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보아야 할 전시인데...그동안 벼르고 미뤘다가...

고마우신 분의 티켓 선물에...큰 아이 학교 숙제 (놀토 현장학습 보고서쓰기..주제는 자유..)를 핑계로...하던 일도 미뤄놓고 애들 양손에 잡고 길을 나섰다. 눈오고 비오고 바람 엄청 부는 궃은 날씨에 우산 들고, 애들 우비까지 가방에 넣어서....내심 날씨가 이모냥이니 관람객이 좀 적겠지...하는 기대를 가지고 미술관을 향했다.

미술관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서 나의 기대는 곧 무너졌지만.....전시회 내용 자체는 기대 이상이었다.

한번도 접하지 못했던 작품들도 꽤 있었고...그 접하지 못했던 작품들이 전혀 질적으로 떨어지거나 그저그런 것이 아니라....오히려 새롭고 참신하게 느껴졌다는 점......

그동안 화보나 각종 매체를 통해 접했던 그림들도 실물을 보니............새삼.........감동스럽고 더 큰 호소력을 느꼈다는 점.....

전에는 알지 못했던 마그리트의 삶의 역사...작품 경향을 접할 수 있었다는 점....(1940년대 초의 외도....에 가까운 화풍의 실험이 재미있었다.  마그리트는 인상주의 화풍의 그림도 썩 잘 그려냈고 약간 냉소적으로 그린 야수파적 그림들도 선보였고...연도는 정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큐비즘의 공식대로 그려낸 작품도 하나 있었다- 그 어느 것이든..참...잘~ 그렸다. 마치 나는 맘먹으면 이런 식의 그림도 저런 식의 그림도 얼마든지 그려낼 수 있어! 라고 말하는 듯.............)

그런 것들이 전시회 관람에서 나의 기대를 뛰어넘은 소득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사실 나는 르네 마그리트라는 화가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심이나 애정은 없었다. 그냥...그림을 참...잘 그리는 화가구나...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고......사람들에게 작은 충격을 선물해주는 상상력을 지니고 있고....자신의 작품세계...테마를 집요하게 가꾸어나가고 완성해나가는 의지와 노련함을 가진 화가........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어쨌거나 과연 그는 거장이고...오늘 전시회를 보면서...나는 그를 "천재"였다고 인정해주기로 했다.......

그러면서....마그리트의 세계로 안내해준 또 하나의 "천재"가 자꾸만 마음에 떠올랐다. 그 사람은 "살바도르 달리"이다. 내가 초현실주의 미술에 어마어마한 관심과 애정을 느낀 것도.....미술 전반에 관심과 애정을 느낀 것도...따지고보면 모두 달리와의 첫 만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달리와의 첫 만남.......중학교 1학년 미술책에 실린 손바닥 반의 반만한 "기억의 고착"이었다.

그 그림을 보고 느낀 충격......홀린 듯한 느낌....갑자기 그동안 알지 못했고 상상도 못했던 신비한 세계의 문이 잠깐 열렸다 닫혀서 짧은 순간 그 너머를 흘낏 바라볼 기회를 얻은 듯한 느낌........일단 그런 느낌을 맛보고 난 후......그 문 너머 세계에 대해 느끼는 엄청난 갈증...욕구......

왜? 왜 그토록 달리의 그림에 매혹되었을까...........나 자신에게 묻는다면...그냥....뭔가...그와 나 사이에 주파수가 맞았기 때문이라고밖에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 무렵 (그리고 그 후 내내) 나는 꿈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꿈의 세계...무의식의 세계를 포착해서 현실의 화폭에 표현해내는데 있어서 달리가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대가의 솜씨를 지녔기 때문일 수도 있다...(달리가 그토록 꿈의 세계를 잘 표현해낼 수 있었던 것은...그의 천재성이 물론 더 큰 몫을 했겠지만...그가 말 그대로 "꿈을 그렸기" 때문이었다. 어느 책에선가...달리가 잠이 들 무렵 어지럽고 기괴하며 생생한 꿈이 시작될 때-hypnagogic hallucination- 스스로 잠을 깨워서 꿈에서 본 이미지를 그렸다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초현실주의의 중심적 기법인 automatism의 한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달리에게 마치 번개라도 맞은것 같은 사랑을 느낀 것은........

