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생활자의 수기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2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동현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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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도스토예프스키가 시베리아 유형 생활을 통해 느낀 것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고 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시베리아 유형을 통해 사회주의의 열렬한 지지자에서 탈피하게 됐다고 하는데, 1부에서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이런 시각이 잘 반영돼 있다. 2부에서 지하생활자는 경멸하는 친구의 환송회에 참가하여 모두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창녀에게 잔인한 말을 퍼붓는 등 비이성적이고 모순적인 행동을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묘사했다. 아마 인간이 이토록 변덕스러우며 비합리적인데 어떻게 그런 이상주의적인 사회주의가 실현될 수 있겠는가, 라는 근거로서 이런 장면을 연출한 게 아닌가 싶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고, 다른 동물과는 달리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라는 교과서식 가르침을 믿었던 때라면 아마 이 책을 읽다가 중간에 덮어버리거나, 읽고도 꽤 불쾌하게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을 바라보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시각에 나는 몇 번이고 "맞아, 맞아"를 외쳤다. 그의 말처럼 인간은 아무리 무사안일이 보장된 생활 속에서도 권태를 못이기며 고통을 추구하기도 하고, 자신에게 마땅히 이득이 될 일만을 선택하는 법도 없다. 주인공처럼 자신은 누구보다 현명하고 지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충동적으로 남에게 잔인하게 대하기도 하며, 변덕스럽게 굴기도 한다. 상대방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상대방은 자신을 멸시한다고 생각하면서 속을 부글부글 끓이는 어리석은 인간. 인간은 '생각을 할 수 있는 대단한 존재'인 동시에, 분수에 넘치는 것을 원하고, 별것 아닌 것에 목숨을 거는 '바보스러운 존재'이기도 하다. 단지 사회 속의 한 구성원으로서 제역할을 해내야 하기에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라는 면이 부각된 것뿐이다. 도스토예프스키가 그려 낸 '지하생활자의 모습'은 여차저차한 이유로 드러내지 못한 우리 안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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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Flow -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최인수 옮김 / 한울림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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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여행을 갈망하던 때가 있었다. 무료하고 평범한 일상과는 달리, 여행에서 마주치는 것들은 모든 게 설레고 새롭고 신기했다. 일상에서는 산만하기 그지없던 내가, 여행만 가면 그 순간, 그 공간에서 마치 모든 것을 흡수하는 것 같은 시간을 보냈다. 사는 게 지루해질 때면 또 어디론가 떠날 생각을 하면서 보내던 날들이었다. 하지만 어떤 여행을 마치고 나서, 더 이상 여행만을 꿈꾸지는 않게 되었다. 여기가 아닌, 저 어느 곳에 가면 즐겁고 행복할 수 있으리라는 환상을 깨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살아가야 할 곳은 그곳이 아닌, 바로 지금, 바로 여기라는 것, 그리고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바로 지금, 바로 여기에서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거라는 것을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깨달은 건 깨달은 거고, 지금 여기에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삶과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삶 사이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할지, 매번 헷갈리고 매번 흔들렸다. 사람은 분명, 행복하기 위해 태어난 게 맞는 것 같은데, 왜 하기 싫은 지루한 일들까지도 하면서 살아야하는 걸까,라고 투덜대면서도 딱히 이거에 평생 매진하면서 살고 싶다, 라는 것도 없었다. 그래서 '순간을 사는 것=순간을 즐기는 것'으로 정의하고, "내일 죽을지도 모르잖아."라면서 즐거움을 택했다(이 책의 시각으로 보자면 내가 택한 즐거움은, 쾌락에 가깝다). 하지만 그러면서 또 고민이 되는 것이 지금 이 즐거움을 택했을 때, 그리고 앞으로도 즐거움만을 택했을 때 그것들이 쌓여서 얻어지는 미래의 결과, 미래의 내 모습이었다. 적어도 사람들한테 인정받지 못해도, 나 스스로에게는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즐거움만을 택했을 경우 미래의 내 모습은 뻔한 게 아니겠는가.-_-

