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그렇게 나쁘지는 않지만, 그리 썩 좋지도 않음


 처음에 어쩌다 이 영화를 선택하여 보았던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저녁을 차린 후 뭔가 보면서 먹으려고 한참 OTT에서 영화를 찾아보다가, 어쩌다 딱 걸렸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등장인물이 많은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고, 약간 추리물 같은 느낌이 들어서 괜찮았다. 전체적으로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보면 중요한 포인트들의 개연성이 떨어지고, 굳이 왜 저런 전개를 선택했나 하는 지점들도 있고, 등장인물들이 너무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측면들도 있고 등등등 이래저래 단점들이 꽤 많기는 하다. 결론은 사실 너무 뻔한 이야기라 당연히 그렇게 될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이런 뻔한 지점들과 여러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냥 괜찮게 봤다. 아마 큰 기대가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1. 등장인물


 함께 자살하기 위해 폐병원으로 모이는 아이들. 뒷문 비번을 누르고 들어와서 입구에서 금고를 열고 그 안에 있는 번호가 적힌 팻말을 순서대로 가져오는 것이 규칙. 그래서 들어온 순서대로 번호를 매기게 되는데, 나중에 뒤에서 밝혀지지만, 실제로는 먼저 들어온 사람들 중 일부가 뒤쪽 팻말을 갖게 되면서 그 사이에 몇몇 일들이 있었던 것을 추리를 통해 풀어내게 된다. 일단은 팻말에 적인 번호 순으로 등장인물을 알아보자.


제로: 팻말이 없는 사람. 처음 모습을 드러낼 때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의식이 없는 상태로 존재한다. 1번 침대에 누워 있는 상태로 발견된다. 다수의 수면제를 복용한 것으로 보이는 상태였다. 가장 먼저(사실은 운영자가 이 방의 잠긴 문을 먼저 열었지만, 운영자가 뭔가 확인하기 위해 나간 사이에, 1번 침대를 차지하고 있었음) 자살(영화 속 표현은 안락사)을 실행할 방(아마도 회의실로 보이는 넓은 방의 가운데 큰 탁자가 있고, 탁자를 둘러싸고 12개의 침대가 놓여있음)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고, 번호가 없어서 편의상 제로라고 부르기로 함


1번: 사토시. 배우는 타카스기 마히로. 안경을 낀 샤프한 이미지의 남학생. 흰 교복 와이셔츠를 입었음. 이 모임의 주동자이자, 함께 안락사 할 청소년들을 모으는 사이트의 운영자. 영화 후반의 언급을 보면 이미 여러차례 이런 행사를 가졌음. 그러니까 몇 차례 안락사를 위한 모임이 있었지만, 모두 도중에 안락사를 포기하고 살아서 헤어졌다는 뜻. 폐병원 뒷문 비밀번호와 금고 번호를 포함 이 모임 전체 규칙을 알려주고, 모든 것을 준비한 사람. 사실 이 폐병원은 아버지가 운영했던 병원. 아버지도 자살.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았었다고. 형이 의대에 떨어져서 형과 엄마가 동반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 각각 다른 친척에게 맡겨졌다고 함. 그래서 함께 자살할 청소년들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함.


2번: 켄이치. 배우는 후치노 유토. 검은 재킷의 교복을 입은 남학생. 왕따였기 때문에 자살을 선택했다고 함. 왕따를 주도하고 시작한 사람이 담임 선생이었다고 함. 부모님께 전학을 요청했으나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고. 제로의 존재를 이유로 곧바로 안락사를 실행하는 것에 반대 의견을 냈음. 이 모임의 규칙 상 한 명이라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실행을 보류하고 전원이 합의할 때까지 대화를 나눠야 함. 만약 안락사를 포기하는 사람이 나오면, 그 사람은 그 자리를 떠날 수 있고, 남음 사람들이 모두 동의하면 안락사를 실행할 수 있음. 맨 처음 찬반을 물었을 때 2번이 반대했기 때문에 제로의 존재에 대해 논의하고 추리하기 시작함.


3번: 미츠에. 배우는 후루카와 코토네. 짙은 화장에 밝은 분홍색으로 머리카락을 염색한 여학생. 보라색 꽃이 달린 머리띠를 하고, 전체적으로 화려한 옷차림(옷에도 보라색 꽃들이 달려있음). 고쓰로리 스타일이라고 부른다고 함. 비슷한 분위기로 분장한 연예인(아마도 락밴드의 보컬로 추정되는)이 먼저 자살했기 때문에 따라서 죽으려고 함. 먼저 죽은 연예인이 좋아했던 담배를 따라서 피우지만, 기침만 할 뿐 금방 꺼버림.


4번: 료코. 배우는 하시모토 칸나. 배우가 일본에서 천년돌(천년에 한번 나올만한 아이돌?)이라 불리는 미모라서 그런지, 아이돌 역을 맡았음. 처음에는 비니 모자와 흰 마스크로 얼굴을 모두 가리고 있었음. 나중에 모자와 마스크를 벗자 모두가 유명한 하이틴 스타을 알아보고 놀랐음. 건물 밖 벤치에서 여러 개비의 박하향 담배를 피웠고, 흡연실에서도 담배를 피웠음. 3번 미츠에는 료코가 연예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로 계속 안락사 실행을 반대하는 입장으로 돌아섰음. 료코가 자살을 포기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함.


5번: 신지로. 배우는 아라타 맛켄유. 검은 비니 모자에 검은 테 안경을 쓴 남학생. 검푸른색 재킷의 교복을 입었다가 나중에는 재킷을 벗음. 아마도 불치병으로 추정되는 큰 병을 어려서부터 앓았고, 계속 병실에서 지냈다고 함. 한 달 후 혹은 일 년 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태로 사는 것보다는 죽음을 본인의 의지로 선택하기 위해 참가함. 나중에 가발을 썼다는 사실을 밝히고 자신의 민머리를 보여줌. 어려서부터 병실에서 추리소설을 주로 읽었고, 부모가 경찰이라고. 탐정 역할의 캐릭터.


6번: 메이코. 배우는 쿠로시마 유이나. 올백으로 머리를 넘겨 머리끈과 핀으로 고정한 여학생. 자주 짜증을 내는 편. 아버지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임. 본인이 자살하면 아버지가 자신의 생명보험으로 빚을 갚게 하려고 참여함. 전형적인 답답이 캐릭터.


7번: 안리. 배우는 스기사키 하나. 긴 생머리에 귀가 약간 뾰족해 보이는 여학생. 교복은 아니고 상복 느낌의 약간 독특한 검은 옷을 입고 있음. 자신만만하고 당당한 태도로 전체 분위기를 휘어 잡는 캐릭터. 7번이라서 길고 큰 테이블에서 1번 맞은 편에 혼자 앉았기 때문에 더욱 분위기를 압도하는 느낌. 그 자리에 배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7번으로 설정했음을 알 수 있음. 청소년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것에 사회적 의미를 담으려고 하며, 함께한 아이들이 모두 자신의 뜻에 따라 죽음을 선택한 것처럼 유서를 적어놓고 왔다고 밝힘. 나중에 큰 화상을 입었다고 고백하며 다리의 흉터를 보여줌. 자신이 4살일 때, 태어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남동생이 화재로 사망함. 당시 엄마는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고, 전혀 자식들을 보살피지 않았음. 그날도 어쩌다 들어왔다가 담배를 피우고 나가면서 불이 난 것. 자신과 같은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어른들에게 항의하는 의미로 자살을 선택.


8번: 타카히로. 배우는 하기와라 리쿠. 하늘색 셔츠에 남색 조끼를 입은(아마도 교복?) 남학생. 말을 더듬는 증상으로 괴로워 함. 어려서부터 엄마가 어린이에게 주어서는 안 될 수면제와 신경안정제  등 많은 약을 먹였기 때문으로 추정함. 자신이 온갖 종류의 수면제와 신경안정제 등을 먹어왔기 때문에 제로의 주변에 버려진 수면제로는 죽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줌. 말 더듬는 현상이 평생 낫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자살을 선택했다고 함.


9번: 노부오.배우는 키타무라 타쿠미. 검은테 안경을 쓰고 흰 셔츠를 입은 남학생. 아마도 처음엔 입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베이지 색 재킷을 손에 들고 다님. 1년 전에 자신을 왕따 시킨 주동자를 계단에서 밀어서 죽였음. 그러나 단순 사고로 처리되었고, 주동자가 없어진 덕분에 왕따에서도 벗어났음. 하지만 본인은 양심의 가책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선택했음. 영화 중반에 가장 먼저 자살을 포기함. 자살하기 전에 먼저 경찰에 자수하기 위해서라고 밝힘.


10번: 세이고. 배우는 반도 료타. 이런 영화에 꼭 한 명은 등장해야 할 양아치 캐릭터. 노랑 머리에 얼굴에 옅은 흉터가 있는 남학생. 분홍색 티셔츠 위에 남색 셔츠를 입고 단추를 잠그지 않은 차림. 목걸이를 두 개나 걸고 있으며 귀걸이도 하고 있음. 흡연자로서 박하향 담배를 피운 4번 료코를 확인함. '바바'라고 부르는(아마도 계모? 할머니?)이가 자신의 생명보험을 들어놓았는데, 1년 안에 자살을 해야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자살을 선택함. 1년이 지나면 자신이 쥐도 새도 모르게 죽게 될거라고 함. 


11번: 마이. 배우는 요시카와 아이. 금발의 여학생. 흰 와이셔츠에 남색 리본을 맨 교복 차림. 흰 곰인형을 안고 다님. 소위 말하는 갸루 소녀. 비교적 밝은 성격이며 활발하게 다른 아이들과 소통하는 편. 자살을 선택한 이유는 헤르페스 때문. 심각한 병은 아니지만 평생 낫지 않기 때문. 온라인으로 만난 어떤 아저씨 때문에 헤르페스에 걸렸다고 함.


12번: 유키. 배우는 타케우치 아이사. 붉은 색 계열의 체크무니 셔츠를 입고 안에 흰 티셔츠를 입은 여학생. 대체로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숙이고 있음. 교통사고를 당해서 몸이 좋지 않은 상태. 사실 제로는 유키의 오빠이며, 둘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했고, 오빠는 식물인간 상태가 되었음. 차라리 둘이 함께 죽으려고 오빠를 데려왔다가 정체 모를 한 사람이 먼저 죽어있는 것으로 오해하여 이 모든 일이 시작되었음. 자상한 오빠가 자전거를 태워줬는데, 장난으로 오빠가 목에 건 목도리를 잡아당기다가 차에 치여 사고를 당했기 때문에 자신이 오빠를 식물인간으로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빠져있음.



