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 미안하지만, 신경 말단을 노출시키지 않는 책은 전혀 읽지 못한다. "
라고 미국의 어떤 작가가 고백했는데, 나도 그런 것 같다. 바꿔 말하면, 신경 말단을 노출시킨 책이나 글을 좋아한다. 그렇지 않은 책을 전혀 못 읽는 것은 아니니.
그래서 시간이 있음에도 책을 읽을 수 없는 정신 상태가 되어버리면 - 챙길 게 많은 신학기, 사람을 신경과민하고도 산만하게 만드는 특정 업무를 하는 기간- 책을 읽지 않으면 그만이련만, 그럼에도 뭔가를 읽고자 한다면, 이렇게 신경 말단을 노출한 책이나 글을 읽으면 좀 읽히는 것 같다.
'것 같다'라며 단정을 유보하는 것은, 사람은 그때그때 달라진다. 요즘의 내가 그렇다는 것일 뿐, 그렇게 생겨먹은 인간이다 라고 단정짓기는 어려우니.

요즘 이 책을 조금씩 읽고 있다. 금욕적이지는 않지만, 높은 형태의 정신적 쾌락을 추구하는 건조해보이는 작가의 신경 말단을 보고 있는데, 이이의 특징은 세련되었다는 것? 센티멘탈하지는 않지만, 계속계속 읽게 하는 재능. 역시나 타고난 스토리텔러인 모양이다.
책도 그다지 읽지 않고, 기록도 하지 않는 요몇주 동안 몸무게가 줄었다.
동분서주 들락달락 위로아래로 움직임이 많았던 모양이다. 나는 본래 관성의 법칙에 심히 매료된 사람마냥, 하던 행동(정지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부류인데...
건강검진을 받으면 항상 듣는 내용이 지금에서 몇 킬로그램을 더 빼면 신체나이 몇살이 더 젊어진다, 같은 거였는데, 책과 멀어지면, 건강을 되찾습니다 같은 이상한 결론을 도출하기에 딱 좋은 케이스 같다. 내가 하는 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