이런 고민들을 자연스럽게 해결해 주는 것이 Flow가 아닌가 싶다.  Flow는 행위에 깊게 몰입하여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 더 나아가서는 자신에 대한 생각까지도 잊어버리게 될 때를 일컫는 심리상태라고 한다. 사람은 이 Flow상태를 경험할 때 행복감을 느끼며 자아가 성장한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 이 순간, 단순한 쾌락을 추구하면 그 순간은 즐겁지만 그 결과로 얻어지는 성장은 없다. 하지만 Flow를 경험할 경우 그 순간에 몰입하여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낄 뿐 아니라, 그 결과로 내면의 성장까지도 꾀할 수 있다. 물론, 덤으로 사회적인 보상까지 주어질 수도 있다. 아, 그동안 고민해왔던 문제들이 조금씩 해결되는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그 Flow는 어떻게 경험할 수 있을까가 중요한 문제인데, 목표가 분명해야 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을 적절하게 연마해야 하고, 자신이 그 순간에 하고 있는 행동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즉 노력과 연습없이 거저로 주어지는 Flow란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지금 해결해야 할 과제를 처리하면서 다음에 해야 할 일에 신경을 곤두세워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니, 대개가 그런 식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몸과 마음이 분리돼 있으니 몰입이 될 리 없고 몰입이 되지 않으니 즐거울 리 없는 건 당연지사. 지금 무엇을 하고 있든 그 일에 집중하도록 해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저 멀리 휭- 날아가는 마음을 지금 여기로 붙들어오고, 붙들어오고, 또 붙들어오는 일부터 연습하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 과제의 하나로 그동안 '시집가면 평생 할 일'이라면서 멀리해왔던 요리를 시도해보려고 한다. 단순히 시간만 잡아먹고, 몇 분에 뚝딱 해치워져버리는 요리 따위에 시간낭비하기 싫다고 외쳐왔건만. 그 요리하는 순간을 즐길 수 있으면 또 그 몰입의 경험이 다른 일상까지 확장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겼다. 앞으로 요리든 뭐든 즐거운 규칙들을 부과해가면서 Flow를 경험해보자고, 다짐해본다.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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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6-06-08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여행은 지금 이 자리로 돌아오기 위한 첫발걸음이라고 하나 봅니다.
아 그나저나 flow 에 저리도 깊은 뜻이... 이곳 제조업에서 flow는 auto insert 의 한 공정입니다. ㅎㅎ

마음을데려가는人 2006-06-08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이 자리로 돌아오기 위한 첫발걸음,이라... 정말 맞는 말이네요.^^ 그걸 아는데 몇 년이 걸렸답니다. :)
 
나는 모조인간
시마다 마사히코 지음, 양억관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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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나는 작가의 의도와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이 책을 받아들인 것 같다, 는 것을 밝혀둔다.

때때로 '나'라는 사람이, 내가 동경하는 '그 사람'이 아닌, '나'라는 사실에 절망할 때가 있다. 누구처럼 글도 잘 쓰고 싶고, 누구처럼 그림도 잘 그리고 싶고, 누구처럼 예뻤으면 좋겠고, 누구처럼 춤을 잘 췄으면 좋겠다. 그래서 문체를 흉내내거나, 예뻐지는 비법을 따라해보거나, 말투를 따라해보곤 한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 가지 않고, 원래 내 스타일로 원위치. 나는 결코 다른 누구와 똑같이 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만다. 

하지만 부모님이나 학교, 상식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조롱하고, 그것에 끊임없이 반항하는 인물로 나오는, 이 책의 주인공 카즈히도는 자신은 당당하게 모조품이라고 말한다.

" 그런데 말씀이야, 인간은 모두 미완성의 모조품이지. 옛날 사람의 패러디를 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단 말이야. 나도 그래. 나는 누군가의 패러디다.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이상한 사람을 만나서 영향을 받을 것이야. 그런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거야. 당연히 시대나 상황이 다르므로 결국 패러디가 되고 말지."

솔직히 말하면, 악의적이고 발칙한 행동을 일삼는 주인공의 행동에 낄낄거릴 준비를 하고 있던 나는, 주인공이 불쌍해서 미칠 것 같았다. 한 번도 자신이었던 적은 없다. 자기 스스로조차도 자신을 '나'가 아닌 '아쿠마 카즈히도'라고 부른다((P92. 나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아쿠마 카즈히도는 나랑 상관없이 열심히 실연당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애를 하고 싶으면, 그 연애 감정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연애를 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어, 대리 경험을 한다(p87. 아쿠마 카즈히도는 아즈키와 연애하는 란코를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언젠가 두 사람에게 다가올 파국을 조장하고, 극적인 끝을 맞이하도록 꾀하면서 스스로도 그 파국에 참가하여 두 사람과 똑같은 감정을 맛볼 생각이었다). 자신의 인생은 어차피 복사본이고, 모방이고, 패러디이기 때문에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카즈히도는 외롭고 쓸쓸하다. 카즈히도가 그렇게 동경하던 미시마 유키오. 카즈히도는 '미시마 유키오의 모조품'은 될 수 있어도, '미시마 유키오'는 될 수 없으니까. 하지만 모조인간이기에 그 외로움조차 자신은 알지 못한다. 마지막에 이르러 카즈히도는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며, 타인의 몸이나 사고회를 복사하는 기계라고 깨닫는다. 그러니 자신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면서.  

