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썼던 글을 퍼왔습니다....^^;;

어제 벼르고 벼르던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전"을 보고왔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16-17세기 네덜란드 플랑드르 회화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꼭 보아야 할 전시였지요.
(네덜란드가 스페인의 지배를 받다가 17세기 북부 지방은 네덜란드로 독립하고 남부 플랑드르 지방은 그대로 스페인의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나중에 벨기에가 되었다고 하네요. "플란더스의 개"의 플란더스가 바로 플랑드르이구요...네로가 늘 동경하던 성당의 그림이 바로 루벤스의 그림입니다. ㅠ.ㅠ)

나의 마음속에 있는 사적인 갤러리에 소장하고 숭배하는 화가들 중 일부의 계보는....16세기의 플랑드르 화가 히에르니무스 보쉬, 피터 브뤼겔, 16세기말~17세기 네덜란드의 베르메르, 18세기 스페인의 고야, 그리고 19세기 달리로 이어집니다. 이 화가들은 나름대로 서로서로 친족관계를 이루고 있죠. 예를 들어서 보쉬와 고야와 달리는 (또한 많은 면에서 피터 브뤼겔 역시) "그로테스크(엽기)"라는 코드로 서로 통하지요. 또한 달리는 베르메르를 극찬하고 그 화풍을 이어받기도 했습니다. (달리의 그림에 베르메르가 등장하기도 하고 베르메르의 유명한 작품의 구도를 염두에 두어 그와 비슷한 구도로 그린 그림도 있습니다. 또한 색채 역시 통합니다. 아, 베르메르와 달리의 노란색.......)

저 개인적으로는 어린 시절 백과사전을 들춰보다가 발견한 베르메르라는 별로 유명하지 않은 화가의 그림에 왠지 마음이 끌렸다가...저에게 엄청난 영향을 준 달리를 통해서 그를 재발견하고 마음의 신전에 모셔다둔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베르메르가........나만의 조용한 신전에 모셔두었던 베르메르가....
요즘 엄청난 유명세를 탈 조짐을 보이고 있더군요. 네덜란드 헤이그의 마우리츠 미술관에서 대여한 이번 전시회에서 막상 오지도 않은 (그 작품을 대여하려면 대통령이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네요.) 베르메르의 "진주 귀거리를 한 소녀"라는 작품은 렘브란트, 루벤스 못지 않게 전시회의 얼굴 마담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누군가가 얼마전 이 작품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고 그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하네요. 진주 귀걸이 소녀의 모델에 상상력을 덧붙여 베르메르의 일생을 재구성한 영화이지요......허준이나 대장금처럼 말입니다.......

이 소설이나 영화에 대해 호기심은 느껴지지만.....뭐랄까.......저로서는......"나만의"...는 아니겠지만 비교적 적은 수의 사람들만이 특별한 감정을 느꼈던 이 화가에게 대중의 손때가 묻는 것이........빨리 달아오르고 빨리 식어버리는 냄비와 같은.......한번 걸려들면 뼈도 안 남기고 샅샅이 먹어치워버리고 유유히 흩어져버리는 피라냐(식인물고기임돠!)같은 대중들 속에 던져지는 것이..........그것도 2%의 진실에 98%의 허구의 튀김옷을 입혀 뻥~ 튀겨낸 형태로 선보인다는 것이.......썩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아무튼, 전시회 자체는 대만족이었습니다.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화가의 작품은 렘브란트 세 점, 루벤스 한 점 걸려있었을 뿐이지만 그보다 덜 유명한 동시대 화가들의 그림들 역시 너무나 흥미롭고 아름다웠습니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르네상스-바로크 미술이 교회와 왕궁의 후원으로 발달했던 데에 비해서 17세기 네덜란드 그림은 "위대한 시민의 미술"로 특징 지워진다고 합니다. 17세기 암스텔담은 지금의 뉴욕과 같은 곳으로 가장 국제적이고, 가장 부유하고, 가장 자유로운 정신을 가진 도시로 교회의 탄압을 두려워한 철학자, 과학자들이 모여들었던 곳이라고도 해요. 미술품의 의뢰자, 수요층도 귀족, 부유한 중산층 등 다양해졌고 따라서 그림의 내용도 신화니 성서에서 벗어나 삶의 장면들을 포착한 것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저의 마음을 끌었던 그림들은............아주 우연한 소재를 엄청나게 정교한 기교를 통해서 사실적으로 표현한 그림들........그저 마음가는 대로, 되는대로 포착한 일상의 한 장면을 영원 속에 고정시켜놓은 듯한 그런 그림입니다. 마치 일부러 포즈를 취한 것이 아니라 그냥 피사체가 알지 못하는 순간 찰칵 찍어내는 스냅사진처럼요.

