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스포일러가 있을라나?)

무료 예매권이 생겨서 일요일 한낮 사람들로 바글거리는 극장을 찾았다. 원래 혼자서 영화 보러 잘 다니는 데다 영화 스타일에 따라 혼자 보기를 더 선호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연인들이 꽉 들어 찬, 시간에 혼자 영화를 기다리는 기분이란.... 쫌 멀쭘했다.

영화를 보면서 조금 울었다. 다들 너무 다정해서. 싸이보그라서 밥 먹으면 안 되는 영군에게 일순이 밥 먹이는 장면, 정신병원 식구들 모두 한마음으로 그것을 지켜보던 안타까움과 공감대. 일순이 종이컵 전화기로 영군에게 요들송 불러주고 영군이 붕붕 날아오르는 장면, 울먹거리며 알아들을 수 없는 영군의 말을 알아들으려 애쓰는 일순. 어느 로맨틱 코미디보다 로맨틱했다, 영화가 생각하면 좀 난해한데 그냥 재밌게 보면 러브스토리다.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건 역시 사랑밖에 없다는 거, 영화 보면서 내내 이 커플 부러웠다. 치.

일순이 점으로 소멸되기 싫다,고 소멸되지 않으려고 남의 것을 훔친다는 대사는 나 충격적이었다. 그래, 두렵구나. 두려워서 그러구나 싶어서. 존재감을 잃고 싶지 않아서 엉뚱하게 구는 인간이 일순뿐이랴. 그리고 엄마 같던 할머니가 그 좋아하는 무도 먹을 수 없게, 틀니도 없이 정신병원으로 끌려가는 모습. 그 모습을 본 영군이 충격을 받은 건 당연하지 싶었다. 여린 마음에 상처와 눈물을 담기보단 싸이보그가 되는 게 낫겠지.

 

#2. 바비 킴 2집

오늘 바비 킴 2집이 도착했다. 여름에 나온다고 한 앨범이 12월에야 나왔으니 한 4~5개월은 기다린 것 같다. 20,30퍼센트 대중적인 느낌이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좋다. 그의 목소리와 노래.

처음엔 누군지도 몰랐고 몇 번 듣고도 좋은지 잘 몰랐었는데 처음 감동이 징-하고 왔던 순간은 또렷하게 기억난다. 불을 끄고 음악을 틀어놓고 누워 있었다. 무슨 노래인지 기억 안 나는데 그 노래 듣다가 울어버렸다. 아, 이 사람 인생이 참 고달팠겠구나,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느낌이 들었었다. 그 음악을 듣던 순간에는 세상에 캄캄한 어둠과 바비의 목소리와 나밖에 없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고 나서는 정말 '팬'이 됐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 이 사람은 딱, 마이너다, 그런 느낌. 슬프지만 희망과 긍정의 정서가 스며 있는 느낌이 든다. 누가 뭐래도 내 길을 가겠다는 곤조. 음악이 내 인생이다, 하는 절박함., 자기 일을 즐기면서 오는 여유와 위트. 그런 것이 한데 뒤엉켜 있어서 다시 들어도 또 새롭다. 그리고 십년 넘는 기간 동안 언더를 벗어나지 못한 자신에게 늘상해오던 말이었겠지만. 성공을 못해도 돈을 못 벌어도 그래도, 공부를 못해도, 매번 실패해도, 그래도 괜찮아, 괜찮아, 그래도 또 한번 가보자, 하는 것 같다. 괜찮으니까 우리 웃으며 가자고. 그렇게 위로해 준다.

한마디로 '인생을 아는 것' 같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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