어쩌면 그냥 내 인생에서 참으로 적절할 때 그를 만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참 감수성 예민한 13살 무렵....예술적, 심미적 자극이라고는 거~~~의 전~~~혀 받아본 일이 없는 순백의 설원과 같은 경험의 빈곤상태..........그 때 만난 "아름다운 것들"은............이를테면 비틀즈의 음악, 카뮈의 소설과 에세이, 심금을 울린 영화들은...........얼마나...얼마나...상상을 초월할만큼 아름다웠던가................

그런 의미에서...콩알만한 녀석들을 데리고 이런 미술관에 다니는게 잘 하는건지 어떤지 모르겠다.

미적 감각이 좀 더 발달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문화적 지식이야 좀 더 풍부해지겠지만......아주 어릴때부터 이런 자극에...이런 귀하디 귀한 보물에 서슴없이 노출되다보면...모든게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게 되지는 않을지...무뎌지지는 않을지...귀한줄 모르게 되지는 않을지....뭐가 진정 나와 주파수가 맞는지.....헷갈리게 되지는 않을지...

하다못해.....13살의 엄마가 느꼈던...번개처럼 찌릿찌릿한 그런 충격을 맛볼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는건 아닐지...................................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 번개맞는 것같은 경험...심미적 epiphany의 경험은.........그 이전의 모든 빈곤과 결핍을 상쇄하고도 남을만큼 멋진 것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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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재즈....

파릇파릇하던 시절에 재즈에 매혹되어 열쉼히 음반을 사모으고, 듣고, 공부하고, 사랑하다가...

"아줌마"가 되면서 완전 빠이빠이.....(젖병이랑 똥오줌 기저귀랑 씨름하면서 재즈가 귀에 들어오랴..)

애들이 조금 커서 조금 여유가 생기면서...애들 학교에 태우고 다니면서..차에서 귀가 허전해 그 옛날 사모은 음반들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치만 취향이 아줌마스러워져셔인지...온리 보컬곡만 들었다. 엘라 핏제럴드, 빌리 할러데이의 앨범...혹은 작곡/작사가별로 나온 songbook 앨범들...그런 식으로...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콜 포터의 songbook 중에서...주로 연주곡만으로 구성된 앨범이 있다. (보컬이 들어간 곡도 하나 있긴 하지만) 개성 넘치는 뮤지션들이 콜 포터의 곡들을 무척 독특한 방식으로 해석한 명반...(알라딘엔 이 상품이 없네염..)

이 앨범의 모든 연주가 다 멋지지만....그 중에서 Bud Powell이 온리 피아노만으로 (unaccompanied) 연주한 "Just one of those things"이라는 곡이 있는데....

이 곡이 그만....가슴에 푸우우우우욱 꽂혀버렸다!!!!!!

이런 감동..이런 매혹이 얼마만인지...(나이들어보시라......"감동"과 "매혹"을 관장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줄어들어서인지...그런 경험....정말정말 맛보기 힘들어진다.......)

마력을 지닌 듯한...전광석화와 같은 화려한 기교...
(파웰에 꽂혀서 인터넷에서 정보를 좀 찾아보니..엄청난 속도의 오른손 연주와..간결한 왼손 반주가 파웰 특유의 주법이라고 한다....)

단순히 인간이 피아노를 저렇게 다룰 수가...뭐 그런 감탄만이 절때 아니고(그런거라면 감동의 표면만을 스쳤겠죠.) 그가 연주한 이 곡은...정말이지...아.름.다.웠.다.  그의 독특한 연주와 해석이.....오만 번도 더 들은 콜 포터의 이 곡(Just one of those things)을 너무나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참, 파웰에 대한 정보를 찾다보니...천재적인 피아니스트로 떠올랐지만...사고를 당하고 마약에 쩔고 인간관계도 좋지 못하고 비참한 말로를 걸었다고 한다......

