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거워짐에 대하여
- 박 상 천-

 

맞는다는 것은

단순히 폭과 길이가

같다는 걸 말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오늘 아침,

내 발 사이즈에 맞는

250미리 새 구두를 신었는데

하루종일

발이 그렇게 불편할 수 없어요, 맞지 않아요.

 

 

맞는다는 것은 사이즈가 같음을 말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어제까지 신었던 신발은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어요.

맞는다는 것은 어쩌면

조금 헐거워지는 것인지 모릅니다.

서로 조금 헐거워지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편안해지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잘 맞는 게지요.


이제, 나도 헐거워지고 싶어요.

헌 신발처럼 낡음의 평화를 갖고 싶어요.

발을 구부리면 함께 구부러지는

헐거운 신발이 되고 싶어요.

 

 

 

*

 

진작부터 시 선물 한 번 드리고 싶었는데 오늘 생각이 나서요.

아마, 잘 아시는 시겠거니 하지만 그래도 한 번 소리내어 읽어주시기를.

헐거운 신발 같은 지인이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 체셔고양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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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7-03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 참 좋으네요. 체셔님이 잉크냄새님께 드리는 선물이지만
저도 간접적으로 받은 것이나 다름 없어요. 이렇게 낭송해 보고
가니까요..^^

비로그인 2007-07-03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혜경님 감사합니다.
헐거운 신발, 하니 격변하는 지금의 알라딘 생각이 나서...

잉크냄새 2007-07-03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저에게 온 선물을 먼저 뜯어보셨네요.ㅎㅎ 낭송하신 낭창낭창한 목소리의 여운이 남아있는듯

체셔냥 / 헐거운 신발같은 지인,,,감사드립니다. 저도 헐거워 편안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죠. 헐렁해 우스운 사람이 되지 않도록....ㅎㅎ

비로그인 2007-07-04 09:33   좋아요 0 | URL
신다 남은 운동화가 있으면 택배로 부치겠습니다 ㅋ~

잉크냄새 2007-07-04 13:06   좋아요 0 | URL
역시 왕발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