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적 아니무스의 부정적 특성은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가부장적 남성의 특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부장적인 남성들은 고집불통이고 권력과 지배욕이 강하다. 그래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두머리가 되려고 한다. 협동적인 태도는 허약한 인간의 특성이라고 보기 때문에, 고독한 전사의 역할을 맡을 때 가장 마음이 편하다. 대화를 통해 함께 문제를 풀어가기보다는 승리가 아니면 패배라는 식의 전쟁을 더 선호한다.
: 다행이지, 현대 사회에서는 이런 식의 전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의 윈윈 전략이 선호되는 것처럼.
-176~177쪽
나는 아직도 첫 직장생활의 경험을 잘 기억하고 있다. 회의가 있을 때면 우리 여자들은 남자들에게 발언권을 빼앗기기 일쑤였고, 우리가 제출한 제안이 통과되는 법은 결코 없었다.
그러다가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을 하면서 나는 ‘킬러의 말투’라는 개념을 배우게 되었다. ‘킬러의 말투’란 상대방을 무장해제시켜 입을 막아버리는 어법이나 대화 모델을 말한다. 예를 들어 "지난번에도 나온 내용이잖아요." 같은 문장을 들 수 있겠다.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상대방의 의욕을 꺾는’ 방법도 상대방 입을 막는 대표적인 기술이다. 효과가 가장 뛰어난 기술로는 소위 ‘판 튀기’ 전법이 있다. 상대방이 무슨 마을 하든 상관없이 계속 굽히지 않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이다.
: 저자는 이 트레이닝을 달달 외우고 이 기술을 적극 활용하였다고, 그랬더니 팀의 권력 관계가 뒤집히고, 여자들이 승리를 얻었다고. 그러나 '이게 무슨 짓이었을까?' 라고 저자는 회상한다. 그들은 그들에게 상처를 입힌 사람들과 똑같은 무기를 사용했고, 결국 그들의 정체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지금도 수많은 여성들이 현재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가부장의 전쟁놀이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자 같은 여자’라는 개념은 바로 남자와 똑같이 싸우는 그런 류의 여성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러나 남자처럼 잘 싸울 수 있기 위해 그녀가 치러야 하는 심리적 희생은 너무나 엄청나다.
-177~1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