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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선물받아 읽고 후기를 남깁니다.

리튬이온전지의 역사

리튬이온전지 개발의 역사

▶ 개구리 근육을 관찰하다가 전기 현상을 발견한 갈바니, 금속이 이온화될 때 발생하는 고유 전압의 차이에 의해 전류가 흐르는 것을 이용해서 전지를 만든 볼타를 배터리, 즉 전지 발명의 첫 돌을 놓은 과학자라고 할 수 있다.

▶ 전지 중에서도 이차전지는 한번 쓰고 버리는 일차전지와 달리 계속해서 충전해서 쓸 수 있는 전지를 말한다. 최초의 이차전지는 1859년 가스통 플랑테가 발명한 납 축전지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도 일반 자동차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휴대용 이차전지에는 1980년대에 니켈카드뮴 전지가 쓰였다. 양극에는 수산화니켈, 음극에는 카드뮴, 전해질로 수산화 칼륨을 사용한다.

▶ 카드뮴의 독성을 배제하고 전지의 에너지밀도를 높이기 위해 음극의 카드뮴 전극을 수소저장 합금으로 대체한 니켈수소전지가 발명되었다.

▶ 1990년대 중반까지 니켈카드뮴전지와 니켈수소전지 시장을 지배한 국가는 일본이었다.

▶ 니켈수소전지의 단점은 사용하지 않을 때 자연적으로 방전되는 자가방전 특성이다. 이런 특성을 극복하고 개선한 것이 리튬이차전지이다.

▶ 뉴욕주립대 스탠리 휘팅엄 교수가 리튬이차전지를 처음 제안했다. 양극에는 이황화티탄(TiS2)을 음극에는 리튬 금속을 사용했다.

▶ 1970년대 옥스포드대 존 구디너프 교수는 양극에 리튬코발트옥사이드(LCO)를 사용해서 오늘날로 이어지는 양극 소재의 길을 닦았다. LCO의 경우 코발트와 산소가 층상 구조를 이루어 리튬 이온이 들락날락할 수 있다.

▶ 그런데 음극에 리튬이나 리튬합금을 쓸 경우 리튬 이온이 음극에서 환원되어 금속화될 때 침상형(수지상)으로 덴드라이트를 형성하는데 이것이 분리막을 뚫고 양극과 음극 내부단락을 일으켜 화재와 폭발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1985년 일본의 아키라 요시노 박사가 흑연계 소재를 음극으로 이용한 이차전지를 개발해서 현대의 리튬이온전지 모델을 완성했다.

▶ 스탠리 휘팅턴, 존 구디너프, 아키라 요시노, 세 사람은 2019년 노벨상을 받았다.


리튬이온전지의 산업화의 역사

▶ 1991년 일본 소니에 의해 상용화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노트북 방송장비 정도 말고는 딱히 적용할 시장이 크지 않았다.

▶ 2006년 소니는 대규모 이차전지 리콜사태로 큰 소실을 입고 이차전지지 사업을 다른 자회사와 합병 후 대부분으 무라타 제작소로 넘겼다.

▶ 일본에는 소니 외에도 산요, 파나소닉, GS유아사 등이 이차전지 기업이 있었고 2010년까지는 세계의 리튬이온전지 시장 50% 이상을 점유한 이차전지 선두 국가였다.

▶ 산요가 독보적인 1위였으나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인수합병으로 파나소닉에 흡수된다. 이 인수합병은 파나소닉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고 2013년 무렵 큰 적자를 보고 구조조정을 겪었다. 이 무렵 파나소닉은 삼성SDI나 LG화학에 밀리고 있었다.

▶ 파나소닉은 2014년 테슬라와 합작으로 기가팩토리를 설립하면서 공격적 투자를 시작하고 2017년 세계 1위 이차전지 생산 기업이 된다. 당시 다른 기업의 전기차가 주행거리가 200km 이하였는데 400km 이상으로 끌어올린 테슬라의 모델 시리즈는 독보적이었다.

▶ 이차전지 지형에서 일본 그룹의 몰락과 한국과 중국 기업의 성장을 가져온 동력은 스마트폰의 탄생이었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 2010년 삼성의 갤럭시가 출시되면서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리튬이온전지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애플은 중국의 ATL(CATL의 오타가 아닌가 했는데 찾아보니 CATL의 모회사 내지는 전신에 해당되는 기업)을 통해 리튬이온전지를 공급받았고 삼성과 LG의 스마트폰은 각각 삼성 SDI와 LG화학의 배터리를 썼다.

▶ 2010년대에 우리나라가 세계 주도권을 잡은 이유는 1991년 초기 상용화된 리튬이온전지의 에너지 밀도가 98Wh/kg(220Wh/L)였던 것을 현재 250Wh/kg(600Wh/L) 수준으로 세배에 가까운 기술 발전을 주도했기 때문.

배터리 품질의 개선

에너지 밀도와 주행거리

▶ 전기차는 용량이 큰 배터리를 사용하거나 회생제동시스템을 적용해서 주행거리를 향상시켜왔다. 회생제동시스템은 모터를 발전기로 사용하여 감속할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

▶ 저온 주행거리가 문제였는데(혹한기에 거의 20% 감소) 히트펌프,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충전기술 발전으로 개선함(10~15%).

▶ 양극 활물질에서 코발트 대신 니켈 함량 증가시키면서 에너지 밀도(배터리의 단위중량 또는 단위부피당 용량) 높아진다.

에너지밀도(Wh/kg)

에너지밀도(Wh/L)

일충전 주행거리(km)

NCM333

140

230

190

NCM622

210

575

400

NCM811

270

625

450

NCM9055

300

750

550

* N은 니켈, C는 코발트, M은 망간으로 뒤의 숫자는 각 금속의 비율을 말한다. 9055는 니켈90%, 코발트 5%, 망간 5%)

▶ 이렇게 에너지 밀도가 계속해서 향상되어왔지만 여전히 화석 연료와는 비교할 수 없이 낮은 수준이다. 에너지 밀도가 가장 높은 디젤을 100으로 할 때 리튬이온전지는 7~8% 수준이다.

▶ 배터리 출력 밀도는 단위 시간 당 뽑아낼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을 말한다. 그런데 전기차에서 에너지 밀도와 출력 밀도는 서로 음의 상관관계를 가진다. 도전재 등으로 보완하긴 하지만 출력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에너지밀도의 희생을 감수해야한다.

배터리 소재와 가격

▶ 배터리 가격은 수요 확대에 따라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8 수준으로 낮아졌다. 그러나 현재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2021년부터 배터리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

▶ 배터리 생산워가에서 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63%. 이 중 양극 활물질이 52%, 음극 활물질 14%, 분리막 16%, 전해액 8%.

▶ 양극재 4대 원료(코발트, 니켈, 알루미늄, 망간) 모두 급격한 가격 상승 일어남.

▶ SK온은 스위스 글렌코어와 25년까지 코발트 구매 계약. 에코프로비엠과 10조원 규모 양극재 공급 계약

LG엔솔은 중국 그레이트 파워에 지분 투자(350억, 4.8%), 호주 오스트레일리안 마인스와 니켈, 코발트 장기구매 계약(2024~2030)

배터리 화재와 안전성

▶ 배터리 화재가 큰 우려가 되고 있다. 분리막 손상에 따른 단락(양극과 음극이 내부에서 접촉) 또는 BMS의 냉각시스템과 각종 제어장치의 오류에 의해 배터리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전해액의 분해에 의한 폭발이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 리튬이온전지에서는 리튬염을 녹일 수 있는 가연성 유기용매를 전해액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화재에 취약.

▶ 셀 내부 온도가 장기간 60 ℃를 상회하면 음극 표면의 얇은 고체막층(SEI층)부터 분해 시작, 100 ℃ 넘어가면 전해액과 음극간에 부반응 일어남, 130 ℃ 이르면 분리막 녹아내림(→ 셀 내부 단락 발생), 200 ℃ 이르면 전해액 분해 시작됨(→ 불화수소(HF) 발생), 300 ℃ 이르면 전해약과 양극 간의 부반응 일어남(→ 산소 분압 발생).

▶ 2차전지 화재가 일어났을 때 물을 뿌려 진화하는데 엄청나게 시간이 걸리고 많은 물이 소모됨(2021년 테슬라 모델S 사고 현장에서 화재 진압에 7시간 걸렸는데 이때 사용한 물의 양이 소방서 전체가 한달 쓰는 양, 미국 가정 2년치 물 사용양이었다 함).

안전하고 저렴한 리튬인산철(LFP)전지

▶ 리튬인산철(LFP, LiFePO4) 전지는 앞서 언급된 니켈코발트망간 전지보다 항속거리는 짧지만 저렴하고 안전한 편.

▶ LFP도 발화 및 폭발사고 일어나긴 하지만 NCM 전지가 약 200 ℃에서 연쇄적 반응이 일어나는데 비해 LFP 전지는 500 ℃에 도달해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한다.

▶ LFP 배터리 점유율은 중국 시장에서 39%까지 증가. LFP 채택한 상하이GM의 홍구앙 미니EV가 중국 전기차 1위

▶ 테슬라, 폭스바겐, 포드, 메르세데스 벤츠 등 일부모델에 적용. 현대차도 BYD의 블레이드 배터리(LFP) 채택

▶ LFP는 NCM이나 NCA(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대비 20% 정도 저렴.

전고체전지 기술 전쟁

▶ 일본 도요타가 2010년 황화물 고체 전해질 사용한 배터리 시제품 공개.

▶ 고체 전해질 소재는 황화물, 산화물, 고분자로 나눠지는데 황화물 고체전해질 소재가 가장 앞서 있다. 이온전도도가 높고 전극과의 계면밀착특성이 우수. 단점은 수분에 민감하게 반응해 유해가스인 황화수소(H2S) 발생.

▶ 산화물은 딱딱한 재질 특성 때문에 음극, 양극과의 물리적 접촉 부재에 따른 성능열화 문제.

▶ 고분자 기반 소재는 소재 범위가 넓어 유망해 보이나 이온 이동도가 황화물 대비 1/10 정도이고 고온에서 기계적 강도가 다른 재료보다 약하다다.

▶ 전고체전지는 이론적으로 500Wh/kg의 에너지 밀도 구현이 가능함. 기존 리튬이온전지의 거의 2배.

