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과 문워킹을 - 보통의 두뇌로 기억력 천재 되기 1년 프로젝트
조슈아 포어 지음, 류현 옮김 / 이순(웅진)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신문 서평에 났을 때부터 묘하게 끌렸던 이유는...예쁜 표지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 나의 삶의 이 굽이에서.........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의 삶을 바라볼 때......"기억"이라는 것은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게 다가오는 화두이다.

원래 기억력이 좋지 않았지만 건망증이 심해져 거의 장애 수준에 근접한 나.
생활의 불편도 답답한 일이지만.......
가족들이 같이 경험한 일, 여행, 사건 등에 대해 나만 전혀 기억하고 있지 못할 때는....존재론적 절망감마저 문득 들곤 한다. 

치매에 걸리신 시어머니......
시어머니를 뵐 때마다 "기억"이라는 것이 사람의 인격과 존재에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시어머니에 대해서는 참으로 복합적인 감정이었지만....기억을 급격히 잃어버리고 어린 아이처럼 변해가시는 모습을 보면...그 어린아이같음에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연민과 정을 느끼게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낯설고 서늘한 두려움이 찾아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이 책이 아이들과 나의 삶에 직접 도움을 주는 기억의 비법을 잔뜩  제공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없지 않았다.

그래서 어쩌면 평생 지금까지는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던 조금은 생뚱맞은 주제에 대한 책을....모처럼 얻은 자유시간(일과 일 사이의 휴식기)에 다른 책들 제쳐놓고 맨 처음으로 잡아들었다.

 

책에 대한 느낌은...

일단 재미있다. 

저자가 우연히 기억술사들의 지력대회(엄청나게 긴 자리의 숫자, 무작위로 섞은 카드 한 벌, 시, 사람얼굴과 이름 따위를 누가 빨리 정확히 암기하는지를 놓고 벌이는 경연, 전미 메모리 챔피언십)를 취재하고 나서 대회에 참여했던 영국인 에드 쿡과 만나 개인적으로 그의 제자가 되어 1년 동안 그에게 지력 훈련을 받는다. 그 결과 그는 이듬해 전미 메모리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머쥐게 되고 거기에 자료 조사, 전문가 취재 등의 살을 붙여 이 책을 내놓아 젊은 나이에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이거야 말로 꿩 먹고 알 먹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일석이조, 일타이피..........

정말 영리한 저자가 아닐 수 없다!

물론 1년간 훈련으로 누구나 챔피언쉽에 오르지는 못한다. (비록 미국 대회의 위상이 유럽에 비해 형편없이 낮다고 하지만.)돌같은 의지력과 엄격한 자기관리와 집중적 노력 없이는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다.

그 반대편에 있는 사례가 바로 나.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책 읽는 여정의 즐거움은 덤이나 부록 같은거고 기억술이 나의 삶을 구원.........까지는 못해주더라도 유용한 도구 한두 개쯤 선물해줄거라는 기대가 충만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나서 책에 등장한 기억술을 적용해서 암기한 것이라고는.........아무리 노력해도(과연?) 외워지지 않던 딸냄의 핸드펀번호 가운데 네 자리 (앞의 세 자리는 010이고 뒤의 네 자리는 남편번호와 같고...=,.=)뿐이다.

무작위적인 숫자가 외워지지 않을 경우 숫자를 문자로 (영어의 경우 알파벳, 우리말은......친절하게도 역주를 통해 소개해준 방법에 따르면 자음을 순서대로 1234...에 ㄱ ㄴ ㄷ ㄹ 식으로 붙여서) 치환하고 모음은 적당히 넣어서 말이 되게 해서 외우는 거다.

딸냄 핸펀 가운데 네 자리를 외우고 고무되어.....역시 죽어도 외워지지 않는 은행 계좌, 카드 번호 따위를 암기하려고 시도했으나...

