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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도 늙는구나 - 한 신문 기자의 감성적 생활 에세이
임철순 지음 / 열린책들 / 2011년 3월
평점 :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무턱대고 산 책이다.
노래도 늙는구나. 웬지 모르게 마음을 찡하게 울리는 느낌이 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아직 그렇게 나이가 많이 든것도 아닌데 왜 저 대사에 일순간 마음이 찡했는지 모르겠다.
첫 장을 집어들고 흐음~소리가 나왔다. 한자가 강물 정도는 아니지만 시냇물 정도로는 흐르고 있는 책이었다. 아무래도 한자 세대인데다가 신문 기자이기까지 하다보니 한자를 많이 쓰는것도 이해가 갔다. 사실 한글이야 쓰기는 한글로 써도 음만 그렇지 내용은 한자인 경우가 많기는 하다. 한자를 배워두면 일본어나 중국어를 배울때 무지 도움이 된다는걸 감안하면 한자를 배워두는게 좋다고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도 본문에 한자가 많으니 읽는데 솔직히 약간 방해가 됐다.
내용은 몇몇은 아주 좋고, 몇몇은 기본 나쁠정도로 마음에 안들었고 고만고만한 글도 있었다. 노래도 늙는구나라는 소제목에 나온 김창환씨에 대한 얘기라든가 연암 박지원과 창해의 다툼에 대한 얘기는 재미도 있고 배워둘만한 부분도 많았다. 이 부분은 좋았는데 책의 말미에 나온 대만으로의 여행을 적은 부분은 왜 그랬는지 몰라도 온통 한자로 도배를 해놨는데 말하자면 한자를 통한 일종의 언어적 유희를 보여주는 부분인데 그 한자를 잘 모르다보니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문제는 중간쯤에 나오는 젊은 여자들에 대한 단락이다. 세상에는 꼴보기 싫은 젊은 남자와 늙은 남자가 훨씬 많지만 남자들은 항상 여자들을 흉본다. 당연한 일이긴 하다. 정반대로 여자들은 같은 여자보다 남자들을 흉보니까. 같은 여자들을 더 흉보는 여자도 많긴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그렇다. 나이든 남자가 젊은 여자를 흉본다. 솔직히 꼴불견이다 싶다. 물론 상대 여자도 꼴불견이긴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해도 연세도 있으신분이 뭐 대놓고 젊은 여자가 어쩌고 저쩌고를 운운하면서 책으로까지 흉을 보나 싶다. 지하철에서 화장하는 젊은 여자가 그렇게 꼴보기 싫으면 살포시 눈을 감으시라. 눈꺼풀은 그럴때 쓰라고 있는거 아니겠는가. 당신들이 세수만하고 나오면 될때 열댓가지 화장품으로 무장해야 하는 여자들이 시간이 더 없는건 당연지사 아닌가. 상대의 입장에서 한 번쯤 생각해 보면 그 여자는 아침에 일어나서 애들 챙겨보내고 남편 아침 챙겨먹이고 자신은 화장할 시간도 없이 나왔을수도 있다. 전날 야근을 하고 피곤한 몸으로 늦게 일어나 어쩔수 없이 지하철에서 화장을 해야하는지도 모른다. 보는 입장에서야 뻔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여자 입장에서도 결코 좋아서 지하철에서 화장하지는 않는다. 어쩔수 없다고 생각하고 쳐다보기 싫으면 눈 감고 있으라. 마시던 커피잔 발 밑에 내려놓고 가는건 일고의 여지도 없이 꼴불견 행태지만 당신은 담배꽁초 길에 버린적 없는지 뒤에 사람 오는데 담뱃재 턴적 없는지 한번 반성해 보시라. 테이크 아웃 커피잔 들고 왁자지껄 엘리베이터 타는게 신경쓰인다라....그 여자들도 멋진 카페에서 느긋하게 커피 마시고 싶지 그렇게 들고 다니고 싶어서 다니는게 아니다. 짧은 점심 시간에 밥먹고 커피 한잔 마시려니 별 수 없는 거다. 이런 사소한 흠집 잡기를 책으로 내다니 싶다. 물론 본인은 사소하지 않다고 생각하니 넣었겠지. 그런데 같은 젊은 여자 입장에서는 참 사소한 걸로 도대체 연세가 몇인데 그러세요? 싶은 생각도 든다. 물론 그 다음 얘기에서 여자들이 아무래도 좀 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억압된 삶을 살고 있다는 피트백이 있었지만 그래도 같은 여자 입장에서 이 부분은 약간 화도 나고 기분도 나빴다. 그리고 그 나쁜 기분이 다른 좋은 글들에 대한 감상까지 망치는걸 어쩔수가 없다. 사람이 다 그렇지 뭐.
좋은 글도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나쁜 글에 대한 얘기를 무지 길게 썼다. 공평하게 따지자면 그러면 안되겠지만 어쩌겠나. 본디 사람이란게 좋은 부분에 대한 감상은 짧게 한마디로 좋았다면 되지만 나쁜 부분에 대한 감상은 구구절절하다. 그 부분만 없었으면 훨씬 재미있게 즐길수 있었을 책인데 웬지 심하게 감정이입이 되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다. 요즘 회사일로 내가 사회적으로 약간 약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것같다. 원체 기분이 전반적으로 꿀꿀하다보니 책을 읽으면서도 그 감정이 그대로 반영이 된다.