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말 - 한국좀비소설 스케일이 달라졌어요

창백한 말
최민호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1월

한국 좀비 소설 수준이 와우! 대단한걸요.
저한테는 영화 부산행, 월드워 Z 보다 더 재밌게 읽은 책!

바이러스 보유자 vs 면역자.
태어날 때부터 갈리는 인생. 바이러스 보유자는 시체에게 당하면 10분 후 좀비가 되어 버립니다. 면역자들은 시체에게 물려도 외상만 입을 뿐입니다. 인구의 20퍼센트인 면역자들은 장벽의 북쪽에서 온갖 복지 혜택을 누리며 자유롭게 살고, 바이러스 보유자들은 장벽 남쪽에서 월급의 대부분을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을 사는데 쓰느라 힘겹게 살아갑니다. 

3일의 안전을 보장하는 알약. 그 기만만큼만 미래가 보장된 셈입니다. 알람밴드 착용이 의무화되어 약을 제때 먹지 않은 자는 알람밴드가 울리게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보급용 약과 판매용 약이 은밀하게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보급약은 이미 내성이 생겨 듣질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비싼 약을 사 먹어야 합니다. 제약회사는 판매용 약도 더 이상 품질을 높이지 않습니다. 면역자 중 일부는 보유자를 멸종시켜야 할 존재로 취급합니다. 면역자들에게 시체는 공포의 이름이 아닌 그저 구경거리일 뿐입니다. 

면역자들은 불법 게임장에 가둬 둔 시체와 서바이벌 게임을 하기도 합니다. 그날도 친구들과 게임을 하던 중. 살아있는 사람이 있었고, 결국 시체가 아닌 사람을 죽인 대학생. 그는 제약회사의 아들이었습니다. 그 사태를 막기 위해 연줄을 이용하는 제약회사 사장.

죽은 사람은 제약회사 연구원 세영의 동생입니다. 기자였던 동생은 제약회사의 뒤를 캐고 다녔기에 세영은 제약회사를 의심합니다. 근본적인 치료제 개발에 힘쓰다 배척당하고 결국 정부에 대척하는 조직에 몸담게 된 세영은 전직 군인에게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달라고 부탁합니다.

제약회사의 알람밴드 공장에 다니다 해고당한 보유자 수진과 그의 딸 미나, 동생의 죽음을 파헤치는 제약회사 연구원 출신 세영을 축으로 진행하는 <창백한 말>. 그들의 교차점은 제약회사입니다.

보유자의 아이는 보유자가 되고, 면역자의 아이는 면역자가 되니. 보유자는 가족이 생기면 약 값만 늘어나 대부분 중절 수술을 하게 됩니다. 남쪽 지역에서는 점점 아이를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결국 언젠가는 북쪽 면역자들만 남겠지요.

"어쩌면 이게 바로 지옥의 진짜 모습인지도 모르고요. 이미 멸망했는데, 우리만 그걸 모르는 거죠. 끝난 게 아니라고 바득바득 우기면서." - 책 속에서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어.
내려 와, 별 같이 내려와.
파란 죽음이 내려와……."

- 책 속에서

세영이 몸담은 조직에서 극적으로 개발한 바이러스는 강력해도 너무 강력한 변종 바이러스로 탄생했고.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하는 시체들 때문에 남쪽과 북쪽을 막은 장벽이 폐쇄되면서 사태는 악화됩니다.

딸에게 효과없는 보급약을 먹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몬 제약회사 사장으로부터 사과를 받고 싶은 수진, 동생을 게임장으로 몰아넣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세영, 보유자도 같은 사람으로서 대하는 마음만은 따뜻한 면역자 전직 군인, 정부와 제약회사의 은밀한 끈을 끊고 새 세상을 꿈꾸는 조직원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모여 짱짱한 스토리로 엮입니다.

면역자, 보유자, 시체. 등급이 확실하게 구분된 세상. 바이러스 보유 유무로 인생이 갈리는 삶. 사람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보여줍니다. 씁쓸함이 울컥 솟으면서도 한편으론 후련해지는 마음이 들었을 정도로 결말을 대하고 나면 생각이 많아질 겁니다. 결말이 상상 이상이었어요.

