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의 유혹 - 합본양장본 - 재미있는 열세 가지 색깔 이야기
에바 헬러 지음, 이영희 옮김, 문은배 감수 / 예담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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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양조위와 장만옥 기타 유수한 중국 배우들이 나오는 장예모 감독의 영화 '영웅'을 보면 눈이 짜르르해질 만큼 강렬한 색의 사용이 돋보인다. 아마도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영화를 보았더라면 영화에 대해서도, 책에 대해서도 퍽 할 말이 많아졌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눈을 뜨고 살아가는 한 시선으로 포착되는 모든 사물은 색감으로 와 닿는다. 색은 말그대로 아는 만큼 보인다. 이 책이 색에 관한 한 백과 사전식의 지식을 충족하는데 손색이 없으리라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주로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생활사와 염색의 역사를 바탕으로, 색과 관련하여 풀어간 책이다. 마치 일본의 독서광 다치바나 독서광처럼, 저자는 부지런히 자료를 모으고 색의 배합과 색의 선호도에 대한 설문 조사를 통한 통계를 열심히 내고 있어서 저자 에바 할러의 성실한 노력의 가상함이 엿보인다. 그러고보면 에바 헬러는 참 이것저것가지가지도 하는 사람 같다. 두꺼운 양장본의 그의 소설 <다른 남자를 만나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를 통해 처음 만났었는데, 사회학자에 이젠 이름 뒤에 색전문가라는 꼬리표까지 만들어내다니....... 아무래도 이 사람 '여자 다치바나 다카시'같다.

'파랑'은 그리움의 색이다. '파랑은 깊어질수록 우리를 무한한 것으로 이끌며, 순수 그리고 궁극적으로 초감각적인 것에 대한 그리움을 일깨운다.' 나는 파랑색하면 홍콩 배우 금성무가 생각난다. 파란 티셔츠를 입고 포즈를 취한 브로마이드 한 장이 내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서..... '빨강'은 광고의 색이다. 광고에는 언제어디서나 빨강이 들어간다. 그런데 의외로 광고에 쓰이는 빨강색 글씨는 읽기 어려워서 시각적으로 효과가 없단다.
'노랑'은 옛날 서양에서는 경고와 화를 의미하는 색으로, 상반되게도 옛 동양에서는 '황제'가 사용하는, 혹은 '좋은', '화해와 우회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쓰였다.

'검정'은 우아한 아름다움의 색으로 디자이너와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다. '흰색'을 뜻하는 서양 여자 이름은 다른 색을 뜻하는 이름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흰색이 주는 '쉽게 흥분하지 않는 조용한' 느낌을 여성의 기질에 반영시킨 것 같다. '녹색'은 평민과 시민의 색이다. 그리고 아랍 연맹(아랍의 모든 회원국은 국기에 녹색을 사용한다)의 색이기도 하다. '주황'은 보통 경망스럽고 진지하지 못한 색으로 인지되었다. 하지만 관습에서 벗어난 자유분방함을 주는 색임에도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보라'색에 대한 쳅터가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다. 보라색이 동성애 운동의 색으로 쓰였다는 것은 금시초문이었다. 또 개인적으로 연보라색을 가장 좋아하는데, 이 색이 노처녀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라는 해석이 붙어 있다.(그래! 누가 아니래!!!) '분홍'은 흔히 피부색으로 통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피부색이 조금씩 다 다른데!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이란 바로, 자신의 피부색과 잘 어울리는 색을 말한다.

 '금색'을 단순히 '색'속에 포함시켜 말할 수 있는걸까, 이 책에 나온 통계를 보면, 색 중에 유일하게도 금색을 가장 좋아하는 색이라고 말한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한 0.5%였다. 금색은 '돈'이고 '행운'이며 '사치'이다.

'은'은 금보다는 우아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은의 아름다움은 '절제'에서 나온다.

바삭바삭한 비스켓을 연상시키는 갈색은 옛상징에서 여성의 색이며, 땅의 색이며, 출산의 색이었다. 개인적으로 가구 목재에 쓰이는 갈색을 제외한 나머지 갈색은 게으른 느낌을 받기도 한다.

'회색'은 심리적으로 파악하기 가장 어려운 색이라 한다. 모호하고 특성이 없는 무색 무취의 마치 11월달을 연상시키는 그런 색이 회색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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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자기경영노트 - 80/20법칙 자기실현편
공병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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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공병호가 책의 절반 가량에 걸쳐 이야기하는 논리는 80/20식 자기 경영 노하우다. 80/20의 법칙이란 다음과 같다. 우리가 들이는 노력의 80%는 거의 낭비되어 버리고, 20%가 결과물의 대부분분인 80%를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시간을 활용하는 데에 있어서 이 법칙이 적용되며, 심지어는 인맥과 지식, 건강, 심지어는 독서에서도 이 법칙이 적용된다고 말한다.