2. 실제 도착 순서


가장 먼저 도착한 아이는 7번 안리였음. 그는 청소년들의 단체 자살로 어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사건으로 포장하려는 의도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일찍 와서 옥상에 자리를 잡고 이후 도착하는 아이들을 관찰하기 시작함.


그 다음으로 도착한 아이는 9번 노부오. 그도 도착하자마자 옥상으로 와서 죽기 전에 하늘을 보려고 했으나, 옥상에서 안리와 만나 대화를 나눔. 그때 세번째로 도착한 아이가 12번 유키였음. 유키는 자신의 오빠인 제로를 휠체어 태워 데리고 왔음. 


여기서 첫번째 문제점. 식물인간 상태의 사람을 휠체어에 앉혀 데리고 올 수 있나? 일단 식물인간이라면 스스로 호흡을 할 수 없고, 호흡기를 떼는 순간 사망해야 함. 그리고 식물인간이 휠체어에 앉아 있을 수 있을까? 바닥으로 쓰러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앉아 있으려면 의식이 있어야 함. 아니면 휠체어에 묶어 둬야 하는데, 영화엔 그런 묘사는 없음.


폐병원의 뒷문으로 들어오는 통로가 좁아서 휠체어는 들어오지 못하고, 유키는 노부오와 안리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모습을 감춰버림. 이때부터 약간 코메디 같은 좀 이상하고 억지스러운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함.


그 다음에 도착한 아이는 4번 료코. 하이틴 스타인 그는 일찍 나서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붙잡히기 때문에 남들보다 훨씬 일찍 도착해 나무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시간을 보냈음.


아, 이 다음 순서는 잘 기억이 안 나네. 일단 제로를 옮기고 숨기고 어쩌고 하는 상황들이 대체로 좀 억지스럽고 별로 개연성이 없음. 그냥 별 것도 아닌 것으로 추리물 비슷한 것을 억지로 짜내는 느낌. 하지만 맨 처음에 언급한 것처럼 나는 큰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모든 것을 다 감안하고 볼 만 했음.


3. 결론


사실 후반부에 신지로의 추리로 모든 사실이 다 밝혀지고, 갑자기 분위기가 자살을 중단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좀 많이 억지스러운데, 그냥 그러려니 하고 보았음. 특히 안리가 강경하게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다가 별로 납득할만한 이유가 없는데도 그냥 받아들이는 모습이 제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음.


처음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한참 시간이 지나서 올해 갑자기 이 영화를 다시 찾아보았음. 아마 안리 역의 배우와 마이 역의 배우가 출연한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다가 이 영화에 이 두 사람이 나왔었네 하고 놀라며, 이 영화의 내용이 거의 기억이 안 나서(워낙 별게 없어서 기억이 안 난 것이었겠지만) 다시 보았음. 두 번째 보면서 이 영화에 대해 기록을 남겨둬야 나중에 또 기억이 안 난다고 세번째로 보지 않겠지 하는 마음으로 이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일단 너무 전형적이기도 하고, 크게 의미 없이 등장인물을 많이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나는 그래도 이렇게 여러 인물들이 얽히고 설키며 벌어지는 상황을 좋아하는 편이라 등장인물이 많은 것은 좋았다. 후반의 너무 급한 마무리와 크게 의미 없는 추리 부분, 전체적인 개연성을 조금 더 보완했더라면 범작에 가까운 수준이 될 수 있지도 않았을까 싶다.


4. 원작


찾아보니 놀랍게도 원작 소설이 있었다. 소설을 쓴 사람은 우부카타 도우 라고 나온다. 아마도 필명인 것 같아서 검색해보니 재일 한국인 3세라고 나온다. SF 작가라고 나오고 알라딘에도 몇 개의 시리즈물이 나온다. 그런데 이 영화와 제목이 같다는 원작은 알라딘에는 보이지 않는다. 구글에 검색해도 책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 번역되지 않은 모양이다. 이래저래 검색어를 바꿔가며 찾아보니 어떤 블로그에 일본어 원서를 읽은 평이 나온다. 그 블로그에는 아주 혹평을 적어 놓았더라. 별 10개 만점 기준으로 달랑 별 1개를 줬다. 원작이 그래서 영화도 이 모양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뭐 내가 직접 읽어보지 않았으니 단정 지을 수 없겠지.


일단 이 우부카타 도우라는 사람이 SF 작가라는 사실을 알았으니, 언젠가 그의 SF 소설을 읽을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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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바쁜 날들을 보내느라 알라딘에 엄청 오랜만에 들어왔다. 가끔 새벽이나 아침에 폰으로 북플을 열어보기는 했지만, 글을 쓴 여유는 없었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다. 차분히 앉아 자판을 두드릴 여유가 생기면 쓰려고 남겨 놓은 메모가 엄청 쌓여있다.


일단 내일 아침에 달리기 대회에 참여한 후에 모레쯤 그 이야기를 제일 먼저 쓰지 않을까 싶다. 거기에 덧붙여 몇 가지 이야기 꺼리를 하나의 글로 묶을지도 모르겠다. 


작년 9월 초에 첫 대회에 나간 이후 이번이 5번째 대회다. 지금까지는 참가비도 내고 일부러 대회에 나가는 만큼 어떻게든 기록 갱신을 위해 노력했었고, 그래서 가능하면 열심히 대회 준비를 하곤 했었다. 이번에는 정말 너무 바쁘고 피곤한 날들이 이어져서 제대로 대회 준비를 못했다. 정말 어쩌다가 시간이 나서 어제 약 6킬로미터 정도를 달린 것이 유일한 연습이었다. 과연 내일 잘 달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냥 평소 실력을 한 번 테스트 해 본다는 의미로 뛰어야겠지. 다만, 내일 아침에 비가 올 거라는, 그것도 제법 올 거라는 주체측의 연락을 받고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비를 맞으며 제대로 달려 본 적이 없어서 첫 경험이 될거라는 기대와 비 때문에 평소 실력조차 제대로 발휘 못하고 폭싹 망하는 결말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뭐, 지금와서 달리 방법이 없으니, 그저 챙길 수 있는 준비물만 잘 챙기는 것으로. 우비와 여벌 옷과 수건 등 준비물을 잘 챙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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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9-27 15: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사히 완주하세요!

감은빛 2025-10-06 02:42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덕분에 무사히 완주했어요. 기록도 좋았어요.

카스피 2025-09-28 0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음 일종의 클로즈드 써클 추리소설을 영화한 작품이네요.일본에는 이런 종류의 추리소설이 많은 편인데 비슷한 내용의 책들이 국내에도 많이 번역되어 있지요.
한가지 특이한 점은 우리의 경우 청소년들이 죽는 내용의 작품이 그닥 없는데 일본은 학교 폭력이나 이지메등이 만연해서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는지 중고생들이 등장해서 살육파티를 벌이는 작품이 의외로 많은 것 같습니다.

감은빛 2025-10-06 02:44   좋아요 1 | URL
요런 이야기를 클로즈드 써클이라고 부르는군요.
그렇네요. 일본에 이런 비슷한 이야기가 좀 많은 것 같아요.
우리도 이제는 점점 청소년들이 죽고 죽이는 이야기가 많아질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말씀처럼 그랬지만,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잉크냄새 2025-10-06 21:59   좋아요 0 | URL
페이퍼를 읽으면서 배틀로얄이 먼저 떠오른 건 우연이 아닌 것 같군요.
 

여름의 끝자락


입추도 지나고 처서도 지났건만, 이 놈의 더위는 식을 줄을 모른다. 왜 우리 집은 이렇게 더운걸까? 그나마 해가 지고 나면 바깥은 좀 시원한 느낌이 드는데, 집에만 들어오면 여기는 그냥 찜통이다. 한창 더울 때에는 온 세상이 찜통이었는데, 그나마 이젠 세상은 조금 시원해졌다. 세상이 시원해지면 뭐하나, 밖에서 잠을 잘 수는 없지 않은가. 아, 예전에 80년대, 90년에는 여름에 집 밖에 돗자리 깔고 잠을 자기도 했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집집마다 돗자리 깔고 자는 장면이 나왔었다. 역대 가장 더웠던 여름인 94년이 배경이라 그 장면이 나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암튼 요즘 시대에 밖에서 잠을 잘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집에서 좀 제대로 자고 싶은데, 계속 잠을 제대로 못 자니 일상생활에 영향이 크다.


지난주에 어느 모임 진행을 맡아서 여는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에게 간단한 그림을 그리도록 했다. 주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여름 휴가, 다른 하나는 나만의 폭염 대책. 휴가를 다녀온 사람은 휴가 상황이나 여행지의 특징을 잡아 그리도록 안내했고, 아직 휴가를 못 갔지만 갈 예정인 분들은 가기로 한 곳이나 가서 할 일을 그리고, 아직 예정도 없는 분들은 원하는 휴가를 그리시라고 했다. 두번째 주제는 여름 내내 나의 고민이자 극복하기 어려운 어려움이었기 때문에 다른 분들은 과연 어떻게 이 폭염을 견디고 버티고 계신지 궁금했기 때문에 넣었다. 이날 확실히 느꼈는데, 내 주변 지인들은 여전히 에어컨이 없거나, 있어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는 것. 이 유래 없는 더위에 정말 신기한 일이다. 대체로 창문을 활짝 열고 선풍기를 이용하는 것, 자주 샤워하고 아이스 팩을 이용하는 것 등의 방법들이 나왔다. 나도 몇 년째 이용하고 있는 방법들인데, 뭔가 새롭고 신박한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조금 있었는데, 그런 방법이 나오지는 않았다.


사실 나만의 폭염 대책 중 하나는 야근이다. 퇴근하고 바로 집에 가면 집이 너무 뜨거운 찜통이기 때문에 늦게까지 시원한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서 버티는 것이다. 신기하게 일터 사무실은 상대적으로 시원한 편이다. 낮에는 에어컨을 켜야 하지만, 해가 진 후에는 굳이 켜지 않아도 괜찮은 편이다.


케틀벨 운동 모임


운동모임을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나 세달째 들어갔다. 처음에는 케틀벨 운동을 알려달라는 요청을 거부하지 못해 약간 마지못해 시작한 느낌도 있었는데, 한번 두번 모임을 이어가면서 나도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확실히 느낀 것은 주제가 무엇이든 사람들 앞에서 열심히 떠드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 나는 이런 사람이었구나 싶었다. 참여하는 분들도 내가 차분하게 자세히 잘 알려준다는 점을 얘기해줬다. 한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모임이 나에게 충분한 운동을 할 수는 없겠지만, 운동 경력과 체형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에게 맞춤형으로 가르치다보니 티칭 능력은 크게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사실 나는 케틀벨 스윙이라는 쉬운 운동을 제대로 못한 경험이 없어서 50대 언니들이 이 쉬운 동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원인을 바로 알아차리기가 어려웠다. 자세가 틀린 것은 알려줄 수 있지만, 이 자세를 어떻게 교정해야 할 지, 왜 이런 자세가 나오는 지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고, 나도 그 자세를 따라하면서 하나씩 원인을 찾아 교정 방법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다들 가장 큰 과제는 체력 향상이었다. 그래서 조금 힘든 맨몸 운동들을 워밍업으로 넣어서 체력을 확 끌어올리려고 노력했다.


