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 유쾌한 정신장애인들의 공동체 '베델의 집' 이야기
사이토 미치오 지음, 송태욱 옮김 / 삼인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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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어떤 책에서 본, 빌리조엘의 엄마가 키가 작아 고민하는 아들에게 해줬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나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 너를 바꾸지 마라. 나는 지금 그대로의 네가 제일 좋다. 걱정하지 말아. 상관없어. 다른 사람처럼 될 필요는 조금도 없어. 넌 벌써 완벽하거든. 사람들은 다 특별하단다. 누구나 다 조금씩 다른 거야. 너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특별함을 갖고 있단다. 나는 지금 그대로의 네가 제일 좋다.”


다시 읽어도 눈물이 왈칵- 나올 것 같다. 그때는 어려서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한 사람의 존재를 아무런 충고도 비판도, 바람도 가지지 않고 온전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열등감과 모자람으로 가득 찬, 나 자신의 존재조차도 부정하고 또 부정하는 게 우리인데, 다른 사람을 그렇게 인정해준다는 것.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들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제어할 수 없는, 정신병에 걸렸으면서도 그런 자신을, 그렇게 모자란 자신을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며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런 자신과 잘 사귈 수 있게 되었으니, 어떤 사람이라도 그 사람 자체로 받아들여주는 게 너무도 당연한, 다정한 사람들인 것이다.

 

 ‘베델의 집’은 ‘우라카와’라는 마을에서 시작된 유쾌한 정신장애인들의 모임이다. 특이한 것은 빨리 병을 치료해서 사회로 복귀하자는 게 아니라, 지금 그대로도 괜찮다고, 그 모습 그대로, 남들과는 조금 다르지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면 되는 것이라는 취지 아래 모여 살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 여러 다양한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완치되기가 어려운 정신장애의 특성을 생각하게 됐고, 이런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유한복지회사’를 설립해 일도 해나가고 있는데, 역시나 누구나 잘라버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사람만 일을 하는, 언뜻 불공평해 보이는 모토 아래서 회사를 꾸려가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그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 생활 방식 들이 한 저널리스트의 눈을 통해 전개되고 있다.


나는 세상에서 인간이 가장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니 뭐니 해도, 언제나 힘껏 살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생각해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은 꽁꽁 감춰둔 채, 웃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인간이, 그런 사회이기에, 그런 인간들이기에. 사랑받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런 약한 인간이지만,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세뇌 당해온 인간들이기에. 그래서 ‘베델의 집’ 사람들이 내 눈에는 무척 자유로운 사람들로 보였다.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고, 그 진정성을 토대로 삼아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을 허물고,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돼 있지만, 누구보다 개성 있는 삶을 산다. 그야말로 밑바닥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오고,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오면서 진정 인간으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고민하고, 고생한 사람들 - 그래서 세상 누구보다 진실한 자신인 채로, 살 수 있는 사람들. 모두가 평등하기에 그 누구도 버리지 않고, 함께 손을 잡고 같이 가는 사람들. 아, 부럽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답게 산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됐다면 과장일까? 사회가 원하는 인간상에서 벗어나는 인간이라도, 그 모두를 함께 끌어안으며 갈 수 있는 그런 상생의 사회가 빨리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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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6-05-11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불어 사는 사회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가 아닐까 합니다. 현대사회는 너무 획일적이고 마치 정답이 주어져있는 삶 같군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6-05-12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회는 말로는 개성, 개성 하면서. 정작 개성있는 사람이 나타나면, 깍아내리고 배제시키는 경향이 있지요. 언젠가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가 오겠지요?^_^
 
꾸뻬 씨의 행복 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오유란 옮김, 베아트리체 리 그림 / 오래된미래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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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실 '행복하게 사는 것'에 그리 관심이 없다. 이미 여러 권의 책을 통해서 행복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이야기를 접했기도 했고, 누가 이러이러한 것이 행복이다, 라고 이야기해도 자신이 어떤 것을 행복으로 받아들이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자인도 예쁘고, 서점에 갈 때마다 좋은 자리에 놓여있는 이 책을 보면서 한 번쯤은 읽어볼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뭔가 다른 게 있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별다른 건 없다. '전 유럽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있는 책'이라고 하지만, 그건 이 책이 행복의 진리를 가르쳐준다기보다는 사람들이 그만큼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열망이 강하기 때문일 거다.