정말 이런 류의 실용서의 경우에는 20% 내외의 핵심은 저자 서문, 목차, 결어 및 초기의 핵심 문장에 숨어 있다. 이 책도 실용서이므로 이 법칙에서 예외일 수 없으리라. 즉, 20%만 건지면 된다는 이야기인데....... 예외가 없는 예외(?)도 있는지. 이 책 전체를 100으로 놓고 보았을 때 이 책 내용은 나에게 80% 정도의 활용도가 있는 것 같다.

이 책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챕터는 중간 부분에 나오는 '1분의 투자로 유쾌함을 유지하는 법'이라는 장이었다. 요점은 평상심을 잃지 않고 늘 쾌활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들을 골라 놓고 독자의 서가나 직장의 한 켠에 이런 책들을 늘 준비해 놓으라는 것이었다. 직장은 다른 많은 사람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일을 해야 하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좌절감과 스트레스를 느낄 때가 많다.

이 때 순간순간 자신의 의식의 흐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시간 낭비를 겪게 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다른 사람들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생활의 리듬을 잃게 되는 경우를 체험하게 된다. 이런 때는 단 몇 구절 몇 단어만으로도 사람의 평상심을 잃지 않도록 해 주는 좋은 책들을 들취 보는 건 정말 자기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작은 노하우가 아닐까.

살다보면 '능력은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혹은 '유전자 코드가 노력에 앞선다.' 등등의 말들을 거침없이 하는 사람도 간혹 있다. 사실은 사실로 인정을 하라면서, 현실을 직시하라면서 언제까지나 허황된 꿈만 꿀 거냐면서 냉혹하게 하나하나 짚어 주는 말들 말이다. 그러나 공병호의 이 노트는 이와 다른 우회적인 방식으로 행복론을 설파한다. 노력하면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다독거림의 방식이 공병호의 말하기 방식이다.

이 책은 마음을 다잡기에 좋은 책이다. 분야를 조목조목 나누어, 시시콜콜 자상하게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 주는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전략과 전술에 앞서, 일상 생활에 작은 변화를 시도해 보라는 일종의 동기 부여가 주를 이루는 책이다. 또한, 일반적인 자기 경영 기획서와 다른 점은 성공을 권장하며 그 실천 방법을 강박적이리만큼 권유하기보다는 자신의 내면 세계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고, 자기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돌아보라고 자기 자신이 충분히 행복한지를 체크하라고 말한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에게 이렇게 묻는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까? 당신은 현재를 미래를 가기 위한 수단으로 축소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스트레스는 여기에 있으면서 거기에 있기를 바라기 때문에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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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생활의 발견
함성호 외 지음 / 현실문화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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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나고 자란 어린이들이 대개 그러하듯 어릴 적 나에게도 서울은 환상의 도시였다. 서울에 친척을 둔 큰 축복(?)으로 내가 서울에 올라와 제일 처음 본 것은 초등 학교 1학년 때 갔던 창경원이다. 그리고 매번 방학을 맞을 때마다 외할머니와 외삼촌을 졸라 한 군데씩 6.3 빌딩, 과천 서울랜드(자연 농원), 남산 식물원 같은 데를 좋아라 하며 갔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릴 적에 본 것 중에 기억 속에 오래도록 아름답게 각인된 장면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밤에 난곡 근처를 자동차로 지나면서 차창 밖으로 보았던 금강석을 깔아놓은 듯한 백열 가로등 마천루였다. 산동네에 사는 사람들에겐 그 곳이 고단한 일상의 터전이었을 텐데, 그렇게 낭만적이고 서정적으로 봐서야 쓰겠냐고 누군가 일침을 놓을지도 모르겠으나, 서울에 뿌리를 두지 않은 어린아이에겐 참 아름답고 따뜻한 정경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 내가 이제 서울이라는 부박한 토양에 얕으나마 뿌리를 내리고 살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서울 생활'을 조망한다는 이 책을 허투로 지나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책의 제목이 서울 생활의 발견이니까, 서울에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의 '의' '식' '주'의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 쉽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책에는 '주(住 : 살 주, 宙 : 집 주)'로서의 의미 접근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책의 앞부분은 60~70년대 당시 서울 중림동 흑석동 산동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내가 내 집을 지으려고 간선 도로에서 들어가는 골목길과 계단을 만들지만, 내 뒤에 이사오는 사람들은 이것을 딛고 올라 간 곳부터 제 나름의 계단 골목길을 연장시킨다.'던 작가의 산동네론(?)이 그럴듯하다. 달동네 골목의 길트기 방식을 '함께 사는 사회'로 연결시킨 것이다.

