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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슈이치의 독서만능
가토 슈이치 지음, 이규원 옮김 / 사월의책 / 2014년 7월
평점 :
" 오늘 밤부터 유쾌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책
한편 수많은 고뇌 끝에 다다르는 안심인명보다는 당장 오늘 저녁부터 유쾌해지고 싶다. 행복해지고 싶다는 사람이라면 비극을 읽는 것보다 나은 방법은 없다. 비극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참담한 처지에서 살아가므로 그런 주인공들에 비하면 자신은 얼마나 좋은 환경에 살고 있나 하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주인공에 비하면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아는 것은 비극을 읽는 효능 중에 으뜸이다. 그러나 그것만은 아니다. 사람은 본성은 위기에 처했을 때 드러나게 마련이다.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기 위한 중요한 조건 가운데 하나는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는 것인데, 비극을 읽는 것은 그런 이해를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다른 말로 하자면 특별한 위기의 순간에만 나타나는 인간성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우리의 일상 생활 속에서 가르쳐 주는 것이 비극이다.
가령 고대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인 영웅들은 신탁으로 운명이 정해진다. “너는 언젠가 네 아버지를 죽일 것이다.”라고 신이 말한다. 그 일이 언제 어디서 벌어질지 모른다. 아버지와 떨어져서 자라고 있던 주인공은 아버지의 얼굴을 모른다. 어쩔 수 없이 휘말린 싸움에서 사람을 죽인 영웅은 나중에 상대방이 아버지였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아 스스로 두 눈알을 뽑고 장님이 되어 방랑 여행에 나선다. 이런 터무니없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희귀한 상황으로 분명해지는 것은 자신도 모르게 저지른 죄에 대한 가책감, 돌이킬 수 없는 인생, 그 인생을 조종하는 인간의 초월한 힘이 아닐까? 우리의 죄는 부모 살해는 아닐 것이고, 우리의 인생을 조종하는 것은 고대 그리스인 받들던 신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가령 전쟁이나 중대한 사회 현상들은 사람들의 인생을 지배하는, 인간의 의지를 뛰어넘는 힘이다. 또 살아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저지르지 않을 수 없었던 죄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 비극의 극단적 상황 속에서 분명해지는 인간의 조건은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존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