(왜 내가 무척 좋아하는 재즈 예술가들은 불행한 삶을 살았을까...빌리 할러데이도 그렇고...동성애자였던 천재적 작사가 래리 하트도 그렇고.....자신의 인생 역시 가장 비극적이고 인상적인...기억에 오래 남을 연주로 남기려고 했던것일까...? 아니...버드 파웰의 연주를 들어보면...저런 연주를 하다보면 마약에 의한 도취감에 이르지 않을 수 없겠구나...(듣는 사람도 high가 느껴지는데...) 그런 도취감에 맛을 들인 다음에는..금단현상을 이기기 위해  마약이든 술이든 찾지 않을수 없겠구나...싶기도 하다. (실제로 파웰은 사고를 당하고 나이 먹어서 손가락이 예전같이 잘 돌아가지 못했다고도 한다....ㅡ,.ㅡ)

 

<-라운드 미드나잇

 참, 이 영화....이게..늙고 비참해진 뮤지션과 너무나 가난하지만 그의 음악을 절절히 사랑한 팬간의 교감을 그린 영화라고 하는데...영화에서는 색스폰 주자인 덱스터 고든이 뮤지션 역할을 했지만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은 바로 버드 파웰과 그의 팬의 이야기라고 한다. 사실 이 영화...예전에 디븨디 숍에서 빌렸다가...느무느무바빠서 다 못보고(거의 못보고) 돌려준 일이 있다. 다시 한번 빌려볼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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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휴일...남편과 아이들과 영화관에 가서 수퍼맨을 보았다.

걍....아동관람가 영화 중에 어른이 가장 참아줄만한 영화가 아닐까...하는게 유일한 선택 이유였다.

그런데 기대했던것보다 재미있었고 수퍼맨도 무척.....잘생겼다. ^________^

특히 재미있었던건...지금 번역하는 책의 내용과 연관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레이 커즈와일, 빌 조이, 재론 래니어 등을 비롯한 최신 미래 예측가(?)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이 셋이 중심이지만 그밖에도 에릭 드렉슬러, 로드니 브룩스, 마틴 리즈, 수전 그린필드 등등 많은 과학자와 프랜시스 후쿠야마, 존 설 등의 사상가 및 철학가 등도 등장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혹은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했던가...

내게는 이 영화가  선과 악, 신과 악마에서 더 나아가 종교 vs 과학의 구도로 읽혔다.

사실 수퍼맨이 예수의 상징이라는 얘기는 여기저기서 줏어들었는데...누가 봐도 그런 느낌을 받을만 하다....(나니아의 아슬란보다도 더 명백하고 노골적인 상징.....)

한편 "Any significantly advanced technology is indistingishable from magic"이라는 아서 클라크의 유명한 대사를 두 번이나 읊조리며.....자신은 "신으로부터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는 (그리고 그 대가로 한 몫 챙기는) 프로메테우스"라고 주장하는 렉스 루터는....어딘가....커즈와일이나 드렉슬러, 브룩스, 모라벡 등등...과학지상주의적이고 과학적 자신감과 낙관주의에 매몰된 과학자들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렉스 루터가 진보한 외계(크립톤성)의 기술을 빌어 만들어낸...주위의 모든 것을 빨아들여 끝없이 증식하는 결정(암석)의 존재는....나노기술의 위험을 이야기할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Gray Goo를 연상시켰다 Gray Goo는 주위의 에너지와 물질을 빨아들여 엄청나게 자가증식하는 나노 어셈블러이다.

이건 어거지일지 모르지만...퓰리처상을 받은 로이스의 기사 "Why the world doesn't need Superman"이라는 기사의 제목은...어딘가...와이어드지에 실었던 빌 조이의 "Why the future doesn't need us"라는 기사 제목을 연상시켰다......이것은 과학기술이 가져올 무시무시한 미래를 경고하는 기사였다....

음....SF 등에 정통한 사람들에게는 기초적인 이야기이겠지만...이 분야에 무식했던 나로서는 책 한권으로 영화의 행간의 상징이나 패러디(?)를 읽어낼 수 있다는 점이 즐거웠다...

그나저나...Gray Goo와 같은것(혹은 그밖에 모든 자가증식하는 무시무시한 것들)이 진짜로 만들어져서는 안될 것이다 .

우리에게는 그 괴물같은 덩어리를 우주 공간으로 던져버릴 수퍼맨이 없으니까....

 ps. 로이스의 아들내미의 친부가 사실은 수퍼맨인 것으로 밝혀지자...잠깐 "주몽"이 떠오르기도 했다. 수퍼맨=해모수, 로이스=유화부인, 리처드=금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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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6-07-16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셨어요, 이네파벨님. ^^
요즘도 번역하시느라 바쁘시군요. 저도 이 영화 재밌게 봤어요.
영화 보는 중에도 기사를 떠올리시다니.ㅋㅋㅋ 아무튼 새책 기대할게요. ^^

2006-07-16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네파벨 2006-07-17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잊지않고 찾아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잘 지내시고 계시죠?
지금 번역하는 책은 빠르면 올해말이나 아님 내년초쯤 나올것 같습니다. 8월말이 마감인데..맞추려면 서둘러야,,,,^^
제게만 보이는 님, 정말 반갑습니다! 이곳에서도 자주 뵈었으면 해요. 언제...오프에서도 뵐 날이 있겠죠?