다음, 진양교의 '천변 시대'에서는 청계천 복원을 놓고 그것이 꼭 긍정적인 의미만 있는 것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는 이야기를 한다. 청계천변의 황학동 시장이 전면적인 도시 재개발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도시에서는 보기 드물게 '땅에 뿌리를 내리는 방식으로 서울의 척박한 땅에 적응한 계층들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고, 그런 계층을 지켜내는 것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현대적인 재개발 수법보다 훨씬 더 도심의 공간을 사람이 살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공간으로 바꾸는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나만의 북한산'에서는 정능에서 나고 자란 필자의 북한산 정경을 해치고 있는 도시 미관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이 담긴 글이다. 자아 형성이 '본다'는 기능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라캉의 이론에 도입하여 글을 풀어가고 있다. 필자는 정릉의 시민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의 모태를 북한산에 두고 있다 북한산을 보기가 점점 어려워짐에 따라 필자의 정체성에도 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다음으로 '북악스카이 웨이'를 세속 도시의 심리 지리라 하여 학술적이며 미학적으로 분석한 글은 솔직히 너무 어려워서 읽는 둥 마는 둥 하였다. 마지막으로 전용석, 윤정미의 '인사동 기억들 - 인사동 자영업자 인터뷰'는 인사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세 사람과의 인터뷰이다. 그들에게 인사동은 전통의 자리가 아니라 생업의 장소이고 좋았던 옛 시절의 지나가버린 장소로 소개되고 있다.

이 책의 서문을 보면, 이 책이 서울을 보되 고급 미학으로 논의하고 역사 편찬의 시각으로 정리하는 것을 피했다고 했다. 하지만 평범한 독자가 보기에 전반적인 이 책의 내용은 '서울 생활의 발견'이라고 소박한 이름을 붙일 만한 성질이 것이 아니었던 듯하다. 즉 사진가 김기찬과 강상훈의 서울 산동네와 아파트 등 주거 형태를 다룬 사진 작품, 그리고 그들과의 대담이 읽기에 좋았고, 마지막 장에 인사동 점포 상인 세사람과 의 인터뷰가 생생하게 와 닿았을 뿐 나머지 내용들은 서문에 밝힌 내용과 달리, 다분히 고급 미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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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하드 럭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요시토모 나라 그림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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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내용이 기묘한 분위기를 풍길 것이라는 걸, 책 표지를 보고 알았던 것 같다. 매우 요상스럽게 생긴 단발머리 여자아이의 그림. 그리고 나서 이 책을 읽었는데, 지금에와선 읽었던가, 말았던가, 싶다. 읽었어도 읽은 것 같지 않고......, 읽지 않았다고 말하기엔 어떤 표현하기 어려운 담담함이 남는다.

하드보일드, 하드럭----감상에 빠지지 않는, 억세게 힘겨운 운, 이 작가가 바나나라는 필명을 쓴 이유가 '외우기 쉬워서',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이라서' 등등이라고 했다. 필명과 다르게 소설은 국적 불명이 아니라, 국적 분명인거 같다. 차분하고 냉담하고, '죽음이라는 현실에 대한 서글픈 감상 앞에서 고통스러워지느니 하드보일드 해 지자'는 일본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소설인 것이다.

책이 작고 예쁘다. 책 표지도, 그리고 두 장의 삽화도 좋고, 요시모토의 글에 상업적인 출판전략이 콤비를 잘 이룬, 기획력 있는 책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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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무라카미 류 지음 / 예문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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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초등 학교 다닐 적에는 텔레비전에서 흰색 칼라에 검정색 교복 박박민 머리 혹은 양갈래 딴 머리나 단발머리로 고교생 언니 오빠들이 나오는 영화를 많이 해 주었다. 배우는 주로 꼬마 신랑 김정훈이나 이승현, 임예진 등이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얄개 시대' 씨리즈라고 했다.

얼마전에 영화 '몽정기'를 아주 유쾌하게 보았던 것도 그 영화가 중학교 다니던 시절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도 한편으론 그런 의미에서 재밌게 읽혔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나 고등학교 시절의 학생들 모습과 좀 많이 다르다.

주인공 겐은 절대 기죽는 법 없고, 여러모로 재기발랄하게 선생님들을 비롯 학교라는 제도권 체제에 도전적인 태도를 보인다. 때로는 이기적이고 교활하게, 때로는 오만방자한 방식으로 말이다. 이는 주인공이 여타 자신이 싫어하는 제도권에 대한 복수의 방법으로 그들보다 즐겁게 사는 걸 보여 주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일 것이다.

무라카미 류를 알고저 그의 데뷔작이라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를 읽고자 했던 게 어그제다. 하지만, 약물과 알코올과 성이 난무하는 듯한 이 소설의 도입부를 소화하지 못하고...잠시 덮어 두었다. 그러던 차에 아는 친구가 그의 작품 중에 69가 재밌더라라는 정보를 주어서, 그 친구로부터 69를 빌렸는데, 책을 받아보니, 곱게 책 겉표지를 싸 놓았다. 책주인은 69라는 책 제목이 끄는 사람들의 이목이 꽤나 걸치적거렸단다.

이 책에서 주인공 겐은 사이먼&가펑클의 곡 '파겐드'를 빌려 주겠다며, 사슴같은 눈망울의 소유자 마츠이 카즈코와 말문을 트는 계기를 만든다. 1969년에는 사이먼 가펑클이 풍미했던 시기였나본데...나 중학교 다닐 적에도 사이먼 가펑클의 '험한 세상 다리되어'는 물론이요..'에이프럴 컴 쉬 윌'도 많이 듣곤 했던 노래인데....아.... 이 작가와 내가 같은 음악의 정서를 공유했다는 것이 반갑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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