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구판절판


이 책에서는 자유 시장 이론가들이 '진실'이라고 팔아 온 사실들이 꼭 이기적인 의도에서 만들어 낸 것은 아닐지라도 허술한 추측과 왜곡된 시야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즉, 자유 시장주의자들이 말해 주지 않는 자본주의에 관한 여러 가지 중요한 진실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내 목적이다.-14쪽

부자 나라의 어떤 개인이 비슷한 일을 하는 가난한 나라의 개인보다 실질적으로 생산성이 월등히 높은 분야에서보차, 그 격차는 개인의 능력 차라기보다는 시스템의 차이에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자 나라의 일부 개인이 가난한 나라의 동일 직종 종사자에 비해 생산성이 수백 배나 높을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머리가 더 좋다거나 교육을 더 잘 받았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더 나은 기술, 더 나은 조직, 더 나은 제도와 물리적 인프라를 가진 경제 환경에서 살기에 그런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55쪽

인플레이션이 낮아져 경제가 안정되면 투자를 불러일으켜 결과적으로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과는 정반대로, 인플레이션을 아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시도는 투자와 성장을 위축시켰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이 낮아졌어도 우리는 대부분 진정한 경제적 안정을 맛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을 주요 목표로 하는 자유 시장 정책 패키지의 근간을 이루는 자본과 노동 시장의 자유화는 금융 불안과 고용 불안정을 초래해서 불안정한 세상을 만들었고, 설상가상으로 이 정책이 약속했던 이른바 '성장 촉진'마저 실현하지 못했다.-93쪽

정리하자면 미국 평균 소득의 구매력이 높은 것은 많은 수의 미국 시민들이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 조건을 견뎌 내기 때문에 생긴 결과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나라 사이의 생활수준을 비교할 때 노동 시간의 차이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누군가 나보다 50퍼센트 돈을 더 많이 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일하는 시간이 내 두 배라면 생활수준이 나보다 더 높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150쪽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기업가 정신이라는 것은 점점 더 공동체적으로 함께 이루어 내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 되었다. 다른 무엇보다 에디슨이나 빌 게이츠처럼 특별한 인물들도 수없이 많은 제도적, 조직적 지원을 받지 않았다면 오늘날과 같은 업적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이들이 지식을 습득하고, 또 자신이 생각한 것을 실험해 볼 수 있도록 해 준 과학 인프라, 크고 복잡한 조직을 갖춘 기업을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한 회사법 및 기타 상거래 관련 법률, 이들이 설립한 회사에서 고용한 엔지니어, 경영진, 노동자 등을 양산한 교육 시스템, 회사를 확장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했던 금융 시스템, 새로 개발한 기술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 주는 특허법과 저작권법 등이 모두 그 예이다.-220쪽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가장 큰 차이는 구성원 개인의 교육 수준이 얼마나 높은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각 개인을 잘 아울러서 높은 생산성을 지닌 집단으로 조직화할 수 있느냐에 있다. 이런 조직화의 결과는 보잉이나 폭스바겐과 같은 거대 기업일 수도 있고, 스위스와 이탈리아에 많은 세계적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일 수도 있다. 이런 기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투자와 리스크 감수를 장려하는 일련의 제도가 필요하다. 유치 산업을 보호 육성하는 교역 정책, 장기적인 생산성 향상을 위해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자본'을 제공하는 금융 시스템, 제대로 된 파산법으로 자본가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좋은 복지 정책으로 노동자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주는 제도, 연구개발과 노동자 훈련에 관한 공공 보조금과 규제 정책등이 필요한 것이다.
교육은 소중하다. 그러나 교육의 진정한 가치는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잠재력을 발휘하고 더 만족스럽고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2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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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i 2012-01-06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고싶네요 !
 
아이콘 - 진중권의 철학 매뉴얼
진중권 지음 / 씨네21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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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피지션(pataphysician)은 자신이 늘어놓는 얘기가 조크라는 것을 안다. 파타피직스(pataphysics)는 논리 '이하'의 현상이 아니라, 논리 '이상'의 현상이다. 파타피지션들은 논리의 위에 서서 논리를 가지고 논다. -31쪽

유학시절에 만난 독일의 한 여학생은 내가 기독교인이면서 무신론자라는 사실에 혼란스러워 했다. "종교적으로는 기독교인이고, 철학적으로는 무신론자이고, 윤리적으로는 쾌락주의자이고, 논리적으로는 금욕주의자이고, 경제적으로는 사회주의자이고, 정치적으로는 자유주의자이고, 문화적으로는 무정부주의자이다." 그는 그 모든 규정들이 어떻게 머릿속에서 하나가 될 수 있냐고 물었다. 하지만 왜 정체성을 왜 패키지로 가져야 하는가. -87쪽