ㅋㅋㅋ 무작위적인 자음에 적당한 모음을 붙여 말이 되게 단어나 문장 따위를 만드는 엄청나게 어렵고 복잡한 두뇌활동에 몰두하느니..........그냥 지금처럼 못외우는 채로 살다 죽쥐 머.............이런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ㅡ,.ㅡ

그리고 또 하나, 이 책에서 누누히 강조하는 기억술의 알파요 오메가는.......기억할 대상을 이미지화 시켜서 머릿속의 가상의 공간에 저장하는 것이다. 그리스시대 이래로 전해져온 기억술의 기초 중 기초라는데.........기억술 대회 등에 출전하는 지력 선수들은 모두 이 정형화된 방법을 이용해 암기를 한다. 

예컨대 모든 카드를 "누가, 무엇을, 어떤어떤 행동을 한다"는 이미지로 치환해 저장하는 것이다. (주어, 목적어, 동사인 셈이겠지.)

이때 아주 기발하고 특이하고 재미있고 잊지 못할 이미지로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유명인, 특이한(외설적이거나 코믹한) 행동 등을 동원해서....

그런 다음 무작위 카드를 읽으면서...각 카드의 주어, 목적어, 동사에 해당되는 것을 조합하여 세 장의 카드를 한 세트, 하나의 이미지로 만들어 자신만의 기억의 궁전(이미지를 저장할 공간)에 차례로 심어놓는 것이다.
 

그 결과..........이 책의 예쁜 표지와 같은....초현실주의적인 미학을 드러내는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운 시각적 이미지가 탄생하는 것이다. 

기억술사들은 나중에 그 공간을 시각적으로 스캔해서 다시 카드로 치환해 답을 낸다.

일부러 해보지는 않았지만....역시 쉬운 일은 아닌듯 하다.

기억술 대회에 나갈 것도 아니고 이 방법을 우리 삶에 적용하는 방법은.........기억할 것을 시각적 이미지로 만들어 자기만의 공간에 넣어두는 것이다.....(예컨대 장보기 목록의 아이템을 최대한 재미있는 이미지로 만들어 공간의 곳곳에 놓아두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 역시 솔직히 그리 쉽지 않다.

저자도 나중에 에필로그에 말했듯.........기억술의 달인이 된 지금도........메모지와 연필이 있다면 메모 쪽을 선택한다고 한다.^^

.................................................

실용적인 측면을 떠나서 이 책은 기억이라는 주제에 대해 곱씹고 파고들게 한다.

현대 사회는 기억력을 경시한다.

문자 발명 이래로, 인쇄술 혁명에서 정보통신 혁명을 겪으면서.......인간의 뇌 이외의 외부저장 수단이 눈부시게 발달하면서............한때 지식, 교양, 도덕의 함양과 전달의 유일한 수단이었던 "기억력"은 점점 쓸모없는 것 취급을 받게 되었다.
(미래지향적인 미국의 문화에서 이 현상은 더욱 심하다고. 그래서 지력대회 등도 유럽에서 휠씬 발달되었다고 한다.)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도 암기식,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주장하는 새로운 교육 흐름에 따라.........기억력은 지적 능력의 저급한 측면으로 폄훼되는 경향이 심화되어왔다. 

이는 나같은(지적 능력 중 암기력이 유난히 떨어지는) 인간에게는 다행스러운 흐름인지도 모른다.
나는 유달리 기억력이 나쁘고 암기도 못하지만...생활에는 불편을 겪어도 공부하는데 큰 장애가 되지는 않았던거 같다.

그런데....

앞만 보고 달려나가는 미래지향적인 문화 속에서 과거와 역사에 대한 되새김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빛을 발하듯...

인간 지적 능력의 최첨단인(가장 늦게 진화되고 개발된) 고도의 추상화, 논리, 기호조작 능력으로 인간의 지적능력을 판가름하는 (쉽게 말해 수학 잘해야 대학 잘가는) 교육풍토 안에서 자라왔지만.....

살다보면.................보다 원시적이고 뿌리깊은 인간의 능력............기억력과 패턴인식, 직관 (이게 서로 통하는 능력이다. 이 책의 <전문가의 전문가> 챕터, 병아리 감별사 이야기에 잘 설명되어 있다.)......이런 능력이 삶을 살아가는데 훨씬 더 많인 부분을 차지한다는걸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타고난 것도 크지만, 나도 이런 능력(기억, 직관)을 개발하고 싶다. 
그나마 병아리 눈물만큼 갖고 있던 능력도 줄줄줄 새나가 물줄기가 말라붙을 거 같은 두려움에 더더욱........