▶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2020년 3월 '석출형 리튬음극'을 적용해서 수명과 안전성을 높인 전고체전지 기술 발표. 음극 두께를 거의 없다시피 얇게 만들어 에너지 밀도를 대폭 올린 것이 기술의 핵심. 1회 충전으로 800km 주행, 재충전 1000회 이상 가능.

▶ 미국의 퀀텀스케이프(폭스바겐이 투자)는 2020년 12월 15분 이내에 80% 충전할 수 있는 전고체전지 실험결과 발표.

▶ 대만의 프롤로지움은 2021년 8월 전고체전지 개발했다고 발표.

▶ 도요다는 2020 도쿄 오토쇼에 전고체전지를 탑재한 모델 선보이겠다고 했으나 미실현.

▶ 미국의 SES(Solid Energy System)이 2021년 11월 제1회 SES 배터리 월드라는 온라인 이벤트에서 아폴로라는 리튬메탈전지 공개. 솔벤트 인 솔트 전해질을 쓰고 리튬이온전지와 전고체 전지의 중간 형태이며, 107Ah, 에너지 밀도는 417Wh/kg, 고속 충전 가능. 리튬메탈 기반 전고체전지 업체 중 상용화 측면에서 가장 앞서 있는 듯.

▶ 현대차그룹은 2018년 미국의 아이오닉 머티리얼즈와 솔리드파워에 투자, 2021년 미국 팩토리얼에너지와 전고체전지 개발 제휴, SES에도 투자. 2021년 서울대와 공동으로 배터리 연구센터 설립.

글로벌 배터리-완성차 관계

배터리-완성차 협력 관계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를 직접 개발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선도 업체가 수십 년의 시행착오와 천문학적 투자를 바탕으로 이룬 성과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려움. (특허기술 우회, 대량생산 어렵고 자사 자동차에만 공급하게 되면 수익성도 낮음)

새로운 전기차 업체들

▶ 미국의 루시드 모터스, 리비안, 로즈타운 모터스, 피스커, 카누, 중국에 30여개 기업

▶ 루시드 모터스는 2007년 테슬라 부사장 출신 버나드 체와 오라클 출신 샘 웽이 창업. 2021년 애리조나 공장에서 첫번째 전기차 루시드 에어 양산 돌입. 삼성SDI와 LG엔솔의 원통형 배터리 장착. 2023년 도심형 CUV 그래비티 출시 예고

▶ 리비안은 픽업트럭(R1T)에 주력. 2022년 사전주문이 71000대 기록했으나 실제 인도한 차량은 미미함. 아마존이 주요 투자자로 물류배송용 전기 밴 10만대를 선주문.

▶ IT기업들도 전기차 개발에 참전.

  • LG전자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 인터네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 전달 장치)에 주력하는 합작 법인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 설립.

  • 애플은 2021년 BMW 수석부사장 출신 울리히 크란츠 영입해서 애플카 개발 선언. 2025~2027년으로 전망.

  • 중국 바이두는 지리차와 협력해 전기차 사업 진출

  • 알리바바는 상하이차 및 정부 지원으로 전기차 제조사 즈지자동차 설립

  • 소니도 전기차 진출 준비. 2022 CES에서 전기차 비전-S02 공개


책을 받고 10일 정도 안에 서평을 올리는 것이 출판사와의 약속이어서...일단 책 내용 중 반 정도 요약한 내용을 올리고자 합니다. 나머지 부분도 다 읽고 조만간 올리도록 할께요~

서평은 어디까지나 서평이고 책을 요약할 필요는 없지만, 나 자신이 참조하기 위한 "쓸모 있는 기록"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가급적 책을 읽으면 기억해둘만한 중요한 내용들, 새롭게 배운 것들은 요약해서 남기고자 합니다.

이차전지에 관해서 어디선가 들어본듯 한 조각조각 파편의 지식이 이 책을 읽음으로써 하나로 꿰어지는 느낌입니다. 사실 이차전지라는 섹터가, 대부분 주식하는 사람들이 다 그렇겠지만, 정말 많이, 거의 항상 듣게 되어 대충은 아는거 같으면서도, 막상 관련 리포트를 읽거나 공부를 하려고 하면 어렵고 막막했던 분야였습니다. 그동안 숲속의 울창한 나무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맸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높이 올라가서 bird's eye view로 전체 숲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이제 2차전지 산업 리포트든, 관련 기업 리포트든 자신감 있게 펼쳐서 제대로 이해하며 읽을 수 있을것 같습니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이차전지 전쟁터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위해 연구에 매진하시느라 바쁜 연구자인 저자분들이 시간을 쪼개서 일반인을 위한 책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책 만들어주신 출판사에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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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수익 성장주 투자 -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주식 투자 시스템
마크 미너비니 지음, 김태훈 옮김, 김대현 감수 / 이레미디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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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이레미디어)의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책을 읽고 쓴 서평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주식 투자 시스템"이라는 부제가 붙은 <초수익 성장주 투자>

원서 제목은 <Trade Like a Stock Market Wizard>이다. 마크 미너비니가 잭 슈웨거의 책 <시장의 마법사들(Stock Market Wizards)>에서 인터뷰를 했었는데 거기에서 따온 제목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앞 부분(1장과 2장)에는 마크 미너비니 자신의 삶과 투자 이력을 소개하고 자신의 투자 철학과 조언을 들려준다. 이 부분은 사실 최고 수준의 "자기계발서"로 보아도 손색이 없다. 비단 트레이딩이나 투자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삶을 운영하고 자신을 발전시키고 멘탈을 훈련하는데 큰 도움이 될만한 지혜와 명문들이 가득하다. 미너비니는 최고의 트레이더로 이름을 남겼을뿐 아니라 세미나 프로그램으로 수많은 제자들을 훌륭하게 키워낸 것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왜, 어떻게 그가 뛰어난 스승이 될 수 있었는지 이 책의 1, 2장만 읽어봐도 수긍이 된다. 남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아왔고 거기에서 얻은 경험을 나누고 전파하는데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미너비니는 15세에 중학교를 중퇴했다. 그러나 주식 시장에 매료되어 투자로 돈을 벌기로 마음을 먹고 나서는 1000권 이상의 책을 읽고 독하게 공부했다. 어떤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서 복사제본을 해서 닳도록 읽기도 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독학(self-taught) 천재의 전형이다. (아..............난 이런 사람들이 너무 좋다!)

투자에서도 처음부터 성공을 거둔 것이 아니었다. 처음 6년 동안은 전혀 돈을 벌지 못했다고 한다.

"무엇이 나를 계속 나아가게 만들었을까? 끈기였다. 한 가지 삶의 방식에 흔들임 없이 헌신하면, 성공을 향한 경주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을 앞설 수 있다. (중략)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에 관심을 가지지만, 진정으로 헌신하는(원서를 안 읽어봤지만 dedicate라는 단어였을 것이다) 사람은 드물다. 관심과 헌신의 차이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에 있다. 진정으로 어떤 것에 헌신하면 성공은 당연하다. 관심은 어떤 일을 시작하게 만들지만 결승점에 데려가는 것은 헌신이다."

이처럼 1장과 2장에는 감동적이고 교훈을 주는 투자 철학과 삶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사람의 겉모습만 봐도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대충은 눈치챌 수 있듯, 누군가의 글을 보면 그 사람의 지적 여정과 수준을 엿볼 수 있다. 마크 미너비니의 글은 멋을 부리지 않은 실용적인 글이지만, 지적으로 상당한 경지에 이른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품격있고 미학적으로 깔끔한 글이다. 적절한 인용구들도 인상적이었다.

3장에서 11장까지는 그가 트레이더로 성공을 거두는 과정에서 확립한 자신만의 원칙과 노하우를 공개하고 있다. 핵심 of 핵심만 뽑아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물론 풍부한 사례와 근거는 책을 읽어야만 얻을 수 있다.

세파(SEPA: Specific Entry Point Analysis) 전략

3장

3장에서 저자는 이 전략을 개발하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대부분의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마크도 처음에는 싼 종목을 매수하는 방법에 주력했지만 성과가 신통치 않았다. 그는 1983년부터 88년까지 구할 수 있는 모든 책을 구해 읽고 연구를 거듭한 끝에 이 전략을 다듬어낸다.

마크는 자신에게 영감을 준 스승들을 소개했다. <초고수익 주식(Superperformance Stock)>의 저자 리처드 러브, "주식 시장 승자의 해부"라는 논문의 저자 마크 라인가넘은 그의 투자 방향을 바꾸어준 스승이었다. 둘 다 최고의 상승률을 보인 주식들을 연구한 것이 공통점이다. 최고를 찾기 위해 최고를 연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그 외에도 지수 대비 상대 강도에 초점을 맞춘 로버트 레비의 <보통주 주가 예측의 상대 강도 개념>, 우수한 종목들의 속성성을 카테고리화해서 저자가 '리더십 프로파일' 개념을 만드는데 도움을 준 에드워드 젠슨의 <주식 시장의 청사진>, 5주기 이동평균선이 20주기 이동평균선을 교차할 때 매매하는 추세추종 개념을 제안한 리처드 돈키언, 차트 패턴에 관해 방대한 연구를 한 윌리엄 자일러, 역대 최고의 트레이더인 제시 리버모어 등을 스승으로 꼽았다.