생각보다 스케일이 컸습니다. 한국 좀비 소설은 그동안 제법 기발한 스토리가 많이 등장했었는데 <창백한 말>은 좀비 소설 중에서도 맘에 쏙 든 소설입니다.

환생동물학교 - 디테일 최강 반려동물 웹툰

환생동물학교 1
엘렌 심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2월

쥐들이 사는 마을에 입양된 아기 고양이 이야기 <고양이 낸시>의 엘렌 심 작가 신작 <환생동물학교>.

네이버 월요 웹툰으로 연재 중인 반려동물 웹툰입니다. 단행본으로 1권 출간되었네요.

우리 곁에 머물며 큰 사랑을 안겨준 동물 친구들은 세상을 떠난 후 어디로 가게 될까.

만약 착한 동물들이 인간으로 환생한다면?

"착한 동물들은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거야?" - 책 속에서

인간으로 환생하려는 동물들이 꼭 거쳐 가는 곳, 환생동물학교.

이곳에서 인간의 삶에 대해 배우며, 동물의 본성을 지워갑니다. 새롭게 AH-27반을 맡은 선생님과 일곱 동물들의 이야기 <환생동물학교>.

동물이 인간으로 환생하기 위해 남아 있는 동물의 습성을 버리고 인간 세계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받는 환생동물학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 덕분에 보는 내내 웃고 울게 되네요.

그곳에서도 주인님을 걱정하는 동물친구들. 옆에서 지켜줘야 하는데 하며 속상해하는 동물친구들을 보며 어찌나 찡하던지요. 동물들 입장에서는 인간의 흔한 행동도 무척 신기하고 대단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되었고요. 집사와 놀던 고양이 쯔양의 레이저포인터 에피소드는 특히 뭉클했어요.

순수발랄 고양이 쯔양, 수줍음 많은 개 맷, 반장 같은 개 블랭키, 밝은 강아지 아키, 입마개를 찬 하이에나 비스콧, 시크한 고슴도치 카마라, 쿨내나는 고양이 머루. 일곱 동물들 저마다의 캐릭터가 명확한데다가 동물들의 특징을 세심하게 다뤄 스쳐지나칠만한 그림이 없었습니다. 손동작, 꼬리 반응까지도 깨알같이 표현했어요.

<환생동물학교> 1권은 첫 만남에서부터 네이버 연재 웹툰 14화까지의 분량이 담겼습니다. 웹툰과 다른 점은 매화 끝날 때마다 그림이 한 컷씩 보너스로 있는데 이게 엄청 귀여워요. 에피소드랑 연결되는 뒷이야기 식의 그림이라 진한 감동이 더 길게 이어집니다.

유난히 까다롭다는 AH-27반의 일곱 동물친구들. 각각의 사연이 하나씩 펼쳐질 때마다 아픔과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대화 하나하나에도 전생이 묻어 나오네요. 유난히 주인에게 애정 깊었던 동물친구들이 어떻게 전생을 잊고 다시 태어날 수 있을지 그리고 환생 이후의 삶까지도 기대됩니다. 동물친구들을 도와주는 선생님의 사연도 무척 궁금하네요.

<환생동물학교>를 읽는 내내 잘 봐야 보인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행동 하나하나 깨알 재미가 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웹툰입니다. 반려견, 반려묘의 습성과 심리를 잘 알수록 디테일하게 표현한 엘렌 심 작가의 그림에 찬사를 보내게 될 겁니다.

직장인 3분 지식 - 온전하게 나의 무형자산 챙기기

직장인 3분 지식 - 심리, 사회, 인사, 조직, 마케팅, 그리고 경영까지 직장인이 알아두면 쓸모 있는 상식과 지식
조환묵 지음 / 더메이커 / 2018년 2월

각자 맡은 업무에만 적응하면 다일까? 비즈니스 전체에 대한 이해와 마케팅, 경영상식이 부족하진 않은지 되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직장인이라면 꼭 챙겨야 하는 상식과 지식을 모은 책 <직장인 3분 지식>. 신입사원 교육 경험, 직장인 기초 상식, 경영상식 등 25년여의 회사생활을 통해 직장인이 알아두면 쓸모 있는 상식과 지식을 한 꼭지씩 읽게 좋게 분류했습니다.

