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감은빛'이라는 이름 

'감은빛'이란 덧이름(필명)을 사용한지 벌써 여러해가 지났다. 예전에는 그냥 블로그 이름으로만 사용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 블로그는 그닥 방문자가 많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에, 이 이름으로 사람들과 교류할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온라인 독자 모임에서 본격적으로 이 이름으로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이후로 여기저기 카페나 온라인으로 활동하는 곳마다 이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감은빛'이란 이름만 갖고 나를 여성으로 생각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내 글이 그닥 남성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럴거라고 생각했지만, 이 이름의 느낌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얘길 몇 번 들었다. 그리고 이 이름을 본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감'씨 성에 '은빛'이란 이름을 가진 여성이라는 상상을 했다고 한다. 나는 색깔 이름으로만 생각하고 필명을 지었는데, 실제 존재할 수도 있는 사람 이름이란 사실이 재미있다.
 

비교적 최근에 페이스북에서 '감'씨 성을 가진 분들이 친구신청을 해왔다. '흔치 않은 성씨인데, 반갑다!'는 뜻의 말씀을 건네셨다. 희귀 성씨여서, 같은 성를 발견하고 반가워했을 그분들께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죄송하지만, 저는 본명이 아닌 필명입니다.'라고 답을 드렸다. 이번 주말에는 영어로 된 이름으로 친구 신청이 하나 들어왔다. 그런데 그 영어를 읽어보니 '감은빛'이라고 읽어야 할 것 같았다.(발음이 조금 애매했다.) 프로필 사진을 보니 젊고 어여쁜 여성분이셨다. 일단 친구를 맺고 그 분이 뭔가 말을 걸어오기를 기다렸다. 아니나다를까 다음 날 곧바로 쪽지를 보내셨다.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요. 진짜 성함이 감은빛 이세요? 저랑 이름이 똑같아서.... 워낙 특이한 이름인데 똑같아서....' 표현은 약간 다르지만 이런 식으로 말을 걸어왔다. 혹시나했는데, 역시나였다.  

 

얼마 전에는 또 어느 모임에서 나보다 더 멋지게 '감은빛'이란 단어를 설명하는 분을 만났다. 그 분 말씀에 의하면 예전에 어느 술자리에서 내가 그렇게 설명했다고 하는데, 나는 전혀 기억이 없다. '칡흑 같이 까만 밤에 문득 달이 떠 올라 그 달빛에 비친, 거울 같은 호수의 수면처럼 광택이 흐르는 검은색이 바로 감은빛이다!' 뭐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하셨다. 아무리 술이 취했다해도 내가 이렇게 과장을 덧붙여 설명을 했을 것 같지는 않고, 그 분이 자기 방식으로 해석해서 말씀하신 것 같은데, 어쨌거나 멋진 설명이다.  
 


페이스 북에서는 다른 온라인 공간과는 다르게 많은 분들이 본명으로 활동을 한다. 나는 본명을 쓰지 않아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께 친구 신청을 해도 거절당하는 일이 많다. 그래서 쪽지를 보내면 그제서야 '아, 그게 너였냐?' 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암튼 이 특이한 필명 덕분에 재미있는 일이 계속 생기는 것 같다. 앞으로 또 어떤 재밌는 일이 벌어질지 기대된다.
 

 

둘. 다른 이를 설득하기 위해 필요한 것  

다른 이를 설득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과연 뭘까?
화려한 말솜씨?
요기조기서 암기한 지식들?
상대의 감정을 알아채는 감각?

어쩌면 세 가지 모두를 갖추고도 누군가를 설득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내가 진정성을 보인다면,
내가 가진 열정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다면,
열마디 말 없이도 누군가가 내 생각에 동의해주지 않을까?
 

진정성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그것이 남겨진 숙제이다!

 

 

 

 

 

 

 

 

 

 

 

 

 

<2011_11_10 월계동 아스팔트 방사능 오염 조사 결과 항의 액션>

  

 

 

 

 

 

 

 

 

 

 

 

 

<2011_11_11 홍대앞 거리 홍보 01 - 녹색당> --------- 녹색당 징검다리님 사진

 

오랫만에 대중 홍보 캠페인을 하나 기획, 진행했다.
너무 오랫만에 하는 일이라 도무지 자신이 없었는데,
그래도 그럭저럭 해냈다.

