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는 타인의 눈으로 새로운 세계를 보게 되는 즐거움이 있다. 책을 통하여 다른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확장하면서 타인의 관점으로 보고 생각하고 느끼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 읽기를 통해 나의 삶과 다른 다양한 타인의 삶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나와 익숙하지 않은 다른 삶은 배제될 때가 많다. 그래서 책 선택의 폭이 좁고 한쪽으로 편향된 책 읽기만 지속된다.  그렇다면, 나에게 책 읽기의 목적은 무엇일까, 단지 '즐거움' 뿐일까...

부록에 나오는 현재 당신을 빚어낸 책 열 권을 든다면? 지금까지 다시 읽은 책은 어떤 것이며, 그 이유는? 세 번 이상 읽은 책은? 가장 영향을 준 동화는?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이며, 삶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등의 질문에 답해 본다.

시월이 다 지난다. 나무들은 다시 초록 옷을 입을 건데, 우리는 다시는 청춘으로 갈 수 없다. 그래서 책을 읽을까... 홍상수 영화 '우리의 하루'를  보았다. 고양이 이름도 우리, 우리도 우리다. 우리는 잠시 사라지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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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삶 - 타인의 눈으로 새로운 세계를 보는 독서의 즐거움
C. S. 루이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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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브 앨들러가 말했듯이 "좋은 책의 관건은 당신이 몇 권을 독파하느냐가 아니라 그중 몇 권이 당신을 독파하느냐에 있다." 틀림없이 루이스도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10쪽)

우리는 자신의 눈과 상상력과 마음으로만 아니라, 타인의 눈으로 보고 타인의 상상력으로 생각하고 타인의 마음으로 느끼기를 원한다. (중략) 그러므로 좋은 독서는 비록 본질상 애정 활동이나 도덕 활동이나 지성 활동은 아니지만, 그 셋 모두와 공통점이 있다. 사랑할 때 우리는 자아를 벗어나 타인 안에 들어간다. (17쪽)

문학 수업을 하는 참목표는 학생에게 모든 "시대와 실존"까지는 몰라도 그중 태반을 "유람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편협한 관점을 벗어 버리게 하는 것이다. (38쪽)

시대마다 특유의 관점이 있다. 특히 잘 포착하는 진리가 있고 특히 범하기 쉬운 과오가 있다.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이 시태 특유의 과오를 바로잡아 줄 책들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고서다. (54쪽)

단어를 죽이는 가장 큰 원인은 대다수 사람이 그 단어로 단순히 대상을 묘사하기보다 찬반을 표현하려는 욕심이 단연 앞서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어는 점점 묘사에서 멀어져 평가에 가까워진다. (87쪽)

단어를 죽인 사람은 그 단어가 본래 표방하던 대상마저도 자신의 힘닿는 한 인간의 사고에서 소멸시킨 것이다. 말하는 법을 이미 잊은 내용에 관해서는 사람의 생각도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96쪽)

해외를 떠나는 휴가를 관광객으로서만 보내는 일은 내게는 유럽을 낭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얻을 것이 그보다 많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모든 지난 시대의 문학에 우리 자신의 얼굴만 비추어 보고 만다면 그것은 과거를 낭비하는 것 아닐까? (124쪽)

아름다움이 책이나 음악 속에 있는 줄 알고 거기에 의지하면 돌아오는 것은 배반이다. 아름다움은 그 속에 있지 않고 이를 통해 올 뿐이다. 결국 책이나 음악을 통해 오는 것은 그리움이다. (132쪽)

문학의 (전부는 아니고) 대부분은 즐거움을 위해 가볍게 읽도록 되어 있다. 느긋하게 앉아서 어떤 의미에서 "재미로" 읽어야 한다. (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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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요?" 하고 물을 수 있고,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는 이가 있는지, 자문 자답하면서(how are you? fine, thanks 정답으로 배웠는데), 일본 도야마 공항으로 가면서 펼친 책이다. 시몬 베유가 말한 실제 의미는 프랑스어로 "당신의 고통은 무엇인가요?"이다. 타인의 대한 관심은 그들의 고통과 관계가 깊다.