나도 똑같이 힘들게 운동을 했기 때문에 나도 모임 이후에 일부 근육통을 느낄 정도였다. 재미있었다. 그전까지는 이 모임에서 나는 주로 시범을 보여주고, 알려주는 역할에 치중했기 때문에 나로서는 운동이 되지는 않았는데, 이젠 같이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진행하니 나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나와의 운동모임이 다른 참가자들에게도 확실히 재미가 있었던 것인지, 참가자들이 다른 지인들에게 이 케틀벨 운동모임이 너무 재밌다거나, 좋았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는 소식이 나에게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열심히 준비하고 알려주는 입장에서 기분 좋은 소식이다.


12연패 탈출


하필 2주쯤 전부터 막 너무 바빠져서 야구를 보지 못했다. 그전까지 주중 6경기 중에서 대체로 너댓 경기는 보곤 했는데, 이렇게 일주일에 한 경기도 못 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런데 내가 경기를 못 보고 지나치기 시작한 시점부터 롯데 자이언츠는 연패를 시작했다. 12번을 연속으로 내리 진 것은 아니었고, 중간에 두 번 비긴 경기가 있었다. 2무 12패를 하면서 단 한번도 승을 올리지 못했다. 팀이 이렇게 오래 연패를 한 것이 20년 넘은 기록이란 이야기도 들렸다. 당연히 순위도 3위에서 떨어졌다. 5위까지 떨어졌다가 겨우 연패를 끊으면서 다시 4위로 올라섰다고 한다. 


사실 지지난 주엔 너무 바빠 야구를 볼 여유가 없었지만, 지난 주에는 억지로 보려고 하면 볼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계속 연패를 하는 상황에서 야구를 보고 기분이 나빠지고 싶지는 않았다. 지는 경기를 보면 괜히 짜증나고 화가 나는 것이 당연하니까. 이젠 연패를 끊었으니 다시 야구를 볼 수 있을까? 이제부터는 물류창고 야간 일도 다시 시작할 예정이고, 이래저래 맡은 일들도 많아서 점점 더 바빠질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짬을 내어 야구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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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5-08-27 1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롯데가 연패 끊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어떻게 저렇게 지나 싶었는데, 일부러 지려고 해도 저렇게는 안 되겠다 싶었어요. 실책, 호수비 이런 건 진짜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요.

케틀벨은 도장에 있어서 한 번씩 들어보는데 남자분들은 무거운 거 들고 저는 8키로? 이런 거 들고 그럽니다. 7월에 다들 몸 만들거라고 열심히 하더니 요새는 시들시들하네요. 너무 더워서인가봐요.

저도 에어컨 잘 안 틀어요. 에어컨 틀면 몸이 피곤해집니다. 그래도 너무 더울 땐 냥이들 때문에라도 잠깐씩 틀곤 해요. 냥이들도 에어컨 오래 틀면 안 좋아해서 더위 식혔다가 또 뒹굴다가 또 식혔다가 이러죠. 얼른 북태평양고기압, 티벳고기압 둘 중 하나라도 좀 사라지면 좋겠네요. 아니, 북태평양고기압은 중심이 하와이에 있는데 왜 여기까지 와서 가지를 않는지… ㅠㅠ 티벳고기압도 그래요. 티벳고원에서 뭐 먹을 게 있다고 여기까지 와서 한반도에 이불을 덮어주는지… ㅠㅠ

감은빛 2025-10-06 02:47   좋아요 1 | URL
아우! 꼬마요정님. 결국 롯데의 가을야구는 이루어지지 못했네요.
저는 조금 일찍 마음을 비워서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았지만,
막판까지 기대를 걸었던 몇몇 사람들은 정말 크게 실망하더라구요.

케틀벨은 정말 재미있고 효과적인 운동기구입니다.
스윙 외에도 클린과 스내치가 정말 재미있어요.

음 8월에 달아주신 댓글에 대한 답을 10월에 달고 있네요. ㅠㅠ
늘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답이 늦어 죄송해요!

잉크냄새 2025-08-27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케틀벨 운동 모임에는 저도 참여하고 싶네요. ㅎㅎ
싸이클을 열심히 타고 있어서 하체 운동은 괜찮은데 상체 운동은 별도로 하지 않아 케틀벨에 대한 유혹이 글을 읽을 때마다 새록새록 싹틉니다.

감은빛 2025-10-06 02:48   좋아요 0 | URL
잉크냄새님과 함게 운동하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싸이클!! 하체가 튼튼하신 분들 정말 부럽습니다.
싸이클 타는 분들 허벅지는 정말 장난 아니더라구요.

답이 많이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카스피 2025-08-27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입추,처서가 지나서 그런지 한낮의 땅볕에도 서늘한 바람이 가끔씩 부는것을 보니 곧 가을이 올것 같아요

감은빛 2025-10-06 02:50   좋아요 0 | URL
네, 카스피님. 딱 그 무렵부터 조금은 선선해졌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9월에도 꽤 한 동안 덥기는 했지요. ㅎㅎㅎㅎ
늘 카스피님은 바로바로 답을 주셨는데, 저는 한달을 넘겼네요. 죄송합니다!

transient-guest 2025-09-10 0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LA살때 늦게까지 일하고 집에 가면 달궈진 집에 가면 그렇게 덥더라구요. LA지역이 당시 지금 있는 SV지역보다 훨씬 더웠고 처음 살아보니 더욱 죽을 맛이었어요. 싼 아파트라서 시설도 후져서 AC아무리 틀어도 새벽이나 되어야 온도가 떨어져서 첫 여름엔 거의 새벽에 겨우 잠이 들곤 했지요. 그 지역에서 산 몇 년이 너무 트라우마였기에 지금도 잘 안갑니다. ㅎㅎ 그 시기를 버티고 여기까지 왔고 운도 따라주는 등 여러 가지가 모여 지금의 모습으로 살고 있지만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네요.ㅎㅎ 케틀벨이 그렇게 좋다고 하던데 제대로 하기 참 어렵더라구요. 팔에 힘을 빼고 오로지 코어와 엉덩이를 조이는 힘으로 올라가게 하라고 하던데 해보니 10개도 하기 힘들긴 하데요.ㅎㅎ

감은빛 2025-10-06 02:52   좋아요 1 | URL
미국에 살아본 적이 없어서 LA가 얼마나 더운지 전혀 감이 오지 않네요. ㅎㅎㅎㅎ
하지만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집은 새벽이 되어도 온도가 안 떨어집니다. ㅠㅠㅠㅠ

아, 제가 꼭 케틀벨 스윙을 알려드리고 싶네요. 요령을 한번 터득하면 너무 재미있고 좋은 운동인데요.
 

부고


누군가의 부고는 언제나 마음을 무너뜨린다. 그와 얼마나 친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하긴 영화나 드라마, 소설 속 인물의 죽음에도 눈물이 나는데, 현실에서 내가 알던 누군가라면 슬프지 않을 수 없고, 아프지 않을 수 없는 것이겠지. 어제 아침 갑자기 초대된 어느 단체 소통 방에서 누군가의 부고를 접했다. 20년이 훌쩍 넘은 어느 기억이 떠올랐다. 왜 그랬는지는 몰라도 어쩌다 그와 단 둘이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다지 친하지는 않았다. 나는 그의 귀여운 외모 덕분에 나보다 조금 어리다고 여겼지만 사실 동갑이었다. 일터에서의 일상과 당시의 가장 큰 이슈 등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와의 추억은 딱 그 한 순간 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순간들에 함께 있었을텐데, 다른 기억은 전혀 없다. 그렇다고 그 잠깐 그와 나눈 대화가 크게 인상적인 것도 아니었다.


누군가가 장례식장에 화환을 보낸 사진을 올렸다. 화환 뒤 스크린에 그의 사진이 보였다. 짧은 머리에 살이 쏙 빠진 얼굴. 내가 기억하던 그 귀여운 얼굴은 없었다. 급성 백혈병이었다고 했다. 최근 사진이었을까? 왜 더 예뻤던 시절의 사진을 쓰지 않고 굳이 저 사진을 썼을까? 영정 사진은 정말 이쁘게 나온 사진을 썼겠지? 꼭 그랬으면 좋겠다. 마지막 모습은 그의 가장 아름다웠던 사진을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와의 인연은 신입 활동가 교육을 함께 받은 교육 기수로 동기라고 엮인 것과 그 나이와 경력이 다양한 50여명의 사람들 중에서도 동갑이었다는 것. 그것 뿐이었다. 이후로 몇 번의 동기 모임과 동기 누군가의 경조사 모임 외에는 서로 만난 적도, 연락을 주고 받았던 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의 죽음이 너무 슬프고 아팠다. 죽음 이후에 무언가 있다고 믿은 적은 없지만, 이렇게 누군가 아는 이의 죽음을 마주하면 무언가 어떤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언젠가 내가 죽어서 그 곳에, 그게 대체 어떤 곳일지는 상상도 할 수 없지만, 그 어떤 곳에 간다면 거기서 그들을 만날 수 있기를 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뭐 어쩌면 그곳이 있다고 해도 서로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겠다. 나는 그의 20여년 전 귀여운 모습만 기억하고 있을텐데. 그리고 그는 지금 이렇게 늙어버린 내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서로 알아 볼 수는 없겠지. 그럼 굳이 사후에 존재하는 어떤 세계를 바랄 이유도 없겠구나 싶다. 어쩌면 종교는 그래서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보고 싶은데,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을 간절히 보고 싶은 마음이 종교를 만들어버린 것인지도.


휴가


해마다 휴가는 아이들과 부산으로 갔었다. 가끔 다른 곳을 들렀다가 부산으로 가기도 했다. 그래도 어쨌든 부산은 꼭 가야 했다. 여름에는 아버지 생신이 있기도 했고, 부산에는 유명한 해수욕장들이 있기도 하고, 명절에 바쁘게 쫓기는 일정이 아닌 느긋하게 시간을 쓸 수 있는 여름 휴가에 부산을 한번 다녀와야 했다. 아이들은 해마다 그랬기 때문에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녀석들은 방학이 되면 내게 묻는다. 올해는 부산에 언제 가? 하고.   