세파의 5가지 핵심 요소

  1. 추세 : 상승 추세

  2. 펀더멘털 : 영업이익, 매출, 마진의 개선

  3. 재료

  4. 매수 지점

  5. 매도 지점

세파 적용 (순위 매기기)

  1. 트렌드 템플릿(Trend Template) 충족 여부 검토 (5장)

  2. 영업이익, 매출, 마진 증가율과 지수 대비 상대 강도라는 기준으로 선별 (1번의 95% 걸러짐)

  3. 리더십 프로파일과 유사성 검토 (남은 종목 대다수가 제거)

  4. 개별적 검토 (발표된 실적, 영업이익, EPS, 매출의 증가 및 증가율, 가이던스, 애널리스트의 추정치 수정, 마진율, 산업 및 시장 내 위치, 잠재적 재료, 동일업종 다른 종목과의 상승률비교, 주가 및 거래량 분석, 유동성 리스크)

특히 초점을 맞추어야 할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미래의 영업이익, 매출 서프라이즈와 긍정적 추정치 조정

  2. 강력한 거래량을 동반한 기관의 매수세

  3. 수급 불균형(매수>매도)에 따른 빠른 주가 상승

나는 전반적인 시장 여건뿐 아니라 기업의 펀더멘털, 주가, 거래량이 모두 조건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매수한다. 나는 이런 요소들이 사거리 교차로에 동시에 도착한 넉 대의 차처럼 수렴하기를 바란다.

p79

초고수익 종목의 또 다른 특징으로, 대부분 상장 10년 이내의 어린 종목이고 소형주나 중형주이다. 성장기에 있는 중소 기업을 지켜봐야 하는데 다만 검증이 필요하다. 이미 수익을 내고 있는지, 사업 모델을 복제해서 규모를 키울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하려면 당신에게 합리적으로 보이는 한 가지 접근법에 정착해야 한다. 주식 거래 전략을 활용하는 일은 결혼과 같아서 신의를 지키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

(중략)

전략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규칙을 적용하고 준수하기 위한 지식과 규율이 더욱 중요하다

p75

가치에는 대가가 따른다

4장

4장에서 싼 주식은 싼 이유가 있고, 가치 있는 주식을 사기 위해서는 제 값(대가)을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을 여러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최고의 성장주는 대부분 낮은 PER에 거래되지 않는다. 과거의 대박 종목 중 다수는 주가가 가장 많이 상승하기 전에 이익의 30-40배로 거래되었다.

p82

주가를 움직이는 것은 가치가 아니다. 사람들이 매수 주문을 넣어야 주가가 움직인다. 가치는 공식의 일부일 뿐이며, 궁극적으로는 수요가 있어야 한다.

p91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주가 상승률 최상위 25개 종목의 평균 PER은 33배이며, 낮은 경우는 8.6배, 높은 경우는 223배이다.

p93

  • PER의 함정에 속지 말라. 과매수/과매도의 경우도 그 추세가 지속된다

  • 한물 간 주도주를 선호하는 현상을 지양하라.

  • PER은 심리의 바로미터로, 일반적으로 높은 PER은 기대치가 높고, 낮은 PER은 기대치가 낮다는 뜻이다.

  • PEG (주가 이익성장 비율, PER 멀티플을 내년의 주당 순이익 예상 증가율로 나눠서 계산) 역시 투자자를 오도해서 수익성 좋은 기업을 배제하도록 할 수 있다.

  • 초고수익 종목에 대한 역사적 연구에 따르면 대규모 가격 변동의 시작부터 끝까지 평균적으로 PER이 2~3배 증가했다.

추세에 따른 투자

5장

주가 변화의 4단계

  1. 1단계 - 무시 국면 : 보합

  2. 2단계 - 상승 국면 : 매집

  3. 3단계 - 고점 국면 : 분산

  4. 4단계 - 하락 국면 : 투매

저자는 스탠 와인슈타인의 모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다. 그리고 반드시 2단계에서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단계에 있는 종목을 선발하기 위한 기준이 "트렌드 템플릿"이다.

트렌드 템플릿

1. 현 주가가 150일(30주) 이동평균선 및 200일(40주) 이동평균선 위에 있다.

2. 150일 이평선이 200일 이평선 위에 있다.

3. 200일 이평선이 적어도 1개월 동안(대부분 4~5개월이 바람직) 상승 추세에 있다.

4. 50일(10주) 이평선이 150일 및 200일 이평선 위에 있다.

5. 현 주가가 50일 이평선 위에 있다.

6. 현 주가가 52주 신저가보다 최소한 30% 위에 있다.

7. 현 주가가 최소한 52주 신고가의 25% 안에 있다(신고가에 가까울 수록 좋다).

8. 주요 지수(S&P 등) 대비 상대 강도가 강하다. (IBD인가 하는 곳에서 유료로 제공하는데 숫자가 높을 수록 강함)

종목의 범주

6장

  1. 주도주

  2. 최고 경쟁 기업

  3. 기관 선호 기업

  4. 실적 반등 기업

  5. 경기 민간 기업

  6. 과거 선도 기업 및 부진 기업

저자가 주로 거래하는 범주는 주도주이다. 주도주는 영업이익을 빠르게 늘리는 특징을 보인다. 한 산업 분야를 독보적으로 장악하는 카테고리 킬러(이베이, 애플, 월마트)나 한 매장에서 성공적인 영업 방식을 만든 후 전국, 또는 전 세계로 확대 재생산하는 쿠키 커터 기업(쿠키 찍어내듯 c'trl C + c'trl V) 등을 말한다.

그 외에도 저자는 각 범주별로 주요 기업의 예시를 들어 주식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실전 tips

7장~10장

  • 초수익을 이끄는 동력은 영업이익과 매출의 성장이다. 주식 시장에서 영업이익은 부동산의 입지와 같다. 영업이익이 얼마인가? 얼마나 오래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가? 얼마나 확실하게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가? 수익성, 지속가능성, 시인성은 주가를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요소다.

  • 기업의 수익성은 어느 정도 주기성을 띈다. 영업이익의 증가와 서프라이즈는 추정치 상향을 가져오고 점점 허들이 높아지다 보면 성장의의 둔화가 마이너스 모멘텀으로 작용해 주가를 하락시킨다.

  • 영업이익 증가율의 상승에 주목해야 한다. 대규모 주가 상승 종목은 상승 직전이나 상승기에 영업이익 증가율이 상승 추세를 보인다.

  • 기관은 다음과 같은 요소를 지닌 종목을 찾는다.

▶ 어닝 서프라이즈

▶ EPS 및 매출 증가율 상승

▶ 마진 확대

▶ EPS 답보 구간 돌파

▶ 견조한 연 EPS 변화

▶ 증가율 상승이 지속된다는 신호

  • 내가 '코드 33'이라고 부르는 상황을 찾아라. 이는 영업이익, 매출, 마진 증가율이 3분기 동안 상승하는것을 말한다.

  • 시장 주도주는 조정이나 약세장 후반기에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 하락세를 가장 잘 버티고, 가장 빠르게 반등하며, 전체 시장의 바닥에서 퍼센트 기준으로 가장 많이 상승하는 종목을 찾아라! 이 방법으로 잠재적 주도주를 파악할 수 있다.

  • 상대적 상승률과 어닝 파워 측면에서 업계 1, 2, 3위 기업을 보유해야 한다.

  • 주도주는 상승을 이끌기도 하지만 하락을 이끌기도 한다. 왜냐하면 랠리나 강세장 이후에 주도즈는 이미 크게 상승한 상태이므로 미리 그 종목에 들어간 스마트머니는 상승률이 느려지는 첫번째 징후에 기민하게 빠져나온다.

  • 강세장 후반에 이르면 주도주가 업종의 약세뿐 아니라 곧 드러날 시장의 약세까지 경고한다.

챠트!

10장

"그림 한 장이 백 마디 설명보다 낫다"라는 제목의 10장에서는 기술적 분석에 관해 자세하게 논하고 있다. 이 장은 그야말로 그림과 함께 보아야 하므로 요약은 생략한다.

미너비니는 투자를 이론적으로 접근하는 "효율적 시장 가설(시카고 대학의 유진 파마 교수)"을 반박한다.

자존심, 공포, 탐욕, 희망, 무지, 무능, 과민반응, 그리고 추론과 판단을 그르치는 일련의 인간적 오류가 온갖 불일치와 그에 따른 기회를 만든다. 그런 기회를 파악하는 귀중한 도구가 바로 차트다. 차트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경매장에 모인 가운데 특정 종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여준다. 즉 감정과 논리, 기만적 의도에 따른 결정이 충돌하는 양상을 분명한 시각적 패턴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그것은 수급의 판결이다.

p251

기술적 분석에 관련해서 크게 세 가지 학파가 있다.

  1. 오직 가격과 거래량 변동에만 의지하는 순수한 기술적 분석가

  2. 알아야 할 모든 것은 기업의 펀더멘털에 있다고 믿는 순수한 펀더멘탈주의자 (그들에게 구불구불한 선, 봉, 포인트앤드피겨 상자는 무의미하다. 그들은 차트 분석을 찻잎으로 점치는 것만큼이나 경멸한다. ^^)

  3. 기술적 분석과 펀더멘털 분석을 모두 활용하는 기술적 펀더멘탈주의자

물론 미너비니 자신은 3번이라고 한다.

리스크 관리 : 손절! 손절! 손절

12장, 13장

책 맨 앞에 실린 서문을 쓴 데이비드 라이언은 이 책의 백미는 마지막 2개의 장, 리스크 관리 편이라고 했다. 아마존 서평을 휘리릭 둘러봤는데 대다수 극찬을 했지만 일부 뻔한 얘기라고 폄훼하는 서평도 마지막 2장은 꼭 읽어볼만 하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리스크 관리의 요점은 손절선을 만들고 그걸 반드시 지키라는 얘기다. 그걸 절묘한 비유와 자신의 경험담 등으로 설득력 있게 펼쳐놓고 있다. 손절선을 정하는 방법은 투자의 손익비나 기대 수익률, 평균 수익률 등을 고려해서 정하는데, 어떤 경우에도 10%를 넘지는 말라고 말한다. 그리고 수익이 누적되는 경우에 끊임없이 베이스라인을 높여서 수익금을 지키라고 말한다.

아마추어 투자자는 수익을 자신의 돈이 아니라 시장의 돈처럼 대한다. 때가 되면 시장이 다시 가져갈 것처럼 말이다.

p345

"손실은 일찍 줄이고, 수익은 최대한 키워라"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나는 잭 슈웨거가 <시장의 마법사들>을 쓸 때 그와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손절이 성공의 핵심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잭은 인터뷰 도중에 녹음기를 내려놓으면 이렇게 말했다. "마크, 좋은 이야기이긴 한데, 너무 진부해요. 성공한 투자자들은 다 그렇게 말해요."

나는 "잭, 그게 당연해요. 그래서 그 사람들과 내가 성공한 거예요"라고 말했다.

p347

트레이더들에게 칼손절은 숙명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꼭 트레이더만 손절 원칙을 지켜야 하는 걸까? 가치투자자나 펀더멘털리스트들은 손절에 좋은 감정을 갖고있지 않은 듯하다.

