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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임길택 지음 / 보리 / 2004년 1월
평점 :
한동안 책을 읽는 일이 몹시 힘들었다. 지인 h에게 구조 요청을 하였다. "딱딱하지 않은 책 동화책은 아닌데 동심이 느껴지고 마음이 훈훈해지는 뭐 그런 책 없을까?" 이 책은 h가 그 다음날 막바로 공수해다 준 책이었고, 역시 나의 갈금함을 저버리지 않는 딱 그런 책이었다.
나는 이 책을 거의 한 달 동안 조금씩 조금씩 읽었다.
워낙 알토란 같이 엮어진 책이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독서를 열심히 하기엔 몸이 좋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기에, 어느 때는 지하철 안에서 어느 때는 이부자리에 누워서 어느 때는 병원에서 순서를 기다리면서 읽기도 했다.
1976년부터 강원도 탄광 마을과 산골 마을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쓴 교단 일기 속 선생님의 글은 세련되고 인상적이며 현란하기까지한 글들과는 좀 다르다. 뭐랄까 추천하는 말에서의 윤구병 선생님의 말마따나 '잘 삭은 배추김치' 같이 담백하다. 자극이 강한 글에 익은 사람(나 포함) 이 글을 얼마나 잘 읽어 낼지 자뭇 미지수로 느껴질 정도로, 진실 말고는 아무것도 담지 않은 글, 억지로 감동을 주려고 하지 않는 글이다. 글은 글 쓴 사람의 영혼을 보여 준다. 는 세르반테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서툴고 투박해서 더 정이 가는...
책 속에서...
하여튼 길을 떠나기에 앞서 교장 선생님은 자연을 배우니 어쩌니 하면서 '지루한 말씀'을 하였지만, 돌이켜보면 혼자서는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할 길을 소풍 때문에 동무들과 어울려 걸어 볼 수 있었다. 커 갈수록 멀리, 더 멀리 나아가야 할 발길을 위해 그렇게 닦아 둔 거였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눈물
새로 아이들을 맡으면 나는 그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몹시 궁금하다. 그래서 일기를 꼬박꼬박 써 오도록 잘 어르고, 틈을 내어 글 쓰는 시간도 갖는다. 애들이 뭘 알겠느냐고 생각해 버리기 쉽지만, 아이들의 삶처럼 다양한 것도 드물다. 그래서 어떨 땐 나는 아이들이 바람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금방 이 곳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이 조금 있다 보면 산등성이에서 돌아다니고 있다. 어른인 내가 보기에는 도대체 무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도 그 애들은 뭐라고 도란거리면서 저희들끼리 잘도 어울린다.
그러면 그런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공부를 먼저 떠올릴 법하다. 그러나 그것은 또래의 아이들이라면 모두 겪는 것이라 볼 수 있으니까 빼도록 하자. 그렇다면 그 다음에는 무얼까? 가난? 우리 어른들 눈으로 볼 땐 분명히 그것일 것 같은데 아이들은 그걸 심하게 몸으로 느끼는 것 같지는 않다. 집세를 못 내서 긍끙댄다거나 당장 끓일 게 없다면 별 문제인데 농촌 생활이란 너나없이 그만그만하고 또 먹고 자는 걱정들은 거의 안 한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가난 문제가 이곳 아이들의 글 속에서 절실히 다뤄지는 일은 드물다. 그 대신 어른들의 싸움이나 술은 아이들을 곧잘 벼랑 끝으로 내몰곤 한다.
그러나 어린 나를 무엇보다도 질리게 했던 것은 담장 너머로 이웃사람들이 쭈뼛쭈뼛 고개를 내밀고 우리 집 구경을 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