정신과 의사인 꾸뻬 씨는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행복을 정의해나가고, 자기가 배운 것을 스물세 가지 정도로 정리한다는 게 이 책의 내용이다. 그리고 너무도 뻔-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고, 행복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대로 사랑받는 것이고,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있는 것이고... 등등. 누가 모르나? 우리는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지 모른다기보다는 마음을 행복으로 이끄는 데 너무도 서툴러서 행복해지지 못하는 거 같은데 말이야. 너무도 뻔해서 그만 읽으려했지만, 두 가지 정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었다.

강도에게서 풀려난 꾸뻬 씨에게 네스토가 하는 말.

"여긴 불행해질 수 있는 이유들로 가득한 곳이에요. 운이 좋은 우리들한테도. 그래서 행복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우리는 것이 그냥 지나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지요!"

그리고 노승이 마무리쯤에서 하는 말.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지금이 이 순간 존재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행복을 찾아 늘 과거나 미래로 달려가지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자신을 불행하게 여기는 것이지요.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이 행복하기로 선택한다면 당신은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을 목표로 삼으면서 지금 이 순간 행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는다는 것입니다."

이 순간 순간, 찰나의 행복이 모여서 인생의 행복이 되는 건데, 우리는 돈이 많아지면, 날씬해지면, 좋은 직장을 가지면...이라고 바라고. 그렇지 못한 자신의 상황과 먼 미래를 비교하며 자신을 불행의 늪으로 빠뜨려버린다. 하지만 인간사가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것인데, 먼 미래를 보면서 힘겹게 힘겹게 짐을 지고 가는 것보다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몸과 마음이 즐겁고 행복한 일들을 하면서 천천히 걸어가는 게. 그게 행복 아닐까 싶다. 눈이 시리도록 맑은 하늘도, 드디어 제 모습을 찾은 봄바람도, 옆에서 천진하게 웃고 있는 친구도. 모두가 행복인데. 아-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바라는 대로 되지 않아서 속상한 게 인간이다. 그냥 계속 조금씩 더 연습하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행복하리!

p.s: 유럽에서의 엄청난 인기를 생각해볼 때 한국어판이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던 것은 번역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직역투가 좀 심해서 건조하게 느껴졌어요. 저한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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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의 몽타주
박찬욱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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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박혜경 씨가 소극장에서 하는 콘서트를 간 적이 있었다. 스탠딩 콘서트였는데, 무대에서 여신처럼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곤 아- 저 여자, 가수가 천직이구나 싶었다.

그 일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일을 맡겨도 잘 할 것 같은 사람도 있다. 박혜경이 전자라면, 박찬욱은 후자다.

김지운 감독과 더불어 영화계에서 말빨하면 뒤지지 않는다는 그라서, 글솜씨도 보통이 아닐 거란 예상은 했었지만,  책을 읽는 내내 감탄하고 또 감탄했으니 책값은 건진 셈이다.

우선 영화감독인 만큼 영화에 대해서 빠삭했으며, 인터뷰에서 그가 하는 말들은 치고 빠지기를 잘하는 날랜 권투선수 같았고,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에선 가볍지만 결코 날려보낼 수 없는 무게가 담긴 말들을 툭툭 던져보였다. 무엇보다 '젠 척' 하지 않아서 좋았다. 아는 게 많으니 밖으로 넘쳐 흐를 수밖에 없는데  자신을 보통 사람, 혹은 별로 멋있지 않은 평범한 인간으로 보여지길 원하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 물론 그래서 더 매력있게 보인 게 사실이지만.

