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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중독자의 고백
톰 라비 지음, 김영선 옮김, 현태준 그림 / 돌베개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좀체 책을 읽지 않는 친구들과 나의 책쇼핑을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는 엄마와 함께 살다보면 내가 아주 별종으로 느껴질때가 있다. 내 월급은 정확히 4등분되는데 적금, 생활비, 책 그리고 남은 돈으로 술마신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책외의 다른 문화생활은 사실 거의 하지 않는다. 책에 드는 시간과 돈은 분명 만만히 볼 수준이 아니다. 책이란 사실 은근히 사치품이다. 영화 한 편보다 싸고 남는데라고 흔히 말하지만 영화는 보고 나면 끝이지만 책은 그렇지 않다. 책을 한 권 샀다치자. 사는데 돈 들었다. 읽는데 평균 하루에서 사흘정도의 시간이 들것이다. 영화라면 길어야 3시간이겠지만 말이다. 다 읽고나면 그 책을 보관할 공간이 필요하다. 수십권이라면 모르겠지만 수백권을 넘어가면 이거 문제된다. 천 단위가 넘어서면? 그때부터는 재앙이다. 사는데 드는 돈과 읽는데 드는 시간, 보관해야 할 공간. 책이란 사치품이다. 내 방에는 10개의 서가가 모든 벽을 둘러싸고 있다. 근데 책이 3,000권이 넘어서면서 이제 박스에 넣어서 보관하는걸 넘어서서 방 한쪽 구석에 쌓아올리기 시작하고 있는데 가끔 무너질까봐 두렵다. 저걸 어쩌나 싶어서 그쪽으로 시선돌리기도 두려울때가 있다. 팔라고? 물론 일부는 팔기도 한다. 하지만 보관하고 싶은 책이 너무 많다. 재미있어서, 이 글귀가 좋아서, 언젠가 필요할거 같아서, 내가 얼마나 비싸게 주고 샀는데 등등의 이유로 그 책들을 내 손에서 놓을수가 없다. 그러면서 책 쇼핑은 멈출수가 없다. 어제 산 책이 도착도 안했는지 장바구니에는 또 책을 주워담고 있다. 나의 책 쇼핑중독은 인터넷 서점의 시작과 함께 꽃을 피우기 시작해서 중고샵이 생긴이래로 아주 활짝 화~~~~~알짝 만개했다. 예전같으면 안 살 책도 사고, 긴가민가 싶은 책도 사고,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고, 이래서 사고, 저래서 사고 등등등...
그러면서 이 책을 샀다. 내가 이런 책을 안읽어볼수 없지라고 외치며...읽으면서 웃다가, 한숨 쉬다가, 탄식하다가, 나는 이정도는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다가, 이건 딱 내 증세인데라고 뜨끔해하면서 읽었다. 읽지 않는 책이 바닥에 쌓이면 중증이라는 말에서는 뜨끔이 아니라 콱하고 박히는 느낌이랄까...(실제 읽지 않은 수백권의 책이 바닥에 쌓여있다. 엄마가 가끔 이불 너는데 이용하신다) 중독을 고치는 제일순위는 자신의 중독을 인정하는 것이라 하였거늘 한 눈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눈으로 인터넷 서점을 돌아다니며 손으로는 살 책을 장바구니로 클릭하고 있는 나. 이 책을 읽는 어제 낮에 나는 실제 살 생각이 없던 전유성의 구라 삼국지 전 권을 중고라는 이유로 구매했으며 이 책을 다 읽고 난 어제 밤에는 역시나 별로 구매를 고려하지 않았던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이라는 책을 중고라는 이유로 사고 말았다. 하루동안 산 책의 금액이.....휴~~부가세 신고로 미친듯이 바빠서 책 볼 시간조차 없었던 지난달 말의 스트레스를 이런 식의 무분별한 책쇼핑으로 풀고있는것 같다. 뇌 한쪽 구석에서는 자꾸 사지말고 사 놓은 책을 좀 읽으라고 소리치는 이성의 메아리가 아련하게 들린다. 저~~~멀리서. 이미 돌이킬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는가....조만간 어느 책 중독자의 고백 2를 내가 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전에 방 구석에 쌓아놓은 책에 깔려죽지 않으면 말이다. 가끔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말을 들으면 무섭다. 저 탑이 언젠가 무너져서 니가 우릴 읽지도 않았지~~라면서 나를 벌줄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