내가 손절을 못(안)하는 이유가 무엇일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이른바 가치투자자나 펀더멘털리스트들은 매수 종목을 고르기 까지 자기 나름 깊은 공부를 한다. 사업보고서를 최대한 끙끙대며 읽어보고, 시중에 나온 리포트를 다 읽고, 뉴스를 검색하고, 다른 블로거들의 의견도 수집한다. 이 과정은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작업이고, 이런 작업을 통해 매수를 결정한 종목과 사랑에 빠지지 않기는 힘들다. 영어 표현 중 'brain child'라는 말이 있는데, 공들여 매수한 종목은 정말 나의 공부, 나의 판단, 나의 두뇌로 낳은 내새끼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 종목을 냉정하게 다루는 것은 뱃속에 열 달을 넣고 다니고 진통을 겪어 나은 내 아이에게 모성을 느끼지 않는 엄마처럼 사이코패스적이거나, 모든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은 부처의 경지에 이르러야 가능하지 않을까?

심리적으로, 일단 내가 팔았는데 주가가 더 올라가버리는 고통은 계속 들고 있다가 수익을 다 반납하는 고통보다 더 큰 것 같다. 팔고 오르면, 익절을 해도 고통스러운 판에, 손절 한 후에 주가가 올라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심리적 데미지를 입을 것이고 그것이 두려워 손절을 못하는 이유도 있지 않을까?

팔았다가 재매수하면 되지 않은가? 스스로 반문해보지만, MTS의 계좌만을 유일한 관리 도구로 삼고 대충 투자하는 쌩 아마추어 투자자인 나로서는 평단가가 높아지는 걸 보는 것도 기부니가 좋지 아니하다.

결국 이런저런 심리적인 이유로 손절을 못하는데 마크 미너비니는 그것이야말로 성공의 걸림돌이자 아마츄어리즘이라고 꾸짖는다.

그래서, 조금씩 나의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리고, 손절을 연습해보려고 한다. 그것으로 계좌를 방어해낼 수 있다면, 비록 내가 챠트와 수급을 읽어내고 달리는 말에 용감하게 올라타는 뛰어난 트레이더가 되지 못하더라도,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가치는 엄청날 것이다.

사실 이 분의 SEPA 전략이나 트렌드 템플릿, 코드 33과 같은 구체적인 원칙들이 "국장"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누군가 백테스트를 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 미국은 뭐든 큰 나라니 주도주의 추세도 더 크고, 더 강하고, 더 길게 지속되지만 우리나라에서 영업이익 "증가율"이 몇 분기에서 몇 년씩 증가하는 종목이 과연 몇 개나 있을까 싶은 냉소적인 마음도 살짝 들기도 한다. 쿠키 커터와 같은 모델도 내수 시장이 작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예 찾아볼 수 없지 않을까 싶기도...

그럼에도, 미너비니의 원칙들을 우리 시장에 "글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지 모르지만, 그의 투자 철학과 추세 추종 투자의 장점을 각자의 투자에 적용하는 것은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두고두고 다시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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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의 망상 - 욕망과 광기의 역사에 숨겨진 인간 본능의 실체
윌리엄 번스타인 지음, 노윤기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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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연구소 카페에 게시된, 포레스트북스 출판사의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선물받은 책을 읽고 쓰는 서평입니다.)


신경과 전문의이자 금융 이론가이자 역사학자인 윌리엄 번스타인이 인간의 비이성적 본성과 그로 인한 군중심리를 고찰한 책이다. 번스타인은 서론에서 19세기 영국 저널리스트였던 찰스 맥케이가 쓴 <대중의 미망과 광기(Memoirs of Extraordinary Popular Delusions)>라는 책을 소개한다.

번스타인은 이 책을 출발점으로 해서 같은 주제를 가지고 현대까지 시계열을 확장하고 신경과학, 심리학, 진화론 등 현대 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 고찰을 추가해서 이 책을 썼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어찌 보면 찰스 맥케이 책의 확장, 비평, 해설판이자 오마쥬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찰스 맥케이의 책은 앞의 3개 장이 금융 버블에 관련된 내용이고 뒷부분은 십자군 전쟁, 마녀 사냥, 종말론 등 종교적 광기를 다루고 있다. 번스타인의 이 책에서도 '종말론'과 '금융 버블'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중심 축으로 삼아 시대 순서에 따라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종말론과와 금융 버블이라...

나와 같은 무식한 독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생뚱맞은 한 쌍이라는 생각도 들 것이다. 종교에 관심 있는 독자와금융에 관심 있는 독자는 대형 서점의 주제별로 분류된 서가에서든 일상에서든 서로 만날 일이 별로 없을것 같은데...? 나도 이 책을 받아들고 처음 "으잉?" 했다. 가투소 이벤트에 당첨되어 만나게 된 책이니만큼 금융버블이라는 주제에는 흥미를 느꼈지만, 종말론이라는 주제는 나에게 마치 고대의 연금술이나 중세의 유니콘과도 같이 느껴지는 주제여서....

이처럼 서로 무관해보이는 두 주제가 딱 만나는 지점이 "인간의 광기와 미망"이다. 사람들의 결핍과 욕망이 마른 낙엽처럼 켜켜이 쌓여가고, 여기에 불을 지피는 스토리텔러가 있고(성공하면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 실패하면 사기꾼으로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하는), 다른 이를 모방하도록 진화된 우리의 본성이 있다. 이것이 적절한 시점, 적절한 장소에서 만날 때 폭발적인 광기가 일어난다.

저자는 1, 2, 5, 8, 9, 10, 11, 12, 15장에 "종말론 종교" 관련 주제를, 3, 4, 6, 7, 13, 14장에 "금융 버블" 관련 주제를 배치하고 있다.

2주 안에 어마어마한 두께의 벽돌책을 다(!) 읽고, 알차고 집약된 내용을 추려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만한 서평을 올리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되어서 일단 가투소 분들도 더 관심을 갖고 계실만한 주제, 금융 버블에 관한 장들을 먼저 읽고 그에 대한 내용을 일부나마 소개해보기로 각을 잡았다. 그런데 처음에 순서대로 읽으면서 접한 종말론 관련 사건들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일단 숙제로 받은 서평을 먼저 쓰고, 나머지 장들도 순서대로 다 읽어볼 생각이다. 미국인 가운데에는 예수님이 재림하고 true-believer들은 산 채로 하늘로 올라가는 휴거가 자신의 생애 내에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1/3 정도라고 한다. 100년이나 50년 전 통계가 아니라 현재의 통계이다. (물론 그들의 믿음 체계...스스로 믿는다고 믿는 믿음과 진짜 믿음 사이에 괴리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러니 종말론은 결코 유니콘이나 연금술처럼 과거로 사라져버린 사소하고 무해하고 귀여운 주제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인간 역사에서 두드러졌던 금융 버블 사건들을 간단하게나마 소개해보고자 한다. 책의 서술 방식과 관계 없이 각 사건의 주인공인 인물 중심으로 소개해보고자 한다.


18세기의 쌍둥이 버블 1: 존 로와 미시시피회사

존 로(John Law) 스코틀랜드의 금세공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당시 금세공사들은 금을 보관해주는 일도 했는데 고객이 금을 맡기면 인증서를 발행해주었고, 그 인증서가 지폐와 같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사실상 은행업을 겸했던 셈이다. 금세공사들은 맡아놓은 금보다 더 많은 양의 인증서를 발행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여기에서 "신용의 확대"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는 로는 청운의 꿈을 안고 런던으로 갔으나 결투로 사람을 죽인 후 지명수배자가 되어 대륙으로 도망쳤다. 그는 유럽을 떠돌다가 프랑스의 섭정이었던 오를레앙 공의 눈에 들어 그의 원대한 꿈을 펼치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경험뿐만 아니라 유럽을 전전하며 이탈리아와 네덜란드에서 얻은 상업과 금융에 관한 견문도 그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먼저 그는 방크 제네랄 프리베라는 은행을 설립해서 지폐를 발행했다. 그 다음 신대륙 무역 독점권을 갖고 있으며 왕실이 운영권을 가진 미시시피회사에 눈을 돌렸다. 존 로는 프랑스 정부를 움직여 다른 무역 독점권도 이 회사에 안겨주고 주가를 부양했다. 한편으로 왕실의 부채를 미시시피 회사가 사들이도록 했다. 1718년에는 방크 제네랄 프리베를 왕립은행으로 승격시켰다. 은행은 돈을 찍어내서 미시시피 회사의 주식을 사들이고 미시시피회사는 정부의 채권을 매수했다. "정부 채권은 부채였기 때문에 이것이 주식과 교환돼 소각되는 것은 왕실 부채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했다" (<-사실 이 부분은 정확히 이해가...)

이 과정에서 미시시피 회사의 주가가 올랐고, 주식 수요가 늘어나자 은행은 돈을 더욱 찍어냈다. 사람들은 미시시피회사의 주식을 갖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귀족들은 새로 발행하는 주식을 배정받기 위해 존 로에게 줄을 섰다. 존 로가 살던 루 드 켕컹프라는 지역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바글거렸고 임대료가 15배 올랐다고 한다.

미시시피 회사의 사업과는 무관하게 돌아가던 버블 게임의 종말은 엉뚱한 곳에서 찾아왔다. 1720년 회사 주식을 원하는 만큼 할당받지 못한 것에 분개한 귀족 콩티 공이 왕립은행의 지폐 다발을 가득 실은 마차 몇 대를 보내 금화, 은화로 교환을 요구했다. 은행은 당연히 지급할만한 금과 은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그 이후 주가 하락과 화폐 가치 하락이 앞서거니 뒤서거니하 면서 그동안 부풀어오른 자산 거품을 끌어내렸다.



역사는 존로를 악당으로 묘사하지만 후대의 경제사학자들은 한편으로 그를 귀금속에 연동하지 않는 화폐로 경제를 운영한다는 혁명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하고자 한 시대를 앞서간 인물로 평가한다고 한다.



