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백인들
마이클 무어 지음, 김현후 옮김 / 나무와숲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마이클 무어의 이 책은 고발성 코믹성, 풍자성이 가득하다. 우습게 돌아가는 현재의 미국을 들여다보고 있는 이 책이 특히 공헌하는 부분은 첫째 아들 부시를 제대로 파악하게 하는 점(더불어 클린턴도)과 둘째 백인 우월주의를 철저히 뒤집어보는 것이다.


먼저, 부시 때문에 미국이 그렇잖아도 세계 다른 나라로부터 욕을 바가지로 먹는데 더더욱 욕을 먹게 생겼다는 것. 부시가 취임 후 4개월 동안 한 일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산화탄소 방출 제한을 위한 유럽 연합과의 계약을 파기한 것

미국 스파이 비행기가 중국 전투기와 충돌해 중국인 파일럿을 죽이는 바람에 미국은 중국과 새로운 냉전을 맞이한 것

중동 평화 정책이 붕괴되도록 방치해 이스라엘과 발레스타인 국민들 사이에 전례없는 살육전이 벌어진 것

구 유고에서 미국의 개입을 줄이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함으로써 그 지역의 종족간 싸움을 부채질한 것

유엔 인권 협정에 도전해 유엔 인권 위원회로부터 쫓겨난 것

자기 아버지가 그랬듯이 이라크 민간인들에게 폭격을 가한 것

남미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가속화시켜 콜롬비아인들이 미국인 선교사들을 가득 태운 비행기를 추락시키게 한 것

북한과의 긴장 완화에 대한 일말의 꿈을 뭉개 버린 것

‘스타워즈’로 불리는 미사일 방어 체제 구축을 진행하겠다고 선포해 전 세계인들의 원망을 산 것.


물론 클린턴도 지금 부시가 하는 것 같은 비슷한 일들을 많이 했지만 클린턴은 능구렁이처럼 뒷전으로 눈치껏 했고, 부시는 대놓고 깽판을 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부시만 잘못을 따지느냐 그렇지 않다. 빌 클리턴의 실적을 보면 그가 과연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이 맞는지 의아할 뿐이라고..... 부시와 마찬가지로 그 또한 상류층으로부터 10%의 정치 자금을 받고 그들을 위해 일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일하는 셈이다.

두 대통령을 나란히 세워 놓고 누가 더 나쁜지 찍어라 하면 더 못한 쪼다를 찍는 법이라 부시가 더 나쁘다고 하게 되는 것이라고. 부시의 ‘자비스러운 보수주의’ 대 ‘클린턴주의’는 ‘썩은 냄새’ 대 ‘구린내’ 격이라고 하여, 글쓴이는 부시와 클린턴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진보와 민주주의 부르짖는 민주당이 사실상 미국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마이클 무어는 심지어 이런 민주당 의원들 낙선시키자! 라는 명단까지 만들어 공개한다. 공화당보다 더 공화당스럽게 ‘적과의 동침’을 밥먹듯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명단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 부시 당선 당시의 당세 판도를 회상한 부분을 보면, 지지난 12월의 대통령 선거 즈음이 떠오른다.

공화당의 부시는 한나라당의 이회창, 민주당의 고어는 당시 새천년 민주당의 노무현, 녹색당의 랠프 네이더를 민주노동당의 권영길로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녹색당의 네이더를 지지하지만 공화당의 부시를 당선시킬 수 없으니, 고어에  표를 주는 구도가 우리들의 당시의 선거판과 흡사했던 듯하다.  

 

 

무어의 문체 맛보기 보너스

배부른 자들을 위한 기도

 

신이시여, 하나님, 여호와, 부처, 밥, 무! 자비로우신 신이시여! 이유 모르고(당신, 자연, 세계은행 중 누가 그래서 마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만) 괴로움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구원을 베푸소서. 신께서 병든 자들을 모두 한꺼번에 치유할 수 없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럴 경우 당신의 이름으로 수녀들이 세운 병원들을 몽땅 문닫아야 할테니까요. 그리고 전능하신 당신께서 악을 세상에서 몽땅 제거하실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럴 경우 당신께서 할 일이 없어질 테니까요.

그 대신 신이시여, 하원의원 전원의 뇌, 자지, 손(꼭 이 순서일 필요는 없습니다만.)에 불치의 암을 내리소서. 남부의 상원의원 모두는 마약 중독에 걸려 평생을 형무소에서 살게 해 주옵소서. 그리고 중부 상원의원들의 자식들은 몽땅 게이가 되게 해 주옵소서. 동부 상원의원들의 자식들은 다리 병신으로, 서부 의원들 자식들은 공립학교에 다니게 해 주옵소서.

오, 자비로운 신이여. 신께서 롯의 아내를 소금 기둥으로 만드신 것처럼 모든 부자들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뱅이나 집없는 노숙자가 되게 해 주옵소서. 권력의 자리를 잃고 어두운 계곡을 지나 정부생활 보조국 창구로 향하게 해 주옵소서. 평생 빚쟁이를 피해 다니며 품팔이 일을 하게 해 주옵소서. 가난한 조종사가 모는 비행기에 타고 전전긍긍하게 해 주옵시며, 치과보험 없는 1억 8천만 일반 시민들처럼 충치를 앓고 끙끙대게 해 주옵소서.

그리고 신이시여, 흑인들 형편이 나아졌다고 말하는 백인 지도자들을 자기들이 타고 다니는 리무진 색깔처럼 까맟게 만들어, 나아진 흑인들 생활을 직접 경험해 보도록 기회를 베풀어 주옵소서. 그리고 천주교 주교들에게는 난소와 원치 않았던 임신을 하사해 주소서.

마지막으로 신이시여. 잭 웰치를 자기가 오염시킨 허드슨 강에서 수영하게 하옵시며,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자기가 만든 영화를 보고, 또 보고, 또 보게 하옵시며, 크리스 매튜스는 벙어리가 되게, 그리고 내 사무실에서 담배 핀 자는 모두 재가 되게 해 주옵소서. 

한심한 우리들을 높은 곳에서 지켜보고 계시는 왕 중 왕이시여, 우리의 기도를 듣고 허락해 주옵소서. 신께서 그들에게 슬픔과 괴로움을 주시면, 자기한테 떨어진 불행을 없애는 와중에 우리 모두의 불행도 없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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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03-17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부른 자들을 위한 기도의 독설 부분이 대단하네요. 베풀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 기도가 베풀어지도록 하옵소서!

icaru 2004-03-17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주로 이 책에서 내내 저런 식으로 일관하는데요,...그 재미예요~~ 백인이면서 백인을 신랄하게 비꼬는 맛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