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 김진경

오늘 숲길을 걸었다. 간벌을 위해 닦아놓은 길을 따라 올라가노라면 여기저기 흙이 무너진 곳 새로이 흐르는 작은 개울물 간혹 베어진 통나무를 만나곤 한다. 숲 깊이 들어가노라면 어느새 나무들의 향기에 싸이고. 이 향기는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다시 베어진 통나무 더미를 만나 숨이 멎듯 발걸음을 멈춘다. 진한 향기는 베어진 나무의 생채기에서 퍼져 숲을 가득 채우고 있다.

우리의 상처에서도 저렇게 향기가 피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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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아 2007-03-27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페이퍼에도 올렸던 시인데, 다시 올립니다. 맘에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잉크냄새 2007-03-28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처에 대하여


-복효근-


오래 전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썩어쌓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초여름 고마리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향기가 괸다
오래 된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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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아님 고마워요. 예전에 님의 서재에서 본 기억이 나네요. 아마 제가 답시로 복효근님의 이 시를 올렸었던것 같네요.


icaru 2007-03-28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두 시인의 시가 정말...음...

김진경의 시 중에 좋아하는 시! 저도 붙여놓아보아요~




'대구에 가서'


긴 겨울 벌판에 눈이 내리고

기우는 집들의 바람벽 봉창마다

불빛이 졸고 있을 때

너는 그것이 따뜻함이라고 말했다.

나는 말없이

너와 나의 어깨 사이로 내리는 눈을 보았고

마음 깊이

아니, 그것은 고통이라고 거부했다.


2007-03-29 03: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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