알바와 친구들 모임 등으로 방학임에도 바쁜 큰 아이와 방학이라 집에만 콕 박혀 있는 작은 아이 일정을 간신히 맞춰서 일정을 정했다. 올해는 여러 사정 상 아주 짧게 일정을 정했다. 비싸디 비싼 KTX 열차표를 왕복으로 예매하고, 부모님께 일정을 말씀 드렸다. 부모님은 양산에 살고 있는 동생네 가족들과도 휴가 일정을 맞췄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휴가가 다가오면서 결국 동생은 휴가를 받지 못했다고 알렸다. 그리고 휴가 직전에 엄마는 허리를 다치셨다. 차라리 표를 취소하고 이번에는 다른 곳에 놀러가거나 하라고 말씀하셨다. 본인이 밥도 제대로 챙겨주지도 못할텐데, 부산에 와있는것이 부담스러우셨던 것 같다. 나는 위약금을 핑계로 그냥 가겠다고 했다. 밥은 사먹어도 되고, 내가 준비해도 되니까 부담 갖지 마시라고 했다. 어차피 며칠 되지도 않고, 낮에는 애들하고 밖에 나가 놀다가 밥 사 먹고 들어올거라고 했다.


그런데 부산에 내려간 날부터 이틀째까지 비가 왔다. 이틀째에는 비가 제법 많이 왔다. 아이들은 나가기 싫어 했고, 어쩔수 없이 집에서 티비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동생네 가족은 첫날 저녁에 왔다. 엄마가 허리를 다쳐 거동을 못한다고 매재가 전복죽을 한 솥을 끓여 가지고 왔다. 그날 저녁에는 매재가 준비한 전복죽을 온 가족이 먹었다. 전복도 엄청 많이 넣었고, 닭 삶은 육수로 죽을 끓인 건강식이었다. 간이 거의 되어 있지 않아서 내 입맛에도 딱 맞았다. 같이 죽을 나눠 먹고 한동안 쉬다가 동생네 가족은 돌아갔다. 동생은 다음 날에도 일을 해야 했다. 큰 조카는 다른 일이 있다고 못 왔고, 작은 조카와 막내 조카를 거의 1년 만에 봤다. 녀석들은 겨우 1년 사이에 키가 많이 커서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작은 조카와 우리 작은 아이는 동갑인데, 우리 아이가 몇 달 빨리 태어나서 부모님은 동갑이라도 손위니까 언니라고 부르라고 했었다. 그래서 요 두 녀석은 오히려 데면데면했다. 묘한 관계였다. 작년까지는 우리 작은 아이가 작은 조카보다 키가 컸었는데, 이번에 보니 작은 조카 키가 조금 더 커 보였다. 작은 조카는 동생보다도 조금 더 컸다. 내 동생도 여성 치고 작은 키가 아닌데. 내가 설겆이를 하다가 그 사실을 말했는데, 동생은 몰랐다며, 그래도 아직은 내가 더 클텐데 하고 말했다. 그리고 남자 아이인 막내 조카도 키가 확 컸다. 우리 큰 아이보다는 아직 작았지만, 나머지 누나들 전부를 추월했다. 역시 아이들은 쑥쑥 자라는구나. 그만큼 나도 더 늙었다는 말이겠지만.


부산에 가니 부모님이 인터넷 업체를 변경하면서 무료로 디지털 티비를 받았다고 했다. 디지털 티비를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리모콘에 넷플릭스 버튼이 있더라. 넷플릭스를 연결해 엄마에게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엄마는 허리가 아파 거실에 앉아 계시기가 힘들었다. 결국 나와 아이들이 넷플릭스로 영화와 드라마를 봤다. 이틀째에는 엄마가 허리 다치시기 전에 사놓은 반찬거리들이 상하기 전에 내가 두어가지 반찬을 만들었다. 그리고 비를 핑계로 하루종일 넷플릭스를 봤다. 이번에는 엄마도 허리가 조금은 나아져서 함께 앉아 보셨다. 나는 엄마와 함께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싶었다. 딱 그 나이 세대의 부모님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사셨는지 드라마를 통해 당시 시대를 추억 하셨으면 했다. 물론 제주도라는 공간적 배경이 달라 감정이입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내 짐작대로 엄마는 재미있어 하셨고, 허리 통증도 잊고 함께 드라마를 봤다. 그러나 드라마는 길었고, 한 3화 정도까지 보시다가 안방으로 들어가 누으셨다. 나와 큰 아이는 이어서 몇 편을 더 봤다. 아이유는 예전 드라마나 영화에는 이지은으로 자신의 본명을 썼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아이유라는 덧이름이 자막에 나왔다. 아이유가 맡은 역할은 우는 연기가 절반 이상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계속 울고 또 울었다. 아, 아이유의 셋째 아들 죽음 장면은 보고 있기가 너무 힘들었다. 눈물을 줄줄 흘리는 큰 아이를 안고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간신히 보았다.


부산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에서는 가져간 태블릿으로 영화를 보았다. 부산으로 출발하기 전날 아무거나 일본 영화 하나를 저장해두려고 했는데 마침 눈에 띈 것이 하마베 미나미 주연의 [사랑하고 사랑받고 차고 차이고]였다. 내용도 모르고 그냥 저장해두었다 돌아오는 기차에서 본 것이다. 알고 보니 원작 만화가 있고, 애니메이션도 있는 작품이었다. 영화는 그럭저럭 볼 만했다. 하마베 미나미와 또 다른 여 주인공은 귀엽고 매력적이었다. 남자 주인공 두 명도 나름의 매력이 있었고, 연기도 제법 괜찮았다. 일본어에 익숙해지려고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계속 보는 중이라 그냥 선택한 것 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영화를 좋아하고 장차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권하는 영화가 바로 [어바웃 타임]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가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일본에서도 그랬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본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나는 [어바웃 타임]의 몇몇 장면들을 떠올렸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인공이 아버지에게 아버지는 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어떻게 쓰셨냐고 묻는 장면이 떠올랐다. 아버지는 책을 읽고 또 읽었다고 했다. 언제든 자신의 특정한 과거로 돌아갔다가 언제든 현재로 돌아올 수 있으니 사실상 거의 무한한 시간을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일텐데, 그 시간을 책을 읽는데 썼다는 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러면서 늘 바쁘다는 핑계로,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책을 읽다 말고 미뤄두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오늘부터는 정말 책을 꾸준히 계속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챙겨갔던 어슐러 K 르귄의 [빼앗긴 자들]을 읽었다. SF 읽기모임에서 함께 읽는 책인데, 서로의 달이자 각자의 지구라는 설정이 정말 인상적이고 재미있었다. 얼른 읽고 인상적인 설정들을 정리해서 책 모임 소통방에 올리고 싶어졌다. 















어제와 오늘은 휴일이지만, 밀린 일들을 해치우기 위해 사무실에 나왔다. 최근 롯데 자이언츠는 7연패를 당했고, 어제는 동기의 부고도 있었고, 내가 기다리고 있는 어떤 소식은 감감 무소식이기도 하고. 이래저래 기분이 축 쳐지고, 일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냥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다고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머리나 좀 식히러 나갔다가, 알라딘 중고 서점에 들러 책을 샀다. 역시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책 사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정보라 작가는 [저주 토끼]를 읽은 후 책이 눈에 띌 때마다 사 모으고 있다. 아직 안 읽은 다른 책도 있는데, 이번에 같이 쭉 읽어야지. 그리고 [도쿄대학 살인사건]은 그냥 집어 들었는데, 책 날개에 비운의 천재 작가라는 소개를 보고 궁금해져서 샀다. 저자 소개글을 읽고 나서 데뷔작 [내 몸을 빌려 드릴까요]도 궁금해져서 검색해보니 여기 매장에는 없었다. 여기 매장에 사토 아유코 작가의 책은 내가 구매한 이 [도쿄대학 살인사건] 하나 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알라딘 앱을 열고 중고 책을 검색했다. 다른 매장 세 곳에 [내 몸을 빌려 드릴까요]가 있었다. 그중 상태가 최상인 책을 장바구니에 담고 잠시 고민했다. 배송료 2,500원을 내고 그냥 주문할 것인가, 아니면 한 두 권을 더 담아 2만원을 넘겨 배송료를 안 낼 것인가. 아, 이놈의 책 욕심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기어코 해당 매장의 책 목록을 넘기며 관심 있는 책이 있는지 살폈다. 한참을 뒤지고 뒤져서 결국 겨우 2만원을 조금 넘긴 금액을 맞추고 책을 주문했다. 


과연 나는 주말 중에 밀린 일들을 다 해치우고 이 책들을 읽을 수 있을까? 아니면 주문해놓은 책들이 올 때까지 결국 책에 손을 댈 여유를 만들지 못할 것인가? 얼른 일을 마칠 수 있으면 [도쿄대학 살인사건]을 먼저 시작하고 싶고, 만약 책이 올 때까지 책 읽을 여유가 없었다면 [내 몸을 빌려 드릴까요]를 먼저 시작하고 싶다. 둘 중 어떤 책을 먼저 시작할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일단 일을 먼저 마쳐야 한다. 아! 이렇게 쓰고 보니 또 일하기가 엄청 싫다. 그렇다. 언제나 일을 하기가 싫은 것이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집중력. 커피나 한 잔 마시고 일을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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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8-16 1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고 부산까지 오셨는데 그놈의 비가....
저도 누군가의 장례식에 갈 때는 없는 종교라도 있었으면 싶을 적이 많아요. 고인이 편안해졌으면 좀 더 나은 평안을 누렸으면 하는 맘이 들어서 그런거같아요

호칭의 문제는 참.... 저희 시댁이 진짜 완고한데 저 결혼했을 때 사촌 시동생들이 유치원 다니는 애기들이었거든요
별생각없이 이름 불렀다가 혼났어요. ㅎㅎ 그러니까 그 뒤론 그냥 안부르는 쪽으로 되더라구요. 뭘 애기들보고 아가씨 도련님하며 말 높이라는건지... 그러니 애기들이 귀여워서 뭘 하나 더 해주고싶은 마음도 굳이 하면서 사라지더군요. 그래서 저희 친정에서는 제가 맏이다보니 무조건 같은 해 태어난 사촌들끼리는 이름 부르게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얘들은 지금도 친해요.ㅎㅎ

정보라 작가 책 중 저는 너의 유토피아가 제일 좋았습니다. 먼저 읽으세요. 강추 강추입니당. ^^

감은빛 2025-08-27 00:18   좋아요 1 | URL
비 예보가 있다는 걸 알고 가기는 했어요. 뭐 날씨를 어떻게 할 수는 없으니.