18세기의 쌍둥이 버블 2 : 존 블런트와 남해회사

영국에서 제화공의 아들로 태어난 존 블런트(Sir John Blunt)는 상업과 금융의 다양한 직종에서 사업 경력을 쌓았다. 유능한 수완을 보였던 블런트느 국가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던 재무부 장관 로버트 할리에게 발탁되었고, 채권에 복권 개념을 도입한다든지 복권 사업을 벌여서 성공을 거둔다. 할리는 정부 부채를 인수할 목적으로 남해회사를 설립했다. 남해회사는 국가 부채를 떠안는 대신 남아메리카 무역 독점권을 얻었다. 상황은 미시시피회사와 흡사한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영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연금수령권'이라는 형태로 채권을 팔았는데, 국민들은 이것을 미시시피회사 주식으로 전환하는데 자발적으로 동의했다. 남해회사의 독점 사업권은 사실상 스페인이 남미 패권을 잡고 있던 당시 상황에 의미 없는 사업권이었지만 그와 별개로 주가는 치솟았고, 주가가 오르자 사람들은 더욱 더 남해회사의 주식을 갖고 싶어했다. 바다 건너 프랑스 파리에서는 존 로의 집이 있던 루 드 켕컹프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면, 런던에서는 왕립 거래소 주변의 익스체인지 앨리(Exchange Alley)가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부유한 자본가들이 조기 청약으로 취득한 주식을 이곳에 내다 팔았고, 매수하려던 사람들이 몰려들어 근처의 커피하우스에서 매매가 이루어졌다. 당시 이 곳의 광경을 묘사한 네덜란드 변호사에 따르면 "수용소의 미치광이들이 한꺼번에 탈출한다고 해도 이보다는 차분할 것"이라고 했다.

미시시피 버블이 터지던 해와 같은 1720년, 버블의 수혜를 입어 계속해서 상장하는 회사들로 자금이 몰려가는 것이 보기 싫었던 블런트는 의회를 구워삶아 "버블 방지법(Bubble Act)"을 통과시켰다. 이 조치는 부메랑처럼 남해회사로 돌아왔고 대폭락이 일어났다. 10월 말 남해회사의 주가는 고점에서 80%정도 하락했다.


미시시피회사 버블과 남해회사 버블은 거의 같은 시기에 거의 비슷한 궤적을 그린 쌍동이처럼 닮은 버블이었지만 차이점을 찾아보자면,

첫째, 미시시피회사가 한 개의 회사였다면 남해회사는 다양한 사업을 추구하는 수많은 회사들이 버블에 동참했다. 모발 거래, 영원히 움직이는 바퀴, 열풍 맥아 건조, 수은으로 금속 만들기, 뇌에 공기 주입, 이집트 병사들이 홍해에 빠뜨린 보물을 찾는 바닷물 배수 사업 등....

둘째, 미시시피회사도 15%의 계약금만으로 주식을 살 수 있었지만 남해회사는 극단적으로 높은 레버리지가 가능했다. 어떤 경우에는 주식 가격의 0.005%만 내고 주식을 매입하기도 했다.

셋째, 존 로와 달리 존 블런트 경은 오만하고 과대망상적 인물로 오늘날 에고 과잉인 CEO들의 전형과 같은 인물이었다고 한다.

넷째, 존 로는 신용 확장에 대한 신념과 프랑스 경제 재건에 진심을 갖고 있었지만 존 블런트 경은 사익 추구에 집중했고 경제에 어떤 이로운 점도 이바지 하지 못했다.

다섯째, 신기하게도 남해회사 버블의 경우 사업 범위가 좁아서 금융 부문에 대한 파급 효과가 비교적 경미했고 버블이 사라졌을 때 딱 버블만큼만 사라졌다고 한다.



이 두 이야기는 이 책의 15분의 1 정도 되는, 한 챕터(3장)에 나오는 사례이다. 사실 존 로나 미시시피 회사, 영국의 남해회사 버블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들어보셨을 것이다. 이런저런 미디어에서 많이 다루어졌고, 사실 나무위키 등을 찾아보면, 이 책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일목요연하고 조리있게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의 가치와 매력은 이런 역사적 사실 중간중간에 끼워넣은 저자의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해설과 논평에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두 가지 중요한 주제가

  1. 인간은 모방하는 존재라는 점

  2. 인간은 이야기를 창조하는 유인원이라는 점

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저자는 수많은 연구 결과와 학술 문헌을 인용해 논리를 전개한다.

먼저 인간은 모방하는 존재라는 점을 생각해보자.



인간의 진화는 카약을 만들고, 버팔로를 사냥하고, 독침을 만드는 능력을 그대로 유전자에 심는 대신 모방을 통해 하나의 기술을 다방면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인류는 다양한 기후와 환경을 가진 지구 곳곳으로 이주하고 적응하면서 그 환경에 맞는 생존 기술을 재빨리 습득하지 못하는 자들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모방은 최고의 생존 가치를 지닌 특성이었다. 우리는 대개 남을 모방하려는 충동이 유전자에 새겨진 조상들의 후손인 셈이다.

수많은 심리학자들이 서로 모방하고 한 쪽으로 쏠리는 군중심리를 실험으로 입증했다. 예를 들어 유명한 투자자인 조엘 그린블라트가 학생들에게 유리병에 담긴 사탕의 갯수를 어림해서 말해보라고 했을 때 각자 답을 적어서 내자 평균은 실제 사탕 개수에 가까웠다. 그런데 말로 답해보라고 하자 평균값이 실제 개수와 큰 차이를 보였다. 다른 이들이 말한 답을 참조해서 답을 하는 경우 추론이 점점 진실에서 멀어진 셈이다.

좀 더 정교한 실험으로, 솔로몬 애시라는 심리학자가 선의 길이를 묻는 실험을 했다.

위와 같이 두 카드를 보여주고 두번째 카드에서 첫번째 카드와 같은 길이의 선을 찾으라는 질문이다. 이런 식의 카드 질문을 12번 반복했는데 별다른 장치가 없다면 12번 모두 정답을 맞출 확률이 95%인 아주 쉬운 질문이었다.

그런데 애시는 6명이 피험자 중 5명을 조교들로 집어넣어 그들에게 틀린 답을 말하게 했다. 거의 맨 뒤쪽에 배치된 진짜 피험자는 앞 사람이 답을 말하는 것을 듣고서 대답하게 되었다. 이 실험에서 12세트의 카드를 다 맞춘 사람은 오직 25% 뿐이었고, 놀랍게도 5%는 12개의 정답 중 하나도 맞추지 못했다고 한다.

사람은 이렇게 다른 이의, 특히 다수의 의견에 휘둘리는 존재이다.

그 다음, 인간은 이야기를 창조하는 유인원이라는 점을 생각해보자.

사람들은 사실이나 수치보다 설득력 있는 서사(narrative, 이야기)에 더 크게 반응한다고 한다.

이 주장을 가장 참신하게, 가장 극단까지 밀어붙여 주장한 책이 바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아닐까 싶다. 하라리는 인류의 모든 제도, 문명, 종교, 국가, 관습 등이 이야기를 지어내고 그것을 믿는 인간의 인지적 특성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던 걸로 기억한다.

이 책에서는 왜 사람들이 그토록 "이야기(narrative)"를 좋아하는지 탐구하고 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은 태생적으로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고 한다. 그래서 엄격한 분석보다 휴리스틱(heuristics)을 택하기 쉬운데 설득력 있는 서사야말로 가장 강력한 휴리스틱이 된다.


한편, 이것을 신경학적으로 접근한다면 '인간 사고의 두 가지 유형'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심리학자인 키스 스타노비치와 리처드 웨스턴이 인간 사고의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시스템 1과 시스템 2라고 이름을 붙였다.

시스템 1 : 인간 뇌의 깊은 곳에서 작용하는 신속한 감정 반응.

인간의 탐욕과 공포를 관장하는 뇌의 구조물은 '파충류의 뇌'라고 불리는 변연계에 좌우 대칭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측좌핵(nuclei accumbens)와 편도체(amygdala)이다. 측좌핵은 보상과 욕망, 즉 음식이나 성적 자극, 사회적 만족, 금전적 성취에 반응하고 편도체는 공포와 혐오, 분노에 의해 활성화된다.

시스템 2 : 변연계 바깥에 있는 피질 수준서 작용하는 훨씬 느린 추론과 분석.

인간 뇌의 피질 또는 신피질은 진화론적으로 변연계보다 훨씬 나중에 나타난 조직으로 기억, 사고, 언어, 각성 등 의식의 고차원적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간단히 말해서 시스템 1은 감정, 시스템 2는 이성과 분석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 진화의 대부분의 기간 동안 시스템 1의 신속하고 즉각적인 반응이 생존에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후기 산업사회인 현대에는 시스템 1 우위 체제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서사(이야기)는 시스템 1에 호소한다. 우리가 소설이나 드라마에 빠져들고 예술 작품에 도취되는 것은 시스템 1의 반응이다. 이것은 우리를 현실로부터 떼어놓는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시스템 1에 호소해야 한다. 서사뿐만 아니라 음악과 같은 예술도 전형적으로 시스템 1에 호소하는 장치이다. 군중을 선동할 때 음악과 노래가 동원되는 것도 그 효과를 잘 아는 사람들의 노림수인 것이다.


"음악은 서사장치보다 더욱 강렬하게 시스템 1을 자극한다. 청각 정보는 내이의 유모세포를 통해 청각 신경으로 전달된 다음, 중계장치를 통해 하부 뇌간에서 상부 뇌간으로 전달된 후 시상(thalamus)에 도달한ㄴ다. 이곳에서 청각 정보는 시스템 1과 시스템 2로 배분된다.

시상 한 쌍은 뇌간 상단에 놓여있으면서 전달되는 감각 정보를 뇌로 이송하는 매개자 역할을 하는데, 결정적으로 시스템 1, 특히 측좌핵과 편도체에 직접 연결되어 있어서 각각 쾌락과 혐오감을 자극한다. 시상은 또한 청각 정보를 시스템 2의 청각 담당 부위로 보내는데, 시스템 2는 해슬 이랑(Hescle's gyrus)으로 알려진 측두엽 일부와 그 위의 연합 치질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부위들이 활성화되면 우리는 소리를 해석하고 의식적으로 인지하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시스템 2가 시스템 1에 비해 간점적이고 느린 속도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


위의 설명을 정리해 보자면, 음악이나 소리와 같이 감각에 일차적으로 호소하는 신호는 우리가 태고적부터, 동물이었던 조상부터 물려받은 파충류의 뇌(변연계)에 직접 호소하는 신호이다. 한편 인간은 신피질이 발달하면서 단순한 감각 이상으로 사고하고, 분석하고, 반성하고, 추론함으로써 세상을 좀 더 과학적이고 종합적이며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사람들을 이용해서(manipulate) 이익을 얻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똑똑한 인물들은 이런 인간의 능력과 속성을 이용해서, 사실과 허구를 교묘하게 섞어 이야기(narrative)를 만들어서(자신의 시스템 2를 동원) 수많은 사람들을 감성적으로 설득해서(타인의 시스템 1을 이용) 군중을 광기와 망상에 빠뜨린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이런 식으로 역사적 사실에 과학적 고찰을 곁들이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자 진가라고 생각된다. 일단 방대한 책의 첫번째 에피소드, 18세기의 쌍동이 버블을 간단히 요약하고, 저자의 설명 스타일도 맛보기로 소개해보았다. 이어진 장에서 소개되는 또 다른 금융 버블 이야기들.......영국의 철도 버블, 1920년대의 버블과 대공황, 2000년대 초 IT 버블 등의 이야기도 나중에 요약해볼 생각이다.





