐거워지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편안해지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잘 맞는 게지요.
이제, 나도 헐거워지고 싶어요.
헌 신발처럼 낡음의 평화를 갖고 싶어요.
발을 구부리면 함께 구부러지는
헐거운 신발이 되고 싶어요.
*
진작부터 시 선물 한 번 드리고 싶었는데 오늘 생각이 나서요.
아마, 잘 아시는 시겠거니 하지만 그래도 한 번 소리내어 읽어주시기를.
헐거운 신발 같은 지인이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 체셔고양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