유치원 다니는 애기들에게도 높임말을 하라는 건, 정말 너무하기는 하네요.
좀 웃기기도 하구요.
같은 해에 태어난 사촌들끼리는 이름을 부르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정말 잘 하셨어요.

정보라 작가 책들은 좀 더 여유가 생길때 한번에 여러권을 몰아 읽으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바람돌이님께서 강추하셨으니 기대하며 읽을게요. 고맙습니다!

카스피 2025-08-17 0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상을 당하신것이 지인들의 웃 어른들이시면 보통은 나이가 나인지라 그러려니 하면서 무감각하시겠지만 동년배가 돌아가시면 아무래도 마음이 착잡해 지실 수밖에 없으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부산으로 휴가를 가셨다는데 저도 어릴적에 부산 바닷가로 놀러간 기억이 나네요.근데 요즘 여름철 바가지 때문에 부산의 해운대도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지 궁금합니다^^

감은빛 2025-08-27 00:20   좋아요 0 | URL
몇 해 전부터 점점 본인상 소식이 들리고 있어요.
이제 우리가 점점 늙어간다는 증거겠지요.

요즘은 부산 뿐 아니라 관광지라면 어디든 바가지 요금이 난리인 것 같아요.
아무리 1년에 한 번 뿐인 피크 타임이라고 해도 정말 너무하다 싶더라구요.

cyrus 2025-08-17 0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말에 같이 일하는 직원이 부친상을 당해서 다음 날인 월요일에 일 끝나자마자 장례식장에 갔어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부친상을 당한 동료를 조문한 건 그날이 처음이었어요. 기분이 이상했어요. 동료 아버지가 60대 초반에 별세하셨거든요. 동료 아버지를 포함한 고인들의 모습이 나오는 스크린을 봤는데, 어떤 고인은 40년 인생을 살다가 떠났고, 또 다른 고인은 92년을 살았더군요.

요즘은 장례식장에 와주는 것만 해도 상주 입장에서는 고맙게 느낀다고 하는데, 먼지가 제대로 털지 않았고, 땀 냄새 나는 작업복을 입은 채 장례식장에 가도 되는지 고민했어요. 처음에는 집에 가서 검은색 옷으로 갈아입고, 장례식장에 가려고 생각했어요. 다른 동료가 본인 차를 타고 장례식장에 같이 가자고 해서 동료의 결정을 따랐습니다. 그 장례식장은 친환경적 장례 문화 조성을 위해 화환 반입을 금지했어요. 아무튼 장례식 분위기가 제가 생각한 것보다 밝았어요. 너무 암울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쾌활하지 않은 분위기였어요.

감은빛 2025-08-27 00:26   좋아요 0 | URL
누구에게나 죽음이 찾아온다는 점은 평등하지만, 그 죽음이 언제 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까요.
누군가는 어려서 안타까운 일을 당하기도 하고, 젊어서 죽는 사람들도 제법 많지요.
어떤 분들은 100세를 넘어 생존해 계시기도 하구요.

장례식장의 복장 문제도 예전에 비해서는 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여름에 긴바지를 입는 일이 거의 없는데, 하필 출근한 후에 부고 소식을 받았고,
일정 상 그날 저녁에 꼭 조문을 가야 할 상황이라 옷차림을 고민할 수 밖에 없었죠.
일터를 대표해서 가는 거라 예의 없다는 소리를 들을까 걱정을 했어요.
그럼에도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을 여유가 없어서 그냥 갔거든요.
그런데 저 뿐 아니라 반바지 차림인 사람이 몇 명 더 있었고,
평상복 차람인 사람들이 많았어요.
이런 문화도 점점 바뀌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잉크냄새 2025-08-17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엔 주로 지인들의 부모님상에 다녔다면 요즘은 가끔씩 동년배의 부고가 들려옵니다. 부모님이 안타까움이라면 동년배는 허망함으로 다가옵니다. 작년 말 회사를 같이 다녔던 친구의 장례식장에 다녀왔는데 들어서는 순간 그의 영정사진보다도 옆에 검은 복장을 하고 머리를 숙인 그의 부인과 두 딸의 모습이 먼저 들어와 맘이 더 아프더군요. 그도 자신의 죽음보다도 남겨진 이들이 마지막까지 눈에 밟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감은빛 2025-10-06 02:54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요 위에 시루스님 댓글까지 답을 달고 이어서 잉크냄새님 댓글에 답을 달다가 갑자기 불려간 후로 한달 반 정도가 지나버렸네요.

본인상 이라는 단어 자체가 너무나도 슬픈데, 거기에 남은 가족들 특히 자식들이 보이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들어요. 에휴!!!!

희선 2025-08-17 1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며칠 아침과 밤에는 시원해서 이번 여름은 더위가 오래 가지 않을까 했는데, 다시 더워졌네요 아침과 밤엔 조금 시원하겠지요 며칠 시원했던 것보다 덜 시원하지만...

따님과 부산에 다녀오셨군요 휴가는 부산으로 가서 따님들은 늘 그렇게 생각하는군요 그런 거 좋을 듯합니다 어머님이 편찮으셨다 해도 감은빛 님과 손녀가 와서 어머님은 좋아하셨을 것 같네요

사신 책 만나고 싶은 책 즐겁게 보시기 바랍니다


희선

감은빛 2025-10-06 02:56   좋아요 0 | URL
희선님. 늘 이렇게 마음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너무 늦은 답이 되어 버렸네요.

즐겁고 편안한 한가위 되기를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5-08-18 1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을 읽을 때면 드는 생각 : 글감을 찾는 것도 재능, 길게 쓰는 것도 재능, 입니다.
단톡방에서 세상을 떠난 이는 그후부터 문자를 읽을 수 없어서 읽지 않은 사람 수를 표시하는 숫자 1이 계속 남아 슬퍼질 겁니다. 고인이 스스로 단톡방 나가기를 해 놓을 수 없으니까요. 이럴 땐 퇴장시키거나 채팅방을 새로 만들어야 할까요? 살 빠진 영정 사진은 더 슬프게 만들어요. 보기 좋은 얼굴 사진이 낫다고 저도 생각해요.
어바웃 타임을 감동적으로 봤어요. 특히 마지막 장면, 아버지와 아들이 과거로 돌아가 해변을 거니는 장면은 아름다워요.
저도 쇼핑 중 최고는 책을 고르는 일, 입니다. 책이 배달되면 마음이 부자가 되는 느낌입니다.
독서 시간으로 즐거움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감은빛 2025-10-06 02:59   좋아요 0 | URL
언제나 페크님께서 제 글을 높게 평가해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
글감은 찾기는 하지만,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언제나 어렵네요.
길게 쓰는 것은 제 경우엔 오히려 단점이라 생각이 들어요.
짧게 핵심을 짚어내는 간결한 글을 잘 못 쓰거든요.

[어바웃 타임] 참 좋은 영화죠. 그 아버지가 주는 교훈들이 정말 좋았습니다.
 
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 - 좋아서 하는 외국어 공부의 맛
곽미성 지음 / 어떤책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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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그것이 무엇이던 뭔가를 마주했을 때, 싫을 수도 있고, 그닥 좋지는 않을 수도 있다. 아무 감정이 안 들수도 있고. 아주 좋지는 않지만 뭐 그리 싫지도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이 좋다는 건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싶다. 사실 평소 뭔가를 막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좋아하는 음식을 물으면 한참을 망설인다. 그냥 대체로 모든 음식을 다 잘 먹고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하나씩 떠올려보면 또 대부분의 음식이 그저 적당히 괜찮을 뿐 막 그렇게 좋다는 생각이 안 든다. 약간 삐딱한 성격 탓에 뭐든 이런 식이다.


이런 삐딱한 성격에도 분명하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두 개 있다. 하나는 몸을 써서 다양한 운동을 하는 것이다. 바벨, 덤벨, 케틀벨, 불가리안백, 샌드백, 실내철봉 등 운동기구들과 그 부속 용품들을 사 모으며 한창 열심히 운동했던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나는 달리기와 간단한 맨몸 운동들을 즐기고 좋아한다. 그리고 최근 동네 사람들과 케틀벨 운동 모임을 하면서 다시 한번 케틀벨의 매력에 푹 빠졌다. 바빠서, 피곤해서, 귀찮아서, 너무 더워서, 너무 추워서 등등 운동을 하지 않을 핑계는 많겠지만, 아마 나는 앞으로도 평생 운동을 하고 살 것이다. 좋아하니까.


그럼 운동 다음에 두번째는 무엇인가 하면, 바로 외국어를 익히는 것이다. 내가 익힌다는 익숙하지 않은 단어를 사용했는데, 내가 외국어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바로 이 단어인 것 같다. 나는 외국어를 공부하지는 않는다. 공부에는 자신도 없고, 분명 실패할 것이 뻔하므로. 그저 나는 관심이 생긴 외국어를 깔짝 깔짝 살펴보고, 조금 따라해보고, 조금 읽고 이해해보려는 것에 그친다. 그렇지만 내가 관심을 가진 언어인만큼 그 당시에는 엄청나게 열심히 공부할 것이고, 따라하고 또 들을 것이다.


이렇게 외국어를 익히는 일에 진심이 된 것은 환경운동을 하면서 몇몇 국제행사에 참여하면서였다. 대학시절 몽골에 사막화방지 운동으로 국제행사를 가면서부터 나는 외국어라는 존재에 끌렸었다. 당시 대학생 신분으로 국제교류행사 준비와 진행을 맡았던 나는 일본 담당자였던 학생과 영어로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준비를 했지만, 서로 영어가 짧아서 원활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은 몽골에 도착해서 실제 행사 준비 단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측에서는 담당자이자, 실무 책임을 맡은 그 여성에게 통역까지 붙여줬지만, 나는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하면, 내가 그 일본 여성에게 짧은 영어로 말을 하면, 그 여성이 일본어 학과 대학생인 몽골인 남학생에게 일본어로 이야기를 하고, 다시 그 몽골 학생이 몽골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곤 했다. 이게 잘 전달이 되면 너무나도 다행이었지만, 대체로 그렇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당연히 나는 일본어와 몽골어를 거의 알아듣지 못하니, 그들이 뭔가 황당한 이야기를 해도 절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어쨌든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국제교류 행사를 치뤘지만, 나는 그 행사의 완성도가 너무 처참했기 때문에 절망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약 10일 정도 이어졌던 이번 몽골 탐방 마지막 행사였던 자리에서 한국 대학생 대표로 발표를 맡았었다. 내가 한국어로 말을 하면 일본 대학원 유학생이던 선배가 일본어로 옮겨줬고, 그걸 몽골에서 생활하는 한국인 선교사가 다시 몽골어로 옮겨주셨다. 내 말 한 마디가 일본어와 몽골어로 옮겨지는 동안 나는 가만히 그 말들을 듣고 있어야 했는데, 재미있었다.