싱크레티즘(syncretism)은 먼저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되 행동의 일치를 추구하는 것. 그것이 싱크레티즘의 요체다. 같은 일을 하기 위해 굳이 가치관을 일치시킬 필요는 없다. 생각이 달라도 얼마든지 같은 일을 할 수가 있다. 진정한 의미의 싱크레티즘은 공동의 대의라는 명분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99쪽

참여의 거부는 먹고 살기 바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열심히 실천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not'이 'prefer'의 앞에 오느냐, 뒤에 오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마음가짐의 변화뿐인데, 그게 그토록 급진적이고 혁명적인 구별인지 모르겠다. I would prefer not to.-148쪽

급진적인 것은 사태의 뿌리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급진적으로 되려면 무엇보다 제 뿌리로 돌아가, 제 신념의 토대를 힘껏 흔들어보아야 한다. 오늘날 사회를 바꾸는 데에 필요한 것은 확신에 가득 찬 혁명가가 아니라, 회의로 번민하는 아이러니스트다. -159쪽

산업화한 도시 속에서 모든 것은 기계적으로 반복된다. 이렇게 무의미한 삶이 기계적으로 반복된다는 느낌. 이것이 현대인이 느끼는 지루함의 요체가 아닐까?-207쪽

하지만 진정으로 영웅적인 것은 이 절대적 지루함을 분과 초 단위까지 충만하게 견뎌내는 인내심에 있지 않을까?-210쪽

대개 사람들이 중심을 지향하기에 중심에서 벗어나 사는 일은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에르곤(ergon, 작품)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은 파레르곤(parergon, 액자). 그리하여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보려면, 때로 중심이 아니라 주변에 서 있어야 한다. -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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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몰입과의 대화 - 일, 놀이, 삶의 기쁨에 대하여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임석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6월
품절


그러니까 황홀한 삶을 꾸린다는 것은 저에게 계속해서 무언가 특별한 것을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삶을 간소하게 구성하는 것, 다시 말해 무엇에 주의를 기울이고 제 행위에서 어디에 집중하고 싶은가를 끊임없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17쪽

성인들은 다음의 두 가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첫째, 몰입 경험이 한 인간의 삶에서 얼마나 필수적인지와, 둘째, 동시에 무엇에 의해 그 경험이 생기고 그 경험이 개인과 공동체에서 유용한지 말입니다. -50쪽

삶에 유희적으로 다다가기 위해 필수적인 것들이 있습니다. 즉, 자신에게 너무 매달리지 않을 것, 자신에 대해 계속 걱정하지 말 것, 다른 사람들에게 우스꽝스럽게 보일까바 불안해 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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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능력은 주의 집중입니다. 우리는 무언가에 집중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만약 당신이 정말로 무언가에 몰입할 수 없다면, 자신의 삶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삶이 당신에게서 비켜 갈 것이고 당신은 항상 다른 곳에 주의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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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과 집중력, 둘 중 하나가 부족하다면 당신은 세계와 유희적인 관계를 맺을 수 없습니다. -72-74쪽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뻐하고 삶의 다채로움을 즐기는 것, 바로 그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고통과 공허함을 감추기 위해 정상에 서는 체험을 '필요로'합니다. -110쪽

우리는 자신을 항상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과거가 미래를 전부 규정하기를, 그것을 핑계로 사죄받기를 정말로 원하느냐는 질문에 스스로 대답해야 합니다. "나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어. 아주 형편없는 과거를 가졌거든"이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과거가 비록 매우 나빴지만 나는 이로부터 최상의 것을 만들어낼 거야"라고 말하는 편이 더 가치 있다고 봅니다. -139쪽

우리의 주의력은 당연히 매우 제한적입니다. 우리는 1초당 일정한 양의 정보만 받아들일 수 수 있습니다. 어른인 우리는 이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귀가해서 아이들을 만날 때 머리가 직장 일이나 걱정으로 꽉 차 있다면, 조심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과로한 상태에서는 어린 딸이 울어도 정말로 이해하지 못하고, 단지 아이가 얌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해 아이를 부당하게 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아이는 어쩌면 전혀 다른 이유로 울지도 모르니까요. 주의 깊게 행동하는 능력은 우리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가령 아이들을 인지하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아이들의 신호를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마음을 잘 헤아리는 것이지요.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도 상대방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선물입니다. -168쪽