서술자의 옛 연인은 지구 멸망에 관한 강의를 하고, 암 환자인 친구는 자신의 죽음에 대하여 말한다. 각자의 고통과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묻고 있다. 

친구는 자신의 죽음을 우아하게 선택하여 죽고 싶어 한다. 그 몫을 서술자와 함께 하기를 원한다.  

: 타인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기, 고통 받는 사람에게 격려나 조언 같은 말 하지 않기,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내 삶은 온전히 내가 살기,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공감하기, 한 때의 전부가 나이 들면 일부도 안된다는 것, 타인의 잣대가 아니라 내 마음으로 살아보기, 나의 삶은 살아보고 난 이후에야 알 수 있으니 지금 이대로 살기... 

타인을 볼 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옆자리에 앉은 부부는 도착하기 전까지 떠들었다. 주로 남편이 이야기하고 아내는 간간히 응해줬다. 여행 일행 중 며칠 동안 계속 버스 안에서 식사 시간에도 언제 어디든 떠든 사람이 있었다. 옆 사람들은 작은 목소리로 답하고 말했지만. 그 사람에겐 "어떤 고통이 있을까?"싶었다.

혼자 여행은 온전한 혼자의 시간을 누리기 위해서. 그리고 그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쓸 일이 없고, 아무런 관심도 줄 필요가 없이 오직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런데도 틈틈이 말을 걸어오면서 저 사람도 혼자 왔던데 나이는 몇 살이다. 많이 아팠다 하더라. 자신과 나이가 같은데 차이가 많이 나죠? 또 누구는 자신이 어디 어디를 여행 다녀왔다. 자식들이 어떠하다. 오십 살은 되신 거죠? 목소리가 어떠하다. 등등.. 알고 싶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묻지도 않은 말을 한다. 이들은 혼자 다니는 내가 어디 아프다고 본 걸까. 난 그대들과 이웃 되기 싫고, 이웃도 아닌데. 그들의 말들은 아픈 사람에게 쓸데없는 말과 같다. 진정한 물음이 아니기에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이제야 제대로 알 거 같다.   

알펜루트를 온갖 탈 것으로 횡단하고 쿠로베 협곡은 열차로 지나갔다. '와우', 산도 많고 높았다. 계곡은 깊었다. 아름다운 갓쇼무라 합장마을은 조용하게 걸었고 그리 아름답다는 스벅에서는 아아로. 도야마 공항은 소박하고 아담했다. '에게게', 연발하면서 이렇게 작은 마을들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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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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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돌봄, 일상의 걱정에서 벗어나는 것,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 이런 것들이 우리 사회 궁극의 목표가 되어버렸습니다. 분명, 사회자체를 구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해졌지요. (12쪽)

내게 괴로웠던 일은 훨씬 늙어버린 그를 보는 것이었다. 잘 생긴 인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일보다 더 힘든 것이 딱 하나 있다면 그것은 사랑했던 사람이 늙어가는 모습을 보는 일이다. (38쪽)

잘 죽기. 그게 무슨 뜻인지는 다들 알아. 고통 없이, 아니면 적어도 극심한 고통으로 몸부림치지 않는 것. 침착하게 약간의 품위를 지키며 가는 거지. 깔끔하고 산뜻하게. 하지만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나? 사실 자주 있지 않아. 왜 그럴까? 그게 왜 그렇게 무리한 요구일까? (89쪽)

어떻게 지내요? 이렇게 물을 수 있는 것이 곧 이웃에 대한 사랑의 진정한 의미라고 썼을 때 시몬 베유는 자신의 모어인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프랑스어로는 그 위대한 질문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Quel est ton tourment? (122쪽)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모든 인간 경험을 통틀어 가장 고독한 경험으로, 우리를 결속하기보다는 떼어놓는다.
타자화되다. 죽어가는 사람보다 더 그런 사람이 누가 있을까? (149-150쪽)