그 순간 느꼈다. 외국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구나! 나도 다른 언어를 배워야겠다고. 제일 먼저 배우고 싶다고 떠올랐던 몽골어는 너무 어려웠다. 사실 몽골에 머물렀던 약 10일 동안 나는 손짓 발짓과 땅에 그린 그림으로 몽골인들과 소통을 시도했었다. 이게 어떨 때에는 그래도 좀 통하기도 했지만, 어떤 때에는 말도 안 되는 결론으로 가기도 했다.


암튼 몽골어는 어려워 포기했지만, 뭔가 다른 언어를 배워야 했다. 영어는 너무 당연히 배워야 했고,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하기 전에 한 서너달 회화학원을 다니며 원어민 강사 반에 들어갔다. 영어를 잘 하지는 못했지만, 당시 나이대가 비슷했던 원어민 강사와 개인적으로 만나 장기를 두거나(장기에 관심이 많은 미국인이었음) 당구를 치거나, 삼겹살에 소주를 먹거나 하면서 조금 친해졌다. 이때 영어에 대한 울렁증 이런 걸 극복한 것 같다. 이후로 해운대 같은 관광지에서 길 안내를 종종 했고, 2002년 아시안게임에서는 영어 통역으로 자원 활동을 하기도 했었다. 한참 영어를 쓸 일이 있을 때에는 그래도 더듬더듬 말을 했는데, 부산을 떠나 서울에 살면서는 영어를 쓸 일이 없어졌다. 영어를 더 자주 써 보려고 해외에 펜팔을 만들기도 하고, 나중에는 언어 교환 앱 등을 통해 영어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는 했지만, 확실히 언어는 사용하지 않으면 잊어버릴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영어 말고 다른 외국어들도 조금씩 조금씩 익혔다. 독일어는 고등학교 때 배웠다. 시험 성적은 늘 좋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필기 시험이었고, 영어와 마찬가지로 말을 하나도 할 줄 몰랐다. 서울로 올라온 후에 남산에 있는 독일 문화원(괴테 인스티튜트)에 몇 달 다녔었다. 그때는 당시 여자친구(나중에 결혼했다가 다시 이혼한)와 함께 독일로 유학을 가자는 조금은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을 때였다. 그는 이미 독일에서 1년 넘게 공부하고 돌아온 지 시간이 좀 지났었지만, 다시 독일에서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고, 나는 부산에서 환경단체에 일할 당시에 인연을 맺었던 독일에서 유명한 태양광 전도사이자 환경운동가와 연락해 태양광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초기에는 열심히 독일어 공부를 했지만, 둘 다 바쁜 일상에 쫓겨 살면서 독일 유학의 꿈은 점점 더 멀어져갔고, 그런 와중에서 바쁘다는 핑계로 독일어 공부도 점점 소홀히 하게 되었다. 결국 몇 달 후에는 더 등록하지 않았다.


중국어는 대학 시절 교환학생으로 왔던 유학생의 생활비 마련을 위해 어떤 선배가 그룹 스터디를 제안해, 거기에 참여하면서 처음 배웠다. 사실 중국어를 공부할 마음은 전혀 없었는데, 일단 게을러서 중고등학교 시절 한자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아서 한자에 무척 약했고, 성조라는 개념이 무지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면서 같이 공부하던 사람들은 여러 이유로 모두 그만뒀고, 나만 혼자 마지막까지 남아 있다가 혼자서 내는 돈으로는 생활비를 충분히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단하게 되었다. 그 친구가 늘 내게 했던 말이 그 특이한 말투 때문에 지금도 머리 속에서 생생하게 들린다. "어빠는 발음이 아주 조아요. 성조도 비교적 정확해요." 부산 사람이라서 성조를 잘 익혔던 것 같다. 이 친구의 칭찬 덕분에 그 후로 긴 시간이 지나도 가끔씩 다시 중국어를 들여다 보다가 중단하기를 반복하는 것 같다. 이 친구는 나중에 한국에서 취직해 일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언젠가 한번쯤 보자는 이야기를 동기나 선배에게 듣기도 했었는데, 아직까지는 다시 만날 기회는 없었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서 그랬는지 몰라도, 주위에 일본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대학 시절에 노래를 엄청 잘했던 동기 한 명은 나중에 일본에서 제법 오래 살다가 돌아왔다고 했다. 일본어 능력시험 같은 걸 준비하는 친구들도 제법 많았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도 일본어 공부를 한 적이 있었다. 심지어 아버지는 짧은 기간이지만 일본에서 일을 했던 적도 있었다. 나는 그럼에도 일본어를 본격적으로 익혀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일본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등을 자주 보게 되었고, 특히 주위에 일본 만화와 애니를 좋아하는 소위 말하는 오타쿠들이 좀 있어서 그들의 영향으로 일본어에 많이 익숙해졌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몽골에서의 사막화방지 운동 일정을 소화하며 일본 학생들과 소통했던 기억도 일본어 공부를 언젠가는 해야지 마음을 먹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작년 봄에 히라가나와 가타가나를 익히는 것으로 본격적으로 일본어를 시작한 계기는 재작년 가을에 일본 대학원생들이 나를 인터뷰하러 왔던 건 때문이었다. 어떻게 나를 찾아냈는지, 나에게 직접 이메일로 연락을 해서 찾아왔던 그 일 덕분에 나는 이제 드디어 일본어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한 7~8년 전 쯤부터 이런저런 언어 익힘앱, 언어 교환앱 등을 깔아보면서 다양한 언어를 야금야금 해보는 것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딱히 그 언어들을 제대로 배우리라 생각한 것은 당연 아니었고, 그냥 순전히 재미로 듣고 따라해 보는 것이었다.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인도네시아어, 튀르키예어 등이었다. 인도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편이어서 힌디어도 좀 배워보려고 여러 번 시도했으나, 늘 그림처럼 느껴지는 문자의 한계에 막혀 더 나아가지 못했다. 프랑스어는 발음이 너무 어려워 금방 흥미를 잃었다. 튀르키예어도 발음과 동사 변형이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그나마 가끔 시도했다가 한동안 잊고 살다가 다시 가끔 또 들여다 보는 것은 스페인어와 인도네시아어 이렇게 둘이다. 이탈리아어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미국 군인들이 나치에게 들키지 않게 이탈리아어를 떠듬떠듬 말하는 장면에서 그 특유의 억양이 너무 재미있어서 언젠가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는데, 아직은 여력이 되지 않는다.


욕심도 많지. 이 많은 외국어를 언제 다 익혀보겠나! 아마 평생 시도해도 내가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얻기는 어려우리라.  


이 책 이야기를 좀 써야 하는데, 개인적인 이야기만 잔뜩 쓰느라 시간을 한참 보내버렸다. 이 책은 정말 너무 재미있었다. 알라딘 서재 이웃인 다락방님의 글을 읽고 빌려 달라고 부탁드려서 읽었다. 첫 장면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이탈리아어를 못하는 저자와 저자의 어머니가 이탈리아 열차에 무임승차 해서 차장에게 표를 결제하려고 했던 이야기는 스릴도 넘쳤고, 이탈리아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이웃에 대한 관심을 알 수 있는 멋진 이야기였다. 이 첫 장면의 이야기에 푹 빠져서 이 책과 이 저자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만 프랑스에서 저자가 이탈리아 문화원에 강의를 알아보고, 등록하고 수업을 듣기 시작하는 장면들에서는 아주 조금 텐션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강의를 두 학기 들으며 저자가 20대 초에 무작정 프랑스로 유학와서 프랑스어를 공부해 대학에 합격했던 과거와 지금 중년이 되어,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단순히 이탈리아 문화와 음식이 좋아서 배우는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현재를 비교하며 보게 되는 부분은 좋았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조금은 삐딱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어쨌거나 저자는 그 어려운 프랑스어를 배워서 대학에서 공부하고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직장을 얻어 20년 넘게 생활하고 있는 사람이다. 영어를 얼마나 하는지는 책에 나오지는 않지만, 이탈리아 사람들과 소통하다 막히면 영어로 소통하는 장면들이 나오는 걸 보면 영어도 어느 정도 수준은 할 것이다. 이렇게 두 개 이상의 외국어를 어느 정도 하는 사람이라면, 프랑스어와 비슷한 면이 좀 있는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것은 좀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외국에 나가 본 적도 없고, 제대로 할 줄 아는 외국어가 하나도 없는 나 같은 사람과는 당연히 다르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


그런데 끝까지 다 읽고 나면 이런 마음은 곧 사라졌다. 그가 일주일 어학연수를 선택해 직장생활이라는 일상에서 벗어나 어쩌면 휴가 같은 이탈리아 생활을 시작하는 것과 그의 남편과 함께 일주일을 더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연애 시절과 신혼 초 시절의 추억들을 되새기는 장면들을 읽으며, 그 역시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어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저자의 이야기 솜씨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책의 서두에서 독자를 확 사로잡는 솜씨와 중간 중간에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내용들을 특유의 정서와 문체로 잘 풀어냈다고 느낀다. 그리고 저자가 외국어 공부를 통해 인생을 지나온 과정들, 그 좌절과 환희의 시간들이 잘 묻어 나있어서 너무 재미있었다. 그래. 이런 흔치 않은 경험을 책을 통해 접할 수 있다면, 그 독자는 얼마나 행운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어에 늘 관심이 많지만, 제대로 아는 외국어가 거의 없는 한국인 독자로서 너무나도 즐겁고 유익한 독서였다. 이 책을 빌려주신 다락방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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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8-05 1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언어 배우는 이야기들이 쭈욱 올라오네요. 그러면 저는 저쪽 구석으로... 기본적으로 언어는 부지런함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저는 그게 모자라는듯요. 너무 싫어서 대학 1학년 때 교양필수 영어가 제 인생 마지막 영어였습니다. 차라리 수학 문제를 푸는게 저는 훨씬 좋았어요. ㅎㅎ 가끔 여행갈 때 그 나라 언어를 잘하면 좋겠가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거기에 들어갈 노력과 시간을 샹각하면 굳이 왜? 이런 생각부터 먼저 들어요. 그래도 어껀 방식으로든 외국어 공부 열심히 하는 모든 분들 응원합니다.

