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2 - 7月-9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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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위험한 건 포니테일 쪽이다. 방을 나설 때 포니테일이 한순간 내보였던 폭력의 낌새를 아오마메는 아직 선명하게 기억한다. 말은 없지만 예리한 감을 가진 남자다. 아마 격투기도 상당히 뛰어날 터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실력이 뛰어날 것 같다. 아오마메의 마셜 아츠 실력쯤으로는 상대도 안 될 것이다. 권총을 뽑아들 여유조차 바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맙게도 그는 프로는 아니다. 직감을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이성을 발동시킨다. 누군가에게서 지시를 받는 데만 익숙해져버렸다. 다마루는 다르다. 다마루라면 일단 상대를 덮쳐 무력화시킨 뒤에 머리를 굴린다. 우선 행동한다. 오로지 직감을 믿고 이론적인 판단은 나중으로 돌린다. 한순간의 망설임 때문에 때를 놓친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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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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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쪽

문화인류학의 목적 중 한 가지는 사람들이 품은 개별적인 이미지를 상대화하고, 거기에 인간에게 있어 보편적인 공통점을 찾아내어 다시 그것을 개인에 피드백하는 것이야.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은 자립적이면서도 어딘가에 속한다는 포지션을 획득할 수 있거든.




524쪽

전철역까지 걸어가면서 아오마메는 세계의 기묘함에 대해 생각했다. 노부인의 말처럼 우리가 단순히 유전자의 탈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어째서 우리 인간 중 적지 않은 자들이 그토록 기묘한 형태의 인생을 살아가는 걸까. 우리가 심플한 인생을 심플하게 살고, 쓸데없는 건 생각하지 않고, 그저 생명 유지와 생식에만 힘을 쏟으면, DNA를 전달한다는 그들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될 게 아닌가. 인간들이 복잡하게 굴절된, 때로는 너무나 이상하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종류의 삶을 사는 것이 유전자에 과연 어떤 메리트가 있다는 것일까.




617쪽

‘선구’라는 교단은 세속적인 가치를 부정한다고 그럴싸하게 떠들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세속보다 더 노골적인 계급사회야. 간부와 말단이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어. 학력이 높다거나 전문적인 직업 능력을 갖고 있지 않는 한, 간부는 될 수 없어, 리더를 만나 그의 지도를 받거나 교단 시스템이 중추적인 일에 관여할 수 있는 건 간부 엘리트 신자로 한정되어 있는 거야.  나머지 ‘그밖의 여러분’은 내야 할 돈 내고 맑은 공기 속에서 부지런히 수행을 하거나 농사일에 땀을 흘리는 한편, 메디테이션 룸에서 명상에 잠시는 살균된 나날을 보내는 것뿐이야. 양 떼하고는 다를 게 없어. 양치기와 개의 관리를 받으면서 아침에는 방목장으로 인도되고 저녁에는 숙소로 돌아온다, 라는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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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주례사 -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남녀 마음 이야기
법륜스님 지음, 김점선 그림 / 휴(休)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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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부부에게도 지침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결혼해서 산다는 것은 이렇게 지난한 일인데, 잘 할 수 있겠니? 그러리라 믿으마." 같은. 

물론 직접적으로 예비부부에게 고함, 의 형식은 아니다. 어쩌면, 절에 찾아와 법륜 스님께 상담을 청해오는 분들에게 하는 답변들을 엮은 책으로 보인다. (그리고 대다수의 상담 의뢰자들은 기혼 여성)

흔히들 생각할 때, 스님들이 더 수행을 해야 하고, 속세에 사는 사람들은 안 해도 될 것같지만, 오히려 더 속세 사람들이 수행을 해야 한다고. 스님은 가까운 사람과 민감하게 부딪칠 일 없고, 또 가족이 없기 때문에 피해를 주고 받지 않기 때문이다.

부부가 갈등을 하면, 최대 피해자는 아이들이다. 아줌마들이 흔히 말하는 '지랄(?) 보존의 법칙'이  있는데, 터질 것은 지금 당장이 아녀도 언젠가는 터진다는 것이다. 책을 봐도 그렇지만, 부부가 심한 갈등을 겪는 집 아이의 문제는 그 때 발현되지 않고, 잠복해 있다가 10대 시절에 크게 터지곤 한다. 그래서 나도 훈련 중이다. 남편하고 갈등 국면에 있어도, 배우자에 대한 미운 마음이 자식들에게까지 전이되지 않도록 감정을 철저하게 컨트롤하는 연습. (아이들을 위한다면 이런 연습까지 하며 살아야 함.)

부부가 왜 갈등을 할까? 사실은 이해 관계가 첨예한데, 이해 관계임을 인정하지 않고, 사랑을 막무가내로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사랑이 아닌 것을 사랑이 아닌 줄 아는 게 바로 진리입니다. 이해 관계로 뭉친 사이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타인에게 실망하지 않습니다. (...) 서로가 자기의 이익을 버리고 희생하라는 말이 아니라, 인간이란 속성 자체가 자기 이익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각자 이익을 추구하며 살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 나는 이해관계로 상대를 보면서 상대에게는 사랑으로 대하라고 요구합니다. 이 때문에 일이 복잡해지는 거예요.”