생각해보세요. 사진이라는 독특한 기술이 가져다준 스냅사진의 미학을....사진이 발명되기 수백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이미 실험했다는 사실을요!
소재의 선택에서부터 작품의 완성에 이르기까지 그것이 얼마나 획기적이고 얼마나 창의적이고 얼마나 전위적인 실험이었을까요! 저에겐 아직도 그것은 엄청난 신비이고 호기심의 대상입니다. 저 그림을 그리게 된 상황과 동기....subject와 화가의 의식과 심리적 상태 그런 것들이요.

그리고 한편으로 회화의 존재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시대의 회화와 오늘날의 회화......회화의 진화......그런 것이요.

카메라가 발명된 이후의 세계에서 회화는 순수하게 표현의 수단이 되었지만 그 이전의 세계에서는 표현 이전에 기록의 수단이라는 것이 회화의 레종데트르였겠지요. 오히려 기록이라는 틀 안에서 표현이 양념을 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그 '기록'이라는 기능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순간 순간 무화되어가는 덧없는 삶, 덧없는 젊음, 덧없는 사랑, 덧없는 고통......그 단 한 조각이나마 이차원의 평면에 고정시켜 영원성을 부여하고싶었을 사람들의 욕구.......
그 한 조각을 위해서....그림의 모델이나 화가나 아마도 적게는 며칠에서 수개월의 시간을 바쳤겠지요. 아무나 그림 속에 간직될 수도 없었고, 그 한 조각을 생생하고 아름답게 그려낼 재능과 기술을 가진 화가 역시 역사를 통 털어 손꼽을 정도였겠구요.

수동 카메라에서 자동카메라, 캠코더에 디카까지.........누구나 손쉽게 값싸게 사진이나 동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이미지의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 시대에 앉아서 바라볼 때 그 시절의 그림들은 정말이지 놀랄 만큼 time-consuming하고 costly한 기록이지요? 음식으로 치자면 패스트푸드와 대비되는 슬로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우 푸드인 셈이죠.

그러면서 또 하나의 슬픈 통찰이 떠올랐습니다. "위대한 회화의 시대는 끝났다. 영원히." 그것이죠. 덕수궁 미술관에 걸려있는 17세기 네덜란드 화가들의 그림을 보면서 마치 자연사박물관에서 공룡의 뼈를 바라보면서 느꼈음직한 놀라움과 경탄, 그리고................그리움과 슬픔 같은 것이 떠올랐습니다.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플랑드르, 로코코, 인상파, 초현실주의, 다다이즘 어쩌구저쩌구, 각 유파들이 모두 생물의 진화과정처럼 꼬리를 이으며 등장해 자신의 전성기를 누리고 역사의 무대 뒤편으로 사라져갔죠. 회화라는 장르는 여전히 명맥을 잇고 있지만 뭐랄까........... 도마뱀이 티라노사우르스의 후손이라고 우기는 꼴이랄까요?

제가 현대미술에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로 하여금 회화라는 분야에 처음 눈을 뜨게 해준 것도 현대미술, 19세기초의 미술이었고 여전히 가장 사랑하고 가장 흥미롭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미술 사조도 그 시대의 미술, 초현실주의 미술입니다.
뿐만 아니라 포스트모더니즘이니 팝아트니 동시대 작가들의 그림에도 상당한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주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아, 비구상에는 전~혀 취미가 없습니다. 저는 입체파로 추상, 나아가 비구상의 문을 열어준 피카소마저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위대한 회화의 시대는 끝났다. 영원히'라는 명제는 아무래도 참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존재의미의 상당 부분을 다른 수단, 다른 장르에 뺏기게 된 이상(어디 사진뿐입니까? 영화, 컴퓨터 등 막강한 시각예술매체들....) 회화는 필연적으로 왜소해질 수밖에 없겠지요........시간, 돈, 재능, 관객 그 모든 것을 뺏기고 나누어 주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이를테면 렘브란트가 오늘날 태어났어도 그림을 그렸을까? 뭐 그런....얘기요.