이 책이 직접적인 해결의 열쇠를 주어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억술이라는 실용적이고 자기계발적 주제에 저자 자신의 자전적 경험, 드라마를 곁들이고 풍부한 사색과 통찰을 양념으로 얹은 이 책은 뜻밖에 기분좋은 독서 경험이었다. 


(일종의 <적용편>으로 토니 부잔의 마인드맵 관련 책을 주문했다. 사실 저자는 토니 부잔을 별로 좋게 평가하지 않았다. 자기계발 분야의 대가, 당신의 인생을 바꿔줄 삶의 구루....이런 종류의.....카리스마로 스스로를 포장하고 컬트적 아우라를 몰고다니는 인물들을......제대로 정신박힌 저널리스트라면(또 독자라면) 좋아할리가 없겠지. 그래도 헛소리와 과장을 걷어내고 얼마간 유용한 알맹이들을 건져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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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09-24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감사해야겠네요. 이네파벨님을 오랜만에 다시 뵙게 해주었으니 ^^
기억력에 관심있어하는 지인에게 이 책 선물로 준 적 있는데 정작 저는 아직 못 읽어봤어요.
저도 기억보다는 메모에 의존하는 편이지요.

이네파벨 2011-09-24 15:38   좋아요 0 | URL
hnine님...
기억해주시다니...감동...감사...

삶이 너무나 바쁘고 정신없어 알라딘 서재를 찾은지 정말 오랜만입니다.

손에 책을 들고 끝까지 읽어본 지도 오랜만이구요^^

자주 뵐 수 있도록...할께요^^

잘잘라 2011-09-24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현대 사회는 기억력을 경시한다'는 말이 와닿습니다. 제 기억력이 떨어져가는 것을 현대 사회 핑계대고 싶은 탓도 있긴하겠지만요.

뚜렷한 기억보다 희미한 연필자국이 낫다,는 말을 위안 삼고 메모에 집착하지만 사실 메모 자체를 잃어버리거나 메모한 사실을 잊어버릴 때도 많아서.. 이 책에 끌리는 건 저도 어쩔 수가 없네요^^;;

이네파벨 2011-09-24 15:40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권할만 합니다. 기억력에 직접 도움을 준다기보다...기억과 관련된 삶의 자세에 새로운 눈을 뜨게 한다고 할까요...

어쩌면 기억력이 후달리는건 관심과 주의력 부족, 깨어있지 않음, 소극적임, 게으름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억하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삶은 그냥...낭비해버리는 삶인지도...

군자란 2011-10-07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그냥 잠깐 들렸다가 항상보던 화면이 아니라 제눈을 의심했었읍니다. 이렇게 반가울데가...얼마나 바쁘시기에... 아무튼 반갑습니다. 이네파벨님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웬지 중의적인 느낌이 들어 몇번을 다시 읽으면서 되씹어 봅니다.글중에 삶의 그늘이 있는 것 같아 웬지 아픔을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반갑습니다...

이네파벨 2011-10-07 22:41   좋아요 0 | URL
군자란님, 찾아주셔서 정말 반갑습니다.

황송...하고^^ 또 감사해요.

아픔은요, 뭘....그저 저의 징징댐, 투덜댐이죠.....

그래도 과분한 위로를 받은 듯...행복합니다. *^^*
 
새롭게 이해하는 한 권의 음악사 - 음악의 기원에서 힙합까지
베아트리스 퐁타넬 지음, 최애리 옮김 / 마티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모든 면에서 기대를 뛰어넘는 괜찮은 책이다.

간결하고 쉬워서..독서 능력이 좀 있는 초등 3-4학년부터 재미있게 읽을만한 책이다.

하지만 내용이나 접근 방법이 새로와서...웬만한 어른들도 흥미롭게 읽고, 많은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서술도 유려하고 재미있고...(번역도 매끄럽다.)

삽입된 도판도 너무나 아름답다. (역시 아주 흔하거나 유명한 이미지가 아니라...일부러 비교적 덜 알려진 그림이나 사진들을 발굴해 실은 듯한 느낌이 든다.)