톡톡캔디 2006-08-07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접니다. ^^ 방명록에 남기신 글을 이제서야 봤다는 ^^ 바쁘긴 했습니다. 아...그레이 구라고 하는군요.-__-ㅋ 에덴이라는 만화에서 끊임없이 자기증식을 하며 독자적인 의식까지 가지게되는 바이러스가 나오는데요 ^^ 역시 하늘아래 새로운 게 없다고 이미 미래학자들이 얘기하고 있군요. 그나저나 미래학자들이나 과학자들이 하는 얘기가 참으로 솔깃은 하오나 제 wetware가 감당을 못할 것 같아 걱정입니다.

이네파벨 2006-08-08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F에 입문해서 톡톡캔디님과 신나게 얘기 나누고 싶어요...
아닌게 아니라 톡톡캔디님의 글이 무지 그립답니다.....ㅠ,,ㅠ
어딜 가면 볼 수 있나요?
더위 가시고 오프로도 함 뵙죠~ 저번처럼요...

톡톡캔디 2006-08-09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샌 거의 글을 안쓴다고 보심이....ㅠ.ㅠ 블로깅을 조금 하오나 거기도 거의 텅~ 수준입니다. ㅎㅎ

진주 2006-11-04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변역하시는 분은 다르시군여~로이스가 유화공주 리처드가 금와왕^^ 그럴듯해요ㅋㅋ
 

진화에 관련된 책을 번역하다보니...

헉슬리라는 이름이 심심찮게 튀어나온다. 물론 대부분 다윈의 불독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T. S 헉슬리이다. 그런데 이따금씩 J. S. 헉슬리라는 이름도 인용된다.

이건 뭔가 있지...싶어서 인터넷에 들어가서 헉슬리 가문의 계보를 추적했다. 무엇보다.....또 다른 헉슬리.....올더스 헉슬리는 나에게 가장 충격을 주었던 작가 중 한사람이 아니던가!  중학생이던 무렵 읽었던 "멋진 신세계"는 어린 시절의 안락하고 포근한 껍데기를 깨뜨린 커다란 망치질 중 하나였다.

추적 결과...과연 헉슬리 가문은 보통 가문이 아니었다. 

엔간한 우리나라 백과사전을 들추어보면 헉슬리 항목에 다윈의 옹호자이자 그 자신이 유명한 진화론자였던 토마스 헨리 헉슬리와 그의 세 손자가 나란히 올라있다. 가장 형인 줄리언 소렐 헉슬리(줄리언 소렐...뭔 소설에 나오는 이름 아니던가? 이름 오지게 이쁘다....)가 지금 내가 번역하는 책에 인용된 진화학자 및 동물학자로 기사 작위를 받았다고 한다. 그 다음 <멋진 신세계>로 유명한 올더스 헉슬리이고...가장 아래인 앤드류 휠딩 헉슬리는 신경생리학자로 196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쯤 되면 과학애호가로서의 관심이 대한민국 열성 맹모로서의 관심으로 돌변한다.

아니 얘네들 엄마는 아이들을 어찌 키웠길래 하나도 나오기 힘든 메가톤급 "가문의 영광"을 삼연타로 뽑아냈다는 말인가? 헉슬리 가문의 교육 어쩌구 하는 책이 나왔을법도 한데...(우리나라 출판시장 같으면 수십권은 울궈먹고도 남을 재료다!)...하고 바로 아마존 검색 들어가 주었다.

그러나 (다행이도) 천박한 내 호기심을 충족시켜줄만한 대어를 건지지 못했다. 단지....올더스 헉슬리의 다른 저작들(소설, 에세이)이 제법 많이 있고..(그토록 충격적인 작품의 작가인데...왜 그 동안 그의 다른 작품을 찾아볼 생각을 못했을까?)......그에 대한 전기...그리고 그의 사후에 부인이 쓴 회고록 같은 책들이 눈에 띄었다......헉슬리의 다른 작품들은 "죽기 전에 읽어보아야 할 책" 목록에 살포시 보관되었다....

