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오가는 기내에서 읽으려고 챙긴 책이다.

-그랜드 캐년은 그랜드했다. 그곳에서 나의 애마(jeep)들이 많이 눈에 띄니, 담에는 자동차로 여행해 보는 것도... 

-책을 꼭꼭 씹어서 읽었지만, 내용을 정리해 본다. 

-단어에 대한 여러 의미가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기질과 가장 가까운 의미을 찾아 보니,   

   : 기질 temperament : 생애 초기부터 관찰되는 정서, 운동, 반응성 및 자기 통제에 대한 안정적인 개인차

-가치 있는 삶은 타고난 기질 대로 살아야 한다. 가장 나답게, 자연스럽게,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부모의 훈육, 온갖 관습, 문화, 규범으로 획일화 되어 간다. 그래서 가끔 주변에서 보이는 규범에서 벗어난 별종들이 보이지만, 그들이 가장 자기답게 살고 있는 게 아닐까. 타인의 욕망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의 부름대로 살고 있으니까. 


'가치 있는 삶'은 3부로 이루어져 있다. 

가치있는 삶을 살기 위해 기질의 부름을 받고 그에 응해야 한다

기질이란 여러모로 사회성이 제한하는 한계에 저항하는 것으로, 인간이 지닌 가장 별난 주파수를 표현한다.

cf) 

정체성이란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감각, 그리고 타인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사회적으로 이해되는 성격인 사회적 페르소나를 아우른다.

자아란 가장 광범위한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나머지 두 용어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1) ‘진정한 나로 사는 삶은 기질의 부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질은 욕망에 반영되어 있기에 진정한 나로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욕망을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욕망을 억누르면 삶을 가꿔 나가는 데 필요한 자원을 빼앗긴다. 나의 욕망을 모르면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게 된다. 또한 우리는 획일화된 문화 속에 갇혀 있다. 무언가를 욕망하는 순간 삶에 위험이 초래된다. 따라서 우리는 기질의 부름을 듣지 못하게 된다. 기질의 부름에는 불안이 따라온다. 불안을 삶의 기술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은 기질을 형성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


2) ‘나를 책임진다는 것은 기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고통을 피하지 말고 수용한다는 의미다. 기질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같은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상처 주는 행동을 할 때 기질이 이러한 행동에 개입한다. 기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우리의 과거를 이루는 개인적인 트라우마를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고통의 의미를 잘 아는 능력이 우리 기질을 발현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해 준다. 우리가 우리 자신과 더 가치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하며, 다른 사람들과도 더 가치있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해 준다.


3) ‘나를 잃어버릴 용기는 우리를 진부한 일상생활 너머의 다른 세계로 데려다주는 사건들을 (사랑에 빠지거나, 창의적 직업적 운명의 부름, 우리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키는 사건등) 통해낯선 관점에서 일상을 관찰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변화는 사소한 것으로 촉발될 수 있다. 가치있는 삶을 위해서 불안, 불확실성과 양면적인 감정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기질은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같은 무질서한 상태에 놓인다면 그 동안의 안정되고 일관된 정체성의 작동을 멈추고 나를 잃어버릴 용기에 다가가서 기질을 발휘하게 된다.


기질이란 우리 존재 안의 가장 사회화되지 않은 단계, 즉 무아지경에 잘 빠질 수 있는 단계와 같다. 우리는 삶의 과정에서 선택의 여지가 있기에, 기질에 맞는 대상과 활동을 선택하여 기쁨이란 감정을 느끼고 경험하면서 사는 에로스적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나 절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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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삶
마리 루티 지음, 이현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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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명쾌한 정답이란 없으며, 바로 이 점이 인간이란 존재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는 것 (중략) 그렇기에 우리는 매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동기를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28쪽)

우리 인간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우리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보람 있는 삶을 영위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49쪽)

삶에는 그 누구도, 또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나 열망이, 우리가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치명적인 상실이 있을 수 있다. 그러한 사람이나 열망은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각인을 남겨 우리의 내면을 구성하는 주요 특징이 될 수도 있다. (90쪽)

욕망은 분명 평생에 걸쳐 진화한다. (127쪽)

자신을 비참하게 여기던 마음을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마음으로 바꾸기 위해서, 먼저 우리는 내면에 쌓인 자기혐오의 앙금을 지워내야 한다. (138쪽)

현대의 도시 생활, 통신 기술, 장거리 이동의 용이는 때때로 우리가 낯선 사람의 팔꿈치를 끊임없이(그리고 마지못해) 문지르고 있다고 느낄 정도로 사람들 간의 거리를 줄어들게 했다. (중략) 즉 사람들이 사방에서 우리 공간을 침해해 올 때는 개인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161쪽)

긍정적인 사고가 우리 삶의 객관적인 상황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중략) 생각에는 선뜻 동의할 수 없다. (180쪽)

기질의 부름을 받는 것은 좋은 삶의 관습적인 정의에만 매여 있던 우리를 자유롭게 해 준다. (중략) 기질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을 해 나가길 원한다. (218쪽)

우리가 아무리 즐거운 경험을 갈망한다고 하더라도, 과하지 않은 수준이어야지 비로소 즐거움을 향유할 수 있다. 선을 넘는 순간 우리는 고뇌에 빠지게 된다. 이것이 삶에서 항상 절제를 추구해야 하는 이유다. (227쪽)

우리는 낡은 자아의 모습을 올바르게 애도하는 법과 잘 버리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우리가 계속해서 삶을 의미 있게 느끼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258쪽)