인간은 합리성(rationality)보다 합리화(rationalization)에 더욱 치중해왔다.......인간의 ‘합리성‘이라는 것은 인간의 잔꾀와 망상이 들끓는 가마솥 거품 위에 위태롭게 얹힌 깨지기 쉬운 뚜껑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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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마켓 2023 - 2023년, 부의 재분배가 일어난다
이한영 외 지음 / 페이지2(page2)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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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의 서평 이벤트에 당선되어 선물받은 책을 읽고 씁니다.

역대급으로 힘들었던 2022년을 경험하고 기대와 두려움으로 2023년의 문턱에 서 있는 투자자들에게 위로와 통찰, 반성과 희망을 주는 책이라고 정리하고 싶다.

'신과 함께' 채널에서 뛰어난 식견과 도움이 되는 메시지를 제공해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다섯 명의 저자들이 각자의 색깔에 맞는 각기 다른 주제로 쓴 글을 옴니버스 형태로 엮은 이 책은 마치 송년 기념 파인다이닝의 코스 요리를 맛보는 듯한 즐거움을 주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해가 가도 두고두고 꺼내볼 지식이 가득한, 영양가도 넘치는 책이다.

순서대로 간단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장. 흔들리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보자

이한영, DS자산운용

2022년의 결산 기록이자 복기이다. 저자가 올해 운용보고서나 기고문 등을 통해 투자자들과 소통했던 글들을 모아서 1월부터 10월까지 월별로 정리했다.

저자의 안내에 따라 돌아본 2022년은 1월초부터 Fed의 금리인상에 대한 불확실성과 우려가 선반영되어 시장이 급락했다가 Fed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그래? 그 정도는 맺집으로 견뎌보지"하고 이 악물고 반등, 그러다가 인플레이션 지표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너무 나갔다가 또 Fed의 매파적 발언에 우르르....뭐 이런 패턴을 반복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우-러 전쟁, 대한민국 대선, 리오프닝, 중국 방역정책 완화 기대감, 미중 갈등과 프렌드 쇼어링, 칩4동맹, 환율 상승, 태조이방원 장세 등등.....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돌아볼 수 있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왜래 변수와 환경에 관해서는 충실히 기록했으나 1월, 6월, 9월의 고통스러운 폭락장에 대한 언급이나 공감이 너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매크로 환경과 시장 급락에 대한 연결고리도 찾기 어려웠다. 지나간 시점에 되돌아보면 떨어진 이유는 누구나 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필 그 때, 그렇게까지 떨어졌어야만 했나? 대체 왜?" 이런 질문에 답을 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게 나의 욕심 그득한 바람이다.

약 20년간 주식시장에서 다양한 일을 겪었지만 단 1년만에 이 일들을 모두 경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2022년은 변동성이 큰 시장이었다.

이한영님은 2023년은 Min[종목장세, 불 마켓]으로 예상했다. 2022년에 바닥을 다지고 반등해서 최소 종목 장세, 잘 하면 불마켓도 기대해볼 수 있으리라고 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이 2023년 2분기에 선행 지수의 반등을 예측하고 있고 CPI가 목표치에 도달하는 시점도 그때 쯤이라고 예상하는데 이 두 요인이 시장의 반등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2장. 지금은 '예측'이 아닌 '대응'으로 돌파한다

오종태, 타이거자산운용 투자전략이사

오종태 이사는 시장은 펀더멘털, 유동성, 센티먼트 세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보았다.

  • 펀더멘탈: 기업의 개별적 상황인 마이크로 요인과 경제환경 전반에 해당되는 매크로 요인의 합

  • 유동성: 경제 전체의 움직임과 중앙은행, 정부의 정책에 의해 움직임

  • 센티멘트: 투자자 개별적 의사 결정에 작용하는 심리적 측면과 투자집단 전체의 집단적 심리

세상이 복잡해졌다면 문제를 푸는 방법도 복잡해져야 한다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상의 흐름을 읽고 분석하고 예측해야하는데 저자는 표면의 현상에 집중하지 말고 구조의 변화와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세상은 복잡한데 단순하고 순환적인 과거의 툴로 분석하려고 해서는 실패한다는 것이 저자의 트레이드마크인 '복잡계론'이다. 저자는 <2022년에 만나는 ROBIN>이라는 삼성증권 리포트를 예로 들며 시나리오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시나리오를 분석하는데 있어서 펀더멘털, 유동성, 센티먼트 세 요소를 고려해야하는데 그 비중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매우 다른 그림이 나올 수 있다.

침체기에 무엇보다 중요성을 띄는 것은 센티먼트다. 종목 선정, 포트폴리오 관리, 자산배분 등 투자에 필요한 과정은 모두 어렵다. 핮지만 그 방식의 어려움보다 더 중요하는 것은 투자자 개인의 욕심을 관리하는 것이다. 우리가 몰라서 못하는 것보다 알면서도 욕심때문에 하지 못하는 투자 결정이 더 많다는 것을 자주 상기해야 한다.

개인투자자들이 자주 하는 표햔 중 '지난 고점을 계좌의 본전으로' 여긴다' 계좌의 본전은 항상 판단하는 그 순간의 금액이다. 환상 속에서 이전 고점을 지키고 싶은 마음 때문에 결정장애를 일으키는 것보다, 현재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투자자가 해야할 일이다. 2022년의 경험이 그러한 이해를 증가시키는 재료로 활용될 수 있다.

세상이 어려운데 혼자만 쉬운 방법을 찾는 것은 바다에서 마실 물을 찾는 것과 유사하다. 개인투자자의 경우 경제적 측면에서 투자는 부가적인 활동이다. 부가적인 활동은 투자 환경이 양호한 시점에 에너지를 집중해서 하는 것이 현명하다. 포지션의 규모를 적절하게 축소하고 투자에 대한 지식과 지혜를 쌓아가면서 본업에 충실하길 바란다. 그리고 삶의 지속가능성과 안정성을 늘리는 활동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는 바이다.

모든 투자자분들의 건승을 기원한다.

인용한 구절들은 평범하게 와닿는 '좋은 말씀'이고 글의 군데군데 오종태 이사님 특유의 깊은 통찰과 선문답식의(조금은 의식의 흐름식의) 독창적인 비유와 인용, 깊고 넓은 공부에서 나온 수준 높은 통찰 등이 글을 풍부하게 한다. 그것이 이 분의 소통의 매력이 드러나는 지점이겠지. 그렇다고 바닥에 발을 붙이지 않은 자기만의 세계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글에 구조와 흐름이 꽉 차있고 전달하는 메시지도 선명하다. 좋은 글을 읽었다.

리세션의 뜀틀을 밟고, 스트롱바이가 온다!

강영현, 유진투자증권 이사

지난 1년 동안 미친 폭락을 소름끼치게 잘 맞추어서 놀라웠지만, 또 그 말을 미리 듣지 않은 1인으로서 솔직히 이분이 "고장난 시계"이길 바랐던, 빨리 이 분의 시간이 지나가길 바랬던..... 강영현 이사님이다. 계좌에 현금 대신 종목을 만선하고 멀미나는 폭풍우속을 항해하는 투자자들이라면 '폭락론자'에 호감을 느끼긴 어렵다. 이미 손실을 본 마당에, 그래도 기다리면 동이 틀거라고 말해주는 목소리를 듣고 싶지, 계속 어둠과 폭풍우를 조심하라고 말하는 목소리는 별로 듣고 싶지 않은게 사람 심리다. 나도 그랬다. 그럼에도 어쩌다 신과함께나 다른 채널에서 강영현이사님 방송을 듣고나면, 이 분의 진정성과 내공에 반해서 잠시 호감도가 확 올라간다. 그러다가 기억이 희미해지면서.....테마로만 오른 주식 챠트처럼 호감도는 우하향하며 하락...^^ 그런데 이 책을 읽고서 강영현이사님에 대한 호감은 다시 급상승했다. 말을 잘 하는 분이 글도 잘 쓴다고.....이 책의 모든 저자분들에게 공통적인 찬사가 되겠지만 정말 소통능력이 탁월한 분이다.

저자는 지금의 국면을 진단하기 위해 Fed의 금리인상이 미칠 영향을 3단계로 나누어 분석했다.

  1. 유동성 감소에 따라 시장의 P/E(멀티플, 배수)가 하락

3. 신용 시장의 붕괴


저자는 책을 집필하는 시점에(2022 10월말) 시장이 3단계 중 1단계에서 2단계로 진행하는 과정으로 진단했다.

투자의 변곡점을 찾아낼 지표로는 '달러 약세'로 추세 전환되는 시점을 꼽았다(책을 쓰던 시기와 우리가 읽는 시기의 시차가 느껴진다)

저자는 투자자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얘기들을, 조금은 쓴소리들을, 마음에 와닿게 진솔하고 진심어린 어조로 풀어놓는다.

위험관리가 투자수익률보다 더 중요한 때다

사바나 초원에 건기가 오면 물웅덩이에 목마른 동물들이 몰려들어 이전투구를 벌인다. 투자자들은 물웅덩이 근처에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 우리 증시에도 돈가뭄 속에서 투자자들이 작은 수익을 놓고 이전투구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지금은 건기의 시작에 있을까? 아니면 우기 진입 시점에 있을까? 번식보다는 생존이 우선일 수 있다.