감은빛 2025-08-16 17:04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국민학교 때 산수를 포기했었던 저는 수학을 푼다는 생각을 평생 해 본적도 없어요. ㅎㅎㅎㅎ 대신 국어를 비롯한 모든 언어는 다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말씀대로 언어 공부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렵지요. 저는 외국어를 잘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모르는 언어를 익히는 그 시간이 재미있어서 계속 하고 있어요.

잉크냄새 2025-08-05 2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동안 페이퍼를 통해서 언어에 관심이 많으시고 이런 저런 외국어를 공부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저리도 많은 외국어를 접하신 것은 놀라운 일이네요. ㅎㅎ 지금도 외국어를 잊지 않기 위해 유튜브를 통해 꾸준히 접하고는 있지만 다른 건 몰라도 듣기 능력 만큼은 확연하게 퇴보하는 게 느껴지네요.

감은빛 2025-08-16 17:10   좋아요 0 | URL
아유, 잉크냄새님. 그냥 저는 여러 언어를 조금씩 접해보는 것이 재미있어서 그랬던 것이지만, 단 하나도 제대로 잘 하는 언어가 없어요. 외국어를 잘 하는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퇴보하는 군요. 그렇겠지요. 뭐든 시간이 지나면 그럴 수 밖에 없겠네요.

hnine 2025-08-06 05: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언어를 배워보고 싶은 마음은 모르던 새로운 세계로 들어서는 느낌이 들지요. 저도 이책 구입해서 읽었어요. <60, 외국어 하기 딱 좋은 나이>,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이 책들도 재미있어요.

감은빛 2025-08-16 17:11   좋아요 0 | URL
아, 책 소개 고맙습니다! 찾아 볼게요. 새로운 세계, 그렇죠. 새로운 표현을 배우면 그걸 응용해서 대화를 만들어 보는 것이 정말 재미있어요.

yamoo 2025-08-06 1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외국어 공부를 아주 싫어합니다. 네~ 그 시간에 다른 책 읽거나 다른 공부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이 들어요. 삼성에서 번역기 나왔다는데....우리말로 말하면 바로 외국어로 말해주는 통역기~~ㅎㅎ
요즘 보니 쳇GPT 통역도 아주 훌륭하더라구요...외국어 공부하는 거 좋아하는 분들 보면 좀 신기합니다. 감은빛님이 그런 능력자이셨다뉘!!ㄷㄷ

감은빛 2025-08-16 17:15   좋아요 0 | URL
야무님도 외국어 공부를 싫어하시는군요. 외국어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밖에 없죠. ㅎㅎㅎㅎ

기존의 번역앱들이나 요즘 AI 번역들도 예전에 비하면 정말 많이 좋아지긴 했겠지만, 그래도 늘 한계를 느낍니다. 저는 오늘도 영어 문장 하나를 매끄럽게 옮기기 어려워 여러 앱들을 이용해보고 AI 한테도 물어봤는데, 어느 하나도 만족할만한 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기존 번역 앱들은 오역을 하더라구요.

이래서 아무리 번역기가 좋아도 외국어 공부는 필요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페크pek0501 2025-08-06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외국어라면 영어를 잘하고 싶어요. 고교시절에 불어를 배웠는데 영어와 헷갈리긴 해도 재밌었어요. 그래도 가장 많이 투자한 외국어 공부가 영어인지라 영어 공부를 하고 싶네요. 한때 영어 공부하겠다고 오헨리의 소설을 원서로 잔뜩 사 뒀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두뇌 발달에도 외국어 공부가 좋다는 하네요.

감은빛 2025-08-16 17:21   좋아요 0 | URL
사실 일단 영어 하나라도 잘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오래 공부했기 때문에 이제는 영어 보다는 다른 언어를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영어로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이 색다른 재미가 있더라구요. 이를테면 영어 텍스트로 된 일본어 교재를 선택하는 거죠.

저도 예전에 축약본 영어 책들을 많이 샀던 기억이 납니다. 주로 영국 작가들이었어요.

희선 2025-08-17 1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은빛 님은 관심 가진 다른 나라 말 많군요 조금씩 해 보기도 하다니... 그렇게 조금씩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영어는 어느 정도 하시다니, 부럽네요 일본말도 한해 넘어서 많이 아시겠네요 앞으로도 즐겁게 익히시기 바랍니다


희선

감은빛 2025-10-06 03:00   좋아요 0 | URL
희선님께서는 아마도 일본어를 꽤 잘 하시지요?
원서도 척척 잘 읽으시는 것 같던데요.
저야 말로 희선님이 정말 부러운걸요.
저는 글에도 썼듯이 뭐 하나 제대로 하는 외국어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저 재미로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익혀가는 거라서요. ㅎㅎㅎㅎ

늘 고맙습니다!
 

가족 휴가 기억 하나


중요한 일정들 사이에 아주 잠시 숨 돌릴 여유가 있어서 페이스북에 들어갔는데, 과거의 오늘 올렸던 글들이 보였다. 8년 전, 그러니까 2017년 7월 31일에 올렸던 글이었다. 딱 보자마자 곧바로 기억을 떠올렸다. 하, 이 날이었구나. 한 편으로 정말 즐겁고 재밌기도 했지만, 다른 한 편으로 최악이었던 휴가였다. 아마 한 1주일에서 10일 사이에 북플에도 이 휴가 이야기를 쓴 글 과거 글이 올라올 것이다. 이날은 첫 날이어서 서울을 떠나는 버스를 타고 쓴 글이었다. 


어제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휴가 이야기를 하는데, 미리 꼼꼼하게 일정을 다 정해놓고 움직이는지, 아니면 아무것도 안 정하고 그냥 출발부터 하고 생각하는 편인지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사전에 아무것도 안 정하고 출발하는 것을 좋아한다. 미리 뭔가를 정하고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은 왠지 재미가 없다. 그냥 무작정, 즉흥적으로 생각나느대로, 마음이 가는대로 움직이는 걸 즐긴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는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그냥 여행을 떠난 적도 많았다. 목적지는 가는 길에 적당히 좋은 곳이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어려서 별로 문제가 없었는데, 아이들이 조금 자라서부터는 자꾸 질문을 해댔다. 아빠,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야? 그럼 나는 모른다고 답했다. 정말 실제로 몰랐으니까. 안 정했으니까. 그럼 또 아이들은 어떻게 모르는 곳으로 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다시 어디 갈지 정확하게 정하지 않았으니 모르는 거라고. 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라고 했다. 아이들은 그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냥 다시 묻는다. 그래서 어디 가는 거냐고? 그럼 또 나는 아직은 모른다고 답한다. 이걸 무한 반복하곤 했다.


아이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면 나는 그저 그들 중 누군가가 이끄는대로 아무 말없이 따라다닌다. 나는 즉흥적으로 움직이길 즐기는데, 내가 사전에 이 여행에 대한 아무 정보 없이 누군가가 정한 대로, 원하든대로 따르면 그건 나에게는 즉흥적인 일정이 되는 거니까. 그런데 미리 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고, 뭘 타고 이런 정보를 알려주거나, 뭘 하고 싶은지 묻는다면 나는 그냥 귀를 닫아 버리곤 한다. 사실 나는 뭔가 좋은 정보를 잘 찾아서 일정을 짜맞추는 일에 서툴다. 별로 해 본적이 없어서 익숙하지 않다. 내 주위엔 그런 일을 하는 걸 즐기고, 잘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알아서 좋은 정보들을 잘 찾아주고 적당히 괜찮은 일정을 잘 짜줄 수 있는데, 괜히 쓸데없이 나까지 거기에 에너지를 쓸 필요는 없지 않은가. 


앞서 저 2017년 휴가 때는 목적지는 삼척으로 정해 두고, 하루에 딱 하나씩 큰 일정들은 정해두었지만, 나머지는 그때 그때 운에 맡겨 보고 싶었다. 그런데 아이들 데리고 다니면서 그것도 대중교통으로 다니면서 그렇게 운에 맡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느꼈다. 그래서 서울에서 삼척으로, 삼척에서 다시 부산으로, 부산에서 다시 서울로 이동하는 교통편은 모두 사전에 예약을 해 두었다. 아이들이 꼭 타고 싶어했던 레일바이크도 미리 예약했었다. 내가 운에 맡겼던 것은 삼척 안에서 움직이는 대중교통과 매 끼니를 해결할 식당과 피곤한 몸을 누일 숙소였다. 이게 문제였다. 설마 숙소가 부족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는데, 하마터면 민박을 구하지 못해 노숙을 해야 할 뻔 했다. 그 외에도 아이들을 챙기다가 이런저런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았다.


일단 첫 출발부터 그랬다. 이건 아까 내가 페이스북 과거 오늘 쓴 글에서 발견한 내용을 그대로 올리면 되겠다. 나름 그 긴박한 상황을 잘 전하고 있는 듯하다.


아슬아슬


1. 강변역에 도착하니 배가 고팠다. 뭐 먹을 여유는 안 되고 어쩔까 고민했는데, 포장마차에 우리말이 서툰 아줌마가 금방 나온다 해서 급하게 콩국수를 먹었다.


2. 큰 아이가 음료수가 먹고 싶다 해서 쥬시에서 아이스티를 시켜줬는데, 뭔가 향과 맛이 좀 이상하다. 시간도 없는데 아이가 자꾸 투정을 부려서 가서 물어봤다. 자기네 레시피대로 한 거란다. 결국 다른 쥬스를 하나 더 사줬다.


3. 급하게 애들 화장실 보내고, 버스 타는 곳을 찾는데, 안 보인다. 승강장을 끝까지 가봐도 차가 없어서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반대편으로 가란다.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어서 다시 물었는데, 대꾸를 안 한다. 황당해서 다시 물어보니 계속 반대편으로 가란다. 어떻게 가냐고 물었더니 알아서 가란다. 옆에서 보던 다른 사람이 이층으로 올라갔다가 내려가면 된다고 알려줬다. 이 인간 진짜 짜증나게 만드네. 뭐라 따지려다가 급해서 참았다. 


4. 벌써 버스 출발 2분전이다. 다급하게 애들을 불렀다. 작은 아이 손을 잡고 후다닥 가는데, 하필 에스컬레이터에 연로하신 어르신 두 분이 가로막고 서 계신다. 이러다 버스 놓칠 것 같아서 미칠것 같았다. 짧은 에스컬레이터 올라가는 시간이 왜이리 긴지 모르겠다.


5. 앞을 가로막고 계시던 어르신은 에스컬레이터 내릴때에도 느릿느릿. 속 터져 죽을 것 같았다. 어르신이 비켜나자 작은 아이 손을 잡고 뛰었다. 아이는 힘겹게 따라오며 뭐라 말하는데, 들리지 않았다. 계단에서 애들에게 빨리 따라오라 말하고 후다닥 뛰어 내려갔다.