사실 이 책은 박찬욱의 영화를 좋아해서 집어든 것은 결코 아니었다. JSA도 그의 복수 3부작도 모두 보았지만 그의 영화는 내겐 너무 잔혹하다(지금도 <복수는 나의 것>을 보고 나서 울렁거리던 속을 부여잡은 채 밥을 먹지 못했던 그 날을 기억한다). 다만 간간히 대중매체를 통해서 보여지는 그는 왠지 매력있는 사람일 것 같아서, 그래서 궁금했다. 더더군다나 유명한 영화감독이 돼 가장 좋았던 게 뭐냐고 묻는 말에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사 볼 수 있어서, 라고 했던 대답이. 저 사람 보통은 아니겠군.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역시나 나의 감(?)은 아직 팔딱팔딱 살아있었다! 그의 글을 읽으며, 이 사람 하고 술 마시면 밤새 지루하지 않게 가끔은 배꼽을 부여잡고 웃을 수 있겠군, 하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물론 실현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책은 아직 다 읽지 못했다. 그의 영화는 대부분 보았으니 자기 영화에 관한 이야기인 2부까지는 잼있게 읽었지만, 마지막 3부에서는 내가 보지 못했지만, 익히들어 유명한 줄 알고 있는 영화들에 대해서 썰을 풀어놓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그 영화들을 하나씩 섭렵할 때마다 그의 글을 하나씩 읽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해서 남겨두었다. 물론, B급 영화 예찬론자인 찬욱 씨의 말에 현혹당해 그가 나열해 놓은 영화들 중 몇 편은 찾아서 볼까 한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지만, 박 감독 님! 언제 술 한 잔 해요!  안 되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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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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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결혼은 하는 게 좋겠다, 고 생각했다.

물론, 결혼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외로워도 혼자서 외로운 것보단

둘이기에 외롭고,

그래서 서로에게 기대고 어리광 부리고, 투덜투덜대면서.

그렇게 사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약하고 나약한 존재.

그런 인간이기에 둘인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나온 표현 중에 '들러붙는다'라는 말이 참 좋다.

예전에는 누군가에게 '들러붙는다'라는 것이 자존심 상한다고 생각했지만,

들러붙을 수 있는 것도, 기댈 수 있는 것도, 어리광부릴 수 있는 것도.

어떤 사람에겐 용기를 필요로하는 일이다.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찰싹들러붙고 싶은 사람과 산다는 건.

잔인하면서도 행복한 일 아닐까. 에쿠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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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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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그리스인'이란 말이 '그리스도'를 연상시켜서 관심이 안 갔었는데;;; 머리에 든 거 많은 '두목'이란 사람과 인생, 그까이꺼 그냥 즐겁게 살어!를 외치는 '조르바'의 대화로 전체 소설이 완성되는. 그냥 보면 참 재미없어 보일 소설이다. 근데 참, 그 대화 하나하나가 예술이다.

 "지금 우리 앞에 있는 건 육반입니다. 우리 마음이 육반이 되게 해야 합니다. 내일이면 갈탄광이 우리 앞에 있을 것입니다. 그때 우리마음은 갈탄광이 되어야 합니다. 어정쩡하다 보면 아무 짓도 못 하지요."

 "당신 역시 저울 한 벌 가지고 다니는 거 아니오? 매사를 정밀하게 달아 보는 버릇 말이오. 자, 젊은 양반, 결정해 버리쇼. 눈 꽉 감고 해버리는 거요."

 "안 믿지요. 아무것도 안 믿어요. 몇 번이나 얘기해야 알아듣겠소? 나는 아무도,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오직 조르바만 믿지. 조르바가 딴 것들보다 나아서가 아니오. 나을 거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요. 조르바 역시 딴 놈들과 마찬가지로 짐승이오! 그러나 내가 조르바를 믿는 건, 내가 아는 것 중에서 아직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조르바뿐이기 때문이오. 나머지는 모조리 허깨비들이오. 나는 이 눈으로 보고 이 귀로 듣고 이 내장으로 삭여 내어요. 나머지야 몽땅 허깨비지. 내가 죽으면 만사가 죽는 거요. 조르바가 죽으면 세계 전부가 나락으로 떨어질게요."