내러티브에 의존하는 투자를 조심하라

저자가 증권맨 초기 시절 1년에 200군데 탐방을 다니며 얻은 경험, IR 담당자들의 말만 들으면 모두 좋은 기업이고 좋은 투자 기회이다. 그러나 실상은...? (엄마에게 일단 오늘 노는데 필요한 용돈을 주면 내일부터 공부 열심히 하겠다는 아이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에 비유^^)

'전문가의 말'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자

프로 증권맨은 투자로 돈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이지 그것을 완벽하게 잘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결국 시장이 돌아가는 몇 가지 상식적인 원리를 파악하지 못해서 손실이 난 것이다. 전문적인 경영, 경제학적 지식이 아니라 의사소통 과정에서 오는 논리적 오류를 찾아내지 못하는 인문학적 판단력 부족이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왜 경제활동인 주식을 종교활동처럼 하는가?

'이동평균선이 정배열된 주식을 사면 무조건 수익을 낸다'와 같은 차트에 대한 맹신 경계. 2 곱하기 3은 6이지만 6은 꼭 2 X 3이 아니라 1X 6이나 0.5 x 12일 수도 있는 인과관계의 오류 가능.

투자의 범위를 넓혀라

주식뿐 아니라 부동산, 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관심을 두고 투자 대상으로 삼자. 채권 투자라면 5%도 안되는 수익률로 돈을 버나 싶지만 예를 들어 20~30년짜리 장기채권에 중간에 이자를 주지 않는 할인채라면 기준금리가 1%만 내려가도 2~30%의 수익이 발생한다.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 강추

거시경제 변수가 어떻게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지 설득력있게 설명한 투자 고전

다음 주도주를 찾는 방법

지역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 성장이 강한 업종을 선택하고 또 그 안에서 종목에 베팅하는 탑다운 방식 선호.

현재 2차전지, 방위산업, 비메모리 반도체가 눈에 보이고, 다음 성장 사이클은 개인적으로 AI, 로봇, 자율주행 등 기술적 혁신 분야 내다봄.

지금의 큰 하락장이 지나고 나면 엄청난 기회들이 우리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역사적 사례를 분석해보면 다가올 2023년은 경기침체를 받아들이고 준비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부의 재분배가 일어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우리가 얻는 것, ROE

정채진, 개인투자자

정채진님은 개인투자자들의 가장 사랑받는 워너비이자 롤모델 중 한 분이다. 신과함께 초기에 방송에서 보여준 차분하면서 깊은 내공, 철저한 원칙과 뚝심에 따른 투자 철학에 모든 투자자들의 마음에 깊이 새겨져 있다. 매체에 자주 등장하지 않아서 좀처럼 접하기 힘든 정채진님의 글을 이 책에서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알찬 내용, 독자들이 집에 들고가서 두고두고 쓸 수 있는 귀중한 툴이 담겨있었다.

이 장의 제목과 같이 투자 지표로서 ROE의 강점, 그리고 그것을 활용하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워렌 버핏은 가격과 가치에 대해 '가격은 당신이 지불하는 것이고 가치는 당신이 얻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 위 글에서 언급된 ROE가 투자자가 얻는 가치를 총체적으로 표현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ROE = 당기순이익/ 기초의 자본 총계와 기말의 자본 총계의 평균

ROE는 결국 자기자본이 커지는 속도이다.

저자는 ROE의 위력을 보여주기 위해 ROE와 PER의 관계를 하나하나 예를 들어 숫자로 설명했다. ROE가 10%가 유지되는 기업을 PER 10배에 사면 누적순이익이 7~8년 되는 시점에 현재 시총을 넘어서므로(원금 회수) 실질적 PER은 7~8배이다. 같은 방식으로 ROE가 20% 유지되는 기업을 PER 20에 살 경우 실질적 PER은 8~9배, ROE가 50%가 유지되는 기업을 PER 50에 살경우 실질적 PER은 8~9배이다. (물론 ROE 50이 장기간 유지된다는 가정은 무리가 있다. 요는 ROE에 비례해서 적정 PER을 줄 수있다는 의미)

결국 ROE가 높게 유지되는 기업이 가치있고 시장에서 더 높은 PER 배수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한편 이 개념에 투자자의 기대수익률을 더해서 매수할 기업의 적정 매수 가격(시점)을 판단하는데 쓸 수 있다.


듀퐁분석은 ROE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다시 순이익률, 자산회전율, 재무레버리지라는 세 요소로 나누어서 세부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저자는 고ROE 기업으로 앞에서도 예를 들었던 리노공업과 다나와를 듀퐁분석해서 비교했다. 듀퐁분석을 하는 이유는 ROE의 지속성을 판단하고, 또 ROE에 변화가 생겼을 때 어떤 부분에서 변화가 생겼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한편 리노공업, 케이아이엔엑스, 다나와와 같이 꾸준히 고ROE를 유지하는 스노우볼 비즈니스 형태의 기업 외에도 경기변동에 따라 실적이 오르내리지만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ROE 분석을 적용해서 그것을 기준으로 기업의 가치를 계산해볼 수 있다는 것을 "삼성전자"를 예시로 보여주었다. 이 분석 결과 2022년 10월 집필 시점의 삼성전자 가격 52000원은 복리 기대수익률 연 12~13%가 예상되는 가격대이다. 반면 2021년 1월 고점에서의 가격 96800원은 복리 기대수익률 연 4%에 불과한 가격이었다. 그 시점에 ROE 분석을 해도 무리한 가정을 하지 않는 다면 이와 비슷한 분석 결과가 나왔을텐데.....분석이고 뭐고 없이 기대감과 내러티브만으로 고점에서 사는 우를 범하는 나와 같은 개미에게 정채진님이 소개해주신 이 툴은 적정 매수 가격을 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 듯 하다.

'결핍'을 채워주는 산업과 기업에 투자하자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리테일사업부이사

송년 디너 코스요리와 같은 이 책의 마지막는 우뤼의 블리블리 염블리 님의 글이었다. 분량으로나 정보의 양으로나 디저트라고 볼 수는 없고, 메인디쉬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2020년 대상승장에서 "주린이들의 아버지", "염블리"라는 별명을 얻은 염승환이사! 미스터 마켓이 조울증에 걸린 듯 오버액팅하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정확하게 각 종목의 가치를 매기는 것처럼, 어떤 유명인에 대한 세간의 관심과 인기도, 평가도 그때그때 지나치거나 왜곡되기도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올바른 자리를 찾아간다고 생각한다. 전혀 에고 과잉이나 관종 스타일도 아니고, 표현이 쎄거나 확신으로 가득차서 자기 주장을 하는 분도 아니고, 다소 내성적이고 차분해보이는 염승환이사님은 어쩌다가 "염블리"와 같은 별명을 갖게 되었을까? 조금 궁금하기도 했는데............이분의 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염블리가 염블리했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어미새가 아기 새들에게 먹이를 주듯 뭐라도 더, 투자 아이디어 하나라도 더, 한 섹터, 한 종목이라도 더 소개해주고 싶어하는 "퍼주는 인심"이 느껴진다. 또, (새에 비유하자면) 엄마나 아빠 펭귄이 바다에서 물고기를 가득 배에 채우고 육지로 돌아와서 새끼들의 입에 "소화된" 먹이를 넣어주듯, 산업과 종목에 관한 온갖 자료, 리포트, 뉴스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누구든 쉽게 읽고 쉽게 이해하고 요점만 가져갈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한다. 앞에서 오종태 이사님, 강영현 이사님은 각종 지표와 그래프를 효과적으로 사용해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표나 그래프는 어떤 현상의 패턴을 전달하는 매우 효과적인 툴이지만 그것을 읽는 데에는 따로 수고와 훈련이 필요하다. 염승환이사님의 글은 그냥 구어체로 술술술술 읽히고 눈에 귀에 쏙쏙 박힌다. 마지막으로 굳건한 낙천주의. 세상과 마켓을 궁극적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낙관적 시각이 상승장에서는 엄청나게 빛을 발했고, 하락장에서는 조금 빛이 바랬다. 그러나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염이사님이 꿈꾸는 낙관적 전망이 하나하나 실현되는 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전달하고 싶은 주제를 "결핍"으로 잡았다(바이오 기업들이 누누히 말하는 "unmet needs"라고 할 수 있겠다^^). 2022년 시작된 고물가와 그로 인한 고금리, 경기침체, 우-러 전쟁, 에너지 부족, 신냉전 등등... 어려운 환경의 어려운 시대에 결핍이 두드러지고 있고 그것을 해결하고 채워줄 기업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논리이다.

크게 세 가지 줄기로

  1. 신냉전에 따른 미중 갈등 심화와 미국의 중국 공급망 배제(중국 제조업 결핍)

  2. 러시아 제재와 이상 기후로 인한 에너지 부족(에너지 결핍)

  3. 글로벌 소비 감소로 인한 GDP 위축(GDP 결핍 또는 성장 결핍)

을 꼽고 있다.

그리고 각 줄기마다 그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경제사회적 배경을 충분히 고찰하고, 그에 따라 부각될 섹터들을 충분히 시간을 기울여 소개하고 마지막으로 각 섹터와 분야별 유망 기업을 표로 정리해서 제시했다.


투자를 시작하고 가장 힘들고 괴로웠던 2022년을 정리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그러나 한편으로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2023년을 맞는 이 시점에 투자계의 구루들과 함께 투자 전략과 마음가짐을 재정비하기에 좋은 책이다. 책을 읽고 정리할 기회를 주신 출판사에 감사드리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도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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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과 문워킹을 - 보통의 두뇌로 기억력 천재 되기 1년 프로젝트
조슈아 포어 지음, 류현 옮김 / 이순(웅진)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신문 서평에 났을 때부터 묘하게 끌렸던 이유는...예쁜 표지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 나의 삶의 이 굽이에서.........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의 삶을 바라볼 때......"기억"이라는 것은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게 다가오는 화두이다.

원래 기억력이 좋지 않았지만 건망증이 심해져 거의 장애 수준에 근접한 나.
생활의 불편도 답답한 일이지만.......
가족들이 같이 경험한 일, 여행, 사건 등에 대해 나만 전혀 기억하고 있지 못할 때는....존재론적 절망감마저 문득 들곤 한다. 

치매에 걸리신 시어머니......
시어머니를 뵐 때마다 "기억"이라는 것이 사람의 인격과 존재에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시어머니에 대해서는 참으로 복합적인 감정이었지만....기억을 급격히 잃어버리고 어린 아이처럼 변해가시는 모습을 보면...그 어린아이같음에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연민과 정을 느끼게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낯설고 서늘한 두려움이 찾아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이 책이 아이들과 나의 삶에 직접 도움을 주는 기억의 비법을 잔뜩  제공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없지 않았다.