카즈히도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존재'라는 것에서 발을 빼고, 모조인간으로 남기로 했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패러디와 모방을 반복하며 살아갈지라도 그것이 의미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의 영향을 받아 변했다가 흔들렸다가, 또 제자리로 돌아왔다가. 나는 그런 흔들림을 반복하면서 '나다운 진품인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믿는데... 그런 방황 속에서 진품인간이 되고 싶은데... 아무리 훌륭한 모조품이라도, 혹은 진품을 능가할 정도로 정교하게 복제된 모조품이라도 수많은 세월에 닳아버린 진품의 가치는 따라가지 못하니까. 나는 그런 진품인간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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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6-05-23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정체성을 잃을수록 또 다른 변형된 인격체가 나타나는것 같아요. 정체성을 잃은 인간이 모조인간인가요. 변형된 인격체가 모조인간인가요. 하여간 저도 진품인간이고 싶은 열망은 늘 품고 살아갑니다.^^

마음을데려가는人 2006-05-24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 님은 이미 진품아니십니까^-^
 
살인자들과의 인터뷰
로버트 K. 레슬러 지음, 손명희 외 옮김 / 바다출판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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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하게 살인을 당했다거나, 잔혹한 살인사건에 대한 뉴스를 접할 때면, 늘 궁금했다. 그들은 왜 자신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런 짓을 했을까? 도대체 저 살인범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제정신은 아니었겠지? 등등. 이 책에 호기심이 갔던 것은 그런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전직 FBI였던 저자가 수많은 사건을 접하고, 이상살인범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써낸 이 책에는 정말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짓을 저지른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은 인질을 강간하고, 난자하고, 토막내고, 그 피를 마시는 등 보통 사람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들을 저질렀다. 그것도 열 번, 스무 번. 다른 상대를 골라가며, 혹은 충동적이고 우발적으로. 근데 이들은 공통점은 보통 사람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들을 꾸준히, 상상해오며 잔혹하고 끔찍한 환상을 키워왔다는 것이다. 수없이 머릿속으로 반복했던 환상을 현실로 실현할 때는 이미 모든 것이 친숙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왜 이런 환상을 키우게 됐을까, 라는 문제로 돌아가면. 결국에는 불우한 어린시절과 연관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충동적이고 정신이상적으로 살인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가정이 가난하고, 부모에게서 학대받거나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사람을 기피하는 사람이 많으며, 계산적이고 조직적으로 살인을 하는 사람들은 중산층에서 자랐을지라도 체벌에 일정한 규칙이 없어서 무슨 짓이든 맘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며 사람이 많다고 한다. 물론 이런 환경이라고 모두가 살인범이 되는 건 아니지만. 이 책에 나오는 살인범 어느 누구도 따듯한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을 맘껏 받으며 자랐다고 한 사람은 없었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줄 줄도 안다는 말이 있다. 어려부터 학대와 무시를 당하고, 소외감만 맛보면서 자란 사람에게 바르게 자랐어야 한다고 말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애정어린 말과 따듯한 품, 자신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 - 이런 것들을 사람으로부터 느끼지 못한 사람이 사람을 인격체로 대할리 없다. 결국에 모든 문제는 사랑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 똑같은 환경이라도 훌륭하게 자라는 사람도 있어, 라는 말을 하기보다는 아이에게, 사람들에게 진심어린 사랑을 보여주는 사람이 늘어나야 범죄도 점점 줄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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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론리 플래닛 트래블 가이드
안그라픽스 편집부 엮음 / 안그라픽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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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리냐, 백배냐 하는 논란은 인도 관련 카페 어딜가도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가끔 이 문제를 두고 신경전과 말다툼들이 오고 가는데, 내 눈엔 이런 이들이 영- 이상해보인다. 나는 두 책 다 들고다녀봤는데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더라. 그냥 자기의 취향에 맞는 것을 선택하면 될 것을 왜들 싸우는지 나는 도통 모르겠다.

나는 두 달을 잡고 여행을 떠났고, 중부 이하로 내려갈 생각을 못했기에 백배를 들고 갔었다. 이유는? 보기에 편하니까!라는 정말 단순한 이유로. 하지만 '남부도 보고 갈래'라고 마음이 바뀌어서 한 달을 더 머물게 됐고 여행 중에 만난 친구에게서 론리를 물려받았다. 백배에 나온 정보론, 도저히 남부에 내려갈 자신이 없었으니까 좀더 상세한 정보를 담은 론리에게 기대고자 한 것이었다.