우리가 가진 열망을 실제로 우리가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할 때, 우리는 ‘초월성‘을 일상생활 깊숙이 초대하게 된다. (280쪽)

삶의 기술은 무아지경과 절제력의 조화를 요구한다. (2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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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값도 안되는 책을 가만히 쓰다듬어 본다. 그래서일까, 젊은 작가들의 입문서 같다. 가끔씩, 아주 가끔 만나게 되는 봄비같은 글들이 있어, 계절마다 읽게 된다. 글들도 제각각 계절이 있는걸까, 이 계절의 글이 아니라 늦가을이나 겨울에 읽어야 될 거 같다.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은 부러울 게 없는 예술로 생활하는 주인공의 배부른 이야기랄까, 그럼에도 그들끼리도 급이 있는지,, '오늘 할 일'은 매일 하루치의 목표를 적고 서로 점검하는 생활에서,, 서로의 목표와 실행에서 차이,, 그리고 나는 이유와 변명이 있어 못할 수 있는 게 타당하지만 너는 당연히 해야하는 게 아닐까,, '사랑과 결함'은 고모에게서 진한 사랑을 받은 화자가 고모의 부고에서 고모와 가족과 켜켜이 쌓인 이야기를 '수'와 되돌아본다. 화자의 가족은 평범이나 보통과는 거리가 멀다. 그 대척점에는 '수'가 있다. '수'의 삶의 태도가 주인공에게는 가짜로 여겨진다. 그들의 관계는 사랑, 질투, 고통, 우울, 그리움 정도쯤에 있을 거 같다..  

내일은 그랜드캐년 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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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봄 2023 소설 보다
강보라.김나현.예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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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그대로였다. 역시 나이가 문제인 걸까. 나는 자책하듯 속으로 되뇌었다. 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쉽게 어울리고 쉽게 헤어졌다. 지금처럼 남을 의식할 필요도, 의식하지 않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었다. (10쪽)

‘나‘가 여행을 자주 다니던 이유는 ‘그 장소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65쪽)

그 실속 없는 하루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그의 하루가 아니라 나의 하루였다. (102쪽)

그를 보고 있으면 과연 나는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게으른 듯하지만 어느새 주어진 일을 능청스럽게 해내고, 사람들에게 기분 나쁜 농담을 던지기는 하지만 결정적으로 누구와도 적이 되지 않는 사람이었다. (109쪽)

어제와 비슷한 오늘도 괜찮은 것인지 아무에게나 묻고 싶었다. 봄이 오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눈앞에는 없었다. 정말로 오긴 오는 것인가. (134쪽)

이 소설에는 ‘삶은 통제되지 않는 것‘ 혹은 ‘삶은 우연의 지배를 받는 것‘이라는 개인적인 믿음이 반영되어 있어요. 사실 계획을 세우는 일이란 통제되지 않는 삶을 손에 쥐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 같거든요. (139쪽)

잠을 오래 자다 보면 고즈넉하게 늙는 기분이 들었다. 치열하지 않아서 좋았고 남몰래 시간이 흘러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151쪽)

그렇게 신중하게 골라내며 선별한 단어가 종국에는 나를 초라하게 또는 아프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162쪽)

사람들은 과연 언제나 안전한 방식으로 관계를 꾸릴까요? (2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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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어렵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현호정이 인터뷰한 내용에서 '톱니'라는 말을 발견하여 읽은 시간을 허비 하지 않았다고, 굳이 위로를 받는다. 작가들이 쓴 소설의 톱니를 독자가 일부 맞추어 돌릴 수 있다면 된 것이다. 독자가 다시 소설을 써야 할 판이다. ㅠㅠ  


[빛 가운데 걷기]: 누군가 기한 없이 떠나간 자리에 남아 있는 이들이 시간을, 혹은 생활을 이어가는 이야기(37쪽): 이어가는 방식은 각자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딸이 되고, 누구에게는 엄마가 떠나고 그 이후에 그들에게 남은 시간과 생활과 삶은 단편적으로 걷기로 표현되고 있다. 


[버섯 농장]: 자신의 부주의로 벌어진 것이 아닌 어떤 잘못(또는 오해)를 수습해가는 일련의 과정에서 부조리를 마주하는 이야기(82쪽): 익숙하기 보다는 낯선 사람과의 만남에 더 끌려가는 그들, 그래서 가깝지 않는 이들에게 새로운 모습들을 드러내는. 부모에 대한 혐오라는 공통 분모로 공동의 도모자가 되는, 선을 넘어오는 사람들을 혐오하면서도, 오히려 부모의 책임을 다했다고 선을 긋는 '남자'에게 선을 넘어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선은 누가 긋고 범위는 어디까지 일까. 일례로 부모와 자식의 입장은 서로 다르니.


[연필 샌드위치]: 억압적인 상황으로 말미암아 연필이나 지우개 따위를 먹으면 안 되는 것을 먹었으니, 구토하는, 거식과 폭식의 대조는 현실과 꿈의 층위를 오가며 이루어질 뿐 아니라, 모계의 축을 따라 과거와 현재를 오르내리면서, 거식의 계보가 이어지는 이야기(120쪽): 먹고, 자고, 숨쉬는 기본적인 행위에 의문을 더하는 '나'는 열심히 밥을 먹는 할머니가 싫고, 그 할머니를 닮은 나는 제대로 소화조차 못하는, 먹는다는 행위의 모순성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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