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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dplay - 2집 A Rush Of Blood To The Head -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선정한 100대 음반 시리즈 97]
콜드플레이 (Coldplay) 노래 / 워너뮤직(팔로폰)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트래비스의 <인비지블 밴드> 앨범은 나에게는 참 애잔한 최고의 감성을 전해 주는 음악이었다. 트레비스의 멤버들이 음악을 하기 전, 혹 유명세로 뜨기 전 그들의 행보들을 육하 원칙에 의거해... 어떤 사람들이었고 어떻게 음악을 일구어 왔는지 아는 게 중요할까. 이는 듣는 사람에게는(다른 사람들에게는 중요할 수도) 아니 나에게는 하등 중요할 것도 없고, 일단은 그저 그들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수수한 분위기와 애잔한 정서가 마냥 좋았었다.
웃옷에 자켓을 하나 더 걸치게 되는 이 가을에 콜드플레이를 듣기가 딱 좋은 것도 트래비스와 비슷한 이유다.
이 앨범은 전작 앨범과 당연히 비교를 해볼 수 있겠는데...이 앨범은 전작의 속편을 바라는 꼼수가 느껴진다고 평가 절하하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가 그랬듯 들으면 들을수록 강한 전염성을 풍기는데 어떻게 더하고 못함을 비교할거나.
“자신들이 그저 운때를 잘만난 대학생 한량 밴드”라는 자격지심을 심하게 갖고 있던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마틴은 각종 시상식 자리나 공연 자리에서 “우리 사실 별거 아녜요.”나 “마음에 드시지 않더라도 이해해주세요”류의 멘트를 날림으로써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었던 나머지 멤버들과의 갈등을 유발하기도 했다는 말이 자켓에 나와 있다. 그들은 왜 과거, 사과하고 고개를 숙이면서 음악을 했을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콜드플레이가 그 동안 안티 세력으로부터 배척을 당했던 주된 이유는 이들이 그럴싸한 명문대 출신이라는 점이라고들 한다. 전형적인 중상(?)층 출신으로 뭐가 아쉬워 밴드를 하며 그렇게 시작한 밴드가 뭐 대단겠냐는 비아냥을 사고 있는 것. 그래서 필연적으로 이들에게 노동계급이 아닌 록밴드로서의 뭔가를 증명해야 한다는 마음 속의 숙제가 생겼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배운 티를 내며 영리하게’ 굴기보다는 심플한 팝송의 정공법을 택하였다. 그래서 이 단순하면서도 특별하게 들리는 멜로디가 어쩐지 귀에 착하게만 들린다.
표제작 'A Rush Of Blood To The Head-머리로 솟구친 피'에 꽃힌 필 때문에 샀던 이 앨범... 비염기 어린 이 음성이 이리도 감미롭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