회사에서 승진하는 법 파트에서는 신입사원이라면 꼭 알아야 할 마음가짐, 태도, 행동을 다룹니다. 시키는 건 잘했는데 승진 후에는 성과가 떨어지는 경우처럼 직장인의 능력은 여러 기능이 맞물려 작용합니다. 어느 한 가지 요소가 부족하면 성장의 걸림돌이 되기 마련이죠.

회사에서 요구하는 직원의 필수 역량 중 하나가 크게 부족하면 인사 평가에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로 성공을 거두려면 한두 가지 강점만 있다고 다가 아니라 다양한 실패 요인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잘못 달리면 패닉에 빠집니다. 번아웃 신드롬처럼요. 사람은 충전 가능한 배터리가 아니기에 자신의 일에 열정을 쏟아붓는 것만큼이나 체력적, 정신적 한계를 조심해야 합니다. 스스로 경계하지 않으면 탈진되어 버리기 일쑤입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 마케팅. 모든 부서와 직원의 활동은 마케팅과 연결되어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경쟁에서 이기는 마케팅 파트에서는 모든 부서가 마케팅 상식을 기본적으로 알아야 함을 일깨웁니다. 정통적 마케팅과 디지털 마케팅이 통합한 마케팅 4.0시대를 위한 변화와 트렌드에 주목하는 것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말이죠. 

직장인 역시 기본 경영지식은 필요합니다. 그래야 자신이 맡은 역할과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성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불확실성 시대에서 살아남는 다양한 법칙들을 소개합니다. 회사의 경영방침, 사업전략을 이해하고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제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필요한 기본 경영 지식들입니다.

조만간 일이 잘 풀릴 거라고 막연히 낙관하면 무너지고 마는 희망의 역설을 보니, 회사 안에서 자신의 삶과 보람을 찾아 조화를 이뤄야 하는 직장인의 처세술이 더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전반적인 능률 향상은 물론이고 직장인으로서 삶과 보람을 찾으며 시너지 효과를 내는 직장생활 기본 스킬을 다룬 <직장인 3분 지식>. 객관적인 지식으로 기본 요령을 터득해 시행착오를 거치며 스스로 노하우를 체득하는 삶. 부단한 학습과 경험이 한데 어우러져야 온전하게 나의 무형자산으로 만들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개인의 몰락은 조직의 몰락으로 이어집니다. 개인, 조직, 기업 각각의 기본 이론에서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세분화되고 다양화된 소비자층을 분석한 부록도 읽는 재미가 있네요. 한 꼭지 읽는 데 3분이면 끝! 깊숙이 들어가진 않아도 이 정도의 기본 지식은 갖춰야하는 의미에 집중해보면 좋겠습니다.

오사카 셀프트래블 - 간사이 여행의 최고봉

오사카 셀프 트래블 - 2018 최신판 ㅣ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13
안혜선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2월

일본 열도 중심부에 위치한 오사카와 간사이 여행 가이드북 2018-2019 최신판 오사카 셀프트래블.
교통 좋은 오사카에서 전철로 1시간 내 이동 가능한 교토, 고베, 나라 지역까지 커버한 가이드북입니다.

간사이 지방을 대표하는,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 Osaka. 2001년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오픈 후 관광객이 많이 찾는 대도시입니다.

쇼핑, 먹거리 천국의 오사카만 알고 있다면 이번에는 조금 색다른 취향 저격 명소는 어때요~ 1970년에 개최된 만국 박람회 기념공원, 피규어와 프라모델 마니아들이 좋아할 덴덴타운, 건축에 관심 있다면 안도 다다오의 빛의 교회를, 과학 좋아하는 아이와 함께 오사카 시립 과학관을 들러보는 건 어떨까요.

<오사카 셀프트래블>에서는 액티비티가 있는 가족 여행, 이동시간 짧은 코스로 이뤄진 부모님과 함께하는 효도여행, 설렘 가득 커플 여행, 나 홀로 힐링 여행은 물론이고 1일 쇼핑 여행 등 다양한 주제로 오사카 간사이 여행 코스를 추천하고 있습니다.