6. 한 아줌마 무거운 장바구니 손수레를 끌고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느라 앞을 가로 막고 있었다. 기다려줄 여유가 없어서 손수레 위를 훌쩍 뛰어넘었다. 슬쩍 손목시계를 보니 이미 버스 출발시간이 지나있었다.


7.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일단 뛰었다. 몇 개의 승강장을 지나자 갑자기 누군가가 손짓했다. 버스는 이미 문도 닫고 막 출발하려던 참이었다. 내가 버스 앞에 도착하자 곧이어 아이들도 도착했다. 허둥지둥 폰을 열어 모바일 티켓을 하나씩 찍었다. 이 직원은 무척 친절하게 서둘지 말고 천천히 하라고 말해준다. 앞서 반대편에 있던 직원이 좀만 친절했어도 3분은 벌었을 것 같다.


8. 직원과 버스 기사님께 큰 소리로 고맙습니다! 인사를 했다. 모두의 눈총을 받으며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버스가 기다려줘서 정말 다행이었다. 이 버스를 놓쳤다면 완전 일정이 꼬였을 거다. 아까 불친절 했던 직원에 대한 원망도 사라졌다. 미리 승강장을 잘 알아보지 못한 내 탓이다.


9. 아슬아슬 무사히 버스를 타서 감사한 마음으로 휴가를 시작한다. 서울 안녕!


10. 큰 아이의 말대로 이 아이스티 진짜 맛 없다!


아침에 서둘러 아이들을 챙겨 움직이느라 버스 시간보다는 훨씬 여유있게 강변 터미널에 도착했지만, 나는 조금 출출했다. 삼척까지는 꽤 거리가 있으니, 뭔가 먹고 싶었는데, 식당을 갈 여유는 없었다. 아이들은 배는 고프지 않다고 음료수를 사달라고 했다. 나는 터미널 앞에 뭔가 먹거리들이 다양하게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그래도 운 좋게 콩국수를 얼른 먹을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시간 여유가 별로 없어서 얼른 움직여야 했는데, 아이들이 먹던 아이스티에서 이상한 맛과 향이 난다고 했다. 아마 계피였던가? 암튼 아이들이 투덜대서 다시 매장으로 돌아가 바꿔달라고 따졌는데, 그 매장은 원래 계피를 쓴다고 했다. 그렇다니 어쩔 수 없이 다시 다른 음료를 주문했다. 이때부터 사실 시간에 쫓기기 시작했다. 


문제는 내가 강변역 터미널을 이용해 본 적이 없어서 시외버스 터미널과 고속버스 터머널이 나뉘어 있고, 서로 어떻게 분리되어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내가 올린 이 페이스북 글에 여러 사람들이 댓글을 달아주었는데, 한 친구가 자신도 강변역 터미널에서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고 했다.


암튼 아이들이 화장실을 다녀올 동안 나는 얼른 버스 승강장 위치를 찾아봤는데 없었다. 여기서 충격을 받아 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분명 나는 강변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예약했고 여기 왔는데, 버스 승강장이 없었다. 건너편 다른 건물 앞에 또 승강장들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할 수 없어서 멍해졌다. 누군가에게 물어보려 해도 마땅한 사람을 바로 찾지 못했다. 당황해서 막 돌아다니다가 누가 봐도 직원인 것 같은 배 나온 아저씨를 발견하고 질문을 했는데, 하필 그 사람이 너무 너무 너무 불친절한 사람이었다. 저 건너편이라고 알려주고, 계단을 올라 2층을 통해 이동할 수 있다고 말해줬다면 이해했을 것이다. 그는 그냥 입을 닫아버렸고, 나는 어떻게 가요? 하고 반복해서, 점점 목소리를 높이며 물었다. 그걸 옆에서 본 다른 사람이 알려줬다. 2층으로 올라가 건너 가라고. 


이때 이미 버스 출발 시간이 거의 다 되어 있었고, 나는 얼른 아이들을 찾아 계단을 향했다. 짧은 계단이어서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고 에스컬레이터를 선택했는데, 하필 중간 쯤에 노 부부로 보이는 어르신들이 에스컬레이터에 서서 앞을 막아버렸다. 죄송합니다. 좀 지나갈게요. 라고 말을 하기엔 우린 짐이 많았고, 뭔가 사고가 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짧은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건너편으로 건너 갈 때는 정말 전력 질주에 가깝게 달렸다. 작은 아이는 내가 손을 잡고 있어서 버겁게 따라왔지만, 뒤에 있던 큰 아이는 놀라서 뭐라고 소리를 쳤던 것 같다. 그때는 이미 버스 시간이 다 되어서 아이를 신경쓸 수 없었다. 이걸 놓치면 긴 휴가 일정이 전체가 무너지는 거라 무조건 뛰어야 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미 버스 출발 시간이 지났음에도 예약한 사람 중 셋이 덜 탔다는 걸 알고 있던 직원이 미친듯이 달려오던 나를 발견하고 막 출발하려던 버스를 붙잡았던 것, 그 분은 무척 친절한 사람이라 땀 범벅인 내가 숨을 헐떡이며 폰을 꺼내 모바일 티켓을 여는 과정에서 죄송합니다. 라고 연신 말하고 있는데, 천천히 하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그 상황이 정말 고마웠다. 7월의 마지막 날, 한 낮이었으니 얼마나 더웠을까? 그 더위에 계단을 오르내리며 뛰어다녔으니 얼마나 땀을 흘렸을까? 출발부터 참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


여기까지 써놓고 그 당시에 내가 쓴 기억이 있는 휴가 이야기를 내 서재를 뒤져 찾아봤다. 휴가를 다녀와서 바로 썼던 것은 아니고 거의 한 달 후에 썼더라. 그리고 내가 지금 기억에 의존해 쓴 것과 거의 같은 느낌이었다. 암튼 그렇게 어렵게 출발한 후에도 많은 우여곡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삼척과 같은 지역의 소도시에서 대중교통으로만 여행을 하기는 정말 어렵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그 더위에, 그늘 하나 없는 땡볕에서 한 시간이 넘게 버스를 기다리기도 했다. 버스가 아닌 택시 때문에도 엄청 애를 먹었다. 검색해서 전화를 해 봤던 삼척의 콜택시 회사들은 번호와 상호는 다른데, 받는 사람은 모두 한 사람이었다. 같은 여성이 매번 당장 갈 수 있는 기사님은 안 계시니 좀 여유있게 기다리시면 찾아보겠다는 어이없는 답이 돌아왔다.


음, 이렇게 쓰려면 레일바이크와 노숙을 할 뻔했던 상황과 휴대폰 분실과 부산에서 방문을 부순 이야기까지 다 쓸 수가 없을 것 같다. 아, 아까 찾아낸 8년 전에 쓴 글을 링크로 남기면 되겠구나. 8년 전의 다사다난했던 휴가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이 계시다면 아래 링크로 가시길.

https://blog.aladin.co.kr/idolovepink/9596918


올해는 여러 이유로 짧은 휴가를 다녀올 예정이다. 작년에 부산으로 가면서 사직구장의 표를 알아봤는데, 정말 기적처럼 응원단상 바로 근처 좋은 자리 3개를 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아이들도 계속 수도권 구장에서 원정석에 앉아 보다가, 홈 구장에서 경기를 봐서 엄청 좋아했다. 게다가 그날 롯데는 엔씨를 크게 이겼고, 홈런도 쳤다. 그 후로 큰 아이는 여러번 사직 구장에 다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부산 일정을 잡으면서 가능하면 사직구장에 야구가 있는 날로 맞춰보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게다가 작년과 달리 올해는 더더욱 표를 구하기가 어렵다는데, 작년처럼 그렇게 좋은 자리가 아니더라도 외야석 마저도 구하기 어렵다고 하더라. 언젠가 또 기회가 오겠지. 어쩌면 롯데가 가을야구에 진출한다면 좀 무리해서라도 표를 구해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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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07-31 2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상경할 때마다 동서울 강변역 터미널을 이용해서 그 구조를 빤히 아는데, 그 곳을 전력질주하는 모습이 훤히 그려져 웃음이 절로 나오네요. ㅎㅎ

링크는 2011년 페이퍼로 넘어가니 다시 한번 확인해보세요.

감은빛 2025-08-01 14:38   좋아요 0 | URL
아, 잉크냄새님께는 강변역 터미널이 익숙한 공간이군요.
저는 서울에 20년 넘게 살았지만, 늘 서북쪽에 살아서 저 동쪽 동네는 익숙치 않아요.
사실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저렇게 전력질주해서 기차도 간신히 타고, 버스도 간신히 타고
그런 기억들이 많은데, 대부분은 늦게 도착해서 그랬지만,
저 날은 일찍 도착했음에도 미리 승강장을 확인해놓지 않아서 그랬네요.

링크를 넣으면서 제가 뭔가 실수를 했나봐요.
링크 수정하고 제대로 연결된 것 확인했습니다.

늘 길고 재미없는 글 읽어주시고, 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카스피 2025-08-01 2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자제분들도 장성하겼겠지만 8년전이면 어린 아이들 데리고 휴가 가시느라 뛰어다니셨으면 매우 힘드셨겠네요.
그나저나 동서울 터미널 예전에 자주 이용했는데 요즘은 이용객이 많이 줄어들어 터미널 부지포하 해서 재개발 이야기가 나도는 것 같습니다.

감은빛 2025-08-16 17:25   좋아요 0 | URL
네, 카스피님. 애들 어릴 때에는 그게 참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니 힘들어도 그때가 좋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제 머리가 굵어진 아이들은 아빠를 따라 나서지 않으려고 하니까요. 동서울 터미널 재개발 이야기가 나오는군요. 그럼 이제 강원도 방면으로 가는 버스들은 어디서 타나요? 고속버스 터미널과 남부 터미널에서 오가려면 너무 차가 많이 막힐텐데요.

희선 2025-08-02 0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계획을 잘 짜고 가는 것도 나름 괜찮을 테고 계획 없이 가는 것도 나름 괜찮겠네요 저는 둘 다 아닌 아무데도 가고 싶지 않지만... 그때 버스가 바로 가지 않고 기다려줘서 다행이군요 이번에는 짧아도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희선

감은빛 2025-08-16 17:28   좋아요 0 | URL
희선님. 뭐든 다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는 거겠죠. 저는 노력해도 계획을 잘 짜는데 소질이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즉흥적인 것을 워낙 좋아하는 성향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네요. 여행을 그다지 즐기지 않으시나봐요. 사실 집 떠나면 무조건 고생이긴 하죠. 그 고생이 또 재미와 매력이기도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