Wikipedia 등에서 알아낸 헉슬리 가족과 올더스 헉슬리의 삶은 꼭 행복한 것만은 아닌 듯 하다. 8명의 아이를 낳은 올더스의 어머니는( 유명한, 그러나 나는 전혀 모르는 영국의 문인 매튜 아놀드의 가문 출신이라고 한다.) 올더스가 열네살때 병으로 죽고 같은 해에 누이동생도 사고로 죽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형 하나는 자살했다고 하고.... 

생물이 수많은 개체를 생산하고....그 중에서 자연 선택의 무자비한 체에 걸러진 오직 소수의 개체만 살아남고 심신이 나약하거나 불운한 다수의 개체들은 제거되는 잔혹한 진화의 법칙....the survival of the fittest의 법칙이 이 진화론의 전당과도 같은 가문에도 어김없이 적용되었던 것일까........

아무튼 부모 입장에서는...아무리 자식이 기사 작위를 받고, 1000년 뒤에도 남을 작품을 쓰고, 노벨상을 받는다 하더라도 이런 불행을 댓가로 치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노벨상을 받은 앤드류 헉슬리는 새어머니가 낳은 아들로 올더스와는 배다른 형제이다.)

어찌되었든......헉슬리 가문은 나에게 있어서 언제나가슴을 뛰게 만드는...그리고 호기심과 질시와 존경과 애정이 뒤범벅된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가문임에 틀림없다. 또 다른 가문(가족)의 예를 들자면...세이건가 정도???

난 연예인들의 사생활보다 이런 사람들의 사생활......이 몹시 궁금하다. 별 하나만으로도 그 광채가 휘황찬란한데...한 가족, 한 가문이 빛나는 별자리를 이루고 있는걸 보면,,,,그야말로 눈이 부셔 뜰 수 없을 지경이다....별의 탄생...별들의 전쟁....그들이 어떻게 사랑하고, 미워하고, 애낳고 지지고볶고 키우고, 일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고, 서로 돕고 희생하고, 현실과 불멸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는지....무척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나는 평전류를 무척 좋아한다. 물론 일차적으로 내가 관심 있는 주인공의 평전이겠지만...전반적으로 평전이라는 쟝르를 좋아한다.  일종의 관음증일 수도 있다....유명인의 안과 겉, 음지와 양지, 고통과 기쁨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보는 기쁨..........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평전류의 책이 모 아니면 도다. 아주 유명한 인물의 전기, 읽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약간 self-help류의 전기가 아니고서는 별로.....잘 안팔리는 듯 하다.

어린 시절 억지로 읽었던 구리구리한 위인전(칭찬과 찬양 일색의...어거지로 교훈을 잔뜩 주입한...)에 대한 반감이 진솔하고 인간적인 평전을 읽는 재미를 아예 앗아갔거나...아니면 아예 전기에서 그런 교훈과 찬양만을 기대하도록 만들어버린게 아닐까....

아...또 옆길로 샜다. (지금도 마감 앞두고 눈썹 휘날리며 번역하다가...헉슬리라는 단어 하나에 옆길로 새서...오전을 홀라당 날렸다...)

아무튼 덕분에 오랫동안 막연히 동경해오던 헉슬리 가문의 빛과 그림자를 어느 정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뽀너스로 알게된 잡다구리한, 그러나 잼있는 상식!

- 올더스 헉슬리가 돈을 벌기 위해서 헐리우드에서 영화 스크립트를 많이 썼는데 그 중에 디즈니 원작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있다.  집에 이 영화의 DVD가 있는데...확인해봐야겠다!

-올더스 헉슬리는 존 F 케네디와 C. S. 루이스와 같은 해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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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6-02-22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읽었어요 ^^

진주 2006-02-27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슬리들의 어머니보다 제가 보기엔 님이 더 대단하십니다-집요한 검색 능력!!

톡톡캔디 2006-02-28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매튜 아놀드는 빅토리아 시대 작가로 제가 넘 넘 싫어하는 도덕적인 + 제국주의 찬양조의 작품을 잔뜩 남겼습니다.