오사카 여행의 시작점 신사이바시스지 상점가. 관광객보다 오사카 거주 현지인들의 핫플레이스를 가득 소개해 흔한 오사카 여행 대신 보물찾기 하듯 새로운 핫플레이스를 많이 만날 수 있어요.

오사카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나카자키초 골목 산책, 여성 가극단의 고향이자 아톰의 고향인 다카라즈카, 좁다란 골목에 다다미처럼 판판한 바닥이 깔려 있는 선술집 골목 호젠지요코초, 힙한 아메리카무라 등 오사카 전역을 북부와 남부로 구분해 소개합니다.

일본 3대 성에 꼽히는 오사카성은 임진왜란의 원흉인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축성한 곳이라는 역사 정도는 알고 가셔야겠죠~ 오사카에서 가장 유명한 신사 스미요시타이샤에서 도심 속 고즈넉함을 만끽할 수도 있습니다. 연간 1,000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이 찾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은 가족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오사카 근교 교토, 고베, 나라 지역을 소개합니다.

일본의 천년 수도 교토는 이곳에서만 일주일 힐링 여행해도 좋은 곳입니다. 교토에는 금각사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킨카쿠지 일대를 빼놓을 수 없겠죠. 수천 그루의 대나무숲 지쿠린, 영화 <게이샤의 추억>에 등장한 후시미이나리타이샤, 10엔 동전에 새겨진 뵤도인 등 볼 곳이 많습니다. 동서양 문화가 어우러진 이국적인 도시 고베에서는 아름다운 야경을 자랑하는 하버랜드에서 하루를 마감하면 좋습니다. 일본 최초의 도시이자 불교의 시작점인 나라. 사슴 공원 덕분에 나라 지역 하면 사슴이 마스코트로 자동 연상되죠. 

오사카, 교토, 나라, 고베를 차례차례 들러봤다면 이제는 또 다른 일본의 매력을 느껴보세요. 사람으로 번잡한 오사카를 떠나 고즈넉한 벚꽃을 즐길 수 있는 와카야마 지역도 놓치기 아깝습니다. 간사이 스루 패스로 갈 수 있는 곳이지만 어떤 곳인지 몰라서 잘 찾지 않는 시골 마을 와카야마. 일본 100대 명산의 하나로 꼽히는 고야산, 간사이의 하와이라고 불리는 시라하마 온천 휴양지가 있는 곳입니다.

오사카 셀프트래블 편에서는 숙소 정보는 간략하게 나와있고 명소, 상점가 등 핫플레이스에 집중했네요. 오사카와 간사이 여행을 처음 하는 여행자도, 몇 번 다녀온 여행자도 두루 만족할만한 내용을 장착한 셀프트래블입니다.

크레이빙 마인드 - 편안하지 않은 습관에서 벗어나기

크레이빙 마인드 - 중독과 산만함, 몰입과 회복력의 비밀
저드슨 브루어 지음, 안진이 옮김 / 어크로스 / 2018년 2월

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몸이 아픈 걸까?

그런데 그 스트레스를 스스로 몰고 간다는 것 아세요? 단순한 흥분을 행복이라 착각하면서 정작 스트레스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매사추세츠대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부교수, 예일대 의과대학 초빙교수로 있는 저드슨 브루어 박사는 스트레스가 사람의 면역 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일찌감치 궁금해했습니다. 자신이 불면증과 과민대장증후군을 앓았거든요.

현대 의학에 몸담은 그는 불교 철학에 매혹당합니다. 고대 심리학과 현대 심리학이 인간의 행동 중 중독을 설명하는 지점에서 유사한 특징이 있다는 것을 알아챕니다. 여기서 마음챙김이 등장합니다. <크레이빙 마인드>는 마음챙김 명상으로 삶이 변화하는 원리를 과학적으로 탐구한 여정과 결과를 담았습니다.

중독은 에너지를 앗아 가는 집착입니다.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얻는데도 뭔가를 계속 사용하는 행위입니다. 습관들 중 '편안하지 않은' 느낌을 유발하는 것들. 흡연, 음주, 마약, 도박은 물론이고 <크레이빙 마인드>에서는 테크놀로지, 자아, 생각, 사랑 중독까지도 다룹니다.