여기에서 문득 쿤데라의 소설에 나오는 대목이 생각납니다. 불멸의 6부 "문자반"에 나오는....

제가 번역하는 책에 "Always trust Shakespeare to have been there before."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저에게는 셰익스피어를 밀란 쿤데라로 바꾸면 말이 됩니다. 아마도 그의 책들을 너무나 사랑해서, 너무나 많이 되풀이해서 읽어서, 그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아서.....살아가면서 그의 책에 나오는 것과 같은 감정, 같은 생각에 도달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프랭크 시내트라의 노래 가사마냥.....정말이지 "I've got him under my skin."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글이 너~~~~무 길어졌지요? 회화에 대한 쿤데라의 견해는 다음 편에 올릴께요. 그럼 어제의 감동을 누르고 생업으로 돌아가야 할까봐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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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10-07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만 잘 하시는줄 알았더니.... ^^ 잘 읽고갑니다.
 

웬 뒤늦은, 때맞지 않은, 어울리지 않는, 적절치도 타당치도 않은....학구열이람....

결코 내세울만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별로 짧지도 않은 가방끈을 가졌지만......그렇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이대로 죽으면 "못배운 한"으로 구천을 떠돌것 같다.

사실 난 학위니 학교에 대한 욕심같은건 별로 없다. 어차피 이 나이에 졸업장 받아 직업을 구할 것도 돈을 벌 것도 아니고...그저 하고파서 하는 공부.....자기만족만을 위해 무슨 코스를 다시 밟는건 pros & cons를 잘 따져봐야 할 일이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극을 받고, 집약된 강의를 듣고, 무엇보다 강제성이 부여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 누군가가 디자인해놓은 커리큘럼과 코스를 따라가면서 내 적성에 안맞아 투덜대고 시간 낭비하게 되는 단점도 있을 것이다. (여우와 신포도 우화가 생각난다....쩝)

어쨌든, 하고 싶은 공부, 듣고 싶은 course가 있음에도 현실적인 이유로 맘 한 구석에 고이 접어놓고...방향과 발상을 바꿔서....혼자서 독학으로 내가 관심 가진 분야들의 책을 폭넓게, 깊이 있게 읽고 공부하리라....다짐을 해 보았지만....이 역시 쉬운 노릇이 아니다.

엄마 노릇, 아내 노릇, 딸 노릇, 며느리 노릇 해가면서...거기에 번역이라는 "일"까지 하면서..."공부".....아니...그냥 "독서"나마 짬짬이 하기가 보통 힘든게 아니다. 아니...거의 불가능한게 아닌가 싶다.

이번 주는 유난히 바쁘고 산만한 한 주였다. 월요일은 공포의 휴일...(토요일도 휴일도 명절도 빨간날도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돌맞을 소리지만....) 화요일은 남편 관련 부인들 모임으로 지방까지 다녀오느라 하루를 잡아먹고 수요일은 시어머니 모시고 병원갔다오느라 역시 하루 종일...오늘도 오후에 아이 운동하는데 가보아야 한다.....아주머니가 오시는 화수목 동안 어디 안나가고 오롯이 일할 수 있는 주는 정말 축복받은 주이다.

"공부"나 "독서"를 실컷 하고 싶으면 "일"을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라고 사람들(...주로...남편...ㅡ,.ㅡ)은 말한다. 

"공부"가 나의 가장 사적이고 멀리 떨어져 있고 잡히지 않는 꿈이라면...

"일"은 나와 사회를 연결해주는 유일한 고리이고 가까이 있고 손에 잡히는 현실이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고 서로 상승작용을 하면서 나를 부추긴다. 너는....엄마, 딸, 아내, 며느리 이상의 존재라고...