좀 더 참신하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머리는 회전을 거부한다.
남들이 이미 했던 것들만 자꾸만 맴돈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는 정말 어렵다!
 

아래는 11월 11일 녹색동 홍보캠페인과 씨앗모임(발기인대회)에 대한 딴지일보 기사! 
http://www.ddanzi.com/news/38170.html   

 

그리고 아래는 관심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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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1-15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진정성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진정성을 갖고 유지하는 자체도 어렵지만 보여주는 것도 못지않게 어려운 문제인 듯 해여.

아참, 페이스북에서 저두 감은빛님 봤어요, 그런데 친구 신청은 안 했어요! 아하하.

감은빛 2011-11-16 00:03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께 배울 점이 많을 것 같아요.
직접 만나보지 못해서 말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글 쓰신 걸 보면, 진정성이 팍팍 느껴지던데요.

앗! 보셨다면서 왜 친구신청은 안하셨어요?
검색들어가기 전에 신청하세욧! ^^

이진 2011-11-15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신뢰성이나 진정성이 떨어지는 것인가요 ㅠ 친구들이 묻는 것에 대답해도 같은 답인데도 제가 하면 믿지않고 다른 애들이하면 받아들이더라구요. 진정성을 어떻게 보여줄것인가가 정말 힘든 일인 것 같아요 ㅠ

감은빛 2011-11-16 00:0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요즘 여기저기서 자주 보이시더니,
드디어 이 누추한 곳까지 왕림해주셨네요. ^^
반갑습니다!

제 질문에 자신있게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거예요.
그만큼 어려운 일이죠.

다락방 2011-11-16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저는 감은빛님의 닉네임을 보면서 이름이 '은빛'인 여성이라고는 한순간도 생각해 보질 않았어요. 그래서인지 이름이 은빛인 여성을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다는게 놀라워요. 그러네요, 이름이 은빛인 여성을 생각할 수도 있겠어요.

전 외려 감은, 빛 이렇게 읽고 이해하고 있었거든요. 뭔가 본인에겐 '감은빛'에 대한 뜻이 있겠지만 그러면서도 저는 빛을 감았다고 생각했어요. 재미있어요. 흣.

감은빛 2011-11-16 13:5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오랫만이네요. ^^
이 글에도 적었지만, 저도 여러 사람들이 저를 여성으로 여긴다는 사실에 무척 놀라고 당황스러웠습니다. 본명으로 착각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감은빛'이란 이름의 여성에게 연락을 받고 보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네요.

예전에 어떤 분이 다락방님과 비슷한 말씀 하셨어요. 빛을 감았다는 의미. 그래서 반대말은 열린빛이냐고 말장난을 하신 분이 계셨어요. ^^

yamoo 2011-11-16 15:42   좋아요 0 | URL
저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다락방님! 감은 빛..이라구요..ㅎㅎ

감은빛 2011-11-17 13:46   좋아요 0 | URL
호오! 야무님도 그렇게 생각하셨군요. 의외로 많으시군요! ^^

잘잘라 2011-11-16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녹색당은 녹색당으로 이름이 확정되었나요?
색깔있는 이름 말고 다른 이름으로 하면 좋을것 같아요. 녹색당은, 녹색당은, 뭐랄까.. 좀.. 딱 보고 딱 알겠어서 쉽긴한데, 뭐랄까 그래도 좀.. 뭔가 아쉬워요. (요즘 광고에 너무 길들여져서 그렇긴 하겠지만.. ^^;;;)

감은빛,님 이름처럼 알듯말듯 궁금증을 유발하면서도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그런 빛으로!!!(그거 아세요? 감은빛이라는 이름, 한번에 콱 박힌다는거요.^^)

감은빛 2011-11-16 13:54   좋아요 0 | URL
준비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었습니다. '초록당'과 '녹색사회당' 등의 의견들도 제법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결국 '녹색당'으로 확정이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녹색당 창당준비위원회'로 등록이 되었구요. 아직 정식 정당은 아닙니다. 정당 등록 절차가 생각보다 까다롭더라구요. 힘없는 민중들이 함부로 정치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그렇게 어렵게 만들어 놓은 것 같습니다.