그래서 어쩌면 평생 지금까지는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던 조금은 생뚱맞은 주제에 대한 책을....모처럼 얻은 자유시간(일과 일 사이의 휴식기)에 다른 책들 제쳐놓고 맨 처음으로 잡아들었다.

 

책에 대한 느낌은...

일단 재미있다. 

저자가 우연히 기억술사들의 지력대회(엄청나게 긴 자리의 숫자, 무작위로 섞은 카드 한 벌, 시, 사람얼굴과 이름 따위를 누가 빨리 정확히 암기하는지를 놓고 벌이는 경연, 전미 메모리 챔피언십)를 취재하고 나서 대회에 참여했던 영국인 에드 쿡과 만나 개인적으로 그의 제자가 되어 1년 동안 그에게 지력 훈련을 받는다. 그 결과 그는 이듬해 전미 메모리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머쥐게 되고 거기에 자료 조사, 전문가 취재 등의 살을 붙여 이 책을 내놓아 젊은 나이에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이거야 말로 꿩 먹고 알 먹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일석이조, 일타이피..........

정말 영리한 저자가 아닐 수 없다!

물론 1년간 훈련으로 누구나 챔피언쉽에 오르지는 못한다. (비록 미국 대회의 위상이 유럽에 비해 형편없이 낮다고 하지만.)돌같은 의지력과 엄격한 자기관리와 집중적 노력 없이는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다.

그 반대편에 있는 사례가 바로 나.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책 읽는 여정의 즐거움은 덤이나 부록 같은거고 기억술이 나의 삶을 구원.........까지는 못해주더라도 유용한 도구 한두 개쯤 선물해줄거라는 기대가 충만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나서 책에 등장한 기억술을 적용해서 암기한 것이라고는.........아무리 노력해도(과연?) 외워지지 않던 딸냄의 핸드펀번호 가운데 네 자리 (앞의 세 자리는 010이고 뒤의 네 자리는 남편번호와 같고...=,.=)뿐이다.

무작위적인 숫자가 외워지지 않을 경우 숫자를 문자로 (영어의 경우 알파벳, 우리말은......친절하게도 역주를 통해 소개해준 방법에 따르면 자음을 순서대로 1234...에 ㄱ ㄴ ㄷ ㄹ 식으로 붙여서) 치환하고 모음은 적당히 넣어서 말이 되게 해서 외우는 거다.

딸냄 핸펀 가운데 네 자리를 외우고 고무되어.....역시 죽어도 외워지지 않는 은행 계좌, 카드 번호 따위를 암기하려고 시도했으나...

ㅋㅋㅋ 무작위적인 자음에 적당한 모음을 붙여 말이 되게 단어나 문장 따위를 만드는 엄청나게 어렵고 복잡한 두뇌활동에 몰두하느니..........그냥 지금처럼 못외우는 채로 살다 죽쥐 머.............이런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ㅡ,.ㅡ

그리고 또 하나, 이 책에서 누누히 강조하는 기억술의 알파요 오메가는.......기억할 대상을 이미지화 시켜서 머릿속의 가상의 공간에 저장하는 것이다. 그리스시대 이래로 전해져온 기억술의 기초 중 기초라는데.........기억술 대회 등에 출전하는 지력 선수들은 모두 이 정형화된 방법을 이용해 암기를 한다. 

예컨대 모든 카드를 "누가, 무엇을, 어떤어떤 행동을 한다"는 이미지로 치환해 저장하는 것이다. (주어, 목적어, 동사인 셈이겠지.)

이때 아주 기발하고 특이하고 재미있고 잊지 못할 이미지로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유명인, 특이한(외설적이거나 코믹한) 행동 등을 동원해서....

그런 다음 무작위 카드를 읽으면서...각 카드의 주어, 목적어, 동사에 해당되는 것을 조합하여 세 장의 카드를 한 세트, 하나의 이미지로 만들어 자신만의 기억의 궁전(이미지를 저장할 공간)에 차례로 심어놓는 것이다.
 

그 결과..........이 책의 예쁜 표지와 같은....초현실주의적인 미학을 드러내는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운 시각적 이미지가 탄생하는 것이다. 

기억술사들은 나중에 그 공간을 시각적으로 스캔해서 다시 카드로 치환해 답을 낸다.

일부러 해보지는 않았지만....역시 쉬운 일은 아닌듯 하다.

기억술 대회에 나갈 것도 아니고 이 방법을 우리 삶에 적용하는 방법은.........기억할 것을 시각적 이미지로 만들어 자기만의 공간에 넣어두는 것이다.....(예컨대 장보기 목록의 아이템을 최대한 재미있는 이미지로 만들어 공간의 곳곳에 놓아두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 역시 솔직히 그리 쉽지 않다.

저자도 나중에 에필로그에 말했듯.........기억술의 달인이 된 지금도........메모지와 연필이 있다면 메모 쪽을 선택한다고 한다.^^

.................................................

실용적인 측면을 떠나서 이 책은 기억이라는 주제에 대해 곱씹고 파고들게 한다.

현대 사회는 기억력을 경시한다.

문자 발명 이래로, 인쇄술 혁명에서 정보통신 혁명을 겪으면서.......인간의 뇌 이외의 외부저장 수단이 눈부시게 발달하면서............한때 지식, 교양, 도덕의 함양과 전달의 유일한 수단이었던 "기억력"은 점점 쓸모없는 것 취급을 받게 되었다.
(미래지향적인 미국의 문화에서 이 현상은 더욱 심하다고. 그래서 지력대회 등도 유럽에서 휠씬 발달되었다고 한다.)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도 암기식,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주장하는 새로운 교육 흐름에 따라.........기억력은 지적 능력의 저급한 측면으로 폄훼되는 경향이 심화되어왔다. 

이는 나같은(지적 능력 중 암기력이 유난히 떨어지는) 인간에게는 다행스러운 흐름인지도 모른다.
나는 유달리 기억력이 나쁘고 암기도 못하지만...생활에는 불편을 겪어도 공부하는데 큰 장애가 되지는 않았던거 같다.

그런데....

앞만 보고 달려나가는 미래지향적인 문화 속에서 과거와 역사에 대한 되새김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빛을 발하듯...

인간 지적 능력의 최첨단인(가장 늦게 진화되고 개발된) 고도의 추상화, 논리, 기호조작 능력으로 인간의 지적능력을 판가름하는 (쉽게 말해 수학 잘해야 대학 잘가는) 교육풍토 안에서 자라왔지만.....

살다보면.................보다 원시적이고 뿌리깊은 인간의 능력............기억력과 패턴인식, 직관 (이게 서로 통하는 능력이다. 이 책의 <전문가의 전문가> 챕터, 병아리 감별사 이야기에 잘 설명되어 있다.)......이런 능력이 삶을 살아가는데 훨씬 더 많인 부분을 차지한다는걸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타고난 것도 크지만, 나도 이런 능력(기억, 직관)을 개발하고 싶다. 
그나마 병아리 눈물만큼 갖고 있던 능력도 줄줄줄 새나가 물줄기가 말라붙을 거 같은 두려움에 더더욱........

이 책이 직접적인 해결의 열쇠를 주어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억술이라는 실용적이고 자기계발적 주제에 저자 자신의 자전적 경험, 드라마를 곁들이고 풍부한 사색과 통찰을 양념으로 얹은 이 책은 뜻밖에 기분좋은 독서 경험이었다. 


(일종의 <적용편>으로 토니 부잔의 마인드맵 관련 책을 주문했다. 사실 저자는 토니 부잔을 별로 좋게 평가하지 않았다. 자기계발 분야의 대가, 당신의 인생을 바꿔줄 삶의 구루....이런 종류의.....카리스마로 스스로를 포장하고 컬트적 아우라를 몰고다니는 인물들을......제대로 정신박힌 저널리스트라면(또 독자라면) 좋아할리가 없겠지. 그래도 헛소리와 과장을 걷어내고 얼마간 유용한 알맹이들을 건져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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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09-24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감사해야겠네요. 이네파벨님을 오랜만에 다시 뵙게 해주었으니 ^^
기억력에 관심있어하는 지인에게 이 책 선물로 준 적 있는데 정작 저는 아직 못 읽어봤어요.
저도 기억보다는 메모에 의존하는 편이지요.

이네파벨 2011-09-24 15:38   좋아요 0 | URL
hnine님...
기억해주시다니...감동...감사...

삶이 너무나 바쁘고 정신없어 알라딘 서재를 찾은지 정말 오랜만입니다.

손에 책을 들고 끝까지 읽어본 지도 오랜만이구요^^

자주 뵐 수 있도록...할께요^^

잘잘라 2011-09-24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현대 사회는 기억력을 경시한다'는 말이 와닿습니다. 제 기억력이 떨어져가는 것을 현대 사회 핑계대고 싶은 탓도 있긴하겠지만요.

뚜렷한 기억보다 희미한 연필자국이 낫다,는 말을 위안 삼고 메모에 집착하지만 사실 메모 자체를 잃어버리거나 메모한 사실을 잊어버릴 때도 많아서.. 이 책에 끌리는 건 저도 어쩔 수가 없네요^^;;

이네파벨 2011-09-24 15:40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권할만 합니다. 기억력에 직접 도움을 준다기보다...기억과 관련된 삶의 자세에 새로운 눈을 뜨게 한다고 할까요...

어쩌면 기억력이 후달리는건 관심과 주의력 부족, 깨어있지 않음, 소극적임, 게으름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억하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삶은 그냥...낭비해버리는 삶인지도...

군자란 2011-10-07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그냥 잠깐 들렸다가 항상보던 화면이 아니라 제눈을 의심했었읍니다. 이렇게 반가울데가...얼마나 바쁘시기에... 아무튼 반갑습니다. 이네파벨님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웬지 중의적인 느낌이 들어 몇번을 다시 읽으면서 되씹어 봅니다.글중에 삶의 그늘이 있는 것 같아 웬지 아픔을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반갑습니다...

이네파벨 2011-10-07 22:41   좋아요 0 | URL
군자란님, 찾아주셔서 정말 반갑습니다.

황송...하고^^ 또 감사해요.

아픔은요, 뭘....그저 저의 징징댐, 투덜댐이죠.....

그래도 과분한 위로를 받은 듯...행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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