학생(초등 고학년, 중학생 등)들에게 선물하기에도 아~주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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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트랜스휴먼과 미래경제
박영숙.호세 꼬르데이로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책을 손으로 만들었는지 발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외국인 저자와 국내 저자의 공저 형식인데 누가 어느 부분을 썼는지 언급이 되어있지 않고 번역도 네 사람이 나누어 했다고 되어있는데 책의 전반부는 정말...심한 수준이다.

일례로...p123을 보면 한 패러그래프 안에

텔레 메디슨

텔레 메디신

텔레 의학

텔레 의료

라는 단어가 나온다. 짐작컨데...모두....telemedicine의 번역인듯....

('원격 의료'라는 표현은 생각이 안난 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런 식으로 영어 한 단어를 우리말로 바꾸지 않고(충분히 바꿀 수 있는 상황인데도) 그대로 음역해버리면서 과잉 띄어쓰기 한 예는 바로 근처에서 더 찾아볼 수 있다. (p121 슈퍼 임포지션 ㅡ,.ㅡ)

그 바로 윗줄의 "개개인의 전자 일렉트론은"이라는 표현은 또 뭔지...

편집 과정은 아예 없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

이런 내용에 관심을 갖고 책을 주문한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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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교양사전 - 대한민국의 창조적 소수가 알아야 할 모든 것
이인식 지음 / 갤리온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처음 출간되었을때 당장  보관함에 넣어놓고...그 후 장바구니로 옮겼다가 다시 보관함으로 되돌려놓기를 몇번이나 거듭한 책이다. 무척 흥미로워 보이고 꼭 읽어보고 싶기는 했지만 책값이 적잖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그러다가...직업적 필요...라는 구실을 만들어 결국 지르고 말았다. (지금 과학과 미래학에 관한 책을 번역하고 있어서...전문용어와 개념 등을 참조하기 위한 일종의 참고문헌으로 삼을 생각이었다.)

처음 이 책을 받아들고 쭈욱 훑어보면서 구성을 살펴보니 그야말로 참고서적으로 제격인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ㄱ에서 ㅎ까지 표제어를 제시하고 각 표제어별로 짧게는 한 두 단락에서 길게는 몇 쪽에 걸쳐 설명이 붙어있는 사전식 구성을 하고 있다.

그.런.데. 사전이나 백과사전 등의 딱딱한 문장이나 건조한 설명과는 거리가 멀다!

다루고 있는 정보들은 아주 전문적이고 특수하고 세부적인데 그걸 전달하는 방식은 쉽고 친절하고 재미있다.  중학생 이상이라면 (어쩌면 독서 능력이 뛰어난 초등학생들도) 무리없이 읽을 수 있는 수준이고 개념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전혀 위압적이지 않다. 이건 사실 줄타기를 하듯 절묘한 균형이 필요한 일이다. 내용이 전문적이다보면 결국 아는 사람들끼리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태반이고 독자 눈높이에 맞춘다고 쉽게쓴 교양서(특히 과학서)는 내용이 빈약한것이 보통이다.

과학에 대한 내용이 주가되지만 역사와 문화, 사회 등 저자의 인문적 지식과 통찰도 듬뿍 들어있다. 아니, 과학이 주가 된다기 보다 과학기술에 의해 변화되고 있는 현재와 다가올 미래의 "인간의 삶"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크게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과학과 인문학의 접목, 미래학 분야에 일반인이 재미있게 접근하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저자의 독서이력은 놀라울 정도이다. 우리 시대, 우리 사회의 진정한  "르네상스인"이라는 칭호가 걸맞을 것이다. 이런 저자가 있다는게 고맙고 자랑스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고백컨대....칼럼 등으로는 간혹 접했지만....이인식씨의 책을 사서 보는 것은 처음이다.

