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의 나라
조너선 캐럴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책을 덮고 나서 든 생각은 아, 이 낯설음은 뭘까, 였다. 모든 장르 중 하나의 장르만이 남아야 한다면 그것은 무조건 문학이 돼야 한다고 믿고, 문학을 좋아하고, 상상의 세계와 허구, 그것을 통해 겪는 감정의 정화를 좋아하는 나이지만. 이 소설은 무척 낯설었다. 재미 있게 읽었고, 마지막 장을 덮으며 소름도 끼쳤는데, 막상 이게 어떤 책이냐고 말해주려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이랄까.

내 식대로 해석하자면 결국엔 문학의 힘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닐까 싶었다. 엄청 유명한 배우인 아버지 덕에 언제나 그 그늘 밑에 가려져 살아온 주인공 애비가 마치 아버지처럼 좋아하고 열광하는 작가 마셜 프랜스의 전기를 쓰러 「웃음의 나라」의 배경이 된 게일런에 간다. 역시 프랜스 덕에 알게 된 색스니와 함께. 그리고 그곳에서 겪게 되는 기이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개가 말을 한다거나 아이가 차에 치어 죽어도 슬퍼하기는커녕 아이가 차에 치일 때 웃고 있었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가 중요하게 여겨진다거나. 하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 게일런. 마지막 결말을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고 아무튼 주인공이 웃음의 나라에서 빠져 나오고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리고 그토록 아버지를 미워하고 싫어하던(사실은 좋아하는 거였겠지만.) 애비가 진짜 아버지의 전기를 쓰고 있다,는 후기에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애비가 웃음의 나라, 게일런으로 가 그속에서 겪은 일들은 과연 실제였을까. 게일런에서 벌어진 이야기들은 애비가 프랜스의 이야기에 홀딱 빠져 겪게 된 하나의 심리적인 동요들, 환상들에 불과하지 않았을까. 작가는 애비가 이야기 속에 빠져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를 다 겪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의 아버지를 마주볼 수 있게 됐음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을 아니었을까. 그 길에 이르기까지 애비는 힘들게 책속으로 파고들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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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6-12-26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팀 버튼 감독 이안 맥그리거 주연의 <빅 피쉬>라는 영화가 연상되는 소설이네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6-12-27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보지는 못했지만, 비슷한 느낌일 것 같아요.:)
 



아침 출근길에 다시 만난, 애교쟁이 고양이. 어디선가 또 "니야아옹"하는 소리가 들리길래 보니까 예의 그 고양이였다. 손을 내밀자 여전히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다가와 앵겼다. 마치 가지 말라는 듯 가는 내 앞길을, 내 다리를 부비며 도는 통에 걸음이 늦어졌고 어느 지점까지만 따라와주었다. 배웅하듯.

그렇게 두 번을 만났는데, 두 번째 만났을 때 찍은 사진. 혹시 사람의 영혼인가 싶게. 신기했던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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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 2006-12-25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넘 귀여운 고양이에요. 원래 고양이는 사람을 잘 피하는데, 어떻게 다가왔을까? 좀 놀랐아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6-12-26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 귀엽죠? ㅎㅎㅎ 가끔 사람을 잘 따르는 고양이들도 있더라고요.

잉크냄새 2006-12-26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화 신었나 잘 보세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6-12-26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핫 잉크냄새 님의 발상, 넘 귀여워요. 꺄르르.
 

 

#1.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스포일러가 있을라나?)

무료 예매권이 생겨서 일요일 한낮 사람들로 바글거리는 극장을 찾았다. 원래 혼자서 영화 보러 잘 다니는 데다 영화 스타일에 따라 혼자 보기를 더 선호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연인들이 꽉 들어 찬, 시간에 혼자 영화를 기다리는 기분이란.... 쫌 멀쭘했다.

영화를 보면서 조금 울었다. 다들 너무 다정해서. 싸이보그라서 밥 먹으면 안 되는 영군에게 일순이 밥 먹이는 장면, 정신병원 식구들 모두 한마음으로 그것을 지켜보던 안타까움과 공감대. 일순이 종이컵 전화기로 영군에게 요들송 불러주고 영군이 붕붕 날아오르는 장면, 울먹거리며 알아들을 수 없는 영군의 말을 알아들으려 애쓰는 일순. 어느 로맨틱 코미디보다 로맨틱했다, 영화가 생각하면 좀 난해한데 그냥 재밌게 보면 러브스토리다.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건 역시 사랑밖에 없다는 거, 영화 보면서 내내 이 커플 부러웠다. 치.

일순이 점으로 소멸되기 싫다,고 소멸되지 않으려고 남의 것을 훔친다는 대사는 나 충격적이었다. 그래, 두렵구나. 두려워서 그러구나 싶어서. 존재감을 잃고 싶지 않아서 엉뚱하게 구는 인간이 일순뿐이랴. 그리고 엄마 같던 할머니가 그 좋아하는 무도 먹을 수 없게, 틀니도 없이 정신병원으로 끌려가는 모습. 그 모습을 본 영군이 충격을 받은 건 당연하지 싶었다. 여린 마음에 상처와 눈물을 담기보단 싸이보그가 되는 게 낫겠지.

 

#2. 바비 킴 2집

오늘 바비 킴 2집이 도착했다. 여름에 나온다고 한 앨범이 12월에야 나왔으니 한 4~5개월은 기다린 것 같다. 20,30퍼센트 대중적인 느낌이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좋다. 그의 목소리와 노래.