톡톡캔디 2006-02-28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도 곧 제가 아는 계보 하나 올리겠습니다. ㅎㅎ

이네파벨 2006-02-28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____________^
진주님/어설픈 지식으로 번역을 하다보니 느느니 검색실력뿐이랍니다. 번역가들은 www.google.com 사이트를 "구글신"이라고 부르죠..
톡토캔디님/ 매튜 아놀드가 그런 작가였군요...올더스 헉슬리의 엄마 성이 아놀드이고..그 매튜 아놀드의 조카쯤 되는거 같던데요...그 엄마쪽 계보를 보니까 매튜뿐만 아니라 거의 전 가족이 문명(文名)을 떨쳤더군요...올더스의 문학적 재능은 외가쪽에서 온 것이라고 사람들이 말하고요...SF와 영문학에 정통한 톡톡캔디님은 올더스 헉슬리의 작품세계를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해요...그가 <멋진 신세계>에서 던진 화두들은 오늘날에도 유효하죠...아니 더 한 층 실감난다고 할까요...?

아, 톡톡캔디님이 올리실 계보도 벌써 궁금하네요^^

2006-06-29 2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6-30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방금 기자회견을 보았습니다.

한 마디 한 마디 공들여 힘들여 말씀하시다가...
중간중간 목소리가 떨리고 울음을 참는 기색이 역력하시더군요.

발표문은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모든걸 다 솔직히 인정했고...
더 이상이랄 수 없을만큼 몸을 낮추고 모든걸 버린 고백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덧붙여서...
"과학과 윤리는 인류를 이끌어온 두 개의 수레바퀴이다. 앞서나가는 과학을 윤리가 미처 쫓아오지 못해 벌어진 혼란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취지의 말씀을 하셨더랬죠...

윤리..윤리...하는데 황교수 연구가 처음부터 윤리의 타겟이 된것은 사실 인간복제 가능성 때문 아니었던가요?

웬 난자가지고 갑자기 난리난리들 치는지...

그보다 비윤리적인 일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버젓이 일어나는 세상 아닌지???

어차피 절대적 윤리는 존재하지 않는걸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삼척동자도 아는 세상에서
윤리는 사람들의 합의...."상식"...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요?

물론 생명과학법이니 과학자 커뮤니티의 윤리 규정을 포함 윤리의 embodiment인 법규 역시 중요한 것이고 지키라고 만들어놓은 것이지만...
매매에 의한 난자공급은 우리나라 생명과학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시행된 일이고
연구원의 난자제공 역시 사후에 알게된 일인걸...

악법도 법이니 지켜야 한다고 소크라테스도 말씀하셨듯 "법"을 어겼으면 벌을 받아야 할거고 "규정"을 어겼으면 국제 과학계에서 배척을 당하실수도 있겠죠.
암튼 받을거 다 받고 다 털고 용기 잃지 않고 꿋꿋이 앞으로 나가셨으면 합니다...

지분이 어떻고 특허가 어떻고 하지만 황교수님이 돈이나 명예를 쫓으실 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품고 있는이런 순진한 믿음마져도 개박살을 내야 속이 시원한 인간들도 꼭 있죠.)

또 돈을 쫓으면 또 어때서요???? 돈을 안쫓고 보상을 안바라고 사는 사람이 누가 있나요???

여하간의 이유로 난자를 제공한 여성들이 그 대가를 받는 것이나
돈키호테처럼 무모하게 보이고 별로 주목하는 사람도 없던 프로젝트의 초기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한 병원 이사장이 특허의 지분을 받는 것이나
그걸 가지고 딴지거는 인간들은 내킨대로 여기저기 들쑤시고 휘젓고 흠집내고 다니면서 그 대가로 잘난 회사에서 월급은 안받는지 물어보고 싶더군요.

(전 모 프로그램을 봤는데...폭로니 뭐니 그 자체가 나쁘다는게 아니라 프로그램 진행..멘트 하나하나가 수준 이하에 명백하게 "의도"를 가지고 흠집내는 방향으로 나가는데다가 전반적으로 유치하기 짝이 없더군요.)

너무 흥분했습니다. 황우석박사님 부디 지금 시련 이겨내시고 보란듯 다시 일어서셔요...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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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5-11-24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 짝! 짝! (박수소리) ^ ^

야클 2005-11-24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마태우스 2005-12-03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싸이언스 논문이 조작 의혹을 받는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