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제 늦은 밤에 케이블 채널에서 '옥탑방 세자매'라는 인간극장을 보았다. (나중에 검색해 보니 2004년 3월 방영분이었음) 용케도 1부의 앞부분부터 보기 시작했던터라 결국 5부끝까지 다 보고 일어났다. 새벽 1시 30분.
친목계 계주였던 엄마의 파산과 도피로 성실한 용접공이던 아빠는 다니던 직장도 잃게 되고, 살던 집과 가재는 압류. 그렇게 뿔뿔이 흩어졌던 아버지와 세자매가 6년 만에 아파트의 마천루가 내려다 보이는 군포의 한 옥탑방에 모여 살게 되었다. 그런데 한 지붕 아래 같이 살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10개월 전 아버지 김덕일(52) 씨가 위암말기 판정을 받았고, 26살, 24살, 18살 딸들은 아버지에게 매달린다. 첫째는 1년차 지리 교사, 경기도 군포에서 충남 아산의 한 고등학교에 왕복 네 시간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학교 근처에서 하숙을 할 수도 있었지만, 아프신 아빠 곁에서 생활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대학에 가려면 장학금을 받아 다녀야 했기에, 그저 공부 하나 열심히 한 모범생. 둘째는 그 일이 있고 나서, 공주의 외할머니 댁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중단하고 아버지와 야채트럭 장사, 감자탕집 목욕탕 공장에서 일하면서 야간 졸업... 언니가 공부를 하는 동안 실질적인 가장이었다. 막내는 고교 진학을 앞두고 휴학하고, 아버지 옆에서 간병을 한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통속드라마 같은 설정이지만, 엄연히 실제 상황이었다.
눈물이 날 것 같지만, 그 눈물 속에 희망이 반짝인다. 명랑하고 평범한 그리고 유머를 잃지 않는 재잘재잘 세 자매가 아빠와 함께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
첫장면에서 자매들이 아버지와 발크기를 재보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고 아빠의 청춘이라는 노래를 불렀었다. 아빠의 청춘을 돌려주기 위해 자신들의 청춘을 기꺼이 불사르는 옥탑방 세자매,
노래와 웃음과 사랑이 있기에, 이 옥탑방은 지상낙원이라는 나래이션이 깔린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 경이롭게 인생사를 헤쳐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