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드리드 할머니와 밤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02
첼리 두란 라이언 글, 아놀드 로벨 그림, 정대련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도 구입하고, 아이가 보지 않아 묵혔다가 최근에서야 잘 보게 된 책이다.

 

헥삼 가까이 있는 높은 언덕에 사시는 힐드리드 할머니가 어두운 밤을 싫어하고, 밤과 관련된 동물들도 싫어하고, 심지어 달빛도 싫어하는데, 밤을 없애려고 아주 애를 쓰신다. 근데 아이가 헥삼이 어디냐고 물어 보네. 그건 이 이야기에서 중요하지 않거든. 이라고 말하려다 생각해보니, 왜 헥삼인가 궁금하기도 하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라지만, 지명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어떤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일테면, 단순히  ‘어떤 언덕에 있는 집에 사는 할머니’라고 하지 않고, 헥삼 가까이란다. 헥삼 가까이 있는 언덕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그림 속 언덕의 집은 외따로 쓸쓸해 보이는 언덕이지만 경건한 분위기를 연출해 주는 장소 같다.

그림 기법 또한 독특한데, 책 소개글에는 펜으로 그린 그림이라니까 그런가보다 했다가, 그래서 펜으로만 그린 세밀화 같다고 생각했다가도 이건 보면 볼수록 에칭기법의 판화 그림 같은데, 펜 그림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그게 뭐, 중요하냐고 그림만 좋으면 되지 않겠냐고 여기며 말 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진실이 알고 싶기도 한 것이다.


검은 색 밤 풍경이 시종일관 등장하다가, 드디어 아침을 맞이하고, 정말 임펙트 있는 검은색과 흰색이 아닌 색깔이랄 수 있는 게 등장한다. 두둥 연한 주황 햇살.


할머니가 그렇게 싫어했던 밤이 가고, 아침이 왔는데, 밤 사이 왕성하게 밤을 몰아내는 사투를 벌인 할머니는 그만 기진맥진하여 고대하던 아침이 온 것도 모르고 쓰러져 주무신다.


아이 왈, “이러시니까, 맨날 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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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5-10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펜화라고 생각했어요. 두둥 연준황 햇살이라는 대목에서~ 저는 나무를 심는 사람 봤을 때 그게 브라운 톤인가 흑백톤으로 진행되다가 나무가 자라고 꽃을 피울 때 색이 나오는데, 그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하겠어요. 외국 그림책 작가들은 그림책이라도 극적인 반전을 이야기뿐만 형식에도 사용한다는 점에서 놀랬어요.

icaru 2012-05-11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딱 맞는 절묘한 표현이십니다~ 이야기 뿐만아니라, 그림에도 반전을 사용했다는 !!
맞네요. 나무를 심는 사람에서도 그랬죠~ ㅎ 전, 나무를 심는 사람을 보면, 레이먼드 브릭(?)의 눈사람이 세트로 떠올라요. 묶어서 인식하는 경향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