설사 일을 놓는다 하더라도.....그 공백을 엄마......노릇이 냉큼 차지하게 될 게 뻔하다.

그렇다고 "엄마............노릇"을 포기할 수도 없거니와 포기하고 싶지도 않다...어쩌면 사실은 그게 내 raison
d'tre일지도 모른다...아마도...그렇겠지...

얘기가 옆으로 샜다....아무튼 나날이 여러개의 공을 가지고 저글링하는 것 같다. 지금 여기에 뭔가를 덧붙이는건 아예 불가능하고 현상유지마저 허덕일 판이다....공부는...확실히...사치이다...내게는..

나아중에 애들 다 공부시켜놓고...제2의 인생을 살게 된다면 그 때는...학교도 등록하고 강의도 듣고 논문도 쓰고 그러면서....제대로 공부란걸 해볼 수 있을까?

아니면 안식년처럼...내년까지 잡힌 일들 마무리되면....한 1년쯤 일을 쉬면서 혼자 공부하고 책읽고...그렇게 살아볼까?

생각만 많다.....

이 불타는 학구열도 어느날 봄눈녹듯 말끔히 휘발해버리는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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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10-06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군대있을 때 너무너무 책 보고 싶고 공부 하고 싶었는데... ...뭐든 하기 힘든 상황에서 하고 싶은 욕구는 더 심해지죠. 열병처럼 곧 사그러들기도 하지만.
 

얼마전 방에 들어가 앉아서 먹는 좌식 냉면집에 갔는데 대여섯개 테이블에....가족과 함께 온 젊은 엄마들이 "죄다" 등짝의 아랫부분(거의 꼬리뼈까지)을 드러내고 앉아서 냉면을 먹고 있었다.  섹시하다기보다는 추해 보였다. 아니 안쓰러웠다.

오늘 아침 아이 유치원 버스 태우러 나갔는데 멋진 츄리닝을 입고 나온 아이 엄마...운동화를 덮는 길이의 야들야들한 바짓단으로 온 아파트 마당을 다 쓸고 다녔다. 울 아파트는 유난히 개키우는 집이 많아 아파트 곳곳에 개의 대소변이 디글디글한데...(따끈따끈 갓 생산된 신선한 것부터 먼지로 화한 것까지...) 역시 스타일리쉬하다기보다는 드러워 보였다. 아니 안쓰러웟다.

하지만 어찌 입는 사람의 죄랴? 나오는 옷들이 죄다 그러한걸...바지의 밑위는 어디까지 내려가나 두고보자.... 할 정도로 짧아지고 있고 바지 밑단은 위에서 밀고 내려오니 나도 내려갈수밖에...하면서 길어지고 또 상의는 짧아지고 있다.  나는 비교적 덜 내려가고 덜 올라간 옷들을 찾아서 입는 편이지만...그래도 유행의 도도한 흐름에 완전히 거역할 용기는 없다. 극단적으로 내려가고 극단적으로 올라간 옷들은...사실 머...몸매가 안 받쳐줘서 못입는거쥐...

암튼...입는 사람들은 죄가 없다지만...편리나 편안함, 위생, 실용 다위는 전혀 고려치 않고 지들 맘 가는대로 유행을 창조해내는 패션 비지니스계의 거장들에게는 다소 욕을 해주고 싶다.

그런데.... 이렇게 욕을 하면서도...사회적으로 강요된 심미안이란건 실로 무서운 것임을 실감한다.

아....주...오래된 영화..이를테면 20세기 초중반의 영화들을 보면 그 괴상망칙한 의상때문에 주인공들의 로맨스에 몰입이 안되기도 한다. 대표적 예가 진 캘리(짐 캐리 말고....Gene Kelly) 가 나온 뮤지컬 영화 <Singing in the Rain>이나 <American in Paris> 같은 영화를 보면.....

바지의 허리선이 배꼽을 덮고 거의 명치까지 올라오고(켁!) 바짓단은 복숭아뼈가 보일 정도로 짧다. 지금의 유행과 정 반대인 셈이다. 이런 옷을 입고 펄쩍펄쩍 뛰며 춤추는 모습 역쉬......아무리 시대를 초월한 심미안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해도...섹쉬해보이지 않는다. 어떤 편인가 하면......안쓰럽다.