그래서 어느쪽이 더 좋았냐고 물어보면, 론리쪽에 마음이 더 기울긴 하지만 백배도 괜찮은 구석이 있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만 자신의 여행 스타일은 좀 고려해보고 그에 맞는 가이드북을 골라야, 음- 괜찮았어, 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1. 여행루트 - 남들 가는 데 위주로(단기여행)VS 남들 안 가는 데까지(장기여행)

백배 : 한국인 여행자가 주로 가는 코스를 위주로 보기 편하게 편집한 가이드북이다. 그 넓고도 넓은 인도에서 정말, 유명 관광지만 뽑아서 소개했기 때문에 이 가이드북으로 알려지지 않은 장소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사람들이 주로 가는 유명 관광지를 위주로 여행을 한다면 백배가 좋을 듯. 남부쪽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백배를 들고 가는 것은 말리고 싶다.

론리 : 책 두께만 봐도 알 수 있듯이(거의 전공서적에 가까운 저 두께의 압박-_-) 많은 지역을 꼼꼼하게 소개해놓았기 때문에 코스를 짤 때 선택의 폭이 넓다. 좀더 구석구석, 좀더 발길 안 닿는 곳으로 가고 싶은 사람은 당연히 론리!

2. 음식, 숙박 정보 - 가격 VS 품질

백배 : 정말, 백팩커들이 좋아할 만한 저렴한 곳 위주로 소개돼 있다. 그리고 음식점은 - 한국음식을 하는 곳이 많이 소개돼 있다. 김치볶음밥에서 수제비, 김치 등등. 심지어 닭백숙까지도 먹을 수 있다.

론리 : 아무래도 서양애들이 우리보다 좀더 잘 사는지라, 론리에 소개된 곳들은 백배에 나오는 곳들보다 가격이 좀 쎈-편이다. 하지만 시설 면이나 분위기 면에서는 론리에 나온 곳들이 좀더 고급스럽다. 한국음식은 기대 말라.

3. 여행친구 - 한국 사람 VS 서양 사람

백배 : 여기에 소개된 곳으로 가면 어딜 가도 한국 사람들이 바글바글. 친구 사귀기가 딱 좋다.

론리 : 론리에 나온 곳을 중심으로 가다보니, 한국 사람 보기가 어려웠다는 사람도 있었다. 영어가 좀 된다거나 외국인 친구를 많이 만들고 싶으면.

4. 지도 - 감잡기 용 VS 정확하고 자세한 지도

백배 : 백배의 치명적인 약점이 엉터리 지도다. 하지만 나처럼 길치인데다 도통 지도를 볼 줄 몰라서 대충 감각만 믿고 물어물어 찾아가는 타입이라면, 여행지가 전반적으로 어떻게 생겼는지 감을 잡기엔 나쁘지 않다고 본다.

론리 : 정확하고 자세하다. 론리 지도 보고, 길을 참들 잘 찾더라. 꼼꼼하게 지도체크하면서 다니는 타입이라면 당근 론리!

5. 두께와 무게 - 들고 다니기 편하다 VS 엄청난 정보

백배 : 사진 많고, 보기 편하다. 앞쪽에는 날짜별로 추천할 만한 코스도 소개돼 있다. 칼라풀해서 쉽게 쉽게 읽을 수 있다.

론리 : 백과사전일 줄 알았다. 두껍고 무겁고, 글씨는 매우 작다. 벗뜨! 심심할 때마다 읽어두면, 인도 전반적인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 배울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풍부하다. 나는 궁금한 게 있을 때마다 책을 뒤적거려서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6. 그래도 가이드북에 너무 많이 의존하지 마세요 :)

가이드북에 나온 곳을 위주로 다니다보면, 당연히 그곳은 가이드북에 나온 그대로가 아니다. 가이드북에는 친절하다고 했는데, 엄청 거만한 자세로 손님을 대하는 웨이터를 만날 수 있다. 가이드북에는 음식맛이 죽인다고 했는데, 내 입맛에는 돈 주고 먹기에 아까운 음식일 수 있다. 그곳에 간 시간, 갔을 때의 기분, 혼자였는지 둘이였는지 여럿이었는지, 내 취향이 고급인지 완전 백패커 스타일인지 등등에 따라서 그 모든 것들이 달라질 수 있다. 가이드북은 말그대로 적정선의 정보를 제공할 따름이지 그것을 즐길 것이냐 말 것이냐는 여행의 주체자에게 달려있다. 여유가 있을 때는 사람들의 말이나 우연 같은 감에 의지해서, 가이드북에 나와있지 않은 곳에서 잠을 자거나, 음식을 먹거나 하는 것도 꽤 좋은 경험이 된다.

그러니 가이드북을 너무 믿지 말자고요.

인도에 가면 가장 많이 듣게 될 말, "No Problem!" 이것만 기억하면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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