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휴일...남편과 아이들과 영화관에 가서 수퍼맨을 보았다.
걍....아동관람가 영화 중에 어른이 가장 참아줄만한 영화가 아닐까...하는게 유일한 선택 이유였다.
그런데 기대했던것보다 재미있었고 수퍼맨도 무척.....잘생겼다. ^________^
특히 재미있었던건...지금 번역하는 책의 내용과 연관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레이 커즈와일, 빌 조이, 재론 래니어 등을 비롯한 최신 미래 예측가(?)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이 셋이 중심이지만 그밖에도 에릭 드렉슬러, 로드니 브룩스, 마틴 리즈, 수전 그린필드 등등 많은 과학자와 프랜시스 후쿠야마, 존 설 등의 사상가 및 철학가 등도 등장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혹은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했던가...
내게는 이 영화가 선과 악, 신과 악마에서 더 나아가 종교 vs 과학의 구도로 읽혔다.
사실 수퍼맨이 예수의 상징이라는 얘기는 여기저기서 줏어들었는데...누가 봐도 그런 느낌을 받을만 하다....(나니아의 아슬란보다도 더 명백하고 노골적인 상징.....)
한편 "Any significantly advanced technology is indistingishable from magic"이라는 아서 클라크의 유명한 대사를 두 번이나 읊조리며.....자신은 "신으로부터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는 (그리고 그 대가로 한 몫 챙기는) 프로메테우스"라고 주장하는 렉스 루터는....어딘가....커즈와일이나 드렉슬러, 브룩스, 모라벡 등등...과학지상주의적이고 과학적 자신감과 낙관주의에 매몰된 과학자들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렉스 루터가 진보한 외계(크립톤성)의 기술을 빌어 만들어낸...주위의 모든 것을 빨아들여 끝없이 증식하는 결정(암석)의 존재는....나노기술의 위험을 이야기할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Gray Goo를 연상시켰다 Gray Goo는 주위의 에너지와 물질을 빨아들여 엄청나게 자가증식하는 나노 어셈블러이다.
이건 어거지일지 모르지만...퓰리처상을 받은 로이스의 기사 "Why the world doesn't need Superman"이라는 기사의 제목은...어딘가...와이어드지에 실었던 빌 조이의 "Why the future doesn't need us"라는 기사 제목을 연상시켰다......이것은 과학기술이 가져올 무시무시한 미래를 경고하는 기사였다....
음....SF 등에 정통한 사람들에게는 기초적인 이야기이겠지만...이 분야에 무식했던 나로서는 책 한권으로 영화의 행간의 상징이나 패러디(?)를 읽어낼 수 있다는 점이 즐거웠다...
그나저나...Gray Goo와 같은것(혹은 그밖에 모든 자가증식하는 무시무시한 것들)이 진짜로 만들어져서는 안될 것이다 .
우리에게는 그 괴물같은 덩어리를 우주 공간으로 던져버릴 수퍼맨이 없으니까....
ps. 로이스의 아들내미의 친부가 사실은 수퍼맨인 것으로 밝혀지자...잠깐 "주몽"이 떠오르기도 했다. 수퍼맨=해모수, 로이스=유화부인, 리처드=금와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