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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기 좋은 날 - 제136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아오야마 나나에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문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도쿄에 상경, 먼 친척 할머니 집에서 동거하며 살아가는 여자의 1년을 그린 소설이다. 이렇다할 사건도 없이 담담한 일상을 살아가지만, 소소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회에 편입된 것도 아니고, 공부를 해서 대학에 가고 싶은 것도 아니고,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먼저 주전자의 물을 마시고, 세수를 하고 식빵을 굽고,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출근해서 일하는 바쁜 일상의 사회인이 되고 싶은 주인공 치즈. 그녀가 들어사는 집주인이자 동거녀인 일흔한 살의 깅코 할머니는 치즈를 묵묵히 응원하는 멋쟁이다. 가끔 치즈가 부리는 심술이나 어리광*히스테리에도 시미치 뚝떼고, 노인 대학에서 어떤 할아버지와 알콩달콩 연애를 하고 귀여운 부분이 있는 캐릭터다. 이들의 나이 차이는 저만치 나지만, 이들만큼 잘 어울리는 콤비도 없을 듯하다.
61쪽
나는 아직까지 뭔가를 가슴 깊이 슬퍼하거나 증오해본 일이 없다. 그래서 슬픔이나 증오가 어떤 추억으로 남는지도 잘 모른다. 막연히, 그런 것들에 직면할 날은 아직 먼 훗날의 일일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될 수 있으면 이대로 젊고 세파에 시달리지 않은 채 조용히 살아가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겠지. 어느 정도의 고생은 각오하고 있다. 나는 어엿한 인간으로 어엿한 인생을 살고 싶다. 될 수 있는 한 피부를 두껍게 해서 무슨 일에도 견뎌낼 수 있는 그런 인간이 되고 싶다.
매달 주민세도 연금도 의료보험료도 꼬박꼬박 내는 제대로 된 사회인을 향해 조금씩 성장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