처음엔 누군지도 몰랐고 몇 번 듣고도 좋은지 잘 몰랐었는데 처음 감동이 징-하고 왔던 순간은 또렷하게 기억난다. 불을 끄고 음악을 틀어놓고 누워 있었다. 무슨 노래인지 기억 안 나는데 그 노래 듣다가 울어버렸다. 아, 이 사람 인생이 참 고달팠겠구나,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느낌이 들었었다. 그 음악을 듣던 순간에는 세상에 캄캄한 어둠과 바비의 목소리와 나밖에 없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고 나서는 정말 '팬'이 됐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 이 사람은 딱, 마이너다, 그런 느낌. 슬프지만 희망과 긍정의 정서가 스며 있는 느낌이 든다. 누가 뭐래도 내 길을 가겠다는 곤조. 음악이 내 인생이다, 하는 절박함., 자기 일을 즐기면서 오는 여유와 위트. 그런 것이 한데 뒤엉켜 있어서 다시 들어도 또 새롭다. 그리고 십년 넘는 기간 동안 언더를 벗어나지 못한 자신에게 늘상해오던 말이었겠지만. 성공을 못해도 돈을 못 벌어도 그래도, 공부를 못해도, 매번 실패해도, 그래도 괜찮아, 괜찮아, 그래도 또 한번 가보자, 하는 것 같다. 괜찮으니까 우리 웃으며 가자고. 그렇게 위로해 준다.

한마디로 '인생을 아는 것' 같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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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둘을 만났다. 어느 지점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대학시절 서로에게 상처받았던 기억을 끄집어냈다. '상처'라고 해봤자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유치하고 웃음이 나올 뿐인 이야기였지만. 정말 신기했던 것은 상처를 준 사람은 그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상처를 받고 속으로 가슴앓이를 했던 사람은 그것을 아주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재밌는 사실은 마음이 상해서 상대에게 그것에 대해 말.을.했.을.경우- 자제해달라든가 그 일로 내가 얼마나 속상했는지 아느냐 등. 그렇게 속을 털어놓은 경우에는 상처 받은 본인도 그 일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기억하거나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아, 말을 한다는 것. 나의 억울함과 슬픔과 분노를 표.현.한.다.는. 것. 그것에는 그 자체로 '치유'의 효과가 있었다.  

우리는 내내 "어, 정말? 내가 그랬어? 이상하다...... 기억 안 나는데?" "뭐가? 내가 얼마나 맘이 상했었는데 그걸 기억 못 한단 말이야?"와 같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러면서 그 유치찬란한 기억과 상처를 떠올리며 정말, 유쾌하게 웃었다. 이제는 그런 일쯤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을 정도로, 우리는 그만큼 성장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 시절의 우리가 그만큼 여리고 약하고 유연하지 못했던 것이리라.

언제 나이가 이렇게 됐지, 라고 말하면서 그 시절이 어제 일 같다고 하지만. 그 세월의 간격만큼 우리는 성숙하고 유연해졌다. 말을 가려 들을 줄도 알게 되었고, 나의 약점을 농담으로 삼아도 나에 대한 비난이 아닌, 농담 자체로 받아들일 줄 알게 되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속으로 끙끙 앓으며 다른 식으로 퉁퉁 불만을 튕겨내는 대신 공손하고 자연스럽게 "내 마음이 이러이러해서 아팠어."라고 표.현.할.줄.알.게.되.었.다. 내가 가진 분노와 상처는 표현하지 않으면,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표출돼 나와 상대를 괴롭히게 된다는 걸.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그래서 좋은 건 이런 거다. 우리의 마음은 더 깊어지고 그러면서 타인의 마음도 더 많이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나의, 지금 우리의 모습이, 부쩍 성장한 우리의 모습이 아주 흐뭇하고 좋고 감사하다. 나이 어린 사람의 성숙함은 슬프지만 나이에 걸맞은 성숙은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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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6-12-07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서신 건가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6-12-07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아직 거울 앞에 설 나이와 경지는 아니랍니다,ㅋ
 

 

 꿈꾸는 나비

                            -3호선 버터플라이

 

나비야 두터운

니 과거의 슬픔을 뚫고


가볍게 아주 가볍게

날아라


깊은 밤길에

나앉은 여인의


눈물 자욱한

담배 연기를 마시고


꿈을 꿔도 모든 걸

뒤엎을 순 없어


그래도 넌 꿈을 꿔


단 한 번 아름답게

변화하는 꿈


천만 번 죽어도

새롭게 피어나는 꿈


돌고 돌아와

다시 입맞추는 사랑


눈물 닦아주며

멀리멀리 가자는 날갯짓


꽃가루 반짝이며

밝고 환하게


한 번의 꿈만으로

모든 걸 뒤엎을 순 없어


그래도 넌 꿈을 꿔


단 한 번 아름답게

변화하는 꿈


천만 번 죽어도

새롭게 피어나는 꿈


돌고 돌아와

다시 입맞추는 사랑


눈물 닦아주며

멀리멀리 가자는 날갯짓


꽃가루 반짝이며

밝고 환하게


나비야 깊은 밤

달리는 택시의


부릅뜬 눈을

잠재우고서


날아올라

깊은 밤 멀리 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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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데려가는人 2006-12-04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 한 번 아름답게 변화하는 꿈, 천만 번 죽어도 새롭게 피어나는 꿈 ->이 부분이 제일 좋다 :)

잉크냄새 2006-12-05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꿈이 뭘까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6-12-06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 한 번 아름답게 피어나는 꿈,이요. 꿈을 꿔도 모든 걸 뒤엎을 순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