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에 몇 장을 읽으면서 역시 에쿠니 가오리의 일상은 일과 목욕과 남편이구나 했다. 그리고 틈틈이 공원에 나가 산책을 하는 것 포함....그것에 대한 꼼꼼한 묘사라니...
그러나 얼마 더 읽게 된다면, 세계는 늘 다중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음을 알게 된다. 그들 부부가 사는 좁은 아파트 안에서도 무수한 풍경이 겹쳐 있고, 무수한 시간의 흐름이 있듯이.

이 책 읽으면서 남편이라는 존재와 내 결혼 생활에 대해서 생각한다. 결혼을 안 한 사람들은 곧잘 기혼자들에게 결혼해서 좋으냐고 묻곤 하는데, 그럴 땐 참 할 말이 없다. 해 봐야 아는 것. 이라고 말하는 수밖에. 우연과 필연이 꽈배기처럼 꼬여서, 행복과 불행 사이에 많은 해석들을 만들어 낸다. 좋다거나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아주 교묘한 어떤 것. 

진종일 비가 내리던 날 이 책을 읽어서 비에 대한 챕터가 또 괜찮게 읽힌다.
 
비를 좋아해서, 비가 내리면 비를 본다. 창문을 열어놓고 바라본다. 빗소리를 듣고 비의 내음을 맡는다. 친정에서는 엄마도 여동생도 그랬다. 조그만 마당과 건너편 지붕, 낯익은 풍경이 비에 젖는 모습을 본다. 빛나는 아스팔트, 낮게 가라앉은 하늘, 물기를 담뿍 머금고 이파리 하나 하나를 떠는 나무. 우리는 다들 비를 좋아해서 비가 내리면 창문을 열어놓는다.

제목이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라고 붙여진 이유는 무얼까.
주말에만 만나는 주말 부부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까.

모든 일은 주말에 벌어진다. 결혼한 후 나의 에너지는 주말에 소모된다.   ...남편과는 주말에만 놀 수 있으니까.

가오리 씨는 평일에는 회사 인간으로 지내느라 개인적인 즐거움을 포기하는 규칙적인 남편을 둔 아내이다.
그래도 가오리 씨는 주말이면 남편과 이것저것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양이다. 난 그저... 주말 내내 내처 자고 있는 남편의 얼굴을 보면서 옆지기 라는 사람의 존재를 확인하고는 하는데...

우리는 많은 주말을 함께 지내고 결혼했다. 늘 주말 같은 인생이면 좋은 텐데, 하고 마음 속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알고 있다. 하루하루가 주말 같다면 우리는 보나마나 산산이 조각나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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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8-04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어날 아가의 경이로운 삶...
또 새로운 이야기 하나가 님의 가족에 생기겠군요..

icaru 2006-08-07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저도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다지요~

2006-11-15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픽팍 2006-12-16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