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아침에 잠에서 깨어 잠시 뒤척이다 화장실을 다녀온 이후에 오늘 할 일들을 머리속으로 정리했다. 일단 오전엔 일정이 없었고, 오후엔 배송을 나가야 하고, 저녁엔 내가 주로 활동하는 조합 이사회 회의가 있었다. 원래 어제가 회의 날짜였는데, 갑자기 대부분의 이사님들이 각자의 사정으로 참석이 어렵다는 연락을 남기셨고, 결국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즈음에 나도 솔직히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회의가 연기되기를 바라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주는 넘길 수 없다고 실무자인 사무국장이 전화를 돌렸는데, 결국 하루 뒤인 오늘로 회의 날짜가 잡혔다.

암튼 그래서 오후엔 일을 하고, 저녁엔 회의를 해야 할 상황인데, 아침은 비어 있으니 외국어 공부나 해야지 하고 한 이삼일 소홀했던 외국어 공부 앱들을 하나씩 차례로 열었다. 그렇게 서너개의 앱을 통해 외국어 서너개를 익히고 있는데 갑자기 잠이 쏟아졌다. 간밤에 충분히 잤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잠이 쏟아지다니! 잠이 너무 심하게 와서, 좀 그만 오라고 얘기하고 싶지만, 잠이란 개념이 오지말라고 요청한다고 멈추는 건 아니기에, 그냥 수긍하고 알람을 맞춰놓고 조금 더 자기로 마음 먹었다. 아, 그런데 이 잠이라는 것이 너무 많이 자면 또 더 피곤해지는 것인지, 출근 시간이 가까워져 알람이 울리는데, 너무 너무 피곤함을 느꼈다.

오후

암튼 일을 안 나갈 수는 없으니, 출근을 했고 차를 몰고 배송 일을 시작했다. 처음 일을 시작했던 3월에는 내가 가야할 매장 순서가 정해져 있었다. 나는 기계적으로 그 순서에 따라 행동하기만 하면 되었다. 4월부터 매장 한 곳이 바뀌며 일이 꼬였다. 내가 기존 제일 먼저 가던 매장과 최근에 새로 가게 된 매장에 배송 주문 마감 시간이 같았다. 어디를 먼저 가더라도 늦게 방문하는 매장에서 욕을 먹는 상황이다.

처음엔 기존에 먼저 갔던 매장을 먼저 갔다. 배송 건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이미 경험이 쌓여서 상대적으로 빨리 배송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 일은 언제나 모르는 법. 가끔 생각보다 이동 거리가 길거나, 차가 막히거나 하는 변수가 생겨 이 첫 매장 배송에서 시간을 좀 지체했더니, 다음 매장에서 몇 차례 불만이 제기 되었다. 배송이 너무 늦는다는 항의가 들었왔다고 했다. 그 이야기 이후로 마음이 더 급해졌다. 그리고 그 시점에 한동안 줄었던 전체 배송건수가 확 늘었다. 무조건 일초라도 더 빨리 움직여야 했다. 이게 생각보다 힘들었다. 언제나 변수는 생길 수 밖에 없고, 늘 쫓기는 기분으로 시간을 맞추는 것이 힘들었다.

그 이후로는 출발하면서 두 곳 매장의 배송 건수를 확인하고 매번 상황에 따라 순서를 정하고 있다. 처음엔 매장 담당 직원님과 점장님께 의견을 구했으나, 그들도 전체를 보는 정보가 없다보니 어쩔수 없었다. 암튼 이젠 매일 각 매장 배송건수를 물어보고 어디를 먼저 갈지 판단하게 되었다.


저녁

그날 총 배송 건수 숫자에 달라지지만, 매일 일을 마치고 나면 힘들고, 지치고, 어렵고 그렇다. 어쩌다 조금 일찍 일을 마치면 기분이 좋기는 하지만, 한 편으로는 배송 건수가 줄어들면 나도 조합도 힘들어진다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배송 건수가 너무 많아서 내가 정해진 기준보다 일을 더하는 경우, 너무 늦게 일이 끝나는 경우는 좀 짜증이 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지만, 어쩔수 없다. 삶이 이런걸. 앞으로 이런 날이 덜 생기길 바라는 수밖에.

저녁에 회의에 참석하러 가서 정말 좀 많이 피곤했지만, 그래도 집중해야 회믜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마칠 수 있으니 더 집중했다. 이미 피곤한 상태에서 더 집중하는 일은 쉽지 않다.

세월호 참사 기념일 하루 전

작년 오늘 쓴 글에 세월호 참사 하루 전이라는 것을 강조했었다. 우리 사회의 책임이라는 걸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느끼지만, 그럼에도 제주 4.3 사태를 비롯해 4월에 포진되어 있는 슬픈 기념일들을 우리가 어떻게 감당하고 책임질 것인가? 참 쉽지 않은 일이고 감히 생각하기 어려운 주제이이다.

작년에 서재에 쓴 글에 큰 아이와의 동네 데이트 이야기가 있어서 이이들에게 그 글을 공유했다. 큰 아이는 내 글이 몰입감이 좋고, 글이 좋다고 했다. 작은 아이는 여러 차례 글을 공유했어도, 글에 대한 어떤 의견은 없다.

암튼 이제 곧 시간이 15일에서 16일로 넘어갈 예정이다. 오늘 이사회 회의를 했어도 일부러 뒤풀이를 가지는 않았는데, 일단 너무 힘들고 피곤했고, 둘째로 낮에 너무 더워서 반팔 티셔츠 하나만 입고 집을 나섰는데, 해가 지고 나니 기온이 확 떨어져 너무 추워졌다. 물론 알고 있다. 이 일교차가 심한 날씨에 뭐든 하나를 더 입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 시점엔 너무 더워서 아무 생각이 없었다.

내일은 꼭 바람막이 잠바 하나 꼭 챙겨야지. 12시가 넘어 날이 바뀌면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을 위한 묵념을 하고 자야겠다. 내일도 참 길고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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