 "나는 달빛을 받고 있는 조르바를 바라보며 주위 세계에 함몰된 그 소박하고 단순한 모습, 모든 것(여자, 빵, 물고기, 잠)이 유쾌하게 육화하여 조르바가 된 데 탄복했다. 나는 우주와 인간이 그처럼 다정하게 맺어진 예를 일찍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인생과 맺은 계약에 시한조건이 없다는 걸 확인하려고 나는 가장 위험한 경사 길에서 브레이크를 풀어 봅니다. 인생이란, 가파른 경사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는 법이지요. 잘난 놈들은 모두 자기 브레이크를 씁니다. 그러나 나는 브레이크를 버린 지 오랩니다. 나는 꽈당 부딪치는 걸 두려워하지 않거든요. 기계가 선로를 이탈하는 걸 우리 기술자들은 <꽈당>이라고 한답니다. 내가 꽈당하는 걸 조심한다면 천만의 말씀이지요. 밤이고 낮이고 나는 전속력으로 내달으며 신명 꼴리는 대로 합니다. 부딪쳐 작살이 난다면 그뿐이죠. 그래 봐야 손해 갈 게 있을까요? 없어요. 천천히 가면 거기 안 가나요? 물론 가죠. 기왕 갈 바에는 화끈하게 가자 이겁니다......"

 "......여든으로 합시다. 두목, 우습겠지만 웃을 필요는 없어요. 이게 사람이 자유를 얻는 도리올시다. 내 말 잘들어요. 터질 만큼 처넣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금욕주의 같은 걸로는 안 돼요. 생각해봐요, 두목. 반쯤 악마가 되지 않고 어떻게 악마를 다룰 수 있겠어요?"

 "......내게는 터키 놈, 저건 불가리아 놈, 이건 그리스 놈,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두목, 나는 당신이 들으면 머리카락이 쭈뼛할 일도 조국을 위해서랍시고 태연하게 했습니다. (중략)

요새 와서는 이 사람은 좋은 사람, 저 사람은 나쁜 놈, 이런 식입니다. 그리스 인이든, 불가리아 인이든 터키인이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이냐, 나쁜 놈이냐? 요새 내게 문제가 되는 건 이것뿐입니다. 나이를 더 먹으면 이것도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놈이든 나는 그것들이 불쌍해요. 모두가 한가집니다. 태연해야지 하고 생각해도 사람만 보면 가슴이 뭉클해요. 오, 여기 또 하나 불쌍한 것이 있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자 역시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두려워한다. 이자 속에도 하느님과 악마가 있고, 때가 되면 뻗어 땅 밑에 널빤지처럼 꼿꼿하게 눕고, 구더기 밥이 된다. 불쌍한 것! 우리는 모두 한 형제 간이지 모두가 구더기 밥이니까......................................................................................."

 

이러니 내가 어찌 조르바를 이뻐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조르바는 지극히 본능적인 인간이다. 배고플 때 먹고 여자를 안고싶을 때 안고, 춤추고 노래하는, 지극히 본능적인 인간이다. 그런데 머리에 든 거 많고 책 많이 읽은 두목은 이런 인간을 옆에 두고 싶어했을까. 나는 조르바에게서 '우리가 잃어버린 모습'을 보았다. 사람들은 사회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느라 진짜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렸다. 슬퍼도 웃는 척, 괴로워도 즐거운 척. 언제나 자신이 하고싶은 일보다는 나에게 주어진 의무를 해내기에 바쁜 하루하루. 하지만 조르바를 봐라, 먹고 마시고 춤추면서 그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인간이다. 일할 땐 일이 되고 밥먹을 땐 밥이 되는, 지극히 단순하고 명확한 진리를 몸으로 깨우치고 살아내고 있는. 눈물나게 '자연스러운 인간'이다.
그런 자연스러운 인간을, 나도 보고싶다.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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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6-05-07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르바를 그리워하는 분이 또 계셨군요. 반가워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6-05-08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매일 조르바처럼 살아야 하는데-라고 되뇌이는데 쉽지 않네요. 잉크냄새 님 반가워욤.^_^

MT야호 2006-06-15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르바를 만났던 적이 있는 인간이라면 어찌 조르바를 그리워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나는 돈을 모아 그리스에 가고 싶소. 조르바가 호흡했던 그 공기에서 나도 호흡하고 싶소.

마음을데려가는人 2006-06-25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리스 가보고 싶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