“내게 이기심이 있나? 있다. 세상 사람들도 다 이기심이 있다.”

“내 남편도 그럴 것이다.”

“내가 내 남편 말고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좀 있나? 있다.”

“그러면 내 남편도 다른 여자에게 관심이 좀 있을 것이다.”

“내가 다른 남자에게 관심이 좀 있지만, 남편 두고 딴짓할 생각은 없다. 그러면 내 남편도 다른 여자에게 관심이 좀 있지만, 딴짓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다.”

“첫째는 제 성질대로 사는 거예요.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러나 이렇게 제 성질대로 살면, 즉 자기 카르마, 업대로 살면 반드시 과보가 따릅니다. 성질 급한 사람은 아내가 동조를 잘 안 해주면, 나이들어서 실핏줄이 터지든 뭐가 터져 가지고, 드러눕게 됩니다. 그럼, 한 10년쯤 남편의 똥오줌 받아내는 일을 해야 할 거예요.”

“두번째는 부부가 갈등을 일으키면 자식들에게 심리불안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성장할수록 큰 골칫거리가 돼요. 남편 골치 아픈 것의 한 10배쯤 심각하게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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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서재 - 최재천 교수와 함께 떠나는 꿈과 지식의 탐험 우리 시대 아이콘의 서재 1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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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한 감동을 준 책이다.  두세 군데에서 큰 웃음을 터뜨렸고, 읽고 있는데, 갑자기 코끝이 뜨뜻해 지는 부분이 있었다. - 개그콘서트 두분토론에서 남하당 당수보다 더한 가부장적 아버지와 사셨던 어머니에 대한 연민을 토로하던 부분과 외국 유학은 꿈도 꾸지 말라 하시고, 남몰라 유학자금으로 대기 위해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신 부분 등 

이 분은 경제적이고, 정확하며, 우아하기까지한 글쓰기 방식을 취하고 있다. 아, 이 책은 글쓰기 방법을 안내하는 책은 분명 아니고, 최재천이 쓴 자서전이라고 해야 할까? 제목에 '서재'라고 붙였듯이, 끝부분을 보다 보면, 책을 읽어주는 게 자녀에게 남긴 유일하고도 엄청남 자산이 바로, 독서 습관이었다는 것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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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p 2011-10-06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최재천 교수님을 좋아해서 찾아보다가 무료 전자책 있기에 공유해봅니다. 과학자의 서재도 진짜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도 진짜 좋았어요! 무엇보다 교수님 강의를 한 번 들어본 적이 있는데 말투가 똑같이 책에 있더라고요 ㅋㅋ http://ridibooks.com/pc/detail.php?idx=89&id=111000760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서 링크 남겨보아요 ^^

icaru 2011-10-10 09:02   좋아요 0 | URL
좋은 정보 정말 고마워요~ ^^ 들어가봐야지!!
 
인문학 콘서트 KTV 한국정책방송 인문학 열전 1
고미숙 외 지음 / 이숲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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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육에서 통섭의 필요성 

                                                         최재천 

제가 하버드에서 생태학을 가르칠 때 2차 방정식만 풀어도 못 따라오는 아이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핀잔도 주고, 한시간 내내 2차 방정식을가르친 적도 있어요. 그래서 학기 초 첫 시간에 '생태학'이라는 학문을 소개하면서 일부러 미분 방정식 문제를 하나씩 냅니다. 그러면 땅이 꺼지도록 한 숨쉬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러던 아이들이 학기 중간쯤 되면 제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간단한 미분방정식은 다 풉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더니, 도서관에 가서 미분방정식 책을 펴놓고 공부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생타학 강의실에 철학과 학생이 있었다고 가정합시다. 그 학생이 도서관에 가서 미분방정식을 한 달 공부하면 수업을 따라올 수 있나요? 어림도 없습니다. 국문과 학생을 물리학과 교실에 앉혀 놓고 양자역학 원서를 주면 한 쪽도 못 읽습니다. 이게 우리 교육의 현실입니다. 실제로 미국 대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복잡한 수학 문제를 내주면, 그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고, 자기에게 부족한 부분이 뭐고, 그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워서 따라가야 하는지를 알아요. 왜? 고등학교 떄 공부하는 방법에 대한기본기를 갖추고 대학에 들어왔기 때문이죠.  

 

인문학자와 자연과학자가 만나서 소통하고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단계까지 간다는 것은 지금 우리나라 학계 수준으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노력을 포기해야 할까요? 제가 윌슨 선생님의 컨실리언스를 '통섭'이라고 번역했다고 해서 비판을 하시는 분 중에는 제가 잘못 번역했다고 말씀하시는 분까지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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