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관련된 드라마를 볼때마다 느끼는 것은 실질적으로 저런 분위기가 형성된 회사가 존재하는구나 하는 놀라움이다. 업무적으로 깨지거나 동료사이의 묘한 경쟁심리같은 것들은 당연히 존재하겠지만 그것이 인간적인 모멸로 이어지거나 도를 넘어버리면 문뜩 세상이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다행히 내가 근무하는 회사는 대부분이 그런 부분에서는 넘지 말아야할 선을 암묵적으로 지키고 사는것 같다.
그런 분위기중 하나가 호칭의 문제이다. 이것이 우리회사만의 특징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을 퇴사하고 다른 회사에 입사한 사람들 대부분이 현재 이곳의 분위기가 상당히 인간적이라고 말하곤 한다. 흔히 호칭은 성 뒤에 직책을 붙여 부른다. 김대리, 박과장, 정차장... 이런식이다. 물론 이곳도 그런 호칭의 방식이 존재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것은 이름 뒤에 직책을 붙이는 것이다. 동건 대리, 혁 과장, 달룡 차장님... 이런 식의 호칭은 상당히 친근하게 다가온다. 또 하나의 특징은 호형호제 하는 방식이다. 직책을 떠나 동건아, 혁아, 달룡이 형...주로 20~30대에 주류를 이루지만 40~50넘은 분들에게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우리 팀장도 밖에 나가면 형이다. 입사 초기에는 다소 어색한 면도 있었던 부분이지만 이 또한 상당히 친근한 방식인것 같다. 나머지 하나는 별명을 부르는 방식이다. 별명이라는 것이 친근감을 표현하는 방식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불편할수도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개똥 과장, 머리 과장, 진갓 대리...이런식의 방식이다.
회사내에서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하는 별명 몇가지 열거해봐야겠다.
1.주님 ( 특정 종교에 대한 비하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 상당히 높은 양반. 상당한 지적 능력의 소유자나 언행불일치, 안하무인, 공포정치, 독재정치, 족벌체제, 낙하산부대 등등 부조리의 온상. 지적 능력 높이 만큼의 이성과 감성이 도달하지 못하는 잘못된 교육 방식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는 진시황이고 사원들을 만리장성 축조에 동원된 주민 정도로 생각한다. 주님이 목청껏 외치는 "글로벌"이라는 구호가 "구라빨"로 변모되고 있다. 모든 사원이 목소리 높여 외친다. " 주님, 뜻대로 하소서". 그래서 그는 주님이라 불린다.
2.정사공지
: 회사 전체에 공지되는 것을 "전사공지" 라 한다. 그러나 전사공지보다 더 신속한 정보가 있으니 정모 대리이다. 별도 공지가 필요없이 그를 통하면 되니 이른바 "정사공지" 이다.

3.선발진 : 우리팀의 주당들
: 아무래도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과음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다음날 출근에 지장을 주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우리 팀내에 발생하는 그런 경우를 야구에 빗대어 선발투수진이라 부른다.
선발투수 - 술먹은 다음날 지각하는 동료
완투펀치 - 5명의 선택받은 선발투수중 일이등을 다투는 전설적인 동료들
구원투수 - 선발에서 제외되었으나 가끔 그들의 어깨를 달래주기 위해 깜짝 지각하는 동료
완봉승 - 하루를 제껴버리는 강심장의 소유자
완투승 - 오전만 제끼는 동료
구원승 - 오후만 제끼는 동료
더블헤더 - 이틀 연속 지각하는 동료
4.최강라인 : 다른팀의 주당들
: 우리팀의 완투펀치에 해당된다고 볼수 있다. 최모 과장과 강모 과장으로 형성된 경영부문 막강의 라인.
그 두명을 일컬어 최강라인 이라 칭한다.
5.곽전사와 진갓 : 또 다른팀의 주당들
: 곽전사 - 곽모 과장. 한때 술독을 짊어지고 다닐 정도의 거침없는 모습으로 전사(Warrior)의 칭호를 얻었으나 그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는 못하는지 얼마전 만난 술자리에서는 전사(Warrior)의 모습이 아닌 전사자(dead man)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다. 그러나 동음이의어의 교묘한 방식으로 아직 곽전사의 이름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 진갓 - 진모 대리. 흔히 최고의 위치를 신이라 부른다. 김삿갓의 갓이 아닌 물건너 온 갓(God)으로 아마 동양의 주선에 해당하는 위치라 할수 있다. 그 또한 곽전사와 더불어 저물어가고 있지만. 그의 기념비적인 발차취를 흠모하여 아직 그를 진갓의 위치에서 끌어내리지는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