진 캘리와 거의 동시대인이신 울 시아버님은 스웨터를 바지 속에 집어넣어 입으신다. 그런데 영화에서 진 켈리도 딱 그렇게 입는걸 발견했다! 아마....아버님 젋었을때 유행을 평생 고수하시는 듯.....^^

결론은...패션 비지니스업계의 거장들에 대한 울화통이다.

한번 사면 수십년 입어도 뽕을 못뺄 비싼 옷들을 팔면서...3-4년 지나면 도저히 못입도록...밑위를 올렸다 내렸다 바짓단을 넓혔다 좁혔다 요변덕을 떨어대니 말이다. 되도록 천과 바느질이 좋은 옷을 사서 오래 입자 주의였는데...아무래도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 같다. 그나마 유행을 덜 타는 옷을 골라 사기 때문에 아직도 처녀적 옷을 요긴하게 입고 있긴 하지만......남들이 이런 나를 보면 말하겠지..."안쓰럽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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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ryticket 2005-10-29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쓰럽다.."란 말, 압권이네요^^

딸기 2007-10-02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웨터를 바지 안에 집어넣어 입으신다고요... 진캘리는 잘 모르지만 (짐캐리는 아는데...) 상상이... 되네요. 웃겨요 ^^
저는 호박바지가 유행했으면 좋겠어요. 그럼 정말 편하면서 몸매 걱정 없으면서... 좋을텐데.

이네파벨 2007-10-0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혹시 딸기님도 하체튼실꽈?
그그그그그렇다면..반가와서 얼싸~ 안아드려요...ㅋㅋㅋ

딸기 2007-10-04 13:16   좋아요 0 | URL
저는 하체가 튼실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상체가 너무 빈약한 것이 문제인(결과적으론 똑같지만) 체형이랍니다. ㅎㅎ
 

 

손꼽아 기다려왔던 금요일이 왔다. 허접하게 보낸 한 주였지만...일도 많이 밀려 맘이 무거웠지만...만사 제쳐놓고 TV 앞에 앉았다. 수첩과 볼펜까지 들고...(그렇다! 나는 어제 필기를 하면서 TV를 봤다. 학창시절  강의 들을때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진지함과 열정으로 무장하고...^^;;)

 

맨 처음 narrator로 등장한 사람이 바로.....줄리 앤드류스였다.

 

뮤지컬 나라의 여왕과도 같은 그녀....난 그녀를 볼 때마다 "똑똑한" 아름다움의 전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난 식견이나 지혜를 갖춘 사람에게서 보이는 지성미와 또 다르다.....

 

그녀의 노래를 들어보라. 쇼팽이 건반을 다루듯.... 펠레가 축구공을 다루듯....주어진 노래를 완벽하게 요리해내는 대가의 솜씨를....매력적인 미성에 근사한 영국식 발음, 그 또렷또렷한 articulation, 자신감 넘치고 밝고  힘차고 자연스러운 연주를....노래뿐만 아니라 거동, 몸가짐, 표정, 연기 역시 자로 잰 듯 똑 떨어지고 우아함과 활력이 넘친다. 비록 남자의 마음을 뒤흔들 정도의 미모는 분명 아니지만...그녀의 혀끝에서 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아름다움이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 들곤 했다. 웬지...그녀의 뇌를 열어보면 유난히 멋지게 주름잡혀있는 두 개의 반구가 반짝반짝 빛날것 같은 착각마저도....^^

 

역시 똑똑한 미녀답게...나이가 들어도 우아함이 넘치는 줄리 앤드류스가 해설을 맡고...배경 음악으로 거쉬인의 <포기와 베스>에 나오는 "I've got plenty or nothing"의 멜로디가 깔렸다.

 

아....포기와 베스...

이 놀랍고 아름다운 작품에 대한 애정을....천재 작곡가 거쉬인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어찌 다 표현할 수 있으리...