나중에 조건이 충족되어 정식 정당으로 등록할 때 한번 더 당명을 결정하는 절차를 거치겠지만, 거의 확실하게 '녹색당'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름은 확실한 상징성과 역사성이 있거든요. 독일이나 프랑스 등 서유럽의 녹색당은 역사도 오래되었고, 현실 정치에서 적지 않은 성과들을 거두고 있으니까요.

어쨌거나 메리포핀스님께서 관심가져주시고 또 의견도 주셔서 고맙습니다!^^

yamoo 2011-11-16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감은빛이라는 의미가 궁금했습니다. 멋대로 해석하신 어느 분의 전언이 멋지군요!

활발히 정치에 참여하고 계신 감은빛님이 존경스럴 따름입니다. 정치는 저에게 있어 너무나 먼~ 일입니다..ㅎㅎ

설득이라...설득은 감응을 이끌어 내는 일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감은빛 2011-11-17 13:49   좋아요 0 | URL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저 위의 과장된 해석보다 훨씬 간결한 표현으로 나옵니다.
'윤기나는 검은색'을 뜻하는 말입니다.
검은색은 무정부주의를 뜻하는 색이구요.
저는 엄밀히 따지면 검은색보다는
붉은색(빨갱이)과 녹색(생태주의)쪽에 더 가깝지만,
무정부주의적인 성향이 있고,
또 무엇보다 어감이 좋기 때문에 이 필명을 쓰고 있습니다.

설득은 감응을 이끌어내는 일이란 말씀에 공감합니다.
어떻게 감응을 이끌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요즘 많습니다!
한 수 가르침을 주시지요!

노이에자이트 2011-11-17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저는 감은빛 님이 남자라는 것을 알겠던데...모르는 분이 많았군요.

감은빛 2011-11-18 18:15   좋아요 0 | URL
그냥 이름의 느낌만 보고 그런 분들도 계시고,
글을 자세히 읽지 않고 그냥 느낌만 보고 그렇게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자세히 읽었다면 제가 남자라는 사실을 알았겠죠. ^^

루쉰P 2011-11-19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전 예전에 어떤 의미인지 여쭈어봤죠. 너무 감은빛님 글을 대충 읽은 분이 많군요. 읽어 보면 술 좋아하시는 데 자제하시며 소설가를 꿈꾸는 NGO 혁명가이자 아이의 아버지이며 부인의 속옷도 빨아주시는 절대 다정남이라는 사실을 알텐데 말이죠.

후와! 저런 퍼포먼스도 하시는군요. 대단하셩, 대단하셩. 전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하는 적극적 용기를 가지지 못해서요. 항상 감탄만 해요. ^^

감은빛 2011-11-24 16:07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서도 초기에 몇몇 분들이 여성으로 오해하긴 했지만, 제가 언급한 분들은 대부분 다른 공간에서 인연이 닿은 분들입니다. 그러니 제가 이 공간에 쓴 글을 읽지 못한 분들이 대부분이죠. 루쉰님이 오해를 하게 해서 미안하네요.

오랫만에 다양한 캠페인을 고민중입니다. 어느새 머리가 굳어버렸는지 쉽지 않네요. ^^

순오기 2011-11-20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교롭게 본명이 '감은빛'이라는 분이 계셨군요~ ^^
배우 '감우성'은 본명일까요...

세상을 향한 감은빛님의 발걸음에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감은빛 2011-11-24 16:09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댓글 읽고 검색해보니, 본명인지 가명인지 언급이 없네요.
아마도 본명이 아닐까 싶은데요.
저 정말 '감은빛'이란 이름의 아리따운 여성분 연락받고 깜짝 놀랐어요!
그분도 깜짝 놀라신 듯한 느낌을 저도 받았습니다.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