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재즈....

파릇파릇하던 시절에 재즈에 매혹되어 열쉼히 음반을 사모으고, 듣고, 공부하고, 사랑하다가...

"아줌마"가 되면서 완전 빠이빠이.....(젖병이랑 똥오줌 기저귀랑 씨름하면서 재즈가 귀에 들어오랴..)

애들이 조금 커서 조금 여유가 생기면서...애들 학교에 태우고 다니면서..차에서 귀가 허전해 그 옛날 사모은 음반들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치만 취향이 아줌마스러워져셔인지...온리 보컬곡만 들었다. 엘라 핏제럴드, 빌리 할러데이의 앨범...혹은 작곡/작사가별로 나온 songbook 앨범들...그런 식으로...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콜 포터의 songbook 중에서...주로 연주곡만으로 구성된 앨범이 있다. (보컬이 들어간 곡도 하나 있긴 하지만) 개성 넘치는 뮤지션들이 콜 포터의 곡들을 무척 독특한 방식으로 해석한 명반...(알라딘엔 이 상품이 없네염..)

이 앨범의 모든 연주가 다 멋지지만....그 중에서 Bud Powell이 온리 피아노만으로 (unaccompanied) 연주한 "Just one of those things"이라는 곡이 있는데....

이 곡이 그만....가슴에 푸우우우우욱 꽂혀버렸다!!!!!!

이런 감동..이런 매혹이 얼마만인지...(나이들어보시라......"감동"과 "매혹"을 관장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줄어들어서인지...그런 경험....정말정말 맛보기 힘들어진다.......)

마력을 지닌 듯한...전광석화와 같은 화려한 기교...
(파웰에 꽂혀서 인터넷에서 정보를 좀 찾아보니..엄청난 속도의 오른손 연주와..간결한 왼손 반주가 파웰 특유의 주법이라고 한다....)

단순히 인간이 피아노를 저렇게 다룰 수가...뭐 그런 감탄만이 절때 아니고(그런거라면 감동의 표면만을 스쳤겠죠.) 그가 연주한 이 곡은...정말이지...아.름.다.웠.다.  그의 독특한 연주와 해석이.....오만 번도 더 들은 콜 포터의 이 곡(Just one of those things)을 너무나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참, 파웰에 대한 정보를 찾다보니...천재적인 피아니스트로 떠올랐지만...사고를 당하고 마약에 쩔고 인간관계도 좋지 못하고 비참한 말로를 걸었다고 한다......

(왜 내가 무척 좋아하는 재즈 예술가들은 불행한 삶을 살았을까...빌리 할러데이도 그렇고...동성애자였던 천재적 작사가 래리 하트도 그렇고.....자신의 인생 역시 가장 비극적이고 인상적인...기억에 오래 남을 연주로 남기려고 했던것일까...? 아니...버드 파웰의 연주를 들어보면...저런 연주를 하다보면 마약에 의한 도취감에 이르지 않을 수 없겠구나...(듣는 사람도 high가 느껴지는데...) 그런 도취감에 맛을 들인 다음에는..금단현상을 이기기 위해  마약이든 술이든 찾지 않을수 없겠구나...싶기도 하다. (실제로 파웰은 사고를 당하고 나이 먹어서 손가락이 예전같이 잘 돌아가지 못했다고도 한다....ㅡ,.ㅡ)

 

<-라운드 미드나잇

 참, 이 영화....이게..늙고 비참해진 뮤지션과 너무나 가난하지만 그의 음악을 절절히 사랑한 팬간의 교감을 그린 영화라고 하는데...영화에서는 색스폰 주자인 덱스터 고든이 뮤지션 역할을 했지만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은 바로 버드 파웰과 그의 팬의 이야기라고 한다. 사실 이 영화...예전에 디븨디 숍에서 빌렸다가...느무느무바빠서 다 못보고(거의 못보고) 돌려준 일이 있다. 다시 한번 빌려볼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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