"Summertime", "I loves you Porgy", "Bess you is my woman now" “I got plenty or nuttin" "It aint necessarily so." "There's a boat that's leavin' soon for New York." 등 모든 노래들이 불후의 명곡이다. 그리고 거쉬인 특유의 음색과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있다. 어제 다큐멘터리에서 다루어진 내용에 따르면 거쉬인은 이 ”오페라“를 작곡하기 위해 흑인들의 고유 음악에서 영감을 얻기 위해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흑인 마을을 찾았다고 한다. 그 곳에서 흑인영가 등 그들의 노래를 들은 거쉬인은 자신의 방문이 ”expedition"이 아니라 “home-coming"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자신의 음악....재즈의 뿌리를 그 곳에서 발견한 것이다.

 

조지 거쉬인은 가난한 유태계 러시아 이민 가정에서 태어나 정규 음악 교육을 받지 못했다. 부모가 형에게 가르치려고 사다놓은 피아노를 어깨 너머로 배운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나중에 작곡가로 이름을 떨친 후에 클래식 음악가들로부터 정식으로 사사받긴 했지만) 한편 피아노 치기를 싫어했던 형인 아이라는 문재를 발휘해 동생의 곡에 멋진 가사를 쓰게 된다.

 

어제 본 프로그램에서 조지 거쉬인이 38세에 뇌종양으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쉽고 슬펐다. 더 오래오래 살면서 아름다운 노래를 계속 만들어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대공황 이후 살기 힘들었던 1930년대와 2차대전에 휩쓸린 40년대에 브로드웨이가 미국인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여주었다. 노동, 실업, 빈곤 등의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한 오손 웰즈 제작의 <The Cradle will Rock>나 2차대전 무렵 병사들이 직접 출연한 어빙 벌린 작곡의 <This is the Army>와 같은 나에겐 생소한 작품들도 소개되었다.

 

사회성 짙은 작품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리차드 로저스와 로렌츠 하트의 사랑 노래들은 여전히 사랑 받았다고 한다. <Babes in arms>에 나온 “Where or when"이라는 노래와 (아,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에서 배경으로 깔렸던 이 곡을 잊을 수 없다....) <Pal Joey>라는 작품과 거기에 나오는 <Bewitched, Botheres, and Bewildered>라는 노래가 소개되었다. 로저스와 하트 컴비의 아름다운 노래들은 어제 프로그램에서 오히려 비중이 적게 다루어졌던 것 같다. 뮤지컬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져서인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뮤지컬에는 정말 훌륭한 곡들이 많이 나온다. 어제 프로그램에 언급되지 않았지만 <Babes in arms>만해도 그 유명한 ”My funny Valentine" "The lady is a Tramp" 같은 명곡이 삽입되어 있고 <Pal Joey>에 나오는 “I could write a book"도 너무 좋다. (역시 해리 샐리에서 처음 접한 노래.) 비정상적인 주인공들의 퇴폐적인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Pal Joey>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고 연인들이 제 갈 길을 간다고 설명하며...로저스와 하트 역시 제 갈 길을 갔다고 한다. 래리 하트는 빛을 잃은 별처럼 서서히 쇠락해 간 듯 하다. 그런데 리처드 로저스는 새로운 파트너를 만나 자신의 커리어의 제2막을 연다.

 

그의 전환점은 브로드웨이의 전환점, 뮤지컬의 역사의 새로운 2막이기도 했다. 그와 손잡은 파트너는 바로 오스카 해머슈타인 2세이다. 지난주 방영분에서 말쑥한 미남으로 잠깐 얼굴을 비쳤던 해머슈타인은 20년쯤 시간이 흐른 어제 방영분에서는 등치 좋고 인상 좋은 중년 아저씨가 되어 되돌아왔다.

