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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챈, 열쇠 없는 집 ㅣ 세계추리베스트 12
얼 데어 비거스 지음, 박영원 옮김, 정태원 해설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에서 만나본 찰리 챈. 막연한 이미지로만 만나본 그였기에 직접 실체를 확인해보고자 찰리 챈 시리즈의 첫 권을 뽑아들었다. 하지만 시리즈 초반이라 그런지 시대적인 문제때문인지 그런지 몰라도 생각보다 찰리 챈에 대해 많이 알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던 것 같다. 하지만 아직 그가 등장하는 시리즈는 몇 권 더 있을테니 이번엔 찰리 챈과 만나본 것만으로 만족해야할 듯 싶다.
이야기의 주된 배경은 하와이다. 지금이야 하와이가 미국에 속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겠고, 관광으로 유명해졌지만 이 책이 쓰여진 때만 해도 하와이는 미국땅으로의 존재가 희미했는지 책 속에는 "하와이에 가면 환전해야지?"와 같은 류의 농담도 등장하고, 하와이의 살고 있는 사람들은 "좋긴 하지만 개발이 되면서 옛날 같은 로망이 없어"와 같은 말들을 하며 하와이의 개발을 아쉬워하기도 한다. 미국의 본토와 다른 환경으로 마치 파라다이스와 같이 느껴지는 하와이. 하지만 그 속에도 범죄는 존재했고, 하와이의 시원한 자연 풍광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자리잡고 있었다.
책 속에서 주로 포커스가 맞춰지는 것은 찰리 챈이 아니라 보스턴 출신의 존 퀀시 윈터슬림이다. 그는 친척인 미네르바를 본토로 데리고 가기 위해서 하와이로 오게 된다. 하지만 그가 도착하기 전에 사촌 댄 윈터슬립이 살해당하고 그는 우연찮게 사건에 개입하게 되어 나름대로 열심히 수사에 나선다. 그리고 하와이에서 잠자고 있던 열정을 깨워 새로운 사랑에도 빠지게 된다. 과연 그는 사랑과 사건의 해결. 두 마리 토끼를 거머쥘 수 있을지...
한창 이민자 차별이 심하던 때에 태어난 탓인지 찰리 챈은 책 속에 주연급 조연으로는 나왔지만 주연이 되긴 힘들었다. 하지만 작가가 이런 시기에 찰리 챈이라는 중국인을 앞세워 나름대로의 탐정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는 것만으로도 의의를 갖는 것 같다. 책 속에서 찰리 챈은 동양인이라 그런지 예의바르고 겸손한 모습을 보인다. (물론, 아직까지 캐릭터에 대한 세부사항엔 아쉬움이 남지만.) 물론, 기본적으로 사건에 대한 통찰력이나 추리력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지만 그런 면보다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좀 더 인상깊었던 것 같다. 여느 서양식 탐정들과는 다른 느낌이었다랄까. 여튼, 조금은 신선한 느낌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책의 내용은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로맨틱 모험소설쯤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정통적인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애거사 크리스티의 모험물에서 만나볼 수 있는 그런 로맨틱 소설같은 느낌. 어떤 미묘한 트릭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기때문에 그걸 기대하고 본다면 다소 시큰둥할 수 있겠지만 그냥 재미로만 본다면 나름대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인 듯. 이제 맛보기로 만나본 찰리 챈. 앞으로 펼쳐질 그의 본격적인 활약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