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들과의 인터뷰
로버트 K. 레슬러 지음, 손명희 외 옮김 / 바다출판사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무고하게 살인을 당했다거나, 잔혹한 살인사건에 대한 뉴스를 접할 때면, 늘 궁금했다. 그들은 왜 자신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런 짓을 했을까? 도대체 저 살인범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제정신은 아니었겠지? 등등. 이 책에 호기심이 갔던 것은 그런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전직 FBI였던 저자가 수많은 사건을 접하고, 이상살인범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써낸 이 책에는 정말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짓을 저지른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은 인질을 강간하고, 난자하고, 토막내고, 그 피를 마시는 등 보통 사람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들을 저질렀다. 그것도 열 번, 스무 번. 다른 상대를 골라가며, 혹은 충동적이고 우발적으로. 근데 이들은 공통점은 보통 사람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들을 꾸준히, 상상해오며 잔혹하고 끔찍한 환상을 키워왔다는 것이다. 수없이 머릿속으로 반복했던 환상을 현실로 실현할 때는 이미 모든 것이 친숙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왜 이런 환상을 키우게 됐을까, 라는 문제로 돌아가면. 결국에는 불우한 어린시절과 연관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충동적이고 정신이상적으로 살인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가정이 가난하고, 부모에게서 학대받거나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사람을 기피하는 사람이 많으며, 계산적이고 조직적으로 살인을 하는 사람들은 중산층에서 자랐을지라도 체벌에 일정한 규칙이 없어서 무슨 짓이든 맘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며 사람이 많다고 한다. 물론 이런 환경이라고 모두가 살인범이 되는 건 아니지만. 이 책에 나오는 살인범 어느 누구도 따듯한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을 맘껏 받으며 자랐다고 한 사람은 없었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줄 줄도 안다는 말이 있다. 어려부터 학대와 무시를 당하고, 소외감만 맛보면서 자란 사람에게 바르게 자랐어야 한다고 말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애정어린 말과 따듯한 품, 자신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 - 이런 것들을 사람으로부터 느끼지 못한 사람이 사람을 인격체로 대할리 없다. 결국에 모든 문제는 사랑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 똑같은 환경이라도 훌륭하게 자라는 사람도 있어, 라는 말을 하기보다는 아이에게, 사람들에게 진심어린 사랑을 보여주는 사람이 늘어나야 범죄도 점점 줄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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