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기돌봄, 일상의 걱정에서 벗어나는 것,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 이런 것들이 우리 사회 궁극의 목표가 되어버렸습니다. 분명, 사회자체를 구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해졌지요. (12쪽)

내게 괴로웠던 일은 훨씬 늙어버린 그를 보는 것이었다. 잘 생긴 인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일보다 더 힘든 것이 딱 하나 있다면 그것은 사랑했던 사람이 늙어가는 모습을 보는 일이다. (38쪽)

잘 죽기. 그게 무슨 뜻인지는 다들 알아. 고통 없이, 아니면 적어도 극심한 고통으로 몸부림치지 않는 것. 침착하게 약간의 품위를 지키며 가는 거지. 깔끔하고 산뜻하게. 하지만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나? 사실 자주 있지 않아. 왜 그럴까? 그게 왜 그렇게 무리한 요구일까? (89쪽)

어떻게 지내요? 이렇게 물을 수 있는 것이 곧 이웃에 대한 사랑의 진정한 의미라고 썼을 때 시몬 베유는 자신의 모어인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프랑스어로는 그 위대한 질문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Quel est ton tourment? (122쪽)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모든 인간 경험을 통틀어 가장 고독한 경험으로, 우리를 결속하기보다는 떼어놓는다.
타자화되다. 죽어가는 사람보다 더 그런 사람이 누가 있을까? (149-150쪽)

"당연히 상관있지. 그런데 대부분 그렇겠지만 나도 남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나 신경 쓰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어. 내 이미지. 내 평판. 그런 게 정말 그렇게 중요한 건지 잘 모르겠어. 적어도 예전에 생각했던 만큼 중요한 건지. 물론 내가 반 평생 동안 시간을 들여 생각해온 다른 훨씬 더 멍청한 것들이야 꼽자면 하나둘이 아니지." (중략)
"세숼이 흐르며 내 관심사가 쪼그라들었다는 건 인정해." (169쪽)

왜 이 정도 감정뿐인지, 나는 알고 싶었다. 한때는 전부이던 것이 있었는데, 왜 이제는 그 무엇도 그럴 수 없는지. (173쪽)

모든 걸 용서하고 싶고, 모든 걸 용서해야만 해. 친구가 말했다. 그런데 어떤 것들은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는 거야. 살 날이 얼마 안 남았음을 아는데도. 그러고 나면 그대로 벌어진 상처가 돼.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 (196쪽)

그게 사는 거야. 그런 거야. 무슨 일이 있건 삶은 이어진다. 엉망의 삶. 부당한 삶.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는 삶. 내가 처리해야 하는.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 (213쪽)

당신의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가족."
"사랑."
"옳은 일을 하는 것."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긍정적인 마음으로 꿈을 좇는 것."
삶의 의미는 삶이 끝난다는 것이죠. (중략)
아니, 당신 자신에게는 무엇이냐고요. (중략)
질문은 당신 삶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거예요.
끝난다는 것이라고요. 친구가 말한다. (235쪽)

모든 다른 삶이 그렇듯 친구의 삶도 다른 식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나는 애를 썼다.
사랑과 명예와 연민과 자부심과 공감과 희생 -
실패한다 한들 무슨 상관인가. (25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