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재학 시절 이후로, 그러니까, 요즘도 나는 가끔 기형도의 시를 들여다본다. 나는 특히, '내가 살아온 것은 거의 기적적이었다.~' 로 시작하는 그의 시 '오래된 서적'이 제일 좋다. 그리고 '휴일 대부분은 죽은 자들에게 대한 추억에 바쳐진다'라고 시작하는 '흔해빠진 독서'라는 시도 좋다.나는 그렇게, 그의 몇몇 시가 미치게 좋지만, 그의 시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 같은 건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나또한 내가 살아온 지금까지가 참, 기적적으로 여겨지는 사람이기도 하고 휴일 대부분을 방구석에서 죽은 자들에 대한 추억을 일삼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내가 어떻게 그의 시를 잘 안다고 말할 수 있나.죽은 자들은 모두가 겸손하며, 그 생애는 이해하기 쉽다고 기형도는 시 속에서 말했다. 그리고 의심할 여지없이 죽은 사람들은 불행한 생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런데 휴일 대부분을 죽은자들에 대한 기억으로 심란한 나는 죽은 기형도라는 시인의 생애가 이해하기 쉽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기형도보다 훨씬 앞서 죽은 비트켄슈타인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 책은 두 부분으로 이루어졌다. 이 책에 씌어진 부분과 씌어지지 않은 부분이 그것이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부분은 바로 이 두 번째 부분이다.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