전문가와 대중 사이에 다리를 놓는 지식의 가공자라는 역할이 무척 중요하고 박수칠만한 일이지만 사실 아직까지 척박한 국내의 토양 위에서 기대에 부응하는 저자를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새로울게 없는 내용을 글재주로 포장해서 내놓거나 심지어 이미 일차, 이차 가공된 외국의 저작물을 뭉텅뭉텅 짜집기한 저서들(요리에 비유하자면 라면 끓이기ㅡ,.ㅡ)이 상당했기 때문이다...(나의 선입견도 없지 않았음을 인정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국내 저자들의 책도 참고문헌 표기를 좀 더 자세하게, 엄격하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크고 그 측면에서는 이 책도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참고한 서적들을 맨 뒤에 알파벳 순서로 제시하고 있는데 각 표제어 별로 따로 제시해주었다면 더 깊이 알고싶은 독자에게 많이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 책의 전반적인 장점은 그 정도의 아쉬움을 가리고도 남는다. 그리고 참고한 문헌을 그대로 인용했다기보다는 저자가 완전히 소화해서 그의 머릿속에서 새롭게 자아냈기 때문에 (요리에 비유하자면 모든 재료들을 솜씨있게 다듬고 양념하고 지지고 볶고 끓여 맛이 푹 우러난 찌게???...) 읽다보면 참고문헌 표기 여부는 연연하지 않게 된다.

또 한가지...

워낙 새로운 최첨단 용어들이 많아서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은 새로운 용어들의 번역만으로도 큰 고민거리가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가능한 한 적절하게 한글화하거나 불가피한 경우 원어를 음역해서 표기한 것으로 보이는 용어 번역에서도 상식적인 균형감각이 엿보인다.

이 방대한 책을 다 읽은건 물론 아니고...사실 오늘 처음 책을 받아 읽기 시작했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아무 항목부터 읽어나가도 좋을 것이다. 정말 재미있고 풍부한,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정보가 가득~하다.

퍽 비싼 책이지만....책 값의 몇배 몇십배되는 정보와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그리고...아쉬움...아니 바램이 있다면...이 책이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되고 다른 항목들도 추가되어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해나갔으면 한다...지금 어린 나의 아이들이 자라난 5년 10년 후에도 추천해주고픈 그런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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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의 즐거움 - 개정판 매스터마인즈 1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이희재 옮김 / 해냄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삶이 갑갑하고 나 자신이 불만족스러워 가끔 자기계발서나 대중적 심리학서를 찾게 되지만 솔직히 대놓고 이 책 읽었소~라기 부끄러운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일단 자기계발서라고 하면 무당이나 점집 찾아가듯 남몰래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슬그머니 찾게 되었던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그런 종류의 자기계발서와는 격이 다르다!

현실이라는 땅에 발을 굳건히 딛고서 한편으로 영적인(spiritual) 감동을 지향하고 있다. 이때 영적이라는 것은 (특정)종교적이거나 신비주의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저자는 과학과 상식, 엄선된 지식의 기반 위에서 개인의 삶과 더 나아가 인류와 우주 전체에 의미를 불어넣고자 한다. 굳이 비슷한 시도를 찾자면 자신의 수양과 극기를 통해 초월에 이르는 불교와 같은 동양의 종교에 비교할 수 있겠다.

저자는 우리의 삶을 훌륭하게 가꾸어주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 "몰입"이라고 이야기한다. 몰입은 감정과 목표와 사고가 하나로 조화된 상태, 의식이 경험으로 꽉 찬 상태를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흐트러지지 않은 명징한 상태, 몰아 내지는 무아지경의 상태를 말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러한 상태를 삶에서 떼어내 저 멀리 있는 어떤 것으로 여길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적 삶, 일과 여가에서 그러한 경험을 추구하고 실현할 것을 권하고 있다.  수동적이고 소모적인 일이나 오락이 아니라 주체적이고 생산적인 일과 오락,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활동으로 삶을 채우라는 것이다.  또한 몰입의 흔한 원천이자 스트레스, 부정적 경험의 원천이 될 수도 있는 인간관계 역시 바람직한 질서를 부여하기 위해 우리의 목표와 타인의 목표간에 합치점을 찾으라고 충고한다.

저자가 도입한 독특한 개념은 "심리적 엔트로피"이다.

