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 Flow -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최인수 옮김 / 한울림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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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여행을 갈망하던 때가 있었다. 무료하고 평범한 일상과는 달리, 여행에서 마주치는 것들은 모든 게 설레고 새롭고 신기했다. 일상에서는 산만하기 그지없던 내가, 여행만 가면 그 순간, 그 공간에서 마치 모든 것을 흡수하는 것 같은 시간을 보냈다. 사는 게 지루해질 때면 또 어디론가 떠날 생각을 하면서 보내던 날들이었다. 하지만 어떤 여행을 마치고 나서, 더 이상 여행만을 꿈꾸지는 않게 되었다. 여기가 아닌, 저 어느 곳에 가면 즐겁고 행복할 수 있으리라는 환상을 깨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살아가야 할 곳은 그곳이 아닌, 바로 지금, 바로 여기라는 것, 그리고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바로 지금, 바로 여기에서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거라는 것을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깨달은 건 깨달은 거고, 지금 여기에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삶과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삶 사이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할지, 매번 헷갈리고 매번 흔들렸다. 사람은 분명, 행복하기 위해 태어난 게 맞는 것 같은데, 왜 하기 싫은 지루한 일들까지도 하면서 살아야하는 걸까,라고 투덜대면서도 딱히 이거에 평생 매진하면서 살고 싶다, 라는 것도 없었다. 그래서 '순간을 사는 것=순간을 즐기는 것'으로 정의하고, "내일 죽을지도 모르잖아."라면서 즐거움을 택했다(이 책의 시각으로 보자면 내가 택한 즐거움은, 쾌락에 가깝다). 하지만 그러면서 또 고민이 되는 것이 지금 이 즐거움을 택했을 때, 그리고 앞으로도 즐거움만을 택했을 때 그것들이 쌓여서 얻어지는 미래의 결과, 미래의 내 모습이었다. 적어도 사람들한테 인정받지 못해도, 나 스스로에게는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즐거움만을 택했을 경우 미래의 내 모습은 뻔한 게 아니겠는가.-_-

이런 고민들을 자연스럽게 해결해 주는 것이 Flow가 아닌가 싶다.  Flow는 행위에 깊게 몰입하여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 더 나아가서는 자신에 대한 생각까지도 잊어버리게 될 때를 일컫는 심리상태라고 한다. 사람은 이 Flow상태를 경험할 때 행복감을 느끼며 자아가 성장한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 이 순간, 단순한 쾌락을 추구하면 그 순간은 즐겁지만 그 결과로 얻어지는 성장은 없다. 하지만 Flow를 경험할 경우 그 순간에 몰입하여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낄 뿐 아니라, 그 결과로 내면의 성장까지도 꾀할 수 있다. 물론, 덤으로 사회적인 보상까지 주어질 수도 있다. 아, 그동안 고민해왔던 문제들이 조금씩 해결되는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그 Flow는 어떻게 경험할 수 있을까가 중요한 문제인데, 목표가 분명해야 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을 적절하게 연마해야 하고, 자신이 그 순간에 하고 있는 행동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즉 노력과 연습없이 거저로 주어지는 Flow란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지금 해결해야 할 과제를 처리하면서 다음에 해야 할 일에 신경을 곤두세워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니, 대개가 그런 식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몸과 마음이 분리돼 있으니 몰입이 될 리 없고 몰입이 되지 않으니 즐거울 리 없는 건 당연지사. 지금 무엇을 하고 있든 그 일에 집중하도록 해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저 멀리 휭- 날아가는 마음을 지금 여기로 붙들어오고, 붙들어오고, 또 붙들어오는 일부터 연습하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 과제의 하나로 그동안 '시집가면 평생 할 일'이라면서 멀리해왔던 요리를 시도해보려고 한다. 단순히 시간만 잡아먹고, 몇 분에 뚝딱 해치워져버리는 요리 따위에 시간낭비하기 싫다고 외쳐왔건만. 그 요리하는 순간을 즐길 수 있으면 또 그 몰입의 경험이 다른 일상까지 확장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겼다. 앞으로 요리든 뭐든 즐거운 규칙들을 부과해가면서 Flow를 경험해보자고, 다짐해본다.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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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6-06-08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여행은 지금 이 자리로 돌아오기 위한 첫발걸음이라고 하나 봅니다.
아 그나저나 flow 에 저리도 깊은 뜻이... 이곳 제조업에서 flow는 auto insert 의 한 공정입니다. ㅎㅎ

마음을데려가는人 2006-06-08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이 자리로 돌아오기 위한 첫발걸음,이라... 정말 맞는 말이네요.^^ 그걸 아는데 몇 년이 걸렸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