즉, 무언가가 연습에 의해 매우 잘 내면화되고 당신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에 그것은 당신으로부터 나와 마치 독립적인 존재처럼 행동하는 듯 작용합니다. 그러나 저에게 분명한 것은 '그것'이 당신으로부터 나와 춤추는 것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 춤추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그것을 이미 여러 해 동안 연습했기 때문에 그로부터 몰입 경험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 -2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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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긋는 여자 - 떠남과 돌아옴, 출장길에서 마주친 책이야기
성수선 지음 / 엘도라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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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른다면, 그 사람과 함께 먹고 싶다면, 그 마음이 간절하다면 분명히 사랑을 하고 있는 거다. 내가 누구를 사랑하는 게 맞는지 궁금하다면 혼자서 맛있는 음식을 먹어봐야 한다. 사랑을 확인하는 리트머스종이, 그게 바로 맛있는 음식이니까.-17쪽

고흐는 수많은 절망을 딛고 일어나 계속해서 그림을 그렸다. 고흐가 불멸의 화가가 될 수 있었던 건 생계조차 꾸리기 힘든 가난과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암담함 속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그렸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데생을 배우는 대신 밀레의 그림들을 모사하여 독학으로 기초를 다지고 하루종일 지칠 정도로 꾸준히 그림을 그렸다. 고흐가 자신의 '위대한 스승'이라고 칭했던 밀레는 "그림에 모든 것을 다 걸었다"고 말했고, 고흐는 밀레의 그림뿐 아니라 그의 철학과 인생을 예술의 길잡이로 여겼다. -114쪽

... 나도 돌이켜보니 내가 외롭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의 진심을 이용한 적이 많았다. 누가 나를 좋아하는지 뻔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사귈 생각도 없으면서 술 취하면 콜택시를 부르듯 데리러 오라고 전화하고, 같이 밥 먹을 사람 없어도 전화하고, 주말에 약속 펑크나면 전화하고, 우울하면 술 한잔 하자고 불러내고...... 내가 외롭다는 이유만으로 사귈 생각도 없는 남자를 스페어타이어처럼 묶어두고 다녔다. 그것도 몇 번이나, 난 그들을 '희망고문'했다. -154쪽

君不見,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온갖 바쁜 척은 혼자 다 하며 가족한테, 친구한테 전화가 오면 "미안, 지금 바빠서 그러는데 이따 전화할게"하고는 툭하면 잊어버리는 나는 지금도 소중한 것들을 보지 못하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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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렌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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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친구야-
디킨스 책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고색창연한 멋쟁이 서점이더구나. 직접 와서 보면 너도 완전히 넋을 잃을 거야. 외부에 진열대가 있길래 우선 발길을 멈추고 이것저것 들쳐 보면서 꾸경꾼 태세를 갖추고 나서 방랑을 시작했지. 안은 어둑어둑해서 눈에 보이기 전에 냄새가 먼저 손님을 반기더구나. 참 기분 좋은 냄새야. 설명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먼지와 곰팡이와 세월의 냄새에, 바닥과 벽의 나무 냄새가 얽히고설킨 냄새라고 하면 될까......-52쪽

저는 봄마다 책을 정리해서 다시 읽지 않을 책들은 못 입는 옷을 버리듯이 내버려요. 모두들 큰 충격을 받징. 제 친구들은 책이라면 별나게 구는 사람들이거든요. 이 친구들은 베스트셀러는 뭐든 다 가져다가 최대한 한 빠른 속도로 끝내버려요. 건너뛰는 데가 많을 거다, 하는 게 제 생각이죠. 그러고는 뭐든 두 번 다시 읽지 않으니 1년쯤 지나면 한마디도 기억하지 못하지요. 그러는 사람들이 정작 제가 책 한 권 쓰레기통에 던지거나 누구한테 주는 걸 보면 펄펄 뛰는 거예요. -88쪽

이건 크리스마스 선물 교환으로는 불공평하다고 봐요. 제가 보낸 것은 일주일이면 싹 먹어치우고 설날이면 흔적도 남아 있지 않을 텐데, 제가 받은 것은 죽는 날까지 간직했다가 누군가 그것을 아껴줄 이에게 남길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한 마음으로 죽을 수 있는, 그런 선물이잖아요. 저는 앞으로 태어날 애서가들을 위하여 최고의 구절들마다 연필로 살그머니 표시를 남겨둘 생각이에요.-91쪽

헤밍웨이의 작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17세기 존 던의 설교문을 모태로 태어났다. 인용문은 이 설교문의 한 구절이다. "어느 누구도 그 자체로서 온전한 하나의 섬은 아닐지니, 무릇 인간이란 대륙의 한 조각이요. 또한 대양의 한 부분이어라. 한 줌 흙이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 땅은 또 그만큼 작아질지며, 작은 곶 하나가 그리 되어도 그대 벗들이나 그대 자신의 영지가 그리되어도 마찬가지어라. 그 누구의 죽음이라 할지라도 나를 축소시키나니, 나란 인류 속에 포함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누구를 위하여 좋은 울리나-이를 알고저 사람을 보내지는 말지어다.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해여 울리기에....."-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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