"당연히 상관있지. 그런데 대부분 그렇겠지만 나도 남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나 신경 쓰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어. 내 이미지. 내 평판. 그런 게 정말 그렇게 중요한 건지 잘 모르겠어. 적어도 예전에 생각했던 만큼 중요한 건지. 물론 내가 반 평생 동안 시간을 들여 생각해온 다른 훨씬 더 멍청한 것들이야 꼽자면 하나둘이 아니지." (중략)
"세숼이 흐르며 내 관심사가 쪼그라들었다는 건 인정해." (169쪽)

왜 이 정도 감정뿐인지, 나는 알고 싶었다. 한때는 전부이던 것이 있었는데, 왜 이제는 그 무엇도 그럴 수 없는지. (173쪽)

모든 걸 용서하고 싶고, 모든 걸 용서해야만 해. 친구가 말했다. 그런데 어떤 것들은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는 거야. 살 날이 얼마 안 남았음을 아는데도. 그러고 나면 그대로 벌어진 상처가 돼.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 (196쪽)

그게 사는 거야. 그런 거야. 무슨 일이 있건 삶은 이어진다. 엉망의 삶. 부당한 삶.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는 삶. 내가 처리해야 하는.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 (213쪽)

당신의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가족."
"사랑."
"옳은 일을 하는 것."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긍정적인 마음으로 꿈을 좇는 것."
삶의 의미는 삶이 끝난다는 것이죠. (중략)
아니, 당신 자신에게는 무엇이냐고요. (중략)
질문은 당신 삶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거예요.
끝난다는 것이라고요. 친구가 말한다. (235쪽)

모든 다른 삶이 그렇듯 친구의 삶도 다른 식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나는 애를 썼다.
사랑과 명예와 연민과 자부심과 공감과 희생 -
실패한다 한들 무슨 상관인가. (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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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산다는 것'은 혼자 사는 메이 사튼이 일 년 동안 쓴 일기이다. 일기가 꼭 소설 같다. 최승자 시인이 번역을 잘 한 몫도 있을 것이다.  

명절이라 부모님과 가족들을 만나고 왔다. 늘 양가 감정이 든다. 혼자 산다면 꼭 안 가도 되고, 선택할 수 있는 일을 의무처럼 다녀왔다. -  일찍 부모를 여읜 남편은 장인 장모를 부모로 여기고, 외가에서 양육한 아들은 조부모를 부모같이? 여기고, 시집에서 명절을 지내고 오는 동생들, 혼자사는 남동생, 조금 만드는 음식도 맏딸이지만 맏며느리 같은 내가 준비하는 관계로. -  물론 혼자 살아서 고독, 불안, 지루함 같은 나눌 수 없는 감정을 감당해야 하지만, 최근 혼자가 된 남동생은 혼자라는 지금이 인생 최고라고 엄지척을 했다. 우리도 조만간 혼자가 되어야겠다고 떠들었다.  

저자가 말했듯이 너그러움은 사라지고, 기다림만 남아있는 나이가 되었다. 

특히, 나는 너그러움이 거의 사라져 그 어떤 말도 듣고 싶지 않다. 그런데 엄마는 따라다니며 말한다. 심지어 머리카락이 너무 길다. 매니큐어가 어떻다. 이것을 먹어라, 더 많이 먹어라, 누구에게 인사를 해라, 동생들은 언제 오는지, 등등, 모두 약이 되고 좋은 말이다. 하지만 당신이 바라는 행동과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몇 번이나 반복하여 짜증 나게 하고서 비로소 그만 둔다. 자식들 중에 내가 제일 편하고 좋아서 그런 거라고 애써 위로한다. 돌아오는 내내 기분이 별루다. 그러면서, 네가 와서 좋았다. 또 언제 오니? 하면서 마냥 목 빠지게 기다림을 준비하시겠지만... 한 달에 한 번은 아빠 보러 가려 했는데, 엄마 때문에 자꾸만 미룬다. 구십이 넘은 아빠는 옛날 이야기만 무한 반복 중이시다. 엄마는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 보니, 나만 만나면 폭풍 수다이다. 그러고 보니 늙어가는 우리 모두가 안 됐다.  

아, 나도 혼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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