슬픔, 두려움, 떨림, 지루함과 같이 바람직하지 못한 감정은 "심리적 엔트로피"를 조성하는데 "무질서도"를 의미하는 엔트로피 상태에 빠지면 우리는 내부의 질서를 다시 세우는데 온통 신경을 쏟아야 하기때문에 바깥일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반면 행복, 과단성, 민첩성과 같은 바람직한 감정은 "심리적 반(反)엔트로피 상태"를 조성하고 이 때 우리는 아무 걸림돌 없이 우리가 선택한 과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심리적 엔트로피 개념은 점점 확대되어 무질서한 것은 악이고 질서와 복잡성에 대한 지향은 선이라는 논리로 나아간다.

여기에서 저자의 견해는 "문화진화론" 지지자들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기나긴 시간 단위에서 생태계와 생명의 구조가 점점 복잡해지는 쪽으로 나간다는 사실에서 종교의 가능성을 보았다. 거기서 혼돈이 지배하는 우주가 아니라 의미있는 줄거리를 가진 우주를 감지했기 때문이다.'(p188)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면서 오메가 포인트라는 개념을 내세운 테야르 드 샤르댕과 그의 지지자 워딩턴 J. 헉슬리, T 도브잔스키...그리고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던 조너스 설크, 존 아치볼드 휠러, 벤저민 스포크 등을 언급하고 인용한다. 나는 이 마지막 장이 너무나 좋았다. 일류 과학자이고 아마도 당연히 무신론자 물리주의자임에도 우리의 삶과 세계에서 영적, 종교적 의미를 찾지 못해 안달했던 동료들의 이름을 주워섬기는 저자의 의도가 너무나 생생히..절절히...가슴에 와 닿았다. (공감...또 공감...)

아무튼....신을 잃어버리고 무의미하고 냉소적인 세계관, 인생관 속에서 찰나의 행복과 욕망의 가르침에 충실해지는 나 자신에게 상쾌한 충격과 감동을 준 책이다.

<인상적 구절>

인간 사회에서 나타나는 악은 물질계에서 나타나는 엔트로피(무질서)에 비유할 수 있다. 우리는 한 사람의 영혼이나 공동체를 어지럽히고 괴롭게 만드는 원인물을 악이라고 부른다. 악은 대체로 가장 손쉬운 길을 택하며 저급한 수준의 원리를 좇아 움직인다..........거기에 맞서는 것이 우리가 '선'이라고 부르는 힘이다. 선은 경직성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질서를 지켜나가려는 행위, 가장 발달된 체계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는 행위를 말한다. 선은 미래, 공동의 선, 타인의 입장을 배려하는 행위를 뜻한다................새로운 조직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건 항상 어려운 일이고 더 많은 노력과 에너지의 투입을 요구한다. 그것을 이루어내는 능력을 우리는 덕이라고 부른다.

엔트로피가 지배하도록 놓아두는 쪽이 훨씬 편한데 우리는 왜 굳이 덕을 추구해야하는 것일까? 영생이 보장되는 것도 아닌데 왜 굳이 진화의 길을 선택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영생을 좀 더 거시적인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하는 행동은 오래도록 울려퍼지면서 앞으로 펼쳐질 미래상에 영향을 미친다.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개인 의식이 죽고 난 뒤 어딘가에 보존되든 아니면 깡그리 사라지든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나라는 존재가 전체 현실을 구성하는 씨줄과 날줄의 일부분으로서 영원히 남으리라는 것이다. 우리가 생명의 미래에 더 많은 정력을 투자할 수록 우리는 그 생명의 일부분으로 확고히 자리잡을 수 있게 된다. 거대한 진화의 틀 속에서 자신을 파악하는 사람의 의식은 작은 개울이 거대한 강물로 합류하듯이 우주와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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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6-07-27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수준 높은 자기계발서 같은데요? -_-;;
근데 이네파벨님은 더 이상 자기계발 안해도 되는 경지 아니신가요? ^^

이네파벨 2006-07-28 0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이 저를 띠엄띠엄 아시기에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지요~
오히려...사실을 말하자면...거의 계발이나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견적이 안나오는) 혼돈상태에 가깝죠...ㅡ,.ㅡ

writer.kim 2007-05-15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와 같은 부분에서 감동먹으셨군요. 저도 이 책의 마지막 장이 너므 조와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한참동안 이 글들이 머리 속에서 맴돌았더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