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시간은 갈수록 내 편이다 - 진짜 내 삶을 찾아가는 일곱 여자 분투기
하이힐과 고무장갑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낚시질하다가

찌를 보기도 졸리운 낮

문득 저 물속에서 물고기는

왜 매일 사는 걸까.

 

물고기는 왜 사는가.

지렁이는 왜 사는가.

물고기는 평생을 헤엄만 치면서

왜 사는가.

 

낚시질하다가

문득 온몸이 끓어오르는 대낮

더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고

중년의 흙바닥 위에 엎드려

물고기 같이 울었다.

                                                                                              <낚시> 마종기

 

마흔이 되었다. 마흔이 되기 석달 전이나 지금이나 특별히 달라진 일과를 보내고 있지도 않고, 터닝포인트가 될 만한 계기 같은 것도 없어서, 그저 마흔이 되었구나 서른이 되었을 때보다 어딘지 더 쓸쓸하다, 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평소에는 생각도 안 하고 사는 것들에 대해 반추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우리 엄마. 요즘 모친과 나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는 대화 한 토막은 이것이다.

"니 살림이고, 니 새끼인데, 니가 해야지!"

유순하셔서 모진 소리를 못하시는 우리 엄마가 나에게 저 말을 하기까지 앞전에 내가 뭐라 퍼부었을지는 애키우고 살림하는 알만한 분들은 상상이 되리라. 부끄럽다.

 

가끔은 잘 모르겠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좋은 사람이지 나쁜 사람인지를 구분하자는 것이 아니고. 아주 디테일하게 남들에게 비춰지는 내 모습 같은 거. 내가 생각했던 거하고 다른 부분을 듣게 되는 것 같아, 당황한 적이 있었다.

 

얼마전 대하기 어렵지 않은 윗상사분께 들었던 말은

"자기는 생김새와는 달리, 다혈질이더라. 마음이 급해서 말까지 버벅댈 적이 있어."

또 얼마전에 들었던 위와는 상반된 말은 아이 방과후 축구 친구 엄마에게서 들었다.

"말씀을 천천히 하셔서, 고상해 보이셔요. 믹스커피도 안 마시고, 다기 세트 갖추고 허브차 즐기실거 같은데,,,, 믹스커피를 좋아하신다구요??"

 

자기를 잘 아는 섬세한 사람, 무감동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마흔에와서야 그런 생각을 한다. 거참..

 

인생은 일, 가족, 건강, 친구, 나 자신이라는 다섯 개의 공을 공중에서 돌리는 것과도 같다고 했다. 그 중에서 일만이 고무공이고, 나머지 유리공이라고 한다. 나한테도 과연 그랬나...

 

이 책에는 일곱명의 작가가 있었지만, 그 분들 글 모두 반짝반짝 빛났지만, 그 중에서도 달나무 님 글이 공감대가 넓게 느껴지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자전적인 글들이기 때문에, 뒤에 두세줄 나온 작가 약력을 본다.  졸업 후 적성 따지지 않고 할 수 있는 무엇이든 했고, 여러번 직장을 옮겨 다니다가 결국 아이들 학습지와 동화를 만드는 출판사에 정착 10년을 일하셨다고 한다. 지금은 직장을 그만두시고,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살고 싶은 문학 중년(?)으로서 두번째 인생을 준비하고 계신다고. 역시나 겹치는 부분이 많았어. ㅎ

 

그 분이 새로운 일을 찾기 위해 고심할 때, 아이가 있는 엄마들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자신이 그나마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이와 관련된 일이기에, 독서 지도사,를 그 다음은 자기주도 학습 코치 자격증을 따겠다고 결심하였단다. 아침에 일어나 매일 온라인 강의를 들었는데, 강의 중 특별한 과제가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버킷리스트로 일컬어지는 자기가 일생동안 하고 싶은 일 100가지. 적는 것. 어쩐지 그 리스트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훤히 보일 듯 하다. 내가 원하는 것들이 나를 말해 주는 법.

버킷리스트를 컨닝하는 것도 용납된다면, 여기에 내 버킷리스트에도 담고 싶은 것은

 

-죽기 직전에 장례식 미리해 보기(모리 선생님처럼)

-능수능란한 운전 솜씨.-어디로든 달려갈 수 있는.

-내 스스로 공부하여 아이들 영어공부 시키기.

-독서 치료사 자격증 따기

-아이들과 가족 연주회 해 보기

-배우는 것 두려워하지 않기

-남편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취미 만들기

-매년 도서 읽고 서평 100개 쓰기

 

첫번째 항목은 일회성이라 꼭 할 수 있게 만들면 될 것 같고, 나머지는 나 스스로 신세 볶아얄 듯 끝에서 두번째 남편과 공유하는 취미 만들기는 지금은 obs 채널 전기현의 씨네 뮤직을 시청하는 것인데, 이 또한 남편의 주말 특근으로 함께 못할 때가 많다. 그 밖에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지 고민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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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3-04-01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런 종류의 책 좋아하는데,,,ㅎㅎㅎㅎ
그나저나 이제 마흔이시라구요!! 마흔이 지나 쉰을 바라보는 제겐 님이 지금 한창때로 보여요!!!ㅎㅎㅎㅎ 마흔도 안 바래요,,,더도말고 5살만 젊었으면 좋겠어요,,,하지만 그런 마음은 늘 영원할테니 지금 최선을 다 해야지 다시 다짐하게 되네요~~~^^
저는 님의 버킷리스트에서 따라하고 싶은 것은
-남편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취미 만들기(남편과 저는 영화보기기 취미지만 몸으로 하는 취미를 만들고 싶어요.)
-아이들과 가족 연주회 해 보기(아이 둘은 연주회가 되는데 해든이 악기 시작하면 함 해보고 싶어요.)

저는 운전을 배운 것을 참 잘했다고 생각해요,,날개를 달은 것 같아요,,,꼭 운전 솜씨 좋아지셔서 날개를 다시게 되시길~~~.^^

icaru 2013-04-02 13:36   좋아요 0 | URL
ㅎㅎ 나이가 무슨 대수겠나요 나비님처럼 발랄하고 우아하게 ~~
저도 이런 책 좋아하거든요 십오륙 년 전에 정기구독해서 열심히 보던 이프 라는 잡지를 읽는 기분이랄까요 ㅡㅡ 와 운전 날개를 다셨다니. ㅋㅋ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는 길은 타고나는 걸까요 숙련된 시간 뒤에 따르는 수순 같은 걸까요?
나비 님 댁은 해든이만 악기 배우면 정트리오 부럽지 않겠어염 ㅋ

2013-04-01 14: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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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3 20: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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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1 07: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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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4 15: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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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9 17: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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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3 18: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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