저드슨 브루어 박사는 보상에 의한 학습의 아버지 스키너의 이론으로 중독의 원리를 설명합니다. 습관과 중독은 전혀 다른 의미이지만, 형성 과정에서 뇌가 작동하는 원리는 동일하다고 합니다. 어떤 자극이 있을 때 우리는 주관적 편견에 따라 반응합니다. 이것이 욕망과 행동으로 이어지며 그 행동은 다시 편견과 습관을 강화한다고 해요. 어떤 습관을 형성하면 욕망(중독)이 더 커진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여기서 마음챙김의 역할이 등장합니다. 세상을 명료하게 보도록 하는 마음챙김. 주관적 편견에 사로잡혀 제자리걸음 할 때 그 편견들을 알아차리게 하는 역할입니다. 

계기, 행동, 보상이 반복되는 습관과 중독. 문제는 보상이 긍정강화가 아닌 부정강화 쪽이라면 불쾌한 뭔가가 사라지는 것을 보상으로 받아들이거나, 현실 회피, 고통 마비, 불쾌한 감정 덮어버리기 식으로 되는 겁니다.

현대인들이 빠지기 쉬운 중독물질. 어떤 행동이 나를 스트레스로 몰고 갈까요. 사회적 생존이 중요한 요즘 시대에는 SNS 좋아요가 보상이 되는 테크놀로지 중독, 산만한 행동을 유발하는 전자기기 중독, 우리 자신의 생각에 갇히는 생각 중독, 집착하는 사랑에 중독되는 일이 흔합니다. 

"남에게 더 빨리, 더 친절하게 응답하기 위해 이메일과 문자 알림 서비스를 켜놓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파블로프의 개와 비슷한 방법으로 훈련시키는 환경을 조성하는 셈이다." - 책 속에서

저드슨 브루어 박사는 스키너 이론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마음챙김을 손꼽습니다. 생각중독인 저자가 명상을 배울 때 힘들어했던 경험담도 생생하게 들려줍니다.

흥분을 행복으로 착각했다는 것을 이해하면, 우리가 만들어온 스트레스 해소법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지속하는 방식이라는 걸 알아차리게 됩니다. 스트레스에서 멀어지게 하는 보상과 가까워지게 하는 보상을 구별해보라고 합니다. 뭔가를 바라고 하거나, 나를 보호하는 쪽으로 기울 때 오히려 스트레스와 가까워진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스스로를 어떤 종류의 '편안하지 않음'으로 몰아가는 상황인 거죠. 

<크레이빙 마인드>는 명료하게 보기만 해도 중독 행동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스트레스를 나침반으로 삼아 스트레스를 눈치채는 과정이 마음챙김입니다. 각성 과정에서 몰입과 회복탄력성이 특히 중요하더군요. 

습관, 행동, 몸짓, 생각은 뇌의 학습을 강화합니다. 중독이 되는 역설도 가졌지요. 머리로는 이해해도 자동적으로 과거의 습관을 선택하게 됩니다. 여러 중독 프로그램 중 다이어트 요요 현상처럼 원래대로 되돌아가지 않는 최고의 방법은 마음챙김이라는 것. <크레이빙 마인드>는 이 과정에서 알아차림 즉, 의식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유와 결과를 낱낱이 밝히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마음챙김은 종교적 관점에서 다룬 책을 읽어와서 <크레이빙 마인드>처럼 일상생활에 마음챙김을 적용하는 과정을 뇌과학 측면으로 접근한 책은 또 색다르게 읽히네요. 다양한 사례와 위트 있는 설명으로 진행하지만, 불교 철학과 뇌 과학의 전문적인 내용은 낯설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자기계발 측면으로 술술 읽히는 쉬운 수준은 아니었어요.

끝없는 욕망에서 벗어나 기쁨의 새로운 원천을 찾아 새로운 습관을 학습하는 기술. 자극과 반응 사이에 알아차림이라는 의식적인 대응으로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고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을 구하고 싶다면 찬찬히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