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월
구판절판


어린 아이의 하루와 한 해는 농밀하다. 점과 점의 틈새에 다시 무수한 점이 빽빽하게 차 있을 만큼 밀도가 높고, 정상적인 시간이 착실한 속도로 착착 진행된다. 어린아이는 순응성이 뛰어나고 후회를 알지 못하는 생활을 보내기 때문이다.
이미 지나간 일은 냉혹할 만큼 싹둑 잘라내고, 하루하루 다가오는 광채나 변화에 지조하고는 없을 만큼 대담하게 전진하고 변화해 간다.
그들에게는 그냥 어쩌다보니 지나가는 시간 같은 건 없다.
어른의 하루와 한 해는 덤덤하다. 단선 선로처럼 앞뒤로 오락가락하다가 떠민 것처럼 휩쓸려간다. 전진인지 후퇴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모양새로 슬로모션을 ‘빨리 감기’한 듯한 시간이 달 리가 그린 시계처럼 움직인다.
순응성은 떨어지고 뒤를 자꾸 돌아보고 과거를 좀체 끊지 못하고 광채를 추구하는 눈동자는 흐려지고 변화는 좋아하지 않고 멈춰서고 변화의 빛이라고는 없다.
그냥 어쩌다보니 지나가는 시간이 덧없이 흘러간다.


-81쪽

댄서가 되겠노라 상경했던 얼간이는 한 번도 댄스를 해 보지 못한 채 규슈로 돌아갔다. 뭔가 큰 뜻을 품고 상경했다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채 돌아가는 친구를 몇 명이나 보았던가. 하지만 그건 그들이 게을렀기 때문이 아니다. 단지 아주 작은 계기가 문제였다. 제아무리 노력해도 시작되지 않는 일이 있었다. 시작하려나 싶다가 금세 끝나버리는 일도 있었다. 제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빛이 비치치 않는 일도 있었다.
-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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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04-30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금 책의 순간이 떠오르네요

icaru 2007-05-02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은이는 이제 뒤집기 맹렬 연습에 들어갔담서요? ㅋ
우리 찬이는 거의 5개월이 되어서야 제대로 뒤집더라고요.
아~ 그리고 이 책 읽으셨군요. ^^
뒤에 옮긴이의 글을 읽으니까, 마치 이 사람 천재인양... 한번 쓰고 퇴고를 안 한다죠? 그래선가... 소설이 아니라 자서전이나 에세이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리고...궁금했던 것... 나은 정보다 기른 정이 무섭다는 말에 대한 사실 여부가 명확하지 않았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