 

가사뿐만 아니라 대본도 썼던 해머슈타인은 노래와 춤 중심에 스토리는 부수적이었던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탄탄한 스토리를 불어넣었다. 이들 컴비가 처음 만든 작품이 <오클라호마>로 새로운 전환점에 선 기념비적 작품이었다고 한다. 어제 프로그램에서도 길게 다루어졌다. <오클라호마>나 <Carousel>은 보지 못했지만 로저스와 해머슈타인 콤비의 작품은 영화로도 많이 접했다. <사운드 오브 뮤직> <남태평양> <왕과 나> 등...가<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모든 노래들은 무엇 하나 버릴 것 없이 다, 다, 다 아름답다. 래리 하트와 함께 나른하고 도시적인 사랑 노래를 잔뜩 만들어냈던 로저스는 해머슈타인과 함께 서정적이고 순수한 노래들을 만들어냈다. 어느 쪽이든 잊혀지지 않는 뛰어난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재주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lyric이나 대본의 분위기에 맞추어 백가지 천가지 분위기로 변신할 수 있는 로저스의 능력이 놀랍기만 하다.

 

어제 내용 중 재미있던 것은 <남태평양>에서 종군 간호사가 섬의 프랑스인 농장주의 청혼을 받고 그를 사랑하지만 그의 혼혈인 자녀들 때문에 망설이는 대목이다. 그녀가 혼혈이나 다른 인종간의 결혼에 대해 “타고난” 거부감을 보이자 (노래 가사가 “왜냐고는 묻지 마세요. 원래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뭐 그런 식이었다.) 원주민 소녀와 사랑에 빠진 연합군 장교인 남주인공 청년이 그건 타고난게 아니라 가르침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주입한 잘못된 편견이다...라는 요지의 노래를 부른다. 아...50년쯤 전에 나온 뮤지컬에서 오늘날 까지 과학자들간에 뜨겁게 벌어지는 “nature vs. nurture" 논쟁이 등장하다니....^^ 실제로 유색인에 대한 본능적 거부감 내지는 공포감이 (caucasian 입장에서겠지만)이 선천적인건지 후천적인건지 본능적인건지 학습에 의한건지 하는 연구도 수행되었고 그에 대한 내용을 읽은 기억도 난다....

 

이 영화는 중학생일 무렵 TV에서 본 것 같은데.....주제가인 “Some Enchanted Evening"보다도 뚱뚱한 원주민 아줌마가 엄청난 성량으로 뿜어낸 “발리 하이”라는 노래와....예쁜 원주민 소녀(아줌마의 딸)이 계곡에서 춤을 추며 영국 장교인 남주인공을 뿅가게 만드는 장면에서 역시 그 아줌마가 노래 부른 “Happy Talk"라는 노래가 인상깊었다. (요즘 이마트 주제가로 차용되고 있는 바로 그 노래....ㅡ,.ㅡ)

 

<왕과 나>에서도 “Shall We Dance" 말고 괜찮은 노래들이 꽤 나온다. “Whistle a happy tune", "My cup of Tea" 등....

 

어제 프로그램의 마지막 부분은 <My Fair Lady>의 브로드웨이 공연과 영화화된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주연을 맡은 줄리 앤드류스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아 그 전에 콜 포터의 <Kiss me Kate>가 잠깐 소개되었고 또 역시 two-thumbs-up이 아깝지 않은 뮤지컬 <Guys and Dolls>가 소개되었다. 배경으로 깔린 “Luck be a lady tonight"은 내 맘을 두근두근하게 했다. 아, 이 너무나 재미있고 코믹하고 멋지고 사랑스러우며 훌륭한 뮤지컬.....이 뮤지컬은 국내판도 너무 재미있게 본 것으로 기억한다. 무대에서 세 번쯤 보았고 영화 역시 DVD를 소장하고 있다. (스카이 매스터슨을 연기한 말론 브란도의 카리스마와 남성적 매력이라니.....프랭크 시내트라도 네이산 역에 딱이었다.) 무대 배경서부터 플롯, 대사, 안무까지 너무 화려해서 오히려 노래가 강조되지 않는 면이 있지만 곡들도 무척 훌륭하다.

 

빼먹을뻔 했는데 번스타인의 <On the Town>이라는 뮤지컬도 소개되었다. 이건 첨들어보는 작품인데 번스타인이 곡을 쓰고 제롬 로빈스가 안무를 맡았다. 정통 발레 출신이지만 발레에 유머감각을 가미할 줄 알았던 안무가....라고 평가되는 제롬 로빈스...설명이 필요없는 번스타인...이 두 사람의 멋진 작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다음주에 소개되지 않을지?


*뱀꼬리*

interviewee로 반복해서 나오는 사람 중에 <필립 퓨리아>라는 아저씨가 있었다. 이름이 낯이 익어서 혹시나 하고 아마존을 검색해보니 오래전부터 사려고 찜해놓은 <The Poets of Tin Pan Alley>의 저자이다. 생각난 김에....지를까? (하지만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사재놓고 안읽은 책들 때문에 양심의 가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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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Q채널에서 금요일마다 "꿈의 거리, 브로드웨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지난 금요일에 1,2부를 해주었고 다음 주와 그 다음주 금요일(10시부터 12시) 총6부로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뮤지컬 광인 나로서는 너무나 반가운 방송이 아닐 수 없다.

시대별로 뮤지컬의 역사를 다룬 프로그램이라 지난 주 방영분은 뮤지컬의 태동기...유럽의 오페레타와 미국의 뮤지컬 코미디, 보더빌쇼... 등등이 어떻게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이어지게 되었는지를 보여주었다.

고딩때는 뮤지컬 배우가 되고픈 꿈을 품었을 정도로...뮤지컬에 반해버렸던 나에게...뮤지컬은 대략 세 범주로 나누어진다.

오페라의 유령, 선셋 블러바드,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작품들과 그밖에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등 동시대의 대형 뮤지컬(대개 카메론 매킨토시가 프로듀싱한)....대개 90년대 초였던 대학시절 처음 접했던 작품들이다. 직접 공연을 볼 기회는 거의 없었으나(캣츠와 지저스는 우리나라에서도 몇번 공연해서 그떄마다 가서 봤다.)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음반"을 사 모으며 듣고 또 들으며 상상의 나래를 폈던....

좀 더 오래된 브로드웨이 히트작들(아가씨와 건달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그리고 사운드 오브 뮤직, 남태평양 등 로저스-해머슈타인 콤비의 작품들.....대개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덕분에 가장 먼저(중고딩 시절) 접했던 작품들이다. 명절때면 공중파 방송에서 심심찮게 해주었던 이 영화들을 녹화해놓고...되풀이해서 보고 또 보고...사전 펴놓고 비됴 리플레이 해가면서 가사 찾아 외우던 기억...

그 다음 더 더 오래된...1930년~50년대의 뮤지컬의 원조격 작품들... 이 작품들은 사실 "뮤지컬" 그 자체로 거의 접할 기회가 없었다.  더 이상 브로드웨이고 어디에서고 공연도 하지 않고 영화로 만들어진 것도 일부이며 그나마 영화도  접하기 어렵다. 단지 그 작품에 나왔던 히트곡들만 "어메리칸 팝 스탠다드 넘버"로서의 영생의 삶을 얻어 재즈 연주가들에게 수백 수천가지로 재해석되며 지금까지도 연주되고 있다.

재즈는 뮤지컬과 또 다른 갈래의 나의 열정의 대상이고 이 재즈와 뮤지컬이 거슬러 올라가다가 만나는 지점이 바로 이 곳이다. 20세기 초 중반의 브로드웨이 작품들....틴 팬 앨리의 송 라이터들....내가 가장 동경하는 시공간이 있다면....바로 이 시기의 뉴욕의 브로드웨이와 틴 팬 앨리일 것이다.......

지난주 방송분에서는 어빙 벌린, 제롬 컨, 그리고 거쉬인 형제들이 다루어졌다. 젊은 시절의 해머슈타인, 리처드 로저스와 로렌츠(래리) 하트도 조금씩 얼굴을 비쳤다.......유명한 스탠다드 넘버들과 함께 많이 들어보았던 "쇼 보트"라는 작품도 자세히 다루었다. 콜 포터는 다음주 쯤에 나올까?

아무튼...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으로 여기저기서 조금씩 주워 듣고 찾아 읽고 끼워 맞추어가며 쌓아온 뮤지컬의 역사에 대한 어렴풋한 감에 확실한 지식으로 틀을 잡아주고...무엇보다 가슴속 깊이